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한국 작가, 아동문학 노벨상 '안데르센상' 첫 수상 쾌거

Writer Lee Su-ji wins Andersen Prize for 'Children's Literature Nobel Prize'... First Korean

Writer Lee Su-ji wins Andersen Prize for 'Children's Literature Nobel Prize'... First Korean Source: yonhap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이수지 작가가 한국인 최초, 아시아 작가로는 38년 만에 ‘아동문학의 노벨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색종이는 아이들의 얼굴이 되고 흩뿌려진 물감은 물방울로 표현됩니다. 비발디의 음악과 물놀이의 추억이 만나 탄생한 작품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 '여름이 온다' '파도야 놀자'이수지 작가가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어 내며 세계 어린이 책의 역사를 썼습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작가로는 38만입니다.

수상 선정 발표 이후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판매량이 200증가하면서 급기야 품절 사태까지 빚어지는 여러 이변을 낳았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한국 최초 ‘아동문학의 노벨상’ 안데르센상 수상 어린이책 새 역사 써
  • 책의 물리적 한계 뛰어넘은 미학적인 혁신과 독특한 상상력 높게 평가
  • 수상작 판매 200배 증가, 품절 사태 빚어… 독자층 30-40 대 주를 이뤄
  • “창작자는 아이와 비슷해…디지털시대, 그림책 경험한 아이는 다를 것”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한국의 이수지 작가, 각국의 쟁쟁한 거장 들과의 경쟁에서 한국 작가로는 ‘안데르센상’ 수상 영예를 안았는데,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의 그림책이 세계 아동문학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한국 아동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한데요. 이수지 작가의 수상 소식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국제아동도서전 개막과 함께 전해졌습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수여하는 이 상의 정식 명칭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입니다. 고전동화의 대명사인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를 쓴 동화의 아버지, 19세기 덴마크 출신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리기 위해 1956년 만들어진 아동문학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수상으로 한국은 세계 아동문학계가 주목하는 ‘안데르센 상’ 수상자를 배출한 28번째 국가가 됐는데, 이수지 작가는 6전에도 한국 최초로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있다고요?

유화정 PD: 안데르센상은 특정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지금까지 창작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수상자에겐 대단한 명예로 인식됩니다.

그동안 상을 받은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삐삐롱 스타킹’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고릴라’의 앤서니 브라운 그리고 에리히 캐스트너, 모리스 센닥,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등 화려합니다.

이수지 작가는 2016년에도 한국 작가 최초로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후 6년 만의 재도전에서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는데요. 한국인 최초이자 또한 아시아 작가로서 이 부문 수상은 1984년 일본 작가 안노 미쓰마사 이후 38년 만입니다.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이수지 작가를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발표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이수지 작가를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발표하고 있다. Source: IBBY
진행자: 발표 직전까지 최종 후보 6명과 치열한 경합이 있었다고 전해졌는데, 수상작 선정 과정은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유화정 PD: 안데르센 상은 아동문학 발전에 지속해서 공헌한 글, 그림작가를 2년마다 한 명씩 선정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글 작가에게만 수여했던 것이 1966년부터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이 만들어져 격년제로 시상식이 진행됩니다.

수상 선정 방법은 각국 안데르센 위원회에서 자국 대표 작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 추천하고 심사위원 10명이 문학적 성취와 새로운 시도, 참신성 등을 기준으로 투표해 최종 수상자를 가리게 됩니다.

이수지 작가는 종이 책이 지닌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고 책 제본선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사용하기도 하는 독특한 상상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이수지 작가는 일찌감치 미국과 유럽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림책을 펴내며 한국의 ‘이수지’라는 이름을 널리 알려왔는데요. ‘안데르센 상’ 수상 소식 직전 지난달에는 ‘여름이 온다’로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인 스페셜 멘션에 선정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볼로냐 라가치상은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립니다. 지난해 중국 작가 차오원쉬엔의 글에 이수지 작가가 그림을 입힌 '우로마'에 이어 올해 ‘여름이 온다’로 2년 연속 수상이었습니다.

2003년 ‘토끼들의 복수’로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상을, ‘이 작은 책을 펼쳐 봐’로 글로브 혼 북 명예상을 각각 수상했습니다.  또 '파도야 놀자'와 '그림자놀이'가 2008년 미국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선정됐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테이트 모던 아티스트 북 컬렉션에 소장됐습니다.

진행자: 이수지 작가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소식이 전해지자 서점가가 연일 들썩이고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지난 21일 안데르센상 수상 낭보가 전해지면서 이 작가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23일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 따르면 이수지 작가 수상 소식 직후 자사 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주 대비 154배가량 상승했는데요.

특히 작가의 대표작 '여름이 온다'는 전주 대비 200배 가까운 판매량 증가를 보이며 일일 베스트셀러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외에도 2008년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선정된 바 있는 '파도야 놀자'  '이수지의 그림책' 등 이 작가의 여러 책이 유명세를 얻어 순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교보문고
교보문고 Source: yonhap
진행자: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때면 수상 작가들의 전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우리 소설가들의 수상 소식이 전해질 때도 독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판매량이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왔죠.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판매 증가는 ‘안데르센상 효과’라 부를 만합니다. 그런데, 책을 구매한 독자 가운데는 40대가 유독 많은 것으로 전해져 점도 눈길을 끄는데요.

유화정 PD: 이 작가의 최신작인 ‘여름이 온다’(2021)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에 모티브를 둔 아름답고 강렬한 드로잉이 돋보이는 책으로 그간 보여줬던 이수지 그림책들의 온갖 다양한 기법들이 하나로 응집된 방대한 그림책으로 손꼽힙니다.

전주 평균 대비 200배가량 상승해 전체 판매량을 견인한 이 책의 주 구매층은 40대로 전체의 48.1%를 차지했고요.

베스트 10위에 오른 ‘파도야 놀자’의 주 구매층 역시 30대가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바닷가에 놀러 온 소녀가 파도와 노는 장면을 자유로운 먹 선과 파란색, 흰색만을 사용해 역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파도야 놀자’는 미국에서 먼저 출간돼 국내에도 이수지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그에게 ‘외국서 더 유명한 작가’ ‘해외에서 역수입된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책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이수지 작가가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내 그림책의 주인공을 한국 독자들은 한국 아이로, 미국 독자들은 미국 아이로 생각한다”며 “무국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을 의미 있게 같다”고 기억이 나는데요. 이런 의미에서‘그림책은 보편적 언어’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겠죠.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어른들에게도 흥미를 끌게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유화정 PD: 이수지 작가의 말을 빌면 “예전에는 그림책을 좋아하면서도 여전히 아이들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스스로를 위해서 그림책을 사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책에 사인을 해달라고 할 때 과거에는 당연히 아이 이름을 적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는 어른들이 많아서 누구 이름을 쓸지 꼭 물어본다. 독서모임 등을 통해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작가에게 자신의 해석을 전달하는 적극적인 독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고 경험을 전했는데요.

“그러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린이와 비슷한 것 같고, 그런 마음으로 자꾸 뭔가를 하다 보면 나중에 제가 어린이인지 어른인지 그런 생각은 딱히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지그림책 '여름이온다'에수록된그림
이수지그림책 '여름이온다'에수록된그림 Source: yonhap


진행자: 작가 역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세계인이 직관적으로 그림책을 즐길 있다는데 매력을 느껴 20동안 한길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유화정 PD: “종이매체보다는 영상매체가 더 득세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림책이 살 곳이 점점 사라진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이 세계가 즐거운 세계고 좋은 세계다라는 것을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세계로 자꾸 들어오고 싶을 것 같고, 실제 그런 믿음으로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되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바람입니다.

진행자: 본래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순수 미술학도였다고요? 어떻게 어린이 그림책 작가가 됐을까요?

유화정 PD: 서울대 미대 92학번으로 당시는 한국에 본격적으로 좋은 그림책들이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내 창작 그림책 작가들이 자기의 장르를 구축해 갔던 격동기였는데요.

그런 세대의 흐름에서 아티스트북이라는 어떤 새로운 장르를 알게 됐고 그러면 책이라는 것과 그림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뭘까하고 공부를 하다 보니 이 멋진 세계에 와 있더라는 겁니다.

이수지 작가는 2001년 영국 런던 캠버웰 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년간 줄곧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수지 작가, 5.7m 길이의 종이에 담은 그림책 ‘물이되는꿈’
이수지 작가, 5.7m 길이의 종이에 담은 그림책 ‘물이되는꿈’ Source: yonhap


진행자: 아트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인데요.  실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설명이 보다 쉽게 설명이 있겠죠?

유화정 PD: 북 아트는 예를 들어 책을 지그재그로 접어 병풍처럼 펼치게 하는 등 책이 가진 물질의 성질을 예술적으로 극대화한 장르입니다.

5.7m 길이의 종이에 담은 그림책 ‘물이 되는 꿈(2020)’은 책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이수지 작가의 특기를 제대로 활용한 작품인데요. 가수 루시드 폴의 동명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으로, 파란 수채 물감으로 맑게 그린 그림들을 하나로 이어 붙여 아코디언처럼 펼쳐지게 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 세계는 “독특하고 문학적이며 미학적인 혁신”이며, “책의 물리적 중심인 제본선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사용해 독특한 상상력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수지 그램책 '여름이 온다'에 수록된 그림
이수지 그램책 '여름이 온다'에 수록된 그림 Source: yonhap
진행자: ‘여름이 온다(2021)’에도 음악이 등장하죠. 비발디의 ‘사계’ ‘여름’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강렬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소개됐는데, 여름날 시골집 앞마당과 드넓은 자연 속에서 물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들의 모습과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연주회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고요.

유화정 PD: 그림책으로는 드문 148쪽의 방대한 분량에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그림들이 펼쳐지는데요. 색종이 콜라주, 연필 드로잉, 수채, 아크릴 등 온갖 재료를 사용해 여름날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시골의 자연과, 생명력 넘치는 음악 연주회라는 두 개의 세계를 오갑니다. 책도 비발디의 ‘여름’처럼 3악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작가는 시골서 살던 때 여름이면 마당에서 벌어지던 아이들의 떠들썩한 물놀이의 추억,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를 집이 떠나가라 크게 틀어놓고 들었을 때 넋을 잃은 듯 감동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음악과 물놀이를 ‘여름’으로 그려내는데 착안했다고 합니다. 책날개의 QR코드로 실제 비발디 음악 감상할 수도 있게 했습니다.

진행자: 이수지 작가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낭보에 이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한국 작가 명이 지명됐다는 소식들도 전해졌는데요. 한국 작가들의 활약으로 문학에도 한류 바람이 뜨겁게 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소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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