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4 호주한국영화제 폐막작 ‘소풍’ 김용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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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호주한국영화제 폐막작 ‘소풍’ 김용균 감독 Credit: 영화 소풍

2024 호주한국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소풍’의 김용균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2024 호주한국영화제
  • 2024년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시드니 조지 스트리트 이벤트 시네마에서 진행
  • 캔버라, 베날라, 번사이드,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무료 상영회 개최
  • 2024 호주한국영화제 폐막작 ‘소풍’
박성일 PD: 호주에서 한국 최고의 영화감독들을 만나는 2024 호주 한국영화제가 8월 27일 드디어 마무리됩니다. 이제 캔버라, 번사이트, 베날라, 알리스 스프링스 등 호주 도시들을 돌며 무료 상영회가 열리는데요, 27일 조지 스트리트 이벤트 시네마에서 이번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소풍’의 김용균 감독을 만나봅니다. 오늘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용균 감독: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용균입니다.

박성일 PD: 먼저 호주에 오신 걸 환영하고요, 호주는 처음이신지요?

김용균 감독: 두 번째인데요. 10년 전에 오고 제가 두 번째 오는 건데 뭐 두 번째 와도 너무 놀랍고 좋은 기후 때문에 되게 인상 깊었고요. 바뀐 게 하나 있다면 그때는 트램이 없었어요. 시내에 트램이 있으니까 좋던데요.

박성일 PD: 그렇군요. 10년 새 시드니가 변화했다는 느낌을 가지셨을 것 같네요. 감독님의 영화 ‘소풍’이 2024 호주 한국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이 됐는데요, 2024 호주한국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초청된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김용균 감독: 사실 한국에서 소식을 듣고 되게 영광이었어요. 꼭 한번 불러주시면 오고 싶었고요. 우리 교민들도 보시겠지만 호주인들 또는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고 느끼실지가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박성일 PD: 네, 소풍은 80대 배우가 연기하는 80대 이야깁니다.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나며 추억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노년의 삶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김용균 감독: 제가 오랫동안 영화를 준비하면서 사실은 좀 준비하는 작품들이 잘 안됐어요. 준비하면서 좌절을 겪었죠. 그 과정에서 저희 부모님과 제 와이프의 부모님까지, 양가 부모님들이 병환과 노환으로 연속해서 돌아가시는 불행을 겪었어요. 간병도 하고 장례식을 치르면서 늙음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고민들이 좀 있었는데 이 시나리오를 제안받고 그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아요. 저의 그런 부분이 건드려졌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투사해서 잘 전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님들, 나문희 배우님, 김용옥 배우님, 박근영 배우님까지 사실 되게 욕심났었어요. 이 분들의 연기를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또는 감독으로서의 욕심도 좀 컸던 것 같아요.

박성일 PD: '소풍'은 배우 나문희를 주인공으로 쓴 한 팬의 글이 시작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김용균 감독: 나문희 배우님을 생각하면서 원안이 작성됐다고 하는데요. 우리들 어머니의 어떤 상징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어떤 핵심의 감정이랄까 이런 게 좀 느껴졌어요.

그래서 내가 각색을 하거나 또는 연출해서 좀 바꿀 때에도 그 핵심의 정서는 건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요. 이것 때문에 내가 이 작품에 빠져드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나문희 배우님으로부터 시작된, 그리고 그분으로 완성된 이야기로서 참 잘 짜여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박성일 PD: 그렇군요, 소풍에는 말씀처럼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배우 등 정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함께 했는데요, 배우들 연기 경력만 195년이라고 하던데요. 하지만 80대 이야기다 보니까 투자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떠셨나요?

김용균 감독: 그렇죠. 보통 투자는 상업성이 강하다고 얘기하는 액션 오락 영화들이 좀 투자가 잘 되는 편이거든요. 아무래도 젊은 관객들이 많다 보니까 젊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투자가 좀 용이하고요.

그런 면은 있는데 아시다시피 (소풍에 출연한 분들이) 너무 좋은 배우들이고 또 좋은 시나리오고 그래가지고 사실 투자자들도 많은 관심은 줬어요. 그런데 워낙 지금 한국 영화계가 조금 투자 환경이 위축되다 보니까 다들 좀 조심스러워했던 것 같고요. 그래도 결국 마지막에 투자에 나서주신 분도 사실은 김용욱 선생님 팬분이셨어요.

박성일 PD: 그렇군요. 촬영장 분위기도 궁금한데요. 보통 영화 촬영장은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다반사로 알고 있는데 배우들 연세가 많으셔서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가 궁금하네요

김용균 감독: 저도 사실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그 부분이 제일 큰 걱정 중에 하나였던 것 같아요. 우리 선생님들, 배우님들의 건강 문제가 걱정됐고요. 그러다 보니까 밤샘 촬영을 안 할 수는 없는데 이 건강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까가 저도 굉장한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우리 선생님들이 노하우가 있으시더라고요. 오랫동안 관리를 스스로 잘하시는 것도 있는데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집중력을 발휘하세요. 연기에 대해서는 워낙 준비가 잘 돼 있으시고 또 오랫동안 달련 돼 오신 게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오늘 밤을 새워서 밤샘 촬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찍어야 되는 분량이라면 선생님들은 새벽 1시 정도에는 끝내는 속도로 연기를 하세요.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사실 이래저래 준비를 하다 보면 테이크라고 그러죠? 같은 연기를 6번도 하고 10번도 하고 이런 경우들이 허다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배우님들은 딱 두 번 이상 하지 않으세요. 그 안에 완성된 연기를 보여주세요. 우리 선생님들은 단 두 번 안에 완성된 연기를 보여주시니까 저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처음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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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감독의 '소풍' Credit: 2024 호주한국영화제
박성일 PD: 그렇군요. 소풍에서 은심은 파킨슨병에 걸리고 금순은 고된 노동으로 허리를 다칩니다. 자연스럽게 노년의 죽음과 존엄사에 대한 내용도 건드리게 되는데요, 이 영화를 통해서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으셨는지요?

김용균 감독: 처음에 이 작품을 보고 “이 작품은 한번 제가 느낀 감정을 투사해서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 그것은 제가 자식의 입장에서 제 부모님이 늙어가시고 아파하시고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작품에서 우리 주인공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는 것을 재현도 하고 상징으로도 보여드리고 하면서, 관객분들이 이런 것들을 직접으로 보기는 힘든 과정이죠 이런 걸 미리 한번 젊은 관객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결국엔 그 기저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고 결국에는 살면서, 늙어가면서, 죽어가면서 정말 소중한 게 뭐지? 이게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런 과정을 이 영화를 통해서 보고 대신 보고 한 번쯤 성찰해 보고 느껴보고 또 누구나 늙고 죽잖아요. 아직 젊은 사람들은 그게 너무 먼 미래의 얘기니까 사실 실감은 안 날 텐데 저도 그랬었고요. 하지만 누구나 늙고 죽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지금 가장 소중한 게 뭐지?”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좋은 가치가 되는 영화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을 조금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박성일 PD: 우리 어머님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 겪어야 될, 자신들의 이야기일 텐데요. 어떻게 보면 무겁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웃음과 감동의 밸런스가 정말 잘 잡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쾌한 연기를 하시는 대배우들의 가슴 아픈 감정선을 담는데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는지? 이 과정에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김용균 감독: 디렉터는 사실 연기에 대한 디렉팅도 약간 포함을 하거든요. 제가 배우들보다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큰 그림을 보고 방향을 정해야 되는 선장 같은 역할을 하면서 배우님들이 부분 부분 연기를 할 때에 어떤 큰 틀에서 연기가 뭔가 좀 톤에 안 맞거나 방향성이 다르거나 할 때 교정도 하게 됩니다. 연기 실력에 대한 디렉팅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선생님들의 너무 놀라운 연기랄까? 선생님들의 작품에 대한 방향성에 대한 어떤 완결성 같은 게 있었고요. 이렇게 제가 디렉팅을 안 하고 연출을 해 본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선생님들이 이 작품에 대해서는 거의 뭐 디렉터와 같은 큰 그림을 그리면서 연기를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유쾌할 때는 정말 유쾌하고 우리를 막 즐겁게 해주면서도 또 순식간에 감정을 깊숙하게 몰입할 수 있을 때에는 정확하게 들어가 주시니까 제가 연기를 구경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디렉팅을 한 게 아니라 첫 번째 관객으로서 연기를 구경하는 것 같았습니다. 컷을 해야 되는 게 감독인데, 어떤 테이크를 연기하시면 컷을 해주는 게 감독인데… 제가 어느 순간 계속 구경을 하고 있더라고요.

박성일 PD: 감독님이 배우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해 주신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정말 그 감독에 그 배우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제목을 ‘소풍’이라고 정한 이유도 궁금한데요. 어린 시절 소풍은 뜬 눈으로 지샐 만큼 기대되고 설레는 순간인데요, 노년의 삶을 다룬 영화의 제목을 소풍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용균 감독: 네 그 설렘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주인공 은심과 금순이 60년 만에, 특히 은심이 육십 년 만에 고향에 간 그 느낌을 설렘으로 잡았던 게 순식간에 그 소녀 시절의 감정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거든요.

60년 만에 고향으로 간다는 것이 그리고 또 마침 첫사랑의 남자친구도 만나고 그래서 16세 소녀의 감정으로 순식간에 들어간다고 생각을 했고 그것에 대해서 나문희 배우님도 깊이 동의해 주셨고 그래서 다시 설렘을 느끼는 걸로 영화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 설렘은 우리가 어릴 때 소풍 갔을 때의 설렘하고 같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희로애락을 겪고, 늙고, 아프고, 저세상으로 갈 때에도 그런 소풍의 감정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대화를 나눴었어요. 그래서 그게 제목으로까지 좀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성일 PD: 그렇군요, 앞으로 감독님의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김용균 감독: 저는 중간에 호로 영화도 연출해 본 적이 있는데요. 그 영화를 만들 때도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저도 조금 나이가 들어가고, 이번에 특별히 소풍에서 그런 설렘을 다시 좀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유형의 작품이 다음 작품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지만, 매 작품마다 설렘을 좀 느낄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특히 소풍을 찍으면서 했던 것 같습니다.

박성일 PD: 알겠습니다. 이제 캔버라, 번사이트, 베날라, 알리스 스프링스 등 호주 도시들을 돌며 무료 상영회가 열리는데요. 호주 전역에서 ‘소풍’을 기대하고 계신 호주 관객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용균 감독: 대한민국 경상남도 남해시라는 되게 되게 사실 시골인데요. 아직 개발이 좀 덜 돼서 옛날 옛날의 느낌이 많이 살아있는 그런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인데요. 여기에서 벌어지는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들 얘기가 멀리 호주 또는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어떤 느낌일까 되게 되게 감독으로서 궁금한데요.

제가 믿는 것은 이 작품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감정과 관계,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세계, 인류,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런 믿음이 때론 유쾌하게 때론 가슴 먹먹하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고 그럴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네 감사합니다. 2024 호주 한국영화제 폐막작 소풍의 김용균 감독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용균 감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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