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지금 8월 말부터 주시드니 한국 문화원에서는 구본창 백자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유럽 최대 동양 미술관인 파리의 국립 기메 동양 미술관과 교토의 고려미술관, 런던 대영 박물관, 그리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백자를 카메라에 담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전시회 개막 즈음 저희도 구본창 작가와 대담을 진행했었는데요 당시 구본창 작가는 “구한말, 일제 강점기 등을 거쳐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 백자의 영혼을 카메라에 담아 한곳에서 만나게 하고 싶었다”라며 백자 사진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구본창 작가의 작품은 39점인데요, 이 가운데는 달 항아리로 불리는 백자대호도 있습니다. 달 항아리는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백자 가운데 지름이 40cm가 넘는 보름달처럼 큰 항아리를 말하는데요. 달 항아리는 한국에서 3점이 국보, 4점이 보물로 지정되는 등 총 7점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을 정도로 소중한 유산으로 손 꼽힙니다. 그런데 곧 호주에서 이 달 항아리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는데요. 한국 문화재청이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에 달 항아리 한 점을 영구반출하는 것을 허가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은 오는 2일 온라인을 통해 달 항아리를 공개하는데요.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 아시아 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웨인 크로써스 선임 큐레이터를 만나 달 항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나혜인 프로듀서입니다.나혜인 피디: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 웨인 크로써스 아시아 예술 담당 선임 큐레이터,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Korean, Moon jar, 18th century Purchased, NGV Foundation, 2020 Source: NGV
크로써스 큐레이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나혜인 피디: 먼저, 한국의 달 항아리를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기쁜 뉴스인데요. 언제부터 달 항아리를 멜버른에서 볼 수 있을까요?
크로써스 큐레이터: 네. 저희도 달 항아리를 확보하게 돼서 아주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멜버른이 봉쇄된 어려운 상황에서 작품을 호주로 옮겨와야 했는데요. 다행히 작품은 안전하게 멜버른에 도착했고 곧 대중들에게 공개될 것입니다. 아마도 미술관이 다시 문을 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전시가 될 것입니다.
나혜인 피디: 달 항아리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백자의 한 종류인데요. 보름 달을 닮은 도자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아주 단순하게 모양과 색 때문에…일본이나 중국의 화려한 도자기에 비해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인데요. 특별히 달 항아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크로써스 큐레이터: 네. 저희 미술관은 수 십 년 전 좋은 중국과 일본 도자기들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백자는 장식이 많은 중국과 일본 도자기와는 정 반대의 독특함을 지니는데요. 아름다운 고요함을 지닌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한국 작품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또한 보는 사람들을 아주 편안하게 해 주는 특징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요한 감성이라는 큰 매력을 지닌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렇다면 달 항아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크로써스 큐레이터: 아마 달에 대한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의 여러분들께 이야기를 공유해 왔는데요. 달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생각한 존재입니다.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에너지 치료와 치유력의 원천을 탐구하는 영감으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매일 그곳에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어쩌면 사람들이 매일 전 세계적으로 공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달과 달의 모양을 영감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것입니다. 저는 달 항아리가 한국 문화와 예술을 가장 잘 대표하는 주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세계의 박물관 한국실에서도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견고한 미니멀리즘 미학을 담아내는 것은 한국의 역사와 현대 미술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요. 한국 철학과 역사를 이해하는 주요 작품인 만큼 다른 작가나 작품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나혜인 피디: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의 한국 컬랙션에 대해서 소개를 좀 해 주시죠. 중국과 일본 컬렉션에 비해서는 아직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작년에 꽤 무게 있는 한국 작품들이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과 인연을 맺은 것 같은데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크로써스 큐레이터: 호주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미술관인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은 16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초기에 한국과 중국 작품들을 세계적으로 구입한 바 있지만 사실 100년에서 150년 전 당시 한국 작품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 작품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한국 문화와 한국의 미학이 중국과 일본 문화나 예술과 다르다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저는 한국 작품을 확보해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 미술관에서 확보한 한국 작품들은 20세기 초 기독교 선교사로 한국에 갔던 분들이 호주로 가져온 작품들이었는데요. 이분들은 1920년부터 1930년대 초까지 이화여자대학교와 관련된 일을 하셨고, 멜버른으로 돌아올 때 한국의 작품들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에 이분들이 돌아가지고 그 유족들이 이를 미술관에 기증했습니다. 여기에는 옷감과 아름다운 자개장 등의 가구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질문에서도 말씀하셨듯 저희 한국 콜렉션은 중국과 일본보다는 규모가 작고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나혜인 피디: 그렇지만 특히 작년에 주요 작품들을 여럿 확보하신 것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으신지요?
크로써스 큐레이터: 제가 수년 동안 알아온 한국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 천천히 한국에 대한 감상을 쌓아왔는데요. 2-3년 전에 한국에 가게 됐었습니다. 서울의 한 박물관에서 저희 미술관의 중요한 작품인 이탈리아 화가의 작품을 대여하게 돼서 제가 가지고 간 건데요. 그때 박물관과 관련한 서울의 다른 학자들과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일이 추진력이 돼서 저희 미술관의 다른 멤버들과 한국 작품들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미술관의 컬렉션을 늘리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영역인데요. 이후 두 번의 한국 여행으로 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고, 주요 작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나혜인 피디: 오래된 작품들의 경우 문화재로 지정돼 한국에서 해외 반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처음 책가도와 연화도를 확보할 때 위험 부담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크로써스 큐레이터: 저희 미술관은 세계적인 윤리 관행 안에 올바른 길과 방법으로 작품을 습득하는 것을 매우 높이 의식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기관인 문화재 청에 접촉해 수출 가능성에 대해서 얘기했고, 정말 아주 고된 과정을 거쳤습니다. 수준 높은 문화재가 몇 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재를 방출하는 과정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처음 확보한 작품은 책가도와 연화도로 2개의 병풍인데요. 책가도는 영어 번역이 학자의 방 병풍으로 번역이 재미있습니다. 연화도는 새와 꽃이 가득한 연꽃 연못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의 경우 그래도 상당한 수의 작품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수출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저는 호주에 한국 작품이 많이 없기 때문에 한국 미학과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부분을 크게 어필했는데요. 사실 그것이 정말 저희의 역할입니다. 호주 대중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예술과 디자인, 문화의 힘을 통해 한국과 호주의 이해를 강화하는 것이죠.나혜인 피디: 달 항아리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소개하고 싶은 한국 작품이 있으시다면요?
Books and things (Chaekgeori) Joseon dynasty, 1392–1897, late 19th century ten-panel folding screen: ink and colour on paper, wood, paper, silk Purchased Source: NGV
크로써스 큐레이터: 저는 두 병풍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가도는 책과 학자의 장비가 가득 그려진 병풍이고요. 다른 하나는 연가도인데요. 그림이 이동하는 것처럼 구성이 아주 감각적입니다. 책가도는 남자들의 방에 그리고 새와 꽃이 가득한 연가도는 여자들의 방에 놓여지는 전통적인 작품인데요. 특히, 두 작품을 다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렇게 두 성별을 대표하는 작품을 모두 확보하는 것도 미술 기관 또는 갤러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Lotuses (Yeonhwado) Joseon dynasty, 1392–1897, late 19th – early 20th century ten-panel folding screen: ink and colour on linen, wood, paper, silk Purchased Source: NGV
나혜인 피디: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고 서로 비슷한 부분도 많아서 해외에서는 한국 유물이 중국과 일본 유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현재 호주에서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크로써스 큐레이터: 아주 중요한 지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가진 도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저 뿐 아니라 대 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시각적 문화 특징이 일본이나 중국과 비슷하다고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한국이 어떤 시각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겁니다. 1970-80년대까지 한국은 한국전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상태였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질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세계적인 힘의 균형 때문이었는데, 중국과 일본이 20세기 초까지 주가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 대한 흥미로운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한국의 작품이 처음으로 수상했고, K-pop의 인기 그리고 한국 성형 수술에 대한 뉴스 등 한국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한국은 정치적으로도 남북이 나누어져 중심에 있죠. 사람들이 이제 한국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시각적인 이해를 얻게하고 미학에 대해, 예술과 공예의 표현 요소에 대한 감정적인 감성을 알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나혜인 피디: 끝으로 아직 멜버른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는데… 전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관람을 생각하는 청취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크로써스 큐레이터: 네 멜버른의 확진자가 내려가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많은 성과를 이뤘습니다. 미술관은 올해 말쯤 다시 재개장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시 작품들을 바꾸는대로 달항아리를 전시할 것이고, 동양관 한국실의 중심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달 항아리가 지닌 고요를 감상하시고 한국 문화를 반영한 모양과 순수한 색에 깃든 에너지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의 그림, 옷감과 다른 도자기들도 같이 전시가 될테니, 미술관이 다시 문을 여는 대로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을 미술관에서 뵙길 기대합니다.
나혜인 피디: 빅토리아주 국립 미술관의 웨인 크로써스 아시아 예술 담당 선임 큐레이터,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러써스 큐레이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