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자폐 진단 기록, 영주권 거절’… 장관 재량권 발동 요청 ‘청원 캠페인’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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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jae Lim Credit: Supplied (Lim Family)

자녀의 자폐 진단으로 영주권이 거절된 케언즈 가족의 소식이 전해진 후 ‘장관 재량권 발동’을 촉구하는 청원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Key Points
  • 성재의 자폐 진단 기록으로 케언즈 한인 가족 영주권 거절
  • 가족이 호주에 남기 위해서는 내무부 장관의 개입 필요
  • 장관의 도움을 호소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 펼쳐져
진행자: “여러분이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7살 아이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어느 날 자녀의 질병이 호주 사회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 호주에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바로 케언즈에 사는 한 한인 가족이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 올린 글입니다.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의 기사로 이미 관련된 내용을 접하신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오늘은 자녀의 자폐 진단으로 영주권이 거부된 케언즈 임씨 가족의 이야기를 박성일 프로듀서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내용을 취재한 박성일 프로듀서, 오늘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성일: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자녀의 자폐 진단으로 영주권이 거절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청취자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어떤 상황인가요?

박성일: 네, 호주 비자를 신청해 보신 분들은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호주에 사신 지 오래된 분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하실 수도 있는데요. 호주에서는 의료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치료비를 근거로, 즉 건강 상의 이유로 비자 승인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케언스에서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는임현신 씨는 RSMS영주 비자를 신청했는데요. 다른 조건은 문제가 없었지만 둘째 아이 성재가 건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2021년 7월 영주 비자 승인이 거부됐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성재 가족이 호주에 온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고 하던데요. 호주에서 영주권을 받고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던 가족의 입장에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일 것 같아요.

박성일: 그렇습니다. 임현신 씨와 아내 양유진 씨는 호주 지방 도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성취감 있는’ 삶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이들 부부는 2013년 생후 3개월 된 딸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왔습니다. 둘째 아이 성재는 2014년 브리즈번에 있는 마터 마더스 병원에서 태어났고요.

진행자: 네,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둘째 아이 성재가 자폐증 진단을 받아서 영주 비자가 거절됐다는건데요. 정부가 비자 승인을 거절하고 나면, 행정항소재판소 즉 AAT에 항소를 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요. 그럼 가족들이 항소를 한 건가요?

박성일: 네 지난해 7월 가족의 영주 비자가 거절된 후에 가족들은 행정 항소재판소에 항소를 했구요. 하지만 올해 7월 이 또한 기각 통보를 받고 말았습니다.

저희가 해당 문서를 받아서 확인을 해 봤는데요. 행정 항소재판소는 성재의 중등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때문에 특수 교육과 연방 정부의 장애 지원 서비스 등 성재에게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즉 처음 결정과 마찬가지로 성재의 질병에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진행자: 영주비자가 거절되고 항소도 했고, 그렇다면 가족들이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박성일: 다시 상급 법원으로 가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오랜 시간을 끌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이민 장관의 개입을 요청하고 이민 장관이 직권으로 비자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호주 이민법 351조에는 장관이 개입해서 비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성재 가족은 지난 8월에 가족들이 호주에 영구히 정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장관의 개입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탭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장관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가족들이 호주에는 머물 수 있는건가요?

박성일: 네 가족들은 최근 브리징 E 비자 (BVE)를 신청했습니다. 이민 결정을 기다리거나 장관의 개입을 구하는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는 비자구요. 브리징 비자가 승인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 가량은 합법적으로 호주에 머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성재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성재가 자폐 진단을 받게 된 과정도 궁금한데요

박성일: 네, 엄마 유진 씨는 성재가 2살 때 감기 증세를 보였고 고열이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는데요 그후 케언스 병원에서 성재가 천식과 감기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성재가 3살 때는 다른 의사로 부터 자폐증 진단을 받게 됐구요. 엄마 유진 씨는 성재의 언어 지능, 학습 능력, 사회성은 몇 년간의 치료 기간 동안 현저히 감소한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성재의 언어 능력 저하가 걱정된 부모는 성재를 여러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그러던 2018년 9월 감기 후유증으로 성재의 귀가 막혀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고요. 이후 2018년 12월에 성재는 이어튜브 삽입 수술(ear tube insertion surgery)을 받게 됩니다. 이후 아이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하는데요. 엄마 유진 씨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시죠.

“귀속 안쪽 중이에 물이 차서 소리가 들리지 않던 상태로 이어튜브(ear tube)를 삽입해서 체액을 귀 밖으로 빼주는 간단한 수술입니다. 귀 수술 후 귀가 들리기 시작해서인지 아이의 언어 발달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 했습니다”

“이전에는 단어 몇 십개 밖에 말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문장으로 구성된 말들을 하기 시작했고 사용 횟수도 증가 했습니다”

박성일: 유진 씨는 수술 이후 성재의 언어 사용 능력과 사회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내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정규 수업을 듣는데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어머니로서 아들이 사랑한다고 하는 말을 듣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한 유진 씨는, 요즘에는 성재로부터 그런 말을 자주 들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청원 사이트를 들어가보니까 소아과 의사의 소견도 적혀 있던데요. 의사의 판단은 어떤가요?

박성일: 네, 소아과 의사인 팀 워녹 박사는 2022년 5월 전문의 보고서를 통해서 “성재가 좋은 발달 과정을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호주 최대의 자폐증 전문 서비스 제공 업체인 Aspect(Autism Spectrum Australia)는 자폐증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그들의 환경을 경험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고 정의했는데요. 자폐증 환자의 상태는 모두 다르고, 자폐증을 '스펙트럼'이라고 묘사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호주에서 자폐증을 겪고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나 되죠?

박성일: 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호주에는16만 4,000명이 자폐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요. 이는 2012년과 비교해 42.1%나 증가한 수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다시 청원 내용으로 돌아가보죠. 가족들은 이민 장관의 개입을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이제 온라인을 통해서 청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박성일: 그렇습니다. 가족들은 청원 사이트에서 “어린아이가 가져올 경제적 부담이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가족이 기여한 공로와 향후 기여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족이 신청한 지역 후원 비자는 호주 지방 지역의 숙련 기술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것으로 가족들이 이미 호주 지역 경제 발전과 인구 증가에 도움을 줘왔고 앞으로도 계속해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하고 있고요.

여기에서 성재의 엄마, 유진씨의 이야기 조금 더 들어 보시겠습니다.

“성재는 호주에서 태어났고, 영어가 아이의 모국어고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성재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어린 나이에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케언즈에 사는 에드워드 김 씨 역시 “성재가 수술 후 청력을 회복해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져서 내년에는 학교에서도 정상 학급에서 보통 학생들과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는데요. “어린 자녀가 한국으로 가서 살아야 한다면 생소한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 자폐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처우 역시 호주와 현격하게 다르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모진 고문과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민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내무부의 입장도 궁금한데요. 내무부에 직접 연락을 해 보셨다고요?

박성일: 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내무부에도 연락을 취했는데요. 먼저 내무부 대변인은 “개별적인 케이스에 대해서 내무부가 코멘트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고요. 다만 호주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이 호주에 입국하거나 호주에 머물기 위해서는 1958 이민법과 1994 이주 규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변인은 또 “호주에 머무는 동안 합법적인 이민자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비자 소지자의 책임”이라고 말했는데요. 대변인은 이어서 장관 개입은 독특하고, 또 예외적인 상황을 지닌 적은 수에 한 해서만… 그렇게 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만 이뤄진다며, 결정 권한은 오로지 장관에게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자녀의 자폐 진단 기록으로 영주권이 거부된 케언즈 한인 가족이 장관의 개입을 호소하고 있다는 소식 박성일 프로듀서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박성일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박성일: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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