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2024 시드니 페스티벌, 판소리 인형극 ‘수궁가’ 초청
- 판소리 소리꾼 노은실의 인형극에 첼리스트 얀 페치 연주 더해
- 극단 목성 문수호 대표 “언어를 쓰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를 가지고 있어서 해외 공연에 적합”
주양중 프로듀서 (이하 진행자): 바닷속 용왕과 자라, 토끼의 이야기를 담은 판소리 ‘수궁가’가 올해 시드니 페스티벌에 초청됐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시드니 레벨 시어터에서 첫 공연을 가졌고요, 14일 일요일에 마지막 공연을 마쳤습니다. 올해 시드니 페스티벌을 빛낸 판소리 인형극 ‘수궁가’ 공연에 직접 다녀온 박성일 프로듀서와 함께 이번 공연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박성일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박성일 프로듀서(이하 박성일): 안녕하세요
진행자: 수궁가를 모르는 한인 청취자 여러분은 없을 것 같은데요. 어릴 때부터 접했던 아주 익숙한 이야기죠. 자라의 꾐에 빠져 용왕 앞에 간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 살아 돌아오는 이야긴데요.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판소리지만, 호주인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지가 궁금한데요.
박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한 노은실 씨와 체코에서 유학을 한 문수호 감독이 만든 수궁가는 호주 공연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판소리 인형극 수궁가를 준비한 극단 목성의 문수호 대표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해외 관객들이 수궁가에 장벽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문수호 대표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시죠.
문수호: 처음에 이 공연을 만들었던 장소 자체가 해외였습니다.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다 보니까 연희적인 것들이 많이 첨가된 공연입니다.
여러 가지 언어를 대신하는 요소들이 많아요. 음악이라든지 또는 비주얼이라든지 또 오브제들이 등장함으로써, 인형 같은 경우에도 그렇죠, 그 사람의 캐릭터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언어를 쓰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를 가지고 있어서 해외에서 공연하기에 굉장히 적합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일: 저도 이날 공연을 직접 봤는데요. 전통 판소리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형극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연극적인 어법을 더하고, 중간중간 영어까지 사용하는 등 해외 관객을 위한 아주 색다른 판소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첫날 공연에는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관람객들이 주를 이뤘는데요. 판소리로 인형극이 진행될 때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웃고 즐기는 소리가 정말 많이 들렸습니다. 아이들이 인형극을 정말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체코, 영국,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판소리 인형극 공연을 한 문수호 대표 역시 호주 공연의 특별한 기억으로 이 점을 꼽았습니다. 같이 들어보시죠.
문수호: 항상 해외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판소리라고 생소하게만 느끼지 않고 굉장히 가깝게 느끼세요. 우리는 판소리라는 이름이 있지만 이들은 재미있느냐 없느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죠. 관객 반응을 보면 항상 재미있게 잘 보시는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서 공연을 했을 때 영국이라든지 또는 오클랜드에서 했을 때는 전문가들이라든지 또는 성인 관객들이 많이 왔는데요. 오늘 같은 경우에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공연을 보기에 훨씬 좀 더 적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에서 공연을 할 때는 전문가들과 성인 관객들이 많았지만 호주 공연에서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다,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네요.
박성일: 그렇습니다. 첫날 개막 공연을 관람한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의 김지희 원장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수궁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전통문화가 호주에서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는데요. 김지희 원장의 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
김지희: 저도 오늘 현장에서 직접 공연을 관람을 했는데 현지에 많은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방문해서 한국의 전통 전래 동화적 요소인 수궁가 내용을 잘 따라가고, 같이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시드니 페스티벌은 매년 1월에 시드니에서 열리는 현지에서 가장 큰 문화 예술 축제 중 하나입니다. 문화원에서도 항상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한국 문화 예술 알리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창구로 생각해 왔던 축제인데요, 올해 시드니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전통 예술을 소개했다는 자체로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통 예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문화건 그 나라만의 독특한 민족적인 색채가 녹아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접근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장르인데요. 시드니 페스티벌을 통해서 한국의 전통 예술이 호주 관객들과 매우 긍정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김지희 원장이 시드니 페스티벌은 한국 문화 예술을 알리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창구라고 말했는데요. 페스티벌 주최 측이 판소리 인형극을 초청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네요. 공연장에서 페스티벌 책임자도 만나봤다고요?
박성일: 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올리비아 안셀 시드니 페스티벌 디렉터를 만나봤는데요. 올리비아 디렉터는 시드니 관객들이 수궁가에 푹 빠져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들어보시죠.
올리비아 디렉터는 시드니 관객들이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인형극,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에 노래 가사, 이야기 여정을 노래하는 노은실 씨의 훌륭한 목소리가 어우러졌다고 극찬을 했습니다.
올리비아 디렉터는 전 세계에서 꽤 많은 인형극을 봐 왔지만 이런 형태로 협업이 이뤄진 공연은 처음이라고 말했는데요. 판소리 인형극 수궁가가 공연되는 동안 옆에서는 첼리스트 얀 페치가 아름다운 첼로 연주를 함께 했습니다.
올리비아 디렉터는 문수호 대표가 체코에서 학교를 다니고 또 그곳에서 얀 페치를 만난 점이 흥미롭다면서 이 작품을 이렇게 독특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모든 창작자들이 현대적인 협업을 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문화원의 김지희 원장은 최근 들어 한국 전통 음악이 다른 문화와 융합하면서 더 크게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김지희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지희: 한국 전통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전통 음악이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음악들이 섞일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판소리나 가곡 같은 성악이나, 여러분들께서 다 아시는 가야금, 거문고와 같은 현악, 타악, 관악까지 아우르는, 다양하게 편성될 수 있는 기악이 있고요. 또 향유된 계층으로 봐서도 궁중에서 연주되던 아악과 서민들이 향유하던 민속악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향유하는 계층으로, 음악의 성격 등 굉장히 다양한 장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전통 음악을 즐길 때는 한편으로는 궁중의 위엄도 느낄 수 있고요.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의 DNA에 녹아있다고 하는 흥을 느낄 수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 전통 음악이 다른 문화와 융합하면서 굉장히 높은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도 한국 전통 음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판소리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판소리엔 뭔가 놀라운 에너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걸 많이 들어봤는데요, 이제 판소리가 서양 음악과도 경계를 허물고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하니까 고무적이네요.
박성일: 그렇습니다. 판소리와 첼리스트의 만남도 무척 이색적이었지만 문수호 대표는 수궁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가 바로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라고 말했는데요, 문수호 대표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문수호: 수궁가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제 생각에는 “타 문화에 대한 존중 또는 이해”라고 생각하거든요. 바다와 땅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데 이미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속아 넘어가는 거잖아요. 사실 세상 다 똑같잖아요. 호주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그것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진행자: 판소리와 첼로가 만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고, 또 타문화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이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수궁가의 매력을 호주 관객들이 확실히 느꼈을 것 같네요. 앞서 이번 수궁가 공연이 시드니 페스티벌 주최 측에 초청을 받았다고 했는데요, 시드니 페스티벌에 대해서도 조금 소개를 해 주시죠
박성일: 시드니 페스티벌은 1월 5일부터 1월 28일까지 열립니다, 24일 동안 130개 이상의 공연과 이벤트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올리비아 디렉터의 설명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올리비아 디렉터는 시드니 페스티벌은 도시 전체에서 현대 예술을 기념하기 위해서 열리는 축제라고 말했는데요.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 행사들도 준비돼 있고 43개의 무료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시드니 페스티벌에 초청된 판소리 인형극 수궁가의 이모저모 함께 살펴봤습니다. 박성일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박성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