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호주 퀸즐랜드 공대 연구팀…캐번디시 바나나에 곰팡이 '파나마' 병 저항 유전자 주입
- 25년 연구 끝 유전자 변형 QCAV-4 개발… 호주서 7년 이상 야외 재배 실험 거쳐 입증
- 호주정부 세계 최초 유전자변형(GM) 품종 생산 허가로 차후 세계 바나나 산업에 영향
호주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 바나나를 식용으로 허가했습니다.
호주·뉴질랜드 식품기준청(FSANZ, Food Standards Australia New Zealand)은 올해 초 호주 퀸즐랜드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곰팡이병에 강한 유전자를 주입한 유전자 변형 품종 바나나를 식품으로 승인했습니다.
바나나를 위협하는 전염병에 대항하는 조치입니다.
최근 아시아에서 처음 발생한 곰팡이병이 호주까지 퍼지면서 식탁에서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박성일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최근 세계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호주의 유전자 변형 바나나 승인에 대해 다뤄 눈길을 끌었는데 먼저 보도 내용부터 짚어보죠.
유화정 프로듀서(이하 유화정 PD): BBC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멸종 위기 바나나 구한 호주" "유전자변형 바나나가 식탁에?" 등의 헤드를 달아 호주가 파나마병에 강한 유전자 변형 바나나의 재배와 판매를 세계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주·뉴질랜드 식품기준청(FSANZ)은 올해 초 호주 퀸즐랜드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곰팡이병에 강한 유전자를 주입한 유전자 변형 품종 바나나를 식품으로 승인했습니다.
현재 사람들이 즐겨 먹는 바나나는 '캐번디시(Cavendish)'로 전 세계적으로 사실상 단일 품종인데, 이 품종이 곰팡이병에 취약해 자칫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를 막기 위해 호주 연구팀이 유전자 변형 바나나를 개발했고, 호주 정부가 이를 세계 최초로 승인한 겁니다.
진행자: 바나나 멸종 위기설은 이전에도 있어왔는데, 여러 과일 중 바나나가 유독 멸종설 타깃이 되는 이유는 뭔가요?
유화정 PD: 현재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씨가 없는 돌연변이 바나나로 평균적으로 1만 개의 바나나 중에서 하나꼴로만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바나나 씨앗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밑동을 잘라 심는 방식으로 번식시키고 있어 재배 바나나들은 유전자가 모두 똑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전적 다양성의 부재로 병에 엄청나게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병이 한 번 돌면 해당 지역의 바나나가 절멸해 버리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또한 바나나는 굉장히 기업화된 작물입니다. 바나나를 재배하는 소농이 거의 없고 재배 면적 규모가 엄청난 기업형 농장에서 99%가 재배됩니다. 이 역시 멸종설의 타깃이 되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1960년대에도 당시 전 세계로 확산된 곰팡이 균에 의해 바나나 인기 품종이 멸종된 바 있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캐번디시 이전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바나나 품종으로 '그로미셸(Gros Michel)'이 있습니다. 일명 미셸로 불린 이 바나나는 맛이 좋고 단단해 운반하기에도 편리해 1950년대까지 주요 품종이었는데요.
그로미셀은 1960년대 일명 파나마 병으로 불리는 TR4(Tropical race 4)라는 곰팡이균으로 인한 전염병이 창궐해 바나나 농장들을 크게 붕괴시켰고 이에 따라 미셸 품종은 멸종 됐습니다. 이후 이 균에 강한 대체품종을 찾아 나선 연구자들이 1960년대 '캐번디시(Cavendish)'라는 신품종으로 대체해 지금의 바나나가 됐습니다.
그런데 2017년 '트로피컬 레이스 4(TR4·Tropical race 4)' 변종이 나타나 캐번디시 품종을 강타하면서 바나나 멸종설이 또다시 일기 시작했습니다. TR4 변종은 아시아에서 처음 나타났고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진행자: 바나나 곰팡이 병인 '파나마 병'은 일명 '바나나 팬데믹'으로 통할 만큼 감염 속도가 빠르다고 알려졌는데 게다가 무증상 전염이라면서요?
유화정 PD: 바나나 나무가 파나마병에 한 번 걸리면 물과 양분의 통로가 모두 막혀 말라죽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치료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바나나에게 '암' 혹은 '팬데믹'으로 불립니다.
무서운 것은 이 질병이 무증상 전염이란 겁니다. 감염된 뒤에도 1년 동안은 건강해 보이다가 증상이 나올 때는 이미 나무 전체가 시들어가는 그래서 손을 쓸 수 없이 치명적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최근의 기후변화가 이 파나마병의 확산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혔다고요?
유화정 PD: 이 분야 전문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과 잦은 기상이변으로 '트로피컬 레이스 4 (TR 4)' 신종 곰팡이 균이 퍼지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는데요.
바나나 전문가인 UN국제식량기구의 파스칼 리우 수석 경제학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곰팡이 포자는 매우 저항력이 강하고 홍수나 강한 바람에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날씨 패턴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질병을 전파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저렴하고 수확량이 많은 한 가지 품종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지금의 방식이 결국 환경에 대한 식물의 적응능력을 감소시켜 질병에 취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파나마 병은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거의 세계 전 지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Bananas on display at a fruit shop in Sydney Credit: AAPIMAGE
유화정 PD: 지난달 25일 CNN 등에 따르면 트레이더 조스는 최근 낱개 바나나 가격을 개당 19센트에서 23센트로 올렸습니다.
트레이더 조스는 2001년부터 바나나를 낱개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바나나 한 개를 19센트(약 250원)에 파는 걸 20년 넘게 유지했습니다. 산지의 바나나 가격이 올라도 바나나 소매가격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값싸고 맛있는 바나나가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미끼상품이기 때문이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코로나를 기점으로 공급망 혼란, 이상 기후, 에너지 가격 상승, 인건비 등 여러 요인이 불거지고 여기에 최근 바나나 산지에서 유행 중인 파나마병이 급격히 확산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년 미국인들의 장바구니 최애템인 19센트 바나나의 상징적 존재도 사라진 겁니다.
진행자: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유전자 변형 캐번시디 바나나에 'QCAV-4'라고 이름이 붙었는데, 어떤 연구 과정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전망을 내다보고 있나요?
유화정 PD: 퀸즐랜드 공대 생물환경과학부의 제임스 데일 (James Dale) 석좌교수는 25년 연구 끝에 QCAV-4를 개발했습니다. QCAV-4 신종 바나나는 호주 북부에서 7년 이상 야외 재배 실험을 거쳐 파나마병 TR4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마거릿 세일(Margaret Sheil) 퀸즐랜드 공대 부총장은 이에 대해 "우리 연구진이 TR4 저항성 유전자를 찾기 위해 호주연구위원회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지 20년이 지났다."며 "이번 승인은 기초 연구가 상업화 과정을 거쳐 가시적인 성과로 발전하는 멋진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퀸즐랜드 공대는 QCAV-4가 전 세계 200억 달러 규모의 바나나 산업을 위협하는 파나마병 열대 품종 4(TR4)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세계 최초로 상업적 생산이 승인된 유전자 변형 바나나이자 호주에서 재배가 승인된 최초의 호주산 유전자 변형 과일인데, 이는 앞으로 유전자 변형 바나나가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유전자변형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에 있어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데일 교수 연구진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을 고려해 최근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곰팡이 내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효소 단백질로 외부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고 자체 유전자로 교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과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진행자: 바나나는 가격 대비 건강에 좋은 과일로 특히 운동선수들의 최애 과일로 꼽히고 있죠. 세계적인 유명 프로선수들이 경기 틈틈이 바나나를 먹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곤 하는데요.
Stanislas Wawrinka of Switzerland eats a banana during a break in action against Novak Djokovic of Serbia in their semi-finals match at the Australian Open Grand Slam tennis tournament in Melbourne Credit: BARBARA WALTON/EPA
바나나의 칼륨과 마그네슘은 운동 시 발생할 수도 있는 근육 경련과 현기증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고, 경기 중에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도 줄여줘 운동선수에겐 여러 면에서 좋은 식품으로 추천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21년 116세로 사망한 미국 최고령 헤스터 포드 할머니는 아침 식사 때 매일 바나나 반 개를 먹었다고 하는데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집안일을 한 할머니는 하루 칼로리의 상당 부분을 바나나에서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최근에 바나나의 색깔에 따라 건강 효과가 달라진다는 건강 뉴스가 나왔는데, 어떤 내용인지 끝으로 짚어볼까요?
유화정 PD: 바나나는 수확 후 숙성시키는 대표적 후숙 과일입니다. 수확할 때는 외피가 초록색일 때 따는데 그냥 상온에 두면 며칠 내에 에틸렌 가스로 후숙이 됩니다. 흔히 보는 노란색 바나나가 바로 후숙 된 상태로 바나나를 후숙 하면 향과 맛 모두 크게 좋아집니다.
최근에 나온 의학 정보에 따르면 녹색 바나나는 노란색 바나나보다 저항성 전분이 20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저항성 전분은 위장 건강에 좋고 특히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고 영국 뉴캐슬대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잘 익은 노란 바나나는 앞서 말씀드린 여러 성분 외에도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 C 함량이 다른 색깔 바나나보다 높습니다.
노란색 바나나가 더 익으면 갈색 반점이 생기는데, 일본 데이코 대 연구팀은 갈색 반점이 있는 바나나가 녹색 바나나에 비해 백혈구 힘을 강화하는데 8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바나나는 맛도 좋고 먹기도 간편해 인기가 많은 데 영양면에서도 빠지지 않는군요. 우리에게 친근한 과일 바나나, 오늘은 최근 호주에서 개발 승인된 유전자변형 바나나 관련 소식 다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