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호주한국영화제
- 2024년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시드니 조지 스트리트 이벤트 시네마에서 진행
- 캔버라, 베날라, 번사이드,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무료 상영회 개최
- 2024 호주한국영화제 개막작, 김다민 감독의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박성일 PD: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 2024 호주한국영화제가 시드니 조지 스트리트에 위치한 이벤트 시네마에서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서 한국 최고의 영화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을 호주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22일 조지 스트리트에 위치한 이벤트 시네마에서 김다민 감독을 만나봅니다. 김다민 감독님, 안녕하세요?
김다민 감독: 안녕하세요. 김다민입니다.
박성일 PD: 먼저 호주에 오신 걸 환영하고요, 호주는 처음이신지요?
김다민 감독: 호주는 이번에 처음 왔어요. 어제 도착해서 이제 하루 지났습니다.
박성일 PD: 호주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김다민 감독: 너무 좋아요. 저는 도시여서 좀 답답할 거라 생각했는데 자연이 너무 많고, 사람도 많지 않고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고요.
박성일 PD: 그렇군요. 드디어 2024년 호주 한국영화제가 시작됐습니다. 김다민 감독님의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는데요, 2024호주한국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청된 소감부터 여쭤볼까요?
2024 호주한국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상영 전 단체 사진 Credit: SBS Korean
박성일 PD: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님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교육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데요. 그런데 막걸리는 사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술이고 아이들에게는 금지돼 있잖아요. 그런데 제목부터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로 정하고, 막걸리와 아이가 조합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김다민 감독: 이게 작심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요. 어떻게 보면 조금씩 조금씩 어떤 우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데요. 제가 평소에 평생학습관 그리고 예전에 주민센터라고 불렸던 행정복지센터에서 수업 듣는 걸 워낙 좋아해요. 이것저것 그냥 배워보는 게 재미있어서 그때 전통주 만들기 수업을 한 학기 정도 들었고 거기서 막걸리를 만들었어요. 집에서도 (막걸리를) 만들었고 숙성도 시키고 하는 와중에 미생물의 세계가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또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까 제가 살던 곳이 그렇게 번화한 곳이 아니었고 교육의 중심지도 아닌데도 초등학교 앞에 아이들이 기다리는 학원 버스가 길게 줄 서 있더라고요. 이것 또한 참 신기했어요. 그래서 무슨 원리일까? 약간 그런 궁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무슨 원리로 이 세계가 움직이는 걸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그래서 하나의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박성일 PD: 영화를 보면 막걸리가 말을 한다는 아이디어도 그렇고, 서울대 페르시아어 특별 전형이라는 아이디어도 그렇고요, 막걸리가 알려준 모스부호는 로또 4등 당첨 번호예요.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정말 많은 것 같은데요. 이런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떠올리게 되나 궁금한데요.
김다민 감독: 그냥 막 호기심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좀 호기심이 많았고 이것저것 그냥 궁금해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이렇게 마감 앞에서 튀어나온 게 아닌가 싶네요. 재밌다고 느끼셨다면 좀 많이 성공한 것 같네요.
박성일 PD: 사실 이제까지 한국의 사교육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꽤 많았는데요, 한국의 사교육 문제가 그만큼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 때문이겠죠. 사교육에 지쳐서 호주로 이민 왔다고 말하는 한인 청취자들도 아주 가끔씩 만날 수 있고요. 감독님의 영화가 앞서 사교육 문제를 다뤘던 다른 영화들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김다민 감독: 여러 가지 다양한 매체에서 사교육과 관련된 작품들이 이미 많이 나왔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날이 서 있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판적인 작품들이 많았어요. 또 어떻게 보면 대체로 이 문제가 모두 부모의 욕심 때문이라고 귀결되는 작품들도 꽤 많았던 것 같거든요. 저는 무언가가 틀렸다고 정해놓고 시작하기보다는 그냥 동춘이라는 아이가 궁금해하는 원리, 즉 가벼운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알아가는 과정이 있다면 조금 더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 엄마 아빠의 욕심 혹은 가족의 욕심이라기보다 그것 말고도 더 많은 맥락이 있는데요. 엄마 아빠가 그렇게 된 것에 있어서도 많은 맥락이 있을 수 있고요. 많이 깎여 나간 채 쉽게 나오는 작품보다는 조금 더 열어놓고 생각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박성일 PD: 그렇군요. 이번 영화에서 특히 박나은 어린이 배우의 존재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주인공을 발굴한 과정도 궁금한데요, 어떤 오디션 과정을 거쳤는지? 캐스팅할 때 박나은 어린이의 어떤 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궁금하네요.
김다민 감독: 모든 영화들이 주인공을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했다, 어렵게 어렵게 캐스팅을 했다 뭐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저 역시 그점이 이해가 되는 게 박나은 어린이 배우는 가장 마지막에 극적으로 캐스팅을 했습니다. 영화 속 동춘이라는 아이는 조금 특이한 성격을 지닌 독특한 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진짜 많이 오디션을 봤고 연기 학원들도 많이 찾아갔어요.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서 프로필도 정말 많이 받았고요. 진짜 빼어나게 연기를 잘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정말 인형처럼 생긴 예쁜 친구들도 있었지만 뭔가 동춘이스러운 뭔가 딱 맞는 느낌을 찾기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박나운 어린이 배우를 만나게 됐고, 보자마자 동춘이 같다는 마음이 생겨 함께 하게 됐습니다.
박성일 PD: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김다민 감독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도 궁금한데요. 혹시 이 영화는 내 이야기라거나, 혹은 사교육으로 어릴 때부터 굉장히 힘들었다거나… 그런 유년기를 보내시지는 않았는지요?
김다민 감독: 그 점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이 영화가 자전적인 이야기인지를 궁금해하세요. 자전적인 부분이 있다면 조금 전 말씀드린 것처럼 막걸리 만들기, 페르시아어, 모스 부호 약간 이런 것들일 텐데요. 저는 사교육을 받으며 크지는 않았어요. 저희 엄마는 오히려 약간 좀 방임형, 방목형 부모님이셨어요. 그래서 사실 고등학교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수월하게 진학할 수 있었어요. 보통의 경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서 애니메이션 학교에 못 들어가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주의였어요. 멍 때리거나 약간 딴 생각을 하는 지점에서는 주인공과 닮은 부분도 많네요.
박성일 PD : 그렇군요. 사실 감독님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살인자ㅇ난감’의 각본을 쓴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가 감독님의 첫 장편 영화라면 ‘살인자ㅇ난감’은 첫 장편 극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쩌면 이렇게 첫 장편 영화와 첫 장편 극본 작업이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과가 큰 만큼 거기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김다민 감독: 사실 좀 운이 좋아서 쉽게 된 편인 것 같긴 합니다. 제가 뛰어나서 뭘 이렇게 도약하고 그러진 않았던 것 같고요. 뭔가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는 이것저것 쓰는 것을 좋아하고요 어떻게 보면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와 ‘살인자 ㅇ난간’은 양 극단에 있는 것 같잖아요. 하나는 아이가 나오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보면 19금의 잔인한 이야기거든요.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 것이 이점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5년 전 혹은 10년 전에 똑같은 작업을 했다면 작품으로 완성되기 힘들지 않았겠나라는 생각도 해요. 어떻게 보면 그것이 가능한 시기가 왔고요. 한창 이걸 작업할 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OTT가 급부상한 점도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박성일 PD: 그렇군요, 앞으로 감독님의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김다민 감독: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보니까 앞으로 남은 과정들도 많습니다. 어느 순간 툭 튀어나왔을 때 보시는 분들이 반가워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고요. 지금 일단 제일 먼저 준비하고 있는, 속도가 제일 빠른 건 시리즈 작품이에요. 잘 되어서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알겠습니다. 이제 호주한국영화제가 시작됐고요. 캔버라, 번사이트, 베날라, 알리스 스프링스 등 호주 도시들을 돌며 무료 상영회가 열리는데요. 호주 전역에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기대하고 계신 호주 관객 여러분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다민 감독: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처음 상영된 곳이 부산영화제였는데요. 그때도 뭔가 희한하게 항상 매진이 됐는데 외국 분들이 없었어요. 항상 한국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통역도 사실 오셨다가 가시고 할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 계신 관객분들은 이 영화를 도대체 어떻게 보실지 많이 궁금했거든요. 왜냐하면 이 영화는 한국 내부에 있는 뭔가를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 계신 분들의 반응이 정말 궁금해요. 호주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실까요? 분명히 재밌게 봐 주셨으면 좋겠고요. 호주 전 지역을 제가 다 가지는 못하지만 제 영혼을 보내겠습니다. 상영관을 찾아 함께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성일 PD: 감사합니다. 2024 호주 한국영화제 개막작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김다민 감독님,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다민 감독: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