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경력 많은 기술 이민자들, 호주에선 오히려 ‘경력 후퇴’

A composite image of a man speaking in front of a gym.

Chilean-born Antonio Mitchell, a physiotherapist, has been unable to work in his field since migrating to Australia in 2019. Source: SBS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경제 이슈 정리해 보는 친절한 경제, 오늘은 기술 이민자들의 인력 부족직군과 관련한 소식 알아봅니다.


나혜인 PD: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경제 이슈 정리해 보는 친절한 경제, 오늘은 기술 이민자들의 인력 부족직군과 관련한 소식 알아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호주의 이민제도에는 인력 부족 직군에서 필요한 근로 인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 이민 제도가 포함됩니다. 그런데 호주의 기술 인력 유치 프로그램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기업 및 노조, 사회 복지 및 지역 사회 조직 연합은 호주의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호주의 기술 인정 시스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미첼 씨는 상당한 실력과 경력을 갖춘 기술이민 출신 물리치료사인데요, 처음 호주로 이주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경력에 "정말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합니다. 칠레 출신인 미첼 씨는 물리 치료사로 훈련을 받았으며 2018년 호주로 이주하기 전에 칠레의 전문 병원에서 5만 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물리치료사입니다. 그는 호주로 이주하면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몇 년 후퇴한 셈이 됐는데요, 여전히 호주에서 자신의 능력과 자격을 인정받는 과정에 있습니다.

나혜인 PD: 2018년에 호주에 도착했으면 6년째가 되는 것일텐데 아직도 물리치료사 자격을 인정받는 중이라면 해당 직종에서 아직 일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얘긴가요?

홍태경 PD: 그런 셈이죠. 미첼 씨는 "호주에 도착했을 때 내가 아는 것, 지난 몇 년 동안 해온 경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경험이 내가 일할 자격을 얻는 데 어떤 식으로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즉, 미첼 씨는 호주에 도착해서 물리치료사로서의 일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나혜인 PD: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실제로 경력이 있는 많은 이민자들이 겪고 있는 일입니다. 특히 물리치료사는 정부의 기술 우선 순위 목록(에 있는 직업인데, 이 목록에는 부족한 직업군과 예상되는 미래 수요가 나와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를 따라 들어가보면 각 주별로 어떤 직업군이 부족한지 목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리치료사는 거의 전국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와 있는 직종인데요, 하지만 미첼 씨는 칠레에서의 경력을 아직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물리치료사 직종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웨이터와 배달 기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건설 현장에서 연구 조수 일자리를 구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농촌 지역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기술 부족직군의 현실과 "격차"를 가장 많이 느꼈다고 말하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물리 치료를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닥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죠. 현실과 이민 정책의 격차는 매우 충격적일 정도로 컸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나혜인 PD: 하지만 미첼 씨의 경우에는 물리치료 분야 외에도 다른 관련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아볼 수는 없었을까요?

홍태경 PD: 물론 다른 "괜찮은 직종"이 있다는 것을 미첼 씨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호주에서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물리치료 실습을 시작한 지 이미 몇 년이 지났습니다. 이 과정을 마쳐야 호주에서 물리치료사로서 직업을 이어갈 수 있는데요, 하지만 미첼 씨는 아마도 이 과정을 완료해도 주니어 물리치료사나 학사 학위를 갓 마친 사람과 동급에서 경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에게 호주 이민은 커리어상에 후퇴를 가져왔습니다. 제가 아는 것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업 및 노조, 사회 서비스 및 지역 사회 조직의 새로운 연맹인 액티베이트 오스트레일리아 스킬(Activate Australia's Skills)에 따르면,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미첼 씨만이 아닙니다. 화요일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영주 이민자(약 62만 명)의 44%가 자신의 기술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중 60%는 기술 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로 이민했습니다. 이 연맹은 모든 산업군에서 3개 직업군 중 1개가 인력 부족 상황으로 "기술 인력의 국가적 위기" 상황임을 언급하며 기술 인정 시스템의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10월 초 캔버라에서 출범한 이 연맹은 또한 호주에 이미 거주하고 있는 해외 기술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인력이 절실한 지역으로 보내도록 조치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의회에 보냈습니다.

나혜인 PD: 기술 부족 직업군은 여전한 반면에 일할 능력을 갖춘 이민자들은 현장에 투입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한데요,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미로처럼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작년 10월 잡 앤 스킬 오스트레일리아(Jobs and Skills Australia)가 발표한 최신 기술 직업 부족군(SPl)에 따르면 평가 대상에 오른 직업의 36%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2년 대비 5%, 2021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라고 액티베이트 오스트레일리아 스킬스(Activate Australia's Skills)는 밝혔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부족군은 의료계, 엔지니어링, 무역과 같은 고숙련 직업군에서 발생했습니다. 신규 이민자와 난민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인 세틀먼트 서비스 인터네셔널(Settlement Services International, SSI)의 바이올렛 루멜리오티스 대표는 숙련 이민자들의 기술 자격이 인정된다면 이러한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영구 이민자의 거의 절반이 자신의 기술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지역 사회와 동네 주민들이지만, 매우 번거롭고 값비싼 경력 인정 시스템과 싸우고 있습니다."

루멜리오티스 대표는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번잡한 관료주의 관행"과 "실제 기술이나 경험과는 무관한 장애물"로 인해 그들의 기술적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가 보낸 공개 서한에는 경력 인정을 받기 위한 비싼 수수료, 과거 방식의 서류 작업 요구 사항, 느리고 복잡한 프로세스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나혜인 PD: 호주는 현재 숙련된 기술을 지닌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금처럼 구시대적인 서류 작업이나 느린 프로세스가 계속되고 패스트 트랙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을 거란 우려가 됩니다. 안토니오 미첼 씨처럼 부족 직업군에 속한 직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홍태경 PD: 지난해 12월 연방 정부가 호주 이민 시스템 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 가운데 ‘잡 앤 스킬 오스트레일리아(Jobs and Skills Australia)’는 183개의 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슈 무술이나 요가 강사(Wushu Martial Arts and Yoga Instructor), 보석 디자이너(Jewellery Designer), 개 조련사(Dog Trainer), 예술 감독(artistic directors), 다이버(diver)등이 포함됐습니다. 또 최고 경영자 혹은 고위 임원(Chief Executive or Managing Director), 영업 및 마케팅 매니저(Sales and Marketing Manager), 광고 매니저(Advertising Manager), 연구 및 개발 매니저(Research and Development Manager), 최고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와 같은 기업의 고위직도 상당수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민자들이 많은 등록 간호사(registered nurses)와 조산사(midwives), 간호 관련 업무 직군들(nurse practitioners, nurse researchers) 역시 핵심 기술 우선순위 목록에 포함돼 있고 초음파검사(sonographers), 진단 방사선(diagnostic radiographers), 마취(anaesthetists) 분야를 비롯해 일반의(GP), 외과 의사, 전문의도 포함됐습니다. 이 밖에도 초안에는 총 183개의 직업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혜인 PD: 많은 한인 이민자들이 종사하는 분야와 이미 한국에서 경력을 갖고 이민을 온 분들에 해당하는 직업군들이 눈에 띄는데요, 아무쪼록 정치권에서 좀 더 가시적인 움직임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기업 노조 연맹은 어떤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건가요?

홍태경 PD: 50여개가 넘는 기업들이 입을 모아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알리안츠(Allianz)를 비롯해서 마스터 빌더스 오스트레일리아(Master Builders Australia), 호주 사회복지 위원회(Australian Council of Social Service, ACOSS), 호주 소수민족 연합(Federation of Ethnic Communities' Councils of Australia, FECCA), 호주 난민위원회(Refugee Council of Australia)를 포함한 지역 사회 조직 및 노조 등이 지원합니다.

이 캠페인에는 네 가지 핵심 요구 사항이 있습니다. 모든 해외 기술 및 자격 인정을 위한 국가 정부 시스템 구축, 규제 권한이 있는 옴부즈맨 설립, 번거로운 절차를 줄인 "원활한" 프로세스, 자격 인정을 받는 사람을 위한 재정 지원, 그리고 자격을 갖춘 기술 이민자들이 해당 직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이민자 취업 경로 허브"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나혜인 PD: 이 연맹이 주장하는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의 입장을 좀 들어보죠.

홍태경 PD: 앤드류 자일스 기술 및 훈련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기술 심사를 간소화하기 위해 18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호주의 주택 건설 산업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관련 자격을 가진 국가에서 온 1,900명의 건설 기술 이민자에게 적용됩니다. “또 다른 2,600건의 기내용 건설 직업군에 대한 자격 심사 신청도 우선적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자일스 장관은 말했습니다.

알바니지 정부는 또 더 많은 호주인이 필수 직업군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국가 기술 협정(National Skills Agreement)을 통해 VET(직업 훈련) 부문을 강화하고 무료 TAFE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에 대한 재정적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주 및 테러토리와 협력해오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나혜인 PD: 네 잘 들었습니다. 친절한 경제, 오늘은 호주의 인력 부족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 이민자의 호주 자격 인정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소식 함께 살펴 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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