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 위원장
-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맡아 창설, 2010년까지 집행위원장 역임
-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심사위원장 등 다수 영화제 심사 위원 역임
- 2019년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 조직 위원장 역임
진행자: 2023 호주한국영화제가 바로 내일인 24일 개막합니다. 이번 영화제는 시드니를 시작으로, 캔버라, 멜버른, 브리즈번까지 호주 내 4개 도시에서 개최되는데요. 단 한 번도 호주에서 상영한 적이 없는 최신 한국 영화 13편이 호주 관객들을 만나게 됩니다. 올해 호주한국영화제에는 한국 영화계의 전설과도 같은 분이 특별 게스트가 초대됐는데요.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초대 집행 위원장이자 영화의 불모지 부산을 전 세계가 알아주는 영화의 도시로 만든 김동호 전 위원장입니다. 김동호 전 위원장은 지난 2010년 부산 국제 영화제서 은퇴했는데요. 이후 2019년에는 강릉 국제 영화제 조직 위원장을 맡아, 또 하나의 국제 영화제를 한국에 내놓은 바 있습니다. 1937년 생으로 올해 86세인 김동호 전 위원장 저희 SBS 스튜디오에서 나혜인 프로듀서와 대담을 가졌습니다.
호주공영 SBS 한국어 프로그램의 나혜인 프로듀서와 대담을 진행 중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 위원장 Source: SBS / Korean program
김동호 전 위원장: 네. 안녕하십니까?
나혜인 PD: 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김동호 전 위원장: 네. 저도 영광입니다.
나혜인 PD: 먼 길 오셨습니다. 오늘 아침에 호주에 도착하셨죠? 먼저 컨디션은 어떠신지요?
김동호 전 위원장: 아직은 괜찮습니다.
호주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와 깊은 인연…
나혜인 PD: 부산국제영화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전 세계 100개가 넘는 국제 영화제를 방문하셨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만큼 호주와도 인연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 멜버른 필름 페스티벌 아니면 브리즈번의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에 참여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김동호 전 위원장: 저는 오래전에 브리즈번 영화제를 한번 참석을 했었고 그 집행위원장하고 굉장히 친했었어요. 앤이라고 그다음에 2007년에 아시아 퍼시픽 스크린 어워드가 생기면서 첫해 심사위원으로 왔었고 한 5회쯤 됐을 때는 페이트론 그러니까 홍보대사로 위촉받아서 또 시상하러 몇 번 왔었고 그 다음에 또 9회 때는 심사 위원장을 맡아서 또 왔었고 그다음에는 다시 역대 심사 위원장들이 또 심사위원으로 초청받는 바람에 다시 왔었죠. 그런데 이 영화상이 2020년 이제 코로나 팬데믹이 생기면서 일단 중단했었어요. 작년에 새로 또 시작을 했는데 작년에 못 왔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영화제 대신에 그리피스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또 왔었습니다.
나혜인 PD: 정말 호주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계시네요. 혹시 위원장님께서 기억하시는 호주 영화계 분위기 어떠셨나요?
김동호 전 위원장: 굉장히 차분하고 또 관객들이 매우 열성적이고 그래서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그런 나라다 이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래 또 호주가 영화 강국이기도 하죠.
호주공영 SBS 시드니 사옥을 방문한 이광혁 호주한국영화제 프로그래머, SBS 한국어 프로그램의 나혜인 PD,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 위원장, SBS 한국어 프로그램 박성일 PD Source: SBS / Korean program
김동호 전 위원장: 유감스럽게도 2019년에 창설을 했는데 작년에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새로운 시장이 먼저 시장이 창설한 영화제다 해서 없애는 바람에 3회로 하고 끝났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나 이제 법인체는 아직 갖고 있어요.
나혜인 PD: 안타깝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제 강릉국제영화제까지 그렇기에 ‘한국 영화제의 아버지’라고 불리시는데요. 이번 호주 방문에서는 영화제 기획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영화제 운영에 대한 강연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 생각인가요?
김동호 전 위원장: 우선은 부산국제영화제 창설 과정 운영에 따른 여러 가지 경험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주로 아마 학생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 질문할 사항이 상당히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로 질문에 답하는 쪽으로 좀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나혜인 PD: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제 영화제라고 하면 베니스, 칸, 베를린, 토론토, 선댄스 정도가 될 텐데요. 그런데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개최되는 국제 영화제의 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무려 2000개의 국제 영화제가 개최됐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많은 국제 영화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동호 전 위원장: 무엇보다도 영화제의 그 색깔 영화제가 갖고 있는 고유한 정체성을 가져야지만 영화제는 생명력이 있다고 판단이 되죠. 그래서 비슷비슷한 영화제는 거의 오래가지 못합니다. 특히 이 아랍 계통의 영화제들 예컨대 두바이 영화제가 제일 먼저 창설이 됐었는데 그 후에 아부다비가 또 창설을 했고 도하가 창설을 했는데 그러나 이 그러한 아랍권의 영화들이 산업적으로는 별로 크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도하가 먼저 없어졌고 아부다비도 없어졌고 두바이도 오래 운영하다가 2019년에 그것도 없어졌습니다.
나혜인 PD: 영화제들이 많지만 쉽게 없어지기도 하네요.
김동호 전 위원장: 많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중에 하나죠. 하나는 그런 정체성이 없을 때는 오래가지 못하고 두 번째로는 그 예산이 예산이 상업적으로 뒷받침된다거나 아니면 자치단체에서 없애거나 그러면 또 영화제는 없어지죠. 그 대표적인 예가 파리에서 개최됐던 파리 영화제라고 있어요. 근데 이 영화제도 그 시장이 바뀌면서 또 한 20회 가까이 가던 영화제가 없어졌고…
나혜인 PD: 강릉이랑 상황이 똑같네요.
김동호 전 위원장: 그다음에 프랑스의 노르망디 쪽에 도빌 영화제가 있었는데 그 도빌 아시아 영화제도 한 15~6년 잘 가다가 그 주체가 광고 회사가 맡으면서 돈벌이가 안 되니까 또 없앴어요. 이제 그런 영화제들도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색깔이 분명한 영화제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영화제에 대한 강연 이후에는 지금 한국 영화 회고전이 개최되고 있는 NSW 주 주립 미술관에서 1999년 이후 한국 영화 흥행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실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해 주실 건가요?
김동호 전 위원장: 한국 영화가 예술적인 측면이나 또 상업적인 측면에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1998년이 어떤 기점이 돼요. 그래서 저는 1998년 이후 한국 영화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또는 산업적으로 성장해 왔는가 하는 데 역점을 두고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모든 전 세계 영화제 또는 영화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거는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는 최근 5년 동안에 전 세계에서 굉장히 많은 각광을 받고 있고 조명을 받고 있죠. 이제 그런 배경에 대해서 좀 설명을 하려고 그럽니다.
나혜인 PD: 저희가 잘 아는 영화들의 이야기도 나오겠어요
김동호 전 위원장: 네. 그렇습니다.
2010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들 가운데 김동호 전 위원장 (AP Photo/Matt Sayles) Source: AP / Matt Sayles/AP
김동호 전 위원장: 네. 그렇습니다. 제가 처음에 영화계에 발을 뒤로 놓았던 것이 1988년인데 그때의 한국 영화 위상과 지금의 한국 영화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가 있을 만큼 아주 현저하게 달라졌죠. 그래서 그걸 보면서 저는 감회가 굉장히 새롭죠. 당시만 해도 1988년 아니 그보다도 부산영화제가 생긴 1996년 칸 영화제를 가면서 굉장히 부럽게 느껴졌던 것이 왜 한국 영화는 이 뤼미에르 극장에 레드 카펫을 밟는 영화가 없느냐 그런 영화인이 없느냐 그걸 굉장히 부러워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2000년에 춘향전이 경쟁에 처음 올라가면서 한국 영화감독이 드디어 레드 카펫을 밟았거든요. 그러고 나서 이제는 뭐 감독상 무슨 부문상 때문에 레드카펫을 받는 게 아니라 이제는 뭐 대상을 받기도 하고 아카데미를 석권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건 아주 천양지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관객들은 계속 극장을 찾을까?
나혜인 PD: 한국 영화는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영화의 미래가 어떨지는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극장 대신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요. 관객들이 계속 영화관을 찾으리라고 보십니까?
김동호 전 위원장: 그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엇갈려요. 대체로 많은 감독들한테 제가 그 부분을 많이 물어보고 있는데 한 70%에서 80%까지는 관객이 돌아올 것이다 하는 객관적인 견해들이 그래도 조금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올해 칸 영화제에서 아주 재미있는 기록 영화가 상영이 됐습니다. 룸 999라는 영화였는데 그건 빔 벤더스 감독이 40년 전에 감독들을 초청해서 영화의 미래에 관해서 질문을 했어요. 그러고 40년 후인 작년에 룸 999호실에서 다시 감독들을 모아가지고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 물어봤어요. 근데 거기서도 엇갈려 가지고 어떤 감독들은 영화는 이제 거의 끝났다 하는 의견도 있고 그래도 영화는 계속 존속될 것이고 극장도 계속 존속될 것이다 그런 의견들이 거의 한 60~70%는 차지하고 있었거든요. 그거 보면 아마 그렇게 비관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우리 김동호 위원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동호 전 위원장: 저는 한 80% 정도의 관객은 극장을 찾을 것이다 그런 낙관적인 편에 서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김동호 위원장님께서 올해 호주한국영화제에 참석해 주신 만큼, 앞으로 호주한국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위원장님의 고견을 한번 들었으면 합니다.
김동호 전 위원장: 우선 한국영화제는 다른 나라에서 개최되는 한국 영화제와 아주 특별한 성격을 갖고 있어요. 그거는 거의 초창기부터 오스트렐리아의 각 도시를 순회하면서 개최된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출발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예산을 더 많이 좀 확보해서 또 아니면 호주에 호주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가지고 그 순회하는 도시를 조금 더 넓히면 모든 호주분들에게 한국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넓히는 폭이 되죠. 이제 그런 점에서 좀 확장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고 또 하나는 이 영화제가 관객을 많이 끌려면 좀 다양한 영화,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 이런 영화들을 많이 초청해서 틀어주면 그러면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두 가지 점에 주안을 두고 발전시켜 나가면 굉장히 좋은 영화제가 되리라고 확신을 합니다.
“영화는 제 인생의 전부…”
나혜인 PD: 우리 김동호 위원장님께서는 정말 수많은 영화를 보셨을 거고요. 또 수많은 영화인들과 함께 해 오셨는데요. 이 영화와 함께해 온 지난 시간들 어떠셨나요? 뒤돌아보시면요.
김동호 전 위원장: 제가 사회생활을 한 지가 한 63년 정도 되면 30년은 공직생활을 했고 34년은 이제 영화 쪽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는 영화는 제 인생의 반려였고 또 영화는 제 인생의 거의 전부였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어떻게 하면 한국 영화가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그런 쪽에서 남은 인생을 좀 영화와 함께 살아갈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 그리고 호주 한인 동포 여러분께 남기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김동호 전 위원장: 아마 호주에서도 한국 영화를 보실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호주에 계신 호주분들이나 한국 분들은 꼭 시드니에서 출발해서 개최되는 한국영화제를 좀 사랑하고 참여해 주시면 보다 폭넓은 또 풍요로운 영상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거든요. 결국 영화제라는 것은 좋은 영화, 좋은 관객이 있어야지만 영화제는 또 성공하니까 영화제를 또 도와준다는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혜인 PD: 저는 아주 오래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리 김동호 위원장님을 먼발치에서 뵀던 그런 기억이 있는데요.
김동호 전 위원장: 영광입니다.
나혜인 PD: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호주에 오신 걸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김동호 전 위원장: 감사합니다.
- 일시: 8월 27일 일요일 12시
- 장소: Sy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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