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피디: 시드니를 기반으로 하는 한인 동포 실험 미술 예술가 또는 통증 전문가라고 해야 할까요? 유지니 리 작가 오늘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지니 리 작가: 안녕하세요?
나혜인 피디: 네. 반갑습니다.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 청취자 여러분과는 오늘 처음 인사를 드리시는데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시니 먼저 한국어로 인사를 좀 해 주시죠.
유지니 리 작가: 저는 유지니 리 입니다. 저는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험 미술 예술가입니다. 만성적인 통증에 대한 작품들을 신경정신과학자와 같이 협력해 창작하고 있습니다. 한국말을 할 수는 있지만 주로 영어로 작업을 해와서 오늘은 영어로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나혜인 피디: 이제 최근에 작업하신 작품 ‘ Breakout my Pelvic Sorcery’ 한국어로 하면 ‘골반 마술에서의 탈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아주 독특한 작품인데요. 관객들에게 극심한 통증 특히 골반 통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죠.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예술을 경험하기 보다는 고문을 받는 것 같다는 분들은 없으셨나요?
유지니 리 작가: Breakout My Pelvic Sorcery 는 지속적인 만성 골반통에 대한 것인데요. 골반 통증의 경험을 생물심리사회적 관점에서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통증 과학자와 메커트로닉스 엔지니어 그리고 가상현실 기술자와의 협력을 통한 결과인데요. 실제와 같은 통증 시뮬레이션을 통해 통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대한 교육 도구를 제공하고, 사전에 형성된 ‘지속적인 골반통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에 도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요. 저는 질문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관객들이 심한 통증을 경험한다고 하신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히, 심하다거나 이 경험을 통증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요. 아마도 불편한 경험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예술은 개별 참가자의 통증 임계치를 절대로 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이 경험을 말씀하신 것처럼 고문을 받는 것으로 묘사하기도 하는데요. 전반적으로 모두가 합의한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생물심리사회적 관점에서 만성 골반통이 복잡한 것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생물심리사회적인 측면이라 함은…작품에 참여할 때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몸으로 통증을 느끼고, 심리적으로는 감정과 불안, 두려움을 통해 경험하고, 사회적으로는 관찰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참여자와 아티스트, 이때에는 제가 되겠죠. 이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 이 경험을 고통스럽게 느끼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즉. 통증을 정의하는 전체적인 경험을 뜻하는 것입니다. 나혜인 피디: 그렇다면 통증의 강도가 실제로 느끼시는 통증보다는 약하다는 말씀이신가요?
Breakout my Pelvic Sorcery participant AndrewBurrell Source: VideographerJohnADouglas
유지니 리 작가: 물론입니다. 실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정말 고문으로 묘사되고 신경정신과학자들은 실제로 만성 통증을 고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예술을 경험한다는 측면, 윤리적인 이유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실제로 사람들을 고문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말 꽤 완화된 강도이며, 꽤 참을만하다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나혜인 피디: 통증에 대한 프로젝트를 지난 수 년간 해 오셨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은 설치 미술 같기도 하고 공연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유지니 리 작가: 제 프로젝트는 주로 통증 과학과 기술이 통합된 참여 설치 예술이었습니다. 그러니 말씀하신 설치 미술, 공연 모두 맞습니다. 저는 주로 관객들과 1:1로 상호작용을 하고 한 번에 한명 씩 합니다. 저의 창의적인 여정은 지난 20년 넘게 자궁 내막증과 선근종을 앓아온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많은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과연 선근종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선근종은 자궁 내막증과 비슷한 형태인데 좀 더 복잡합니다. 자궁 내막 세포가 자궁 근육 세포에 박혀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치료제가 없고,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자궁 내막증은 어느 시기까지는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의학적 장애를 가지고 생활하면서 예술가로서의 경력을 쌓는다는 도전이 제 작품 세계의 결정적인 동기가 됐습니다. 비록 지금은 제 상태를 잘 관리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 질환에 대해 질문을 했었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니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 거죠. 그런데 저는 제가 느끼는 것을 설명할 언어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제게 “통증에 대해 말해달라, 통증을 느끼느냐?”라고 묻는데 제 통증을 묘사하거나 제가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것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그 어떤 언어도, 말이든 ,글이든, 바디 랭귀지이든 제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공유될 수 없고 지극히 개인적인 본성을 지니는 통증에 대해 의사소통 하기 위해 예술을 도구로 사용해 왔습니다. 통증 과학을 제가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호주 아트와 기술 네트워크에서 실시한 아츠와 시냅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의 프로그램은 제가 ‘정신 속의 육체’라는 작업을 하는 남호주 대학 로리머 모슬리 교수 팀과 시드니에 있는 신경정신과 연구소의 제임스 맥어리 교수 팀과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습니다. 통증 연구에 있어 뇌의 역할을 이해하고 최신 기술을 시험해 보는 것는 이들의 연구 결과가 예술가이자 통증을 설명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개인인 제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 개인적인 통증 관리가 개선된 것은 이분들이 공유해 주신 통증 과학에 대한 이해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저는 오늘날의 제게 원동력이 되는 몇 가지 질문들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첫째 모든 사람들이 상식으로 통증 과학을 이해한다는 그것이 우리 문화와 사회 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둘째. 예술이 고통에 대해 뒤처진 견해를 지니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회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라는 겁니다. 저는 이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과 통증 과학이 우리의 통증 문화에 강력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고한 확신으로 그 이후로 제 예술 작품은 통증 과학을 전파하고 인간화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Korean-Australian experimental artist Eugenie Lee Source: Anna_Kucera
나혜인 피디: 작가님의 작품은 예술이지만 과학과 맞닿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만성 통증을 지닌 환자들을 옹호하는 캠페인인 것도 같은데요. 작가님께서는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유지니 리 작가: 어떻게 제 작품을 정의할지…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저는 실험 미술 예술가입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지 않아요. 실험 예술을 정의하는 건 참 까다로운데요…제가 하는 방법은 제가 설정한 것, 즉 우리 문화에 대한 통증을 옹호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결합해요. 현대 실험 미술과 익숙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제 작업을 이해하기가 어려우실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제 작업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골반통에 대한 작업은 예술, 과학, 기술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호주 통증 전문 연구가들, 골반 통증 담당 의사 수잔 에반스 박사, 심리학자이자 공감 전문가인 시드니 대학교 클레어 애쉬톤-제임스 박사, 언어학자인 퀸슬랜드 대학 폴리 석세스 명예 교수와의 컨설팅을 통해 창의 됐습니다. 창의적인 접근법은 골반통 환자의 생생한 경험과 현재의 과학 연구라는 두 가지의 관점을 합쳐져 만들어집니다. 만성 통증을 가지고 살아온 다른 분들을 인터뷰해서 이 수집된 이야기들을 최신 과학 연구와 결합 시킵니다. 이 프로젝트는 환자가 묘사한 골반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골반통의 언어”라고 하는 수잔 에반스 박사와 롤리 석세스 교수의 최신 과학 조사로부터 수집된 정보죠. 이 조사 결과와 제가 모은 조사 결과를 함께 가지고 메커트로닉스 엔지니어와 협의해 환자들의 언어를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경험으로 바꾸는데요. 치료 기구를 해킹해서 통증을 유발하는 벨트 장치로 변환시킵니다. 만성 통증과 같은 경험을 작품에서 경험함으로써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참가자들의 행동이 적대감이나 불신보다는 자기 성찰과 함께 사려 깊은 배려라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치유로 이어지는 공감과 연결의 무대를 마련합니다. 통증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입증한다는 측면뿐 아니라 자신의 통증을 관리하는 더 생산적인 접근법이 제공된다는 측면에서 통증 과학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통증 없이 살아온 사람들 만을 대상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안고 살아왔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작품은 이분들에게 더 나은 자가 관리에 대한 특정 방향을 제시합니다.
나혜인 피디: 큰 연구 프로젝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앞서서 이제는 통증이 꽤 잘 관리되고 있다고 언급하셨습니다만 극심한 만성 통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시는 것이 쉬울 것 같지 않은데요.
유지니 리 작가: 사실 몇 년간 저도 힘들었습니다. 골반통 뿐 아니라 만성 통증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약이 없는데요. 일반적으로 통증에 도움이 될 약물적인 개입이 없습니다. 왜냐면 아편 유사제나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진통제는 사실 급속 통증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성 통증은 그 자체로 질병이며, 이에 대해서 진행된 연구가 아주 적습니다. 그리고 많은 의사들도 만성 통증에 대해 잘 알지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만성 통증은 뇌의 기능과 척수를 통한 중추 신경계에서 발생하므로 뇌와 중추 신경계 간의 의사 소통이 이상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은 부정적인 변화를 겪었고 이 변화는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극도로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왜냐면 만성 통증에 대해서는 거의 지원이 없고 의사도 통증으로 인한 자살, 우울, 고립 그리고 친구를 잃고, 심지어는 파트너나 가족들도 통증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성 통증을 지닌 사람들은 많은 시간 동안 괜찮아 보이고,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 통증을 이해시키는 것이 저도 수 년 동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2014년 제가 만성통증 연구 전문가인 신경과학자와의 작업을 시작하면서 그 연구를 배우게 됐고, 제 스스로의 통증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의 경험, 심리적인 부분, 제 삶 전체가 나아졌습니다.
나혜인 피디: 작품을 통해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지요?
유지니 리 작가: 저는 많은 분들이 만성 통증은 급성 통증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하길 원합니다. 만성 통증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생물심리사회적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사회적인 환경을 통해 경험하고 우리의 세계를 해석합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즉,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이 만성 통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통증을 더 심하게 하거나 약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만성 통증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성 통증에 면역이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어떤 급성 통증도 만성이 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복통, 심지어는 종이에 베인 상처, 부러진 발목까지 모두 만성 통증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면역력이 없죠. 그래서 통증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면 만성 통증은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고, 그 누구도 자신이 가진 통증보다 더 심한 통증을 가지고 있는 척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증에 대해서는 많은 낙인과 불신, 오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책임을 공유하고 스스로를 더 잘 교육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네. 오늘은 한인 동포 실험미술 예술가 유지니 리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만성통증에 대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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