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노화의 비밀… 사람은 서서히 늙지 않는다
- 노화가 확 진행되는 세 번의 시기… 34 · 60 ·78세 노화 촉진시키는 변곡점
- 생활습관에 따라 같은 나이라도 생물학적 나이에는 20년 이상 차이 난다
- 우아하게 늙는 최고의 비법은 노화를 한탄하지 않고 노년이 주는 장점 수용
인간의 기대 수명은 점차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100세 시대,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100세 인간) 시대라고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 거기에 비례해서 조금씩 늙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화가 평생 동안 일정한 속도로 서서히 진행될 거라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인간은 딱 세 번에 걸쳐 급진적인 노화 시기를 거친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자연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과제인 '노화'의 비밀 들여다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이하 진행자):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어가고 나이 들수록 노화하는 건 만고의 진리인데요. 그런데 이 상식을 뒤엎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요?
유화정 PD: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노화는 평생에 걸쳐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세 번의 급진적인 노화 시기를 거칩니다.
과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만 34세, 60세, 78세에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연구진은 다양한 연령대 4천여 명의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하고 그 혈장 안에 단백질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나이가 들면서 일부 단백질의 수치가 올라간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게 급변하는 시기가 바로 '만 34세, 60세, 78세'로 이 세 번의 시기에 단백질 수치가 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진행자: 흥미로운 결과인데, 어떤 연구를 통해 이런 결과가 도출됐는지 좀 더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유화정 PD: 스탠퍼드 대 연구진은 18~95세에 이르는 4,263명의 혈액에서 액체 성분인 혈장을 분리한 뒤, 여기에서 3,000가지의 혈장 단백질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1,379가지 단백질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것이 발견됐고, 유독 30대 중반인 34살 무렵과 노년기 진입 나이인 60살, 그리고 78살 지점에서 에 노화 관련 단백질 수치가 급등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이 연구를 통해 사람의 나이를 3년 범위 내에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생리 시계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개인의 혈액 단백질 구성과 비교하면 신장 같은 특정 장기의 노화가 다른 사람에 비해 빠른지 더딘지를 판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인간은 세 번 늙는다' 이 말은 나이가 들면서 몸 안에서 노화 기어가 세 번 작동하는 셈이라 볼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 주변에 보면 30대 중반이나 40대가 되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유화정 PD: 밀레니얼 혹은 M 세대(1981년생 ~ 1996년생)로 불리는 30대에서 40대 초반 세대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 빨리 늙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노화를 앞당기기 때문인데요. 이른바 '가속 노화'입니다. 가속 노화는 태어난 나이보다 신체의 노화 정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국 보건연구원은 가속 노화의 주원인을 외부 자극으로 꼽았습니다.
배달 음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 틈만 나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스마트폰을 보는 것, 불안정한 코인이나 주식시장 때문에 온갖 걱정을 하는 것, 시간과 장소의 구분이 없어진 업무 연락, 그로 인해 잠 못 드는 나날 등 우리가 살고 있는 24시간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진행자: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빨리 늙는 첫 세대'라는 경고는 어떤 근거에서 나왔나요?
유화정 PD: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비만과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 등 30~40대 건강지표는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30대 남성의 58.2%, 40대 남성의 50.7%가 비만으로 드러났고, 40대 남성의 고혈압 유병률(31.5%)은 1998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게 기록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40세대의 고혈압·당뇨병 등의 인지율이나 치료율은 50%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부모 세대들은 대략 50대가 됐을 때 경험하던 그런 만성 질환들을 한 30~40대에 앓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건데요. 젊은 시기의 가속 노화는 장년기의 만성질환과 노년기의 기능 저하를 앞당기는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전문 의학자들은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숫자 나이와 생물학적 신체 나이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설을 방증하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앞서 보고 된 바 있죠. 당시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으로 빨리 늙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지적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는데요.
유화정 PD: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대학과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이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장기간 진행한 조사분석한 공동 연구에서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으로 빨리 늙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 된 것인데요.
연구팀은 1972~1973년 사이 뉴질랜드에서 같은 동네에서 태어난 954명을 대상으로 체중, 신장 기능, 잇몸 건강 등 생리학적 기능을 평가하며 35년간 추적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 중 만 38세가 됐을 때 일부는 생물학적 나이로만 봤을 때 은퇴할 나이에 가까운 상황인 사람들이 있었고, 심한 경우 1년에 3년씩 빨리 늙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빨리 늙는 사람은 몸의 평형기능과 운동공조 기능이 좋지 않았고 계단을 오르거나 물건을 나르는 데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또한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사람은 동갑인 다른 사람들에 비해 뇌 기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정상인에 비해 생물학적 노화가 빠른 사람들은 어떤 이유였는지 당시 연구에서 밝혔나요?
유화정 PD: 연구팀은 생물학적 노화가 빠른 이유에 대해 약 20%가 유전자의 차이라고 밝혔습니다. 댄 벨스키 듀크대 노화연구소 박사는 "피실험자들의 사진을 대학생들에게 보여줘 나이를 평가하게 한 결과, 학생들이 사진 속 인물의 생물학적 연령을 정확하게 맞췄다."면서 "이는 외모가 늙어 보이면 체내의 생물학적 노화도 그만큼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전자의 차이를 보인 20% 를 제외한 나머지는 환경적 차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학적 노화는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하지만 생활에서 어떤 요인이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달라지게 하는지는 당시 밝히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새로 밝혀진 노화의 비밀은 인간은 평생 세 번 '34세 60세 78세'에 급속하게 늙는다라고 시기를 콕 짚어 규정했는데 나이별 노화 징후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유화정 PD: 34세는 청년기의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체력과 유연성이 감소하는 등 노화의 첫 번째 징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60세에는 뼈와 근육의 감소로 신체적인 불편함이 많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피부의 탄력이 감소하고 미세한 주름이나 깊은 주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특히 기억력 저하로 노화가 뚜렷해지고 더 많은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로 인지 기능의 변화나 만성 질환의 위험이 조금씩 증가할 수 있습니다.
76세는 인간의 평균 수명에 근접한 시기로 많은 사람들이 노화의 심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에너지 수준이 현저히 감소하고, 신체적 활동이나 운동에 대한 회복력이 매우 느려질 수 있습니다.
The aged care royal commission is examining the difficulties in accessing short-term respite. Source: Getty / Getty Images
유화정 PD: 2023년 한국인 기대수명은 84.3세로 10년 전보다 7세가 더 늘었습니다. 수명이 증가하는 만큼 노년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는데요.
느리게 나이 들기 위해선 신체 건강만큼 마음을 돌보고 자신에게 성취감을 주는 게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특히 노화 방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티에이징(Anti-aging)'이 아니라 '프로에이징(Pro-aging)'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진행자: 안티에이징은 일상에서 자주 듣는 익숙한 용어인데요. 안티에이징과 프로에이징은 둘 다 인간의 노화 과정(aging)을 다루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화정 PD: 안티에이징은 건강한 생활습관, 영양 균형 잡힌 식단, 주름 개선 등 피부 관리와 같은 외부적인 방법을 통해 노화를 늦추거나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프로에이징은 노화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관점입니다.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변화하는 신체와 마음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프로에이징은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풍요로움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 즉 단순히 노화를 막는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프로에이징을 취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기 존중감을 높이며,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진행자: 올해 34, 60, 78세 중 어느 하나의 근처에 있다면 오히려 행운이 아닐까 싶은데요. 프로에이징을 실천하면서 이 시기만 주의하면 급격한 노화의 파도를 이겨낼 수 있으실 테니까요.
유화정 PD: 한편 미국 애리조나대 의대 연구진은 '우아하고 곱게 늙는' 수명 연장의 비법을 공개해 주목을 끌기도 했는데요.
진행자: '우아하고 곱게 늙는 비법' 어떤 겁니까?
유화정 PD: 우아하고 곱게 늙는 첫 번째 방법은 잠을 너무 많이 자지 말라는 것. 가장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6~7시간으로 8시간 이상 잠을 자면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분씩 낮잠을 자고 매일 45분씩 걷는 적당한 운동도 곱게 늙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또 스트레스가 쌓이면 숨을 크게 내쉬고 4초간 코로 숨을 들이마신 다음 7초간 참았다가 8초 동안 입으로 숨을 내뱉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또 애정 어린 잦은 스킨십은 생활의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시켜 장수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아하게 늙는 최고의 비법은 노화를 한탄하지 않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 지혜, 깊이, 온화함 등 노년이 주는 장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인류가 자연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과제, 노화 현상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연구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