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피디: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의견들을 비교, 분석해 보는 ‘이슈 스펙트럼’ 시간입니다.
전자담배는 열대 과일 맛과 사탕 맛, 네온 색상의 포장으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달콤한 맛의 유독한 연기를 흡입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는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당국에 엄청난 공중 보건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에 호주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전자담배 규제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불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도입하고, 약국 외 다른 곳에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은 여전한데요, 오늘 이슈 스팩트럼 시간에서 그 논란의 핵심을 짚어 봅니다. 조은아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조은아 피디: 안녕하세요.
나혜인 피디: 우선 해당 정책을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조은아 피디: 네, 호주에서는 전자담배를 올해 7월 1일부터 의사 처방전을 통해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방전 발행 비용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녹색당의 제안을 수용해 10월 1일부터는 처방전 없이도 치료 목적의 전자담배 구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약사는 상담을 통해 금연과 관련해 임상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18세 이상의 성인에게 전자 담배를 판매하는데 니코틴 농도는 20 mg/mL를 초과할 수 없으며 치료용 전자담배의 향은 민트, 멘톨, 담배 향으로 제한되며, 일반 의약품 포장으로 제공됩니다.
나혜인 피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되는데, 처벌 수위가 상당하죠.
조은아 피디: 네, 그렇습니다. 일회용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업자에게 최대 220만 달러의 벌금과 7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7월 1일부터 모든 전자담배는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정책이 시행됐는데, 잘 지켜져 왔는지 궁금합니다.
조은아 피디: 일회용 전자담배와 니코틴 파우치 등은 정책 시행 이후에도 소매점에서 여전히 쉽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경우에는 불법 전자담배와 니코틴 파우치가 카운터 뒤편에 보이지 않게 보관돼 있고, 다른 경우에는 상점 직원이 금고를 열어 판매하는 등 단속을 피해 왔다는 보도가 꾸준히 나왔었는데요, 한 예로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법안 도입 후 시드니 전역의 담배 및 편의점 12곳을 직접 방문해 전자담배 구입 시도를 했었는데, 일부 소매점에서는 대담하게 전자담배를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은 간판에서 단어를 지웠지만, 문의하자 다양한 제품을 직원이 꺼냈다고 하는데요, 한 판매자는 5000번 흡입할 수 있는 전자담배가 들어 있는 상자를 꺼내며 60달러인데, 작년에는 60달러에 세 개를 팔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비싸졌냐고 묻자, 그는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고 하네요. 해당 기사에 따르면 방문한 소매점에서 그 누구도 연령 확인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나혜인 피디: 전자담배는 주로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제조 가격은 상당히 낮지 않습니까?
조은아 피디: 네, 맞습니다. 중국 공장에서 개당 3달러에 불과할 수 있는 전자담배가 호주에서는 40달러에서 60달러 사이에 제공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혜인 피디: 이윤이 상당하겠네요. 호주에서 전자담배를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것의 실효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은아 피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불법 전자담배 가격은 약국 외 판매가 전국적으로 금지된 지 두 달 만에 급등했습니다. 이에 전국의 상점들이 여전히 전자담배를 비축하고 있어 수익성 높은 암시장이 성행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인데요, 범죄 전문가들은 약국 외 소매점에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암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그들은 전자담배를 불법으로 구입할 사람들의 수는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전자담배와의 가격 차이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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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인 피디: 사실 소비자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그 제품에 대한 금지 조치가 결합될 경우 불법 시장이 성장한다는 건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 않습니까?
조은아 피디: 네, 디킨 대학교의 범죄학자이자 법의학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브라이트 교수는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 중 하나라고 봅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기존에 구매했던 장소에서 제품을 계속해서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서 여전히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한 파이크 전 호주연방경찰 형사 부장도 같은 의견인데요, 호주가 담배 암시장을 폐쇄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당국이 불법 전자담배 거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더 큰 문제는 범죄 조직이 불법 담배 시장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경찰들의 급습 후에도 제품을 다른 곳으로 옮겨 또 다른 암시장을 열기도 하고요.
조은아 피디: 네, 정확한 지적입니다. 호주국경수비대 대변인은 불법 전자담배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 중에는 불법 담배 거래에 연루된 범죄 조직도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품은 여전히 널리 유통되고 있는데, 경찰은 바이키갱들이 점점 더 많이 유통에 관여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빅토리아주에서도 일부 담배 가게는 범죄 조직과 연관돼 있고, 서호주주도 빅토리아주와 상황이 비슷한데요, 이런 상황이 뉴사우스웨일스주로도 확산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서호주 경찰 청장에 따르면, 조직 범죄 단체들은 불법으로 전자담배와 니코틴 파우치를 판매하는 상점 주인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가하며 이익의 일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콜 블랜치 서호주 경찰 청장은 니코틴 및 관련 제품의 거대한 암시장에서 고전적인 마피아 스타일의 위협 전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혜인 피디: 범죄 조직 단속이 특히 어려운 이유가 있을까요?
조은아 피디: 빅토리아주를 예로 들면 우선 호주 의약품관리청(TGA)이 빅토리아주 내1300개 이상의 담배 가게를 모두 커버할 충분한 검사관이 없다는 점, 위험이 초래되는 수색을 수행하기 위해 검사관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범죄자들을 조사하고 급습하는 데 경찰이 집중하고 있어 제품을 판매하는 많은 가족 운영 사업체와 범죄 조직과의 연루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나혜인 피디: 정작 담배를 판매해야 하는 약국들도 정부의 조치에 상당히 반발하지 않았습니까?
조은아 피디: 네, 맞습니다. 호주약국조합(Pharmacy Guild of Australia)은 정부의 조치에 강하게 반대했었는데요. 약국조합은 "입증된 치료 효과가 있는 약을 조제하는 의료 전문가인 약사들을 전자담배 소매상으로 만드는 결정은 모욕적이다"라고까지 반발했었습니다. 호주약국조합의 앤소니 타소네 부회장은 정부의 방안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손에 넣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모든 이니셔티브를 환영하지만 전자담배가 아직 의약품 규제 기관에 의해 진정한 치료용품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약국을 통해 처방전 없이 제공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약사와 지역 약국들은 처방전 없이 이 잠재적으로 해롭고 매우 중독성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호주약사협회(Pharmaceutical Society of Australia)를 비롯한 많은 약국 단체들과 지역 약국들은 전자담배를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습니다.
나혜인 피디: 현재 호주의약품관리청(TGA)에 의해 평가돼 호주의약품등록부(ARTG)에 포함된 금연 또는 니코틴 의존도 완화를 위한 치료용 전자담배가 없기 때문에 약사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조은아 피디: 네, 좋은 지적입니다. 호주의약품등록부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은 ‘승인되지 않은’ 제품입니다. 즉, 호주의약품관리청에 의해 품질, 안전성, 효능 또는 성능이 평가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약사들의 우려가 타당해 보입니다.
나혜인 피디: 법안이 발효된 만큼 약국에서 전자담배 판매가 적절히 감독돼야 할 것 같아요.
조은아 피디: 네, 호주약국조합도 그 같은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전자담배 판매에 대한 기록이나 모니터링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아이들의 손에 닿을 수 있다는 겁니다. 조합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의 약 70%는 이미 직접 담배를 구입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자담배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연방 야당은 정부의 정책에 처음부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어요. 야당의 대안은 무엇인가요?
조은아 피디: 연방 야당은 소매점 판매 금지 대신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처럼 판매하는 엄격히 규제된 소비자 모델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즉 세금과 규제 강화가 답이라는 건데요. 정부와 녹색당의 합의가 발표된 직후, 자유당연립은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처럼 규제하고 과세하며 불법 전자담배 단속을 강화하는 대안을 제안했습니다. 연방 야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 같은 접근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야당의 앤 러스턴 예비 보건부 장관은 노동당의 방식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아이들이 위험한 암시장의 표적이 될 뿐만 아니라 기존 전자담배 사용자들을 암시장으로 몰아 넣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야당이 제시한 방안이 더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죠?
조은아 디피: 네, 그렇습니다. 그리피스 대학교의 로스 피츠제럴드 역사 및 정치학 명예 교수도 연방 야당이 제시한 방안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가장 합리적인 접근 방식은 전자담배 제품을 일반 담배와 동일한 방식으로 합법화하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미성년자의 전자담배 구매를 엄격히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알바니지 정부의 계획은 결국 성인 흡연율 감소를 늦추고, 폭력적 전자담배 암시장의 확장 및 정부 세수의 급감을 가져 올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로한 파이크 전 호주연방경찰 형사 부장도 소매점 판매 금지보다는 강력한 규제가 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나혜인 피디: 네, 알겠습니다. 로이 모건의 데이터에 따르면 7월 호주 성인의 7.1%인 150만 명이 전자담배를 사용했습니다. 수년간 일회용 전자담배에 중독된 호주인이 백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또 청소년 사용자가 많다는 점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전자 담배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막 정부의 조치가 발효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정책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낼 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