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사랑합니다. 자주 김치를 먹고 있어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죠. "
남호주에 사는 사라 플레밍은 5년 전 한국 문화를 접하고 애들레이드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김치를 처음 접했다. 하지만 당시 김치를 처음 접했을 때의 반응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김치를 처음 먹었을 때 제 반응은 베지마이트를 처음 먹는 사람의 반응과 비슷했어요. 김치에 대한 첫 느낌은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하지만 계속 김치를 먹으면서 달라졌죠. 지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김치에 대한 사라의 입맛이 바뀐 만큼, 호주인들의 김치에 대한 반응 역시 크게 달라졌다.
사라는 요즘 호주 어느 곳을 가든 쉽게 한국 식당과 김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호주에서 김치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뻐요. 애들레이드에도 김치를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점점 늘고 있죠. 한국 문화와 음식이 널리 알려져서 기뻐요. 제 주변에서도 김치를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Kimchi is a traditional Korean dish of salted and fermented vegetables. Credit: neomistyle/Getty Images
한식의 중심 ‘김치’
김치는 한국의 전통 발효 식품으로 학술용으로 조사된 김치의 종류만도 330종이 넘는다.
시드니 펀다 레스토랑의 장정수 셰프는 한식을 소개할 때 김치를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다고 말한다.
장셰프는 “김치는 모든 한국인이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음식"이라며 "한식이 곧 김치고, 김치가 곧 한식”이라고 말했다.
장셰프는 이어서 “김치가 한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유는 김치로 모든 한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김치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몇몇 음식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것이 바로 김치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덧붙였다.
김치는 모든 음식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장셰프는 펀다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김치 국물을 활용한 김치마티니를 자랑했다.
예상 밖의 호응을 얻은 김치마티니는 김치 오일 혹은 오이지 국물을 넣은 칵테일이다.
장정수 셰프는 “옛날에는 한국 사람 이외 외국인들은 김치 냄새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 사람들이 김치향을 굉장히 좋아하고 음식에 오픈돼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장셰프는 앞으로 김치를 활용한 더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셰프는 “튀긴 김치나 퓌레를 이용하는 방법 등 사람들에게 더 친숙한 방법으로 김치를 응용해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 사회에 한식과 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인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지난해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기념하며 ‘김치와 함께하는 맛있는 5일’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5 Days Kimchi Delight’ workshop by the Korean Cultural Centre in Australia. Credit: Korean Cultural Centre in Australia
김실무관은 “김치를 빼놓고는 한식을 홍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한식을 홍보하는 입장에서 김치는 뺄 수 없는 메뉴”라고 강조했다.
식품 대기업 CJ, 호주에서 직접 김치 생산
한국 김치의 해외 수출량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고국의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출량은 4만 4041톤에 달한다.
김치는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90개 이상 국가에 수출됐고 수출액은 2022년보다 11% 증가한 1억 5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2만 3천 톤 정도였던 김치 수출은 지난해 4만 4천 톤으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한국산 김치가 가장 많이 수출되는 곳은 일본과 미국이며, 네덜란드, 호주, 영국이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한국산 김치가 호주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호주인들 중에는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먹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라 씨는 피시소스가 들어간 김치보다 담백한 베지테리안 김치를 더 좋아한다며, 생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피시소스를 넣지 않은 김치를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식품 대기업 CJ는 신선한 호주 원재료를 가지고 호주에서 직접 생산한 김치를 호주 식탁에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CJ 오세아니아 차유진 법인장은 “그동안 호주에서는 한국에서 수입된 비비고 김치만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호주 내 비비고 김치의 가장 큰 소비층인 한국 소비자분들 가운데 갓 담근 김치에 대한 니즈가 강하게 있었다. 또한 케이 푸드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고 김치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 또한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호주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호주 로컬 소비자들의 경우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강해 현지 재료를 사용한 김치를 비비고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Kimchi on the shelves of Korean grocery market. Credit: SBS Korean
차법인장은 “퀸즐랜드와 빅토리아에 위치한 해발 450 미터에서 1천 미터 사이에서 생산된 고랭지 배추를 사용하고 있다. 배추뿐만 아니라 무, 양파, 파 역시 신선한 호주산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식감과 맛을 풍부하게 구현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유진 법인장은 또한 막 담근 신선한 김치뿐만 아니라 잘 익은 김치에 대한 호주 시장의 니즈도 파악된다며 다양한 김치를 호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차법인장은 “현지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니즈를 맞출 수 있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김치를 생산함으로써 김치 카테고리가 고도화되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From left to right: Eugene Cha, Managing Director of CJ Foods Oceania and Jung-Su Chang, the executive chef of Funda restaurant in Sydney. Credit: SBS Korean
김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렇다면 김치가 최근 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의 윤선민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윤선민 원장은 “팬데믹을 거치며 김치가 저항력을 올려줄 수 있는 건강 음식이라는 기사가 전 세계에 퍼졌다”며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내용물 자체가 굉장히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 전 세계에 퍼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선민 원장은 호주인들에게 김치 소개를 할 때마다 베지마이트에 대한 예를 많이 든다고 말한다. 윤원장은 호주의 경우 아시아 쪽과의 접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효 음식에 대한 경험도 많고, 거부감도 별로 없기 때문에 김치가 건강한 발효식품이라고 소개하면 많은 사람이 개방된 마음으로 음식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CJ 제일제당 글로벌연구소 김치전문가 최승혜 씨는 “김치는 많은 양의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및 기타 기능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김치와 김치 유래 유산균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예방 및 대장건강 증진, 면역조절 기능, 항동맥경화/항고혈압 효과, 항산화/항노화 효과, 항비만 효과, 바이러스 감염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잘 익은 김치에는 김치 1g당 1억~10억 마리에 해당하는 유산균이 존재하며, 같은 양의 요구르트에 함유된 유산균 숫자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치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기를 설명할 때 케이팝, 케이 드라마, 케이 무비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윤선민 문화원장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저변을 넓히게 됐다. 한국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김치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호주에 사는 사라 씨 역시 딸이 좋아하는 케이팝 스타의 음악을 듣다가 본인도 한국 문화와 음식에 빠져들었다고 말한다.
"딸이 BTS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딸과 같이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에 저도 같이 음악을 듣게 됐는데요. 너무 좋아서 그다음부터 케이팝을 듣게 됐고 한국 문화와 음식에 빠져들게 됐죠."
From left to right: Sunmin Yoon, Director and Ahyoung Kim, manager for the Korean food program at the Korean Cultural Centre in Australia. Credit: SBS Korean
김아영 실무관은 “10년 전에 김치 행사를 하면 호주인들로부터 김치가 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래서 김치란 무엇이고, 발효 음식이라는 설명 자체를 많이 해야 했다”며 “하지만 요즘 김치 행사를 하면 이미 방문객들이 김치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계시고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는 김치를 우리에게 설명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되냐는 식으로 추가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펀다 레스토랑의 장정수 셰프도 김치를 대하는 호주인의 반응이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장정수 셰프는 “예전에는 그냥 발효된 피클의 한 종류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사람들이 한국인의 대표 음식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케이 컬처가 인기를 얻다 보니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김치 먹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 많아졌고, 김치에 대한 이질감이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드니한국문화원의 윤선민 원장은 김치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한국인의 나눔과 정을 대표적인 아이콘이라며, 앞으로도 세계인의 김치 사랑이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선민 원장은 “김치는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고 나눔과 정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며 “함께 김장을 하고 김치를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는 것이 한국의 문화다. 이런 따뜻한 마음이 김치를 통해서 더욱 잘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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