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빈집 헐값에" 초고령사회 일본, 외국인 대상 빈집 비즈니스 부상

A man with a short beard wearing a baseball cap and a black t-shirt standing against the background of a Japanese-style house

Australian Jaya Thursfield bought and renovated an abandoned home an hour’s drive north-east of Tokyo. Credit: SBS Dateline

저출산 고령화로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일본에서 외국인에게 빈집을 파는 신흥 비즈니스가 부상한 가운데, 3만 달러에 내 집 마련 꿈을 이룬 호주인 자야 서즈필드(47) 사례가 외신의 화제다.


Key Points
  • "빈집 드려요" 도쿄 근교 빈집 Akiya 외국인에 헐값에 판다
  • 출생률 저하 인구 급감에 자녀들 집 상속 원하지 않아 버려져
  • 호주인 자야 서스필드, 3만 달러에 일본서 내집 마련 꿈 이뤄
  • 일본 전통 '아키야' 되살려 외국인 대상 부동산 비즈니스 부상
일본의 저출산 및 고령화로 늘어난 빈집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가운데, 외국인 대상 빈집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의 인구 급감과 부동산 가격 폭락의 현실을 담아 “수백만채의 빈집이 쌓인 일본에서 외국인에게 집을 헐값에 파는 고육지책이 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호주 공영 SBS 데이트라인도 이에 대해 자세히 다뤘는데요. 데이트라인은 특히 일본의 빈집 (공가, Akiya)을 3만 달러에 구입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호주인 서즈필드(47세)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고령화 사회 일본이 당면한 아키야 대란, 속 깊이 들여다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저출산·고령화 현상, 전 세계적인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인데요. 먼저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는 어떻게 진단되는지부터 살펴보죠.   

유화정 PD: 고령화사회란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총인구 중에 차지하는 고령자(노인)의 인구비율이 점차로 많아지는 사회현상을 말합니다.

국제연합(UN)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혹은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2022년 기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초저출생률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로 지목됐지만 아직까지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고령사회는 단연 일본이라고 봐야죠.

유화정 PD: 전 세계적 차원에서 봤을 때 일본은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로 분류됩니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1%를 기록했던 1970년부터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로 돌입했습니다.

이후 고령사회(aged society)로 돌입한 연도는 1995년으로, 이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6%였습니다. 일본은 고령화사회로 돌입한 지 고작 25년 만에 고령사회 단계로 들어간 것인데요.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의 원인으로 흔히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실제 이면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저출생이었습니다.

진행자: 신생아 수가 감소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고령자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거네요.

유화정 PD: 정확합니다. 이후 일본은 2010년, 인구 1억 2806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23%를 기록하며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이 추세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2년 일본 인구는 55만여 명이 감소했는데,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2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75세 이상 인구도 16%로 역대 최고였습니다.

반면 15세 미만 인구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11.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은 14년 연속 인구 급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Japan is recruiting 40,000 foreign workers to tackle its ageing population.
Japan is recruiting 40,000 foreign workers to tackle its ageing population. Source: Getty
진행자: 고령화 사회의 진통과 병폐를 가리켜 세계경제 덮치는 ‘은빛 쓰나미’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는데,  ‘노인대국’ 일본의 작금의 현실은 집값은 폭락하고 지방 도시는 빈집 대란을 겪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지방 도시라고 딱히 규정하지 않고 도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높은 빌딩 숲과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활력 넘치는 도심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들을 쉽게 마주하게 됩니다.

커튼은 모두 뜯겨 나갔고, 창문엔 금이 가 있고, 건물 외곽은 누렇게 색이 바랜 2층 단독주택은 아무도 살지 않아 몇 년간 방치된 폐허로 일본에서 아키야로 불리는 공가, 빈집의 모습입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비어 가는 실태는 소리 없이 번지는 도시의 질병이 되고 있는데요. 빈집 대란을 겪으면서 일본에서는 지난 4년 사이 164개의 지자체가 사라졌는데, 인구가 가장 많은 도쿄조차도 10%는 빈집입니다.

진행자: 일본의 고도성장기였던 1960~70년대 일본에서는 '마이홈'열풍이 거세게 불었고, 당시 소득과 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오르자 많은 일본인들은 빚을 져가며 내 집을 마련했는데, 참 아이러니입니다.  일본의 빈집 대란의 근본 원인은 고령화가 인구 감소이지만, 상속세 등의 문제로 방치되는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면서요?

유화정 PD: 너도 나도 집 구매붐이 일면서 80년대 일본 내 부동산 가격은 3.5배나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90년 초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주택가격은 속락 했고 이후 회복 불능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부동산 거품이 꺼졌을 때 자녀들은 전부 대도시로 나가고 남겨진 부모들은 지방에서 생활하다 사망하면 바로 빈집이 되는데, 자녀들이 유산으로 받는 집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재산세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소유자가 사망한 후 상속받은 빈집을 3년 안에 매각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있지만, 일본에선 집에 사람이 죽으면 다음 입주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 데다, 헐값에 내놓아도 집이 팔리지 않자 공짜로 집을 내놓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양도세, 재산세에 방치된 집의 수리비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집값이 ‘0원’이어도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유를 듣고 보니 부모님이 남기신 집에 대한 유산 상속을 포기하는 자녀들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최근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일본에서 외국인에게 빈집을 파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유화정 PD: 뉴욕타임스는 “일본이 인구 급감과 수백만 채 이상의 버려진 집들을 호기심 많은 외국인 구매자들에게 연결하고 있다”며 최근 일본의 빈집 ‘아키야’를 헐값에 사들인 호주인 서즈필드(46) 등 몇몇 외국인들의 사례를 조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키야’는 버블경제 거품이 걷히고 인구가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전역에 버려진 빈집을 뜻하는데, 아키야는 내국인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일본 내 외국인들에게는 인기가 높아, 이로 인해 버려진 집들을 호기심 많은 외국인 구매자들에게 연결하는 비즈니스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빈집을 싸게 구입해 외국인의 생활 습관에 맞게 개조해 수익을 붙여 파는 사업이 스타트 업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A man wearing a grey t-shirt, short and a baseball cap sitting on a wooden bench on a timber-clad veranda
Since buying the house, Thursfield has spent $250,000 on renovations and has documented the process on his now viral YouTube page. Source: Supplied
진행자: 외국인도 일본 내국인들과 똑같이 아무런 제약 없이 주택이나 땅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 구매자에게는 장점이겠는데요. 호주인 Jaya Thursfield (47) 사례는 호주 공영 SBS 데이트라인에서 심층 보도 되기도 했는데, 호주 돈 3만 달러로 내 집 마련 꿈을 이뤘다고요?

유화정 PD: 호주 멜버른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업자 자야 서즈필드와 그의 일본인 아내 치히로는 2019년 일본 도쿄에서 45분 거리의 이바라키현의 건평 250㎡(75평), 대지면적 330㎡(100평)의 전통식 일본가옥을 3만 호주달러 (약 3,300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어깨까지 올라오는 잡초에 뒤덮여 있던 이 집을 산다고 말하자 지인들이 적극 말렸지만 두 아들과 함께 할 큼직한 정원의 집을 찾았고, 마침 그가 찾은 집은 절을 짓는 건축 장인 지은 집으로 검은색 타일의 기와집이고 다른 집에 비해 처마도 높아 마음에 흡족했는데요.

버려진 집안 벽에는 여전히 이전 주인의 조부모님 사진이 걸려 있어 섬뜩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집은 집주인이 사망한 뒤 가족들이 버려두고 떠나 수년째 방치된 아키야로, 이바라키현 소유로 넘어갔다가 법원 경매에 500만 엔(약 4900만 원)에 부쳐진 집이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전통 가옥으로 집 구조가 맘에 들었다지만 무엇보다 싼 집 값이 구매자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 아니겠습니까. 호주에선 상상조차 불가한 가격이죠.

유화정 PD: 호주 평균 주택 가격은 약 89만 달러로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즈필드 씨는 SBS Dateline과의 인터뷰에서 “아키야의 경우 공동 경매를 통해 첫 경매가보다 30~40%를 깎아줘도 입주를 희망하는 일본 내국인은 거의 없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중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꽤 흔한 일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아키야 구입에 좀 더 개방적인 같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빈 땅을 구입해 집을 신축하려고 했지만 일본의 땅값이 워낙 비싸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는 3만 달러에 구입한 아키야를 25만 달러를 들여 내부 구조를 개조했고, 그 과정을 YouTube page에 올리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Interior of a Japanese home
Inside the Thursfields' renovated akiya Credit: SBS Dateline
진행자: 아키야 구입에 3만 달러, 레노베이션에 25만 달러, 총 30만 달러 미만으로 일본에서 내 집 마련 꿈을 이루고, 현재는 부동산 매매 사업자로 변신을 꾀했다고요?

유화정 PD: 서즈필드 씨는 최근 자신처럼 일본으로 이주했거나 이주 계획을 가진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동산 매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0채 정도의 아키야를 싸게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20%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외국인 대상 아키야 매매 사업은 크게 활기를 띄는 모양새입니다. 서즈필드처럼 일본의 빈집으로 이주한 미국인 매튜 케첨은 부동산컨설팅회사 ‘아키야 앤드 이나카’를 설립해 외국인에게 빈집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100~300년 된 일본 전통가옥을 사들여 서양인의 생활 습관에 맞게 개조한 뒤 수익을 붙여 파는 식입니다. 개업한 2020년보다 5배가 넘는 고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자칫하다간 오래지 않아 일본 내 외국인 지방 도시가 생성되지 않을까 우려도 되는데요?

유화정 PD: 일본 지방 정부들은 매매 또는 렌트 빈집 명단을 ‘akiya bank’라는 웹사이트에 올려놓고 있지만 앞서 언급드렸듯 아키야는 내국인들에게는 다소 꺼리는 대상입니다. 자녀들도 집 상속에 흥미가 없어 빈집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은퇴한 언론인 오카다 타카히로(85) 부부의 경우 부동산 업자들은 집주인에게 철거를 조언하지만 다른 일본 사람이 구입하면 철거하고 땅만 팔 것이 분명하기에 차라리 외국인이 구입하길 희망하는데요.

부인 오카다 레이코(86)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집을 처분한다면 아마 일본 고유의 주택 양식 문화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진행자: 더 이상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도 이미 지방 빈집 100만 채 시대에 들어섰죠.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져온 일본의 아키야 대란 사태는 반면교사입니다. 일본의 빈집 해결 방법으로 외국인 대상 부동산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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