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 35주년 삼엄한 경계 ‘홍콩은 침묵 중’

China: Tian 'anmen Square in Beijing

BEIJING, CHINA - JUNE 1, 2024 - The Tiananmen gate tower in Beijing, China, June 1, 2024. (Photo by CFOTO/Sipa USA) Source: SIPA USA / CFOTO/CFOTO/Sipa USA

천안문 사태 35주년을 맞은 가운데 홍콩 경찰이 천안문 사태를 기념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린 8명을 체포해 새로운 국가보안법에 따른 첫 체포로 기록됐다. 한편 런던에 있는 국제앰네스티 사무실에서는 천안문 사태로 잃은 아들을 애도하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공연 중이다.


6월 4일, 중국의 민주화 시위인 천안문 사태 35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홍콩 시민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행위 예술가 산무 천은 홍콩의 번화가에서 묵묵히 건배를 하고 마시는 동작 후에 천안문 진압 날짜를 나타내는 숫자 '8964'를 허공에 그리자마자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산무 천 씨 변호사는 그가 경찰 조사 후 조건 없이 석방됐다고 밝혔다.

이번 체포는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홍콩의 새 국가보안법 하에서 수행한 첫 번째 체포다.

점점 규제로 인한 제약이 더 많아지면서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의 천안문 추모 집회는 위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의 통제권 밖인 런던과 타이베이 같은 해외 도시에서는 천안문 추모 행사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런던에 있는 국제앰네스티 사무실에서는 천안문 사태 학살을 다룬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 리허설이 한창이다.

연극 '5월 35일(May 35th)'은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UK)영국 지사와 영국에 본사를 둔 홍콩 극단인 스테이지 6월 4일(Stage June Fourth)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연극은 1989년 학살 당시 죽은 아들을 제대로 애도하길 원하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용이다.

연극 '5월 35일'의 런던 프로덕션은 2020년 보안법 제정 이후 영국으로 이주한 홍콩인 리트 밍와이가 제작했다.

극의 주요 출연진은 보안상의 이유로 익명으로 진행된다.

킴 피어스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운명적인 날의 사건의 의미를 더욱 깊게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 밍와이 프로듀서는 이 연극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경험하고 마음 속 깊은 연결고리를 느끼기를 원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것이 세대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천안문 사태를 경험한 세대나, 안타깝게 사망한 이들의 부모인 천안문 어머니들이 나이가 들고 생을 마감하게 되는 시기가 오면서 우리는 이와 같은 마음 씀씀이, 사랑, 그들에 대한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저명한 천안문 학자 로웨나 헤는 지난 주 이 연극을 감상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5월 35일', 그 날짜에서 나온 이름이겠죠? 6월 4일은 금지어라서 이야기도 못 하고 그래서 '5월 35일'을 쓰는 거죠. 저 자신도 천안문 학자로서 이 단어가 금기시되고 있어요. 당연히 그게 더 중요해졌죠. 어젯밤에 제가 연극을 보며 앉아 있던 동안에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아무 반응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날 밤에 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하루하루 작은 일상조차 다시 살아 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건 당시 17세였던 헤씨는 천안문 사태 기념일을 전후해 미국, 영국, 캐나다를 오가며 강연을 해오고 있다.

작년에 허 씨는 중국 당국이 비자 갱신을 거부하자 홍콩에서 학업을 중단했다.

"나 자신도 많은 것을 잃어 슬픕니다. 아마도 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천안문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나 스스로에게 다시 충격을 주는 것입니다. 1989년 천안문 광장 근처에서 너무나 폭력적이어서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월 35일'과 같은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특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천안문 사태의 기억을 지우고자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당국의 강압적인 행태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연극에 등장하는 합창단원 중 한 명은 홍콩 민주화 단체 데모시스토(Demosisto)의 전 부회장 아이작 쳉이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는 그는 5월 35일의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 의미있다고 말한다.

"6월 4일 학살이 35년이 지난 지금도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모두에게 상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일 뿐입니다.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와 천안문 희생자들의 어머니들, 자유 투사들,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탄압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관객인 수 토마스 씨는 연극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한 명밖에 낳지 못했는데, 아이를 잃고 애도조차 할 수 없는 부부의 입장에서 비극적 사건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정말 슬픈 사건을 다룬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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