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스펙트럼: 유학생 수 제한, 묘수인가 악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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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s enter 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UNSW) in Sydney Credit: AAPIMAGE

최근 호주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유학생 수 제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비교, 분석합니다.


나혜인 피디: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의견들을 비교, 분석해 보는 시간입니다.

오늘 그 첫 시간으로 최근 호주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유학생 수 제한에 대해 살펴봅니다. 유학생 문제는 교육과 경제는 물론이고 이민 정책과도 직결되는 복잡한 사안이죠. 연방 정부는 급증한 이민자 수를 2025년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에 따라 내년 유학생 수를 27만 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학계 및 재계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지속돼 왔는데요, 우선 이 조치가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겠습니다. 조은아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조은아 피디: 안녕하세요.

나혜인 피디: 먼저 알바니지 정부가 이번 유학생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게 된 배경부터 짚어주시죠.

조은아 피디: 네, 이번 유학생 수 제한은 연방 정부가 상당한 정치적 압력을 받으며 내린 결정으로 보여집니다. 팬데믹 이후 유학생 수가 급증한 건 모두들 아실 텐데요, 당시 모리슨 정부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학생들에게 더 많은 근무 시간을 허용하고, 비자 비용도 낮추면서 호주 체류를 장려했었죠. 하지만 이로 인해 이민자 수가 크게 늘었는데 노동당 정부는 급증한 이민자 수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주거난과 생활비 상승 문제까지 겹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유학생 수 상한을 설계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피디: 유학생들에게 재정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대학들이 받을 타격은 불가피할 텐데요, 특히 이번 제한 조치가 각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다각도로 제기됐는데, 대학들의 반응 어떻습니까?

조은아 피디: 네, 말씀대로 직접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각 대학과 칼리지들은 2025년 신규 유학생 등록에 대한 최대 할당량을 받은 상태고요, 이는 연방 법률 제정과 함께 시행될 예정입니다. 호주의 연구 중심의 8대 명문대(Group of Eight)는 올해와 비교해 신규 등록 학생 수가 30% 감소할 전망이고요. 이들 8대 명문대는 이미 정부 지원 삭감으로 인해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유학생 수가 줄면 연구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혜인 피디: 호주의 8대 명문대는 특히 연구 중심의 대학들로 국제적 명성이 높은데, 연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겠네요.

조은아 피디: 네, 정확한 지적인데요, 세계 대학 순위는 주로 연구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엘리트 대학들은 수십 년간의 정부 지원 삭감 이후 외국인 학생 등록금에 크게 의존해 교육과 연구를 유지해왔는데요, 따라서 돈이 부족하면 연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그렇게 되면 호주 명문 대학들의 국제적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특히 시드니 대학교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SW)는 이번 유학생 수 제한이 수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시드니 대학교와 UNSW는 유학생 비율이 각각 약 50%와 41%를 차지하는데, 이들 대학은 제이슨 클레어 연방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개혁안에 따라 올해에 비해 40% 이상 새로운 등록 유학생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대학 모두 유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만큼 이 학생들이 빠지게 되면 대학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나혜인 피디: 연구 중심 대학들 입장에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로군요. 특히 상위 대학들은 유학생들로부터 얻는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유학생 등록 수가 줄면 대학 운영의 핵심을 건드리는 셈일 텐데, 비용 절감 방안에 골몰하게 되겠어요.

조은아: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국내 학생들의 등록금이 인상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궁극적으로 인력 감축이 불가능하다고 대학 측은 주장합니다. 일부 사립 교육 기관은 상당한 감축과 캠퍼스 폐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런데 비즈니스 업계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요?

조은아 피디: 맞습니다. 특히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인 '비즈니스 NSW'는 유학생 수 감소가 NSW주 경제에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유학 산업은 NSW주에서 석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산업이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NSW 주정부는 유학생 산업의 가치를 179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유학생들이 내는 학비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비하는 돈은 호스피텔리티와 소매업 부문에 많은 도움이 되고, 또 중요한 노동력 공급원으로서의 역할도 상당한데, 이런 요소들이 줄어들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니엘 헌터 ‘비즈니스 NSW’ 대표는 유학생 수 제한이 NSW 경제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다고 주장하는 거죠. 헌터 대표는 유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는 사업체들이 계속 사업을 운영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까지 경고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주정부들 역시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조은아 피디: 네, 그렇습니다. 한 예로 빅토리아주의 팀 팔라스 재무장관은 이 조치가 근본적으로 주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비즈니스 업계 반응은 전반적으로 정부의 유학생 쿼터에 반대한다고 보면 될까요? 반대 입장은 없는지 궁금한데요.

조은아 피디: 네, 의외로 비즈니스 업계 반응이 갈렸는데요, 호주산업그룹, Ai Group은 유학생 수 제한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은 호주 대학들이 국내 학생들에게 더 집중해야 하고, 호주의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요점은 경제 참여와 생산성을 높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학들이 호주인의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디오스트레일리안의 한 사설과도 일맥 상통하는 주장인데요, 디오스트레일리안의 사설에서는 더 큰 맥락에서 호주 전체 교육 시스템의 발전과 국가의 미래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유학생 쿼터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기보다는 호주가 직면한 주요 도전 과제들, 예를 들어 탈탄소화나 디지털 경제 등의 해결을 위해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렇군요, 호주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것은 호주인의 기술과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되네요.

조은아 피디: 정확합니다. 유학생 수에 대한 논의보다는 호주의 미래 도전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집중하고, 궁극적으로 그것은 호주의 교육 시스템을 통해 호주인에 대한 양질의 교육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논지로 읽힙니다.

나혜인 피디: 정치권의 입장도 상당히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이슨 클레어 연방 교육부 장관은 이 조치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조은아 피디: 네, 클레어 장관은 이번 조치가 특정 소수의 대학만 혜택을 누리는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민자 수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지, 그 이상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데 방점을 뒀는데요. 하지만 노동당 내에서도 일부 평의원들이 반대하고 있고, 녹색당의 반대에도 부딪히고 있습니다. 아담 밴트 녹색당 당수는 정부가 이민 정책을 교육 정책으로 "포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밴트 당수는 이것은 유학생이 아닌 국내 학생들에게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인데 정부는 대학에서 수익원을 빼앗아 가면서 그것을 대체할 다른 것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연방 야당의 입장은 어떤가요?

조은아 피디: 야당은 법안을 지지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려를 제기한 상황인데요, 자유당연립의 사라 헨더슨 예비 교육부 장관은 자유당연립은 노동당이 야기한 이민 시스템상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유학생 수를 제한하는 것을 지지하지만, 클레어 교육 장관의 계획은 불확실성과 불공정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특히 신규 등록된 많은 사립 칼리지 (private colleges)들에 할당된 유학생 수가 터무니 없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규모 사립 칼리지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핸더슨 의원은 주택 시장에 압력을 가하는 대도시 대학에 유학생들이 몰리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데요, 이 정책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장기적인 효과는 어떻게 보시나요?

조은아 피디: 사실 이번 유학생 수 제한만으로는 호주가 직면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일부 유학생들이 실제로 공부를 할 계획이 없이 학생 비자를 통해 호주에 입국해 일자리를 찾고 있고, 그래서 이른바 ‘유령 대학’들이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고, 또 그런 상황을 악용하는 비즈니스들로 인해 때로는 착취나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일하는 등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불거져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폐단을 바로 잡고, 주거난과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유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일 수 있습니다. 유학생들이 호주의 중요한 경제적 기여자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고, 또 대학의 재정 안정성과 호주 교육의 국제적 평판을 고려하면 이 조치의 부작용도 분명 존재고요. 따라서 정부가 이민 정책과 교육 정책을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균형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나혜인 피디: 네, 결국 호주 정부는 이민 정책뿐만 아니라 교육과 경제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구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유학생 수 제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는데요, 앞으로도 이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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