컬처인: 멜번, 왜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랐을까?

Another flat white, anyone?

Another flat white, anyone? Source: Getty / Getty Images

어떤 매력이 멜번을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버킷리스트로 만들었을까요? 멜번의 커피 문화는 1950년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가져온 에스프레소 제조 전통을 바탕으로, 원두의 품질과 양조 방법을 개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커피로 자리 잡았습니다.


Key Points
  • '멜번 커피 문화' 세계 최고인 이유…세계 최고의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자부심
  • '스페셜티 커피'…고품질 원두 선택 위해 농장들과 독점 거래, 재배부터 추출까지
  • '멜번 커피'는 단순한 음료 아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문화를 함께 음미하는 특별한 경험
  • "우리는 커피를 사랑하는 도시를 위해 커피 만드는 일을 사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라는 타이틀 외에 호주 멜번이 세계적 자부심을 갖는 타이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멜번의 바리스타들은 세계 최고의 커피를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멜번에서 맛없는 커피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입니다.

세계적인 커피의 성지로 평가받을 만큼 특별한 커피 문화를 자랑하는 멜번의 커피 문화의 발자취와 현재를 살펴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 왠지 오늘 컬처인은 커피를 한 잔 앞에 두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요?

유화정 PD: 저는 멜번 카페에서 볶는 원두 향이 느껴집니다. ‘멜버니언들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소셜미디어 상에 종종 올라오는 글인데요. 최근에는 멜번의 유명 카페 ‘도장 깨기’를 하기 위해 일부러 호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점점 늘어나 멜번의 커피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멜번인들의 커피 사랑은 직접 경험하신 박 PD님이 더 잘 아실 텐데요?

박성일 PD: 그럼요. 특히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멜번 인들에게 카페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출근길에 자신의 단골 카페에서 간단한 베이커리와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거나 또는 테이커웨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직장으로 일터로 향할 때의 그 신선함, 하루를 여는 신성한 의식과도 같죠. 저도 이 루틴은 시드니 근무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제가 지인으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멜번의 유명 카페 중 하나인 ‘Market Lane Coffee’의 일회용 컵에는 “우리는 커피를 사랑하는 도시를 위해 커피 만드는 일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혀있다고 합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도시 멜번은 ‘세계적인 커피의 성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니크한 특별한 커피 문화를 자랑하는데요. 앞서도 잠시 언급드렸지만, 멜번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 많은 분들이 오직 커피를 위해 멜번을 찾고 있어 ‘멜번 커피 투어’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돕니다.

박성일 PD: 어떤 매력이 멜번을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버킷리스트로 만들었을까요? 실제로 멜번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들이 많죠!
Barista at work
Barista at work Source: Getty
유화정 PD: 맞습니다. 빅토리아주 관광청에 따르면 멜번에는 2000개 이상의 카페가 있고, 그중 90% 이상이 개인 바리스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멜번은 매일 평균 30톤의 커피 원두를 수입하는데, 이는 약 300만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멜번 사람들에게 커피는 단순히 카페인 섭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겁니다. 커피 한 잔에는 바리스타의 기술과 철학, 그리고 멜번 특유의 독창적인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박성일 PD: 멜번에서만 하루 평균 30톤의 커피가 소비된다는 것 놀랍네요. ‘세계적인 커피의 성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특별한 커피 문화를 자랑하는 멜번, 점점 더 궁금해지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커피 문화가 멜번에서 어떻게 시작이 됐을까요?

유화정 PD: 네. 멜번의 커피 문화는 20세기 중반, 특히 1950년대와 60년대에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온 이민자들이 가져온 에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데요.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멜번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커피 로스팅과 에스프레소 머신 기술을 전파했습니다. 이민자들이 문을 연 작은 카페들은 당시 멜번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는데요. 이 카페들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시작되었고, 이것이 멜번 커피 문화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박성일 PD: 멜번의 독특한 커피 문화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었군요? 어림잡아 7-8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네요. 멜번의 많은 커피숍은 독특하고 독창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유명한데요. 지역 사회 문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유화정 PD: 멜번의 커피숍은 종종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사교 활동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집도 직장도 아닌 공간인 제3의 장소 로 여겨집니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 작용과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허브이기도 합니다.

특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좋은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친근한 분위기로 학생, 전문가, 예술가 모두에게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멜번의 카페들에서는 라이브 음악 공연, 책 읽어 주기, 또 종종 미술 전시회 등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지역사회의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한 만남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매년 Melbourne International Coffee Expo 즉 국제 커피 박람회와 세계적인 커피 축제도 전 세계의 커피 애호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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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bourne International Coffee Expo 2024 / MICE Credit: MICE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멜번은 다양한 커피 축제와 행사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Melbourne International Coffee Expo는 멜번의 커피 달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데요. 커피 산업의 최신 동향, 장비 및 기술을 선보이며 전 세계의 커피 전문가와 애호가를 매료시킵니다. 이외에 멜번 국제 커피 위크, 멜번 라떼 아트 스맥다운, 멜번 국제 커피 축제 역시 바리스타, 커피 로스터, 커피 매니아들이 모여 커피에 대한 열정을 나누며 멜번의 활기 넘치는 커피 문화를 기념합니다.

박성일 PD: 앞서 멜번의 커피 문화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커피를 만드는 기술과 전통을 도시에 가져온 이탈리아 이민자들에 기인한다고 했는데, 오늘날 멜번이 다양한 커피 스타일과 양조 방법을 제공하는 전문적인, 세계 커피 산업의 선두두자로서 현재의 명성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유화정 PD: 이탈리아인들의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멜번은 커피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커피 전문가들에 따르면, 숏블랙이라고도 에스프레소(espresso)가 거의 모든 커피의 기본을 형성합니다. 또한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진정한 맛을 가장 잘 표현하는 커피이며, 엄격한 과학의 산물이라고도 설명하는데요. 필터 커피가 인기 있는 미국과 달리 호주인들은 커피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멜번의 선구적인 바리스타들은 다양한 원두를 활용해 독창적인 로스팅 기술과 추출 방식을 개발했는데요. 1980~90년대에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에서 벗어나, 커피 원두의 품질과 산지, 다양한 추출 방법에 집중하는 전문 커피숍들이 등장했습니다.
Espresso shot pouring out.
Espresso shot pouring out of a espresso machine. Source: Moment RF / Guido Mieth/Getty Images
박성일 PD: 지금 멜번의 카페들은 커피 농장들과 독점적으로 거래하며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한다고 들었는데요. 스페셜티 커피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유화정 PD: 스페셜티 커피란 고품질 원두를 사용하고, 재배부터 추출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한 커피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맛이 좋은 커피를 넘어서, 그 원두가 가진 품질과 생산 과정까지 철저히 관리된 커피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받으려면 커피 품질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요, 생산 과정에서도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법이 요구됩니다.

박성일 PD: 정말 까다롭네요. 그렇다면 이런 커피는 일반 커피와 어떤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을까요?

유화정 PD: 가장 큰 차이는 원두의 재배 환경과 투명성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특정 지역이나 농장에서 자란 원두만 사용하기 때문에 원산지가 명확하게 표시되고, 재배 조건이 커피의 맛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높은 고도에서 자란 원두는 산미가 두드러지고, 화산 토양에서 자란 원두는 특유의 풍부한 맛이 납니다.

박성일 PD: 원산지의 특징이 커피 맛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군요. 멜번의 카페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농장과 독점적으로 거래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 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멜번의 카페들은 단순히 원두를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들과 직접 협력해 농장에서부터 추출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합니다. 이를 통해 농부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동시에 고품질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멜번의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좋은 맛을 넘어, 윤리적 소비와 지속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스페셜티 커피를 통해 커피 산업의 긍정적인 변화와 멜번만의 독창적인 커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멜번 커피 문화의 큰 매력입니다.

박성일 PD: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맛을 넘어 윤리적 소비와 지속 가능성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인데요. 멜번의 커피 문화가 이렇게 깊고 독창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네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멜번의 커피 문화는 맛과 품질을 넘어, 커피를 통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지구를 연결하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멜번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단순히 한 잔의 음료를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문화를 함께 음미하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offee Chat
Credit: CC0 Creative Commons
멜번의 커피 문화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최고의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커피라는 작은 한 잔에도 품질, 기술, 철학, 그리고 사람 간의 연결이 담겨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박성일 PD:  멜번의 커피 문화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하나의 예술이자 철학이다, 이제 멜번 커피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통해 우리도 일상에서 커피 한 잔을 더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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