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천둥·번개 치면 위험한 '뇌우 천식'…호주 폭우 속 경고등

Thunderstorm Asthma

Parts of Victoria have been alerted to the potentially deadly risk of asthma triggered by coming thunderstorms. Source: Flickr

3년 연속 라니냐 영향으로 호주의 올봄 강우량이 폭증함에 따라 2016년 멜버른에서 10 명의 사망자를 유발한 치명적 사태 이후 또 다른 '뇌우 천식'이 우려되고 있다.


Key Points
  • 호주, 3년 연속 라니냐 영향으로 강우량 폭증하며 뇌우 천식 위험
  • 2016년 호주 멜버른, 뇌우 쏟아진 후 유행성 천식 평소 7배 증가
  • 꽃가루 알갱이 · 곰팡이 포자 등 에어로졸 형태로 흡입 많아져
  • 일기예보 주목하고 외출 자제, 뇌우 전 알레르기 약 복용 도움 돼
지난 2016년 호주 멜버른을 중심으로 강력한 뇌우, 즉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한바탕 도시를 휩쓴 후 느닷없이 여기저기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했고, 급기야 사망자까지 발생한 초유의 사태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사망자가 10명에 이르고, 만 4천여 명이 응급 천식 치료가 요청되면서 호주 의료 시스템이 위기에 봉착해, 이른바 '뇌우 천식(thunderstorm asthma)'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비와 천둥번개로 인해 천식에 영향을 받고 사망까지 이른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호주의 봄철 늘어나는 강우량과 함께 경고되는 ‘뇌우 천식’,  뇌우 천식이란 어떤 것이고 어떤 대처법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봅니다.

컬처 IN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호주가 3년 연속 라니냐 영향권에 들면서 올봄에서 초여름까지 강우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예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 빅토리아주 보건부가  ‘뇌우 천식’에 대한 대비 경고를 냈죠?

유화정 PD: 앞서 호주 기상청은 올해 9월에서 11월 사이 호주 동부 지역에 대한 라니냐 경보 단계를 격상하면서 70% 확률로 또다시 라니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빅토리아주 보건부는 올봄 강수량 증가로 멜버른에서 또다시 치명적인 뇌우 천식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는데요.

빅토리아주 보건부는 "평소 천식이나 봄철 헤이 피버를 앓았던 이력이 있거나 또는 꽃가루 철에 재채기나 호흡곤란 증세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지금 바로 GP나 약사를 찾아 뇌우 천식 발생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2016년 빅토리아주 일대에서 발생한 치명적 ‘뇌우 천식’으로 열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이 병원에 입원하는 초례의 사태 전례가 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2016년 11월 21일 멜버른을 강타한 뇌우로 인해 발생한 초유의 의료사태였는데요. 당시 높은 꽃가루 오염도(pollen levels)에 강한 바람과 고온 다습한 날씨, 여기에 한랭 전선이 더해져 누구도 예기치 못한 심각한 뇌우 천식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뇌우 천식은 공기 중 높은 꽃가루 농도가 강풍을 동반한 특정 형태의 뇌우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하는데, 특히 천식이나 헤이 피버가 있는 사람들에겐 자칫 사망까지 이르게하는 치명적인 천식 발작과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통상 10월 초에서 12월 말까지 이어지는 꽃가루 계절 기간 중 천식과 헤이 피버 환자가 증가하고 뇌우 천식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Melbourne Thunderstorm Asthma
2016년 11월 21일 멜버른을 강타한 뇌우로 인해 초유의 '뇌우 천식' 의료 사태가 발생했다. Source: SBS
진행자: 심한 알레르기나 천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는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건데, ‘뇌우 천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고 어떤 증상이 동반되나요?

유화정 PD: 뇌우 천식은 천둥을 동반한 폭우 직후 시작되거나 악화되는 천식 발작입니다. 천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병할 수 있지만, 특히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건초열, 호주에서는 헤이 피버라고 불리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콧물, 재채기, 눈의 가려움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알레르기와 임상 면역학 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계절성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 중 65% 이상이 뇌우 천식을 경험했다고 보고됐습니다.

또한 뇌우로 야기된 천식 발작은 증상이 가볍지 않습니다. 발작을 일으킨 사람 중 거의 절반이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상식적으로 좀 이해가 더딘 게, 비가 오는 날씨는 오히려 알레르기로 유발되는 천식 증상을 완화하지 않나요? 비는 공기를 정화해 꽃가루 수를 낮출 것 같은데요.

유화정 PD: 정확한 지적인데요. 비는 공기를 정화함으로써 꽃가루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씨는 알레르기로 유발되는 천식 증상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뇌우는 다르다고 의학자들은 말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공기 중에 떠다니던 꽃가루가 물을 머금고 수천 개 조각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지게 되는데, 이 작은 입자들이 기도와 폐 속까지 뚫고 들어가 천식을 일으키는 겁니다.

뇌우는 강한 바람도 동반하는데, 이 바람을 통해 많은 양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단 시간에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호주 멜버른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건조한 날씨에 1입방미터(㎥)당 평균 910개였던 꽃가루 미세 입자가 뇌우가 나타난 뒤에는 1㎥당 5만 4000개로 60배나 증가했습니다.
Thunderstorm
뇌우는 강한 바람도 동반하는데, 이 때 많은 양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단 시간에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된다. Source: Pixabay / Pixabay/Public Domain
진행자: 천식과 헤이 피버, 독감 그리고 코로나 19 모두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질병이죠. 이들에는 유사한 증상이 많아 혼란스럽기도 한데, 차이점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유화정 PD: 일반적인 코로나19의 증상은 기침이나 인후염을 동반하고, 숨이 차거나 열이 나면서 오한이 느껴지고, 또 후각이나 미각을 느끼지 못하고 콧물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죠.

헤이 피버(hay fever)의 경우에도 콧물이나 재채기, 빨갛게 충혈되는 눈 등이 증상으로 나타나서 겉으로 보기에는 구분이 쉽지 않은데요. 피버(fever)라는 이름과 달리 헤이 피버는 열을 유발하지 않고요. 보통 근육통이나 몸살과도 관련이 없습니다. 전문의학자들은 헤이 피버에 있어서 목의 불편함은 일반적으로 통증보다는 자극이라고 말합니다.

천식은 호흡곤란과 기침, 거친 숨소리 등의 증상이 반복해서 발작처럼 나타납니다. 폐 속 기관지가 알레르기에 의해 아주 예민해지고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기관지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요인은 미세 먼지나 꽃가루, 황사, 스트레스 등 다양합니다.
진행자: 봄만 되면 꽃가루가 날리면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이 심한 비염과 결막염, 천식 증상으로 괴로움을 겪는데, 헤이 피버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정말 재채기가 시도 때도 없이 나니까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헤이 피버가 천식과도 연관성이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앞서도 언급됐 듯 호주에서는 봄철인 10월에서 12월 초에 꽃가루 정점을 이루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꽃가루 시즌이 짧고 강력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꽃가루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상당히 예민하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로열 멜버른 병원의 천식 및 알러지 전문의 조 더글라스 교수에 의하면, 헤이 피버에 걸리면 천식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고 하는데요. 이는 헤이 피버 증상인 가쁜 숨을 쉬거나 잔기침으로 인해 천식에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뇌우 천식’은 호주에서 처음 보고됐나요? 아니면 이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나요?

유화정 PD: ‘뇌우 천식’은 1987년 호주 멜버른에서 처음 보고됐고, 지난 1994년 6월 영국 런던에서도 뇌우가 내린 뒤 640여 명이 천식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에서도 간간이 보고되면서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호주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천식 발생률을 보이고 있어, 뇌우 천식 발생률 역시 높은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grass pollen
뇌우 발생 시 일부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치명적인 천식을 겪을 위험성이 큰 것으로 보고 됐다. Source: AFP
진행자: 아시아 이민자들이 천식, 헤이 피버, 알레르기 질환 위험성 높다는 보고도 나왔었죠?

유화정 PD: 뇌우 발생 시 일부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치명적인 천식을 겪을 위험성이 커졌다는 조사 결과에 기인한 것인데요. 2016년 멜버른에서 뇌우 천식이 강타할 당시 천식 증세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의 40%가량이 동아시아와 인도 출신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만 4천여 명이 응급 및 입원 치료를 받았고, 18세에서 57세 사이의 7명의 남성과 3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는데, 뇌우 천식으로 사망한 10명 중 6명이 동부와 남부 아시아 출신들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그룹의 출신자들이 왜 알레르기에 더욱 취약한지에 대한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뇌우 천식의 사인 규명을 위해 실시된 심리 조사에서 로얄 멜버른 병원의 조 더글라스 교수는 사망한 환자들이 사망 전 바깥 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모나쉬 대학 연구팀이 먹으면 장기간 헤이 피버에 보호받을 수 있는 알약 개발해 임상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 앞으로 뇌우 천식 대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끝으로 뇌우 천식을 예방하려면 어떤 주의가 필요할까요?

유화정 PD: 특별한 예방 대책이라기보다 상식적인 수준의 예방법인데요.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씨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 등을 닫아야 합니다.

평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면 뇌우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꽃가루 알레르기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호흡 곤란 환자들을 위한 흡입기를 미리 준비해둡니다.

천식이나 봄철 헤이 피버를 앓았던 이력이 있거나 꽃가루 계절에 재채기나 호흡곤란 증세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지금 바로 GP나 약사를 찾아 뇌우 천식 발생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진행자: 올봄과 여름 라니냐 영향으로 또 다른 뇌우 천식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뇌우 천식이란 어떤 것인지’ 이에 대한 내용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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