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 PD(이하 진행자): 호주 국경 봉쇄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2020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이 된 지금도 국경 재개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국경 봉쇄로 인해 호주 경제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학산업에 대한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유학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자세한 내용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알아봅니다. 홍태경 PD, 팬데믹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갔던 호주 내 유학생들이 지난달 다시 입국하기 시작했죠?
홍태경 PD: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호주 국경이 봉쇄된 이후 고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들은 학업을 유지하고 싶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반년 이상 지속됐는데요, 지난 달 30일에 국경 봉쇄 이후 처음으로 유학생들이 호주 땅을 밟았습니다. 중국과 홍콩,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찰스다윈대학(CDU)의 유학생 63명이 30일 오전에 다윈 국제공항에 입국하면서 유학생 귀국 파일럿 프로그램의 첫 테이프를 끊은 건데요, 이전에 남호주와 캔버라에서도 유학생 귀국 시범 사업을 계획하다가 코로나19의 2차 유행으로 잠정 연기된 바 있는 만큼 앞으로 코로나19 진정세가 지속되면 다른 주에서도 유학생 귀국 프로그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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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63명,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호주 입국’
진행자: 그렇군요. 일단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는 점이 고무적인데요, 실제로 유학생들이 호주를 떠나면서 호주 경제에도 굉장한 손실이 있지 않았습니까?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지난 경제브리핑 시간에도 이미 전해드렸듯이 수많은 유학생들이 호주를 떠나면서 입은 시드니의 경제적인 손실만도 2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호주 내 전체 유학생의 수는 약 56만 5천 가량인데요, NSW주에서만 약 8만명의 유학생들이 호주를 떠났고 시드니 경제뿐만 아니라 호주 전체 경제에 107억 달러의 손실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유학산업의 매출뿐만 아니라 학교 주변의 상권도 함께 침체를 겪으면서 매출이 70% 이상 급감하는 등 극심한 타격을 입은 건데요, 설상가상으로 팬데믹 상황 초기에 연방정부가 유학생들과 같은 임시비자 소지자들보다는 자국민을 위주로 재정적 지원을 하는 정책 방향을 고집하면서 급기야 ‘스스로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는 임시비자 소지자는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발언으로 많은 유학생과 이민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죠.
진행자: 그로 인해 버티지 못하는 많은 유학생과 임시비자 소지자들이 실제로 호주 출국 러쉬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호주에 실망한 유학생들이 목적지로 호주가 아닌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는 보도도 이어졌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호주의 학생비자를 신청해 놓은 상황에서 국경 봉쇄로 입국이 무제한으로 연기되자 호주 학생비자를 포기하고 다른 영어권 국가인 캐나다나 뉴질랜드로의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건데요, 불확실한 미래가 예상되는 호주보다는 유학생들에게 문이 열려 있는 캐나다로 방향을 바꾸게 되는 거죠.
IDP 커넥트가 지난 달 발표한 유학생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3%)은 캠퍼스로 조만간 갈 수 없다면 유학 목적지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뉴질랜드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치가 59%를 기록하며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이 설문 조사에는 호주 대학에 입학 신청을 했거나 입학 허가를 받은 유학생 1500명 이상이 참여했는데요, 호주에 오기를 희망하는 학생들 중 60%는 자가 격리 비용 일부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현실은 국경 봉쇄로 인해 호주 입국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호주 밖에서 신청한 유학생 비자 신청 건수는 올해 1월에서 7월 사이 4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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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캐나다로 눈 돌리는 유학생이 늘고 있다”
진행자: 이제 막 유학생 귀국 시범 프로그램의 첫 발을 내디딘 호주 정부도 유학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호주 정부도 뒤늦게나마 팬데믹으로 호주정부에 크게 상심한 유학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 변화를 내놓는 상황입니다. 지난 7월에는 학생비자 신청 방법에 있어서 다양한 변경 사항을 발표하면서 팬데믹 이후의 유학생 유치를 위한 자구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변경 사항을 간단히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비자 기간 내에 학업을 완료하지 못하게 된 현 유학생들은 또 다른 학생비자를 무료로 신청할 수 있고, 코로나19 때문에 호주 밖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는 학생비자 소지자들은 ‘졸업 후 취업비자(post-study work visa)’ 신청 시 호주 내 학업 요건에 이 기간이 합산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호주로 돌아올 수 없는 대학 졸업자는 호주 밖에서 ‘졸업 후 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게 되고 영어 점수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비자 신청인에게 추가 시간이 주어지는 등 다양한 혜택을 내놓았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이 변경사항에 대한 연장선 상으로 20201년 내년부터는 학생비자 소지자들에게 또다른 혜택이 주어진다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이후 취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졸업생 비자(Temporary Graduate visa)를 선택해 호주에 더 체류하면서 일을 하거나 영주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기존에는 1년 반에서 2년이 주어졌던 이 졸업생 비자에 내년부터는 세부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적용됩니다. 이 정책은 기술이민자들의 지방 지역 분산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실시됐던 ‘지방기술이민비자’와 같은 맥락에서 지방 지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에게 더 장기적으로 호주에 체류할 수 있도록 졸업생 비자 기간을 대폭 늘린 것인데요, 연방 정부는 이와 같은 정책으로 유학생들을 지방지역으로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지방 대학과 지역 경제에 필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변경되는 건가요?
홍태경 PD: 가장 큰 변화는 지방 지역에서 학업을 유지하며 거주하고 있는 졸업생 비자 소지자에게는 두번째 졸업생 비자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졸업생 비자를 받은 후에도 지방 지역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조건인데요, 시드니와 멜번, 브리즈번의 유학생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학부 졸업생의 경우 2년의 졸업생 비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지방 지역의 대도시, 즉 퍼스, 애들레이드, 골드코스트, 캔버라, 선샤인코스트, 뉴캐슬, 울릉공, 그레이터 질롱, 호바트 등에서 유학한 졸업생은 추가 1년이 연장 가능해지면서 3년 간의 졸업생 비자를, 그리고 지방의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 유학한 학생은 추가로 2년이 늘어난 4년 간 졸업생 비자로 생활할 수 있게 됩니다. 지방 지역도 이렇게 2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더 세부적으로 추가 연장 혜택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진행자: 그렇군요. 졸업생 비자는 취업이나 학업에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비자인거죠?
The period of grant for a second TGV will be determined based on where the student studied and where they lived on their first TGV, as per the above categories Source: Supplied by Department of Home Affairs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풀타임 근무는 물론이고 추가적인 학업이나 여행 등의 이동에도 제한이 없는 비자이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졸업 후에 대부분 졸업생 비자 기간을 거치면서 미래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호주에 체류하면서 취업 기회를 엿보거나 영주권 취득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번 졸업생 비자 기간 연장을 내세운 호주 정부의 정책은 유학생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적인 변경 사항이라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디킨대학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76%의 유학생들이 호주에 머물며 일할 수 있는 졸업생 비자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인도 학생들은 학업 후 취업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이 졸업생 비자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특히 영주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1-2년이라는 시간이 추가된다는 것은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멜버른에 본사를 둔 이민전문가 란비르 싱 씨도 이번 졸업생 비자 연장 정책은 지방에서 거주하는 유학생들에게는 굉장히 환영할만한 소식이라는 평가인데요, 특히 기술이민 과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졸업생 비자가 1~2년 더 연장되면 영주권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또한 많은 유학생들이 호주 국경 봉쇄로 인해 캐나다와 영국 같은 다른 영어권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호주 지방 지역으로의 유학을 최종 목적지로 선택하도록 잠재적인 유학생들을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진행자: 유학생 유치를 위한 호주 정부의 졸업생 비자 정책 변경 사항, 홍태경 프로듀서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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