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30년 전통의 'Parkes Elvis Festival' …매년 호주와 전 세계 엘비스팬 25,000 여 명 참여
- 엘비스 생일 1월 8일 맞춰 닷새간 로큰롤 제왕의 음악과 삶 기리는 글로벌 문화축제
-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혈 팬 파크스 주민 밥 & 앤 부부가 1993년 마을 축제로 처음 시작
- 행사 기간 중 시드니 센트럴 역에서 파크스 역까지 '엘비스 익스프레스' 특별 열차 운행
스타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이름이 있습니다. 1950년대 전 세계 사람들을 로큰롤에 빠져들게 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스타는 사라졌지만 팬들의 가슴속에 전설은 영원합니다. 해마다 그의 생일인 (1935년) 1월 8일에 맞춰 전설을 추모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성대하게 펼쳐집니다.
그런데 그 축제 장소가 좀 의외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태어나고 활동한 미국이 아닌 호주 그것도 시드니에서 350km쯤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 서부의 파크스(Parkes)라는 지역 마을에서 축제가 열리는 건데요. 이 축제는 엘비스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Parkes Elvis Festival' 의 이모저모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설이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를 묻는 건 불문율이 아닐까 싶은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한 시대 세상을 뒤흔들었던 로큰롤의 황제는 1977년 8월 16일 마흔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 유산은 여전히 지구촌을 진동시키고 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설은 그의 음악과 열정으로 인해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엘비스는 그가 나타나기 전인 50년대 이전 미국을 인종별로 나누어 놓았던 두 갈래의 음악, 흑인음악을 대표하는 리듬 앤 블루스와 백인들의 음악으로 통칭되던 컨트리 뮤직을 목소리 하나로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엘비스의 노래는 그 특유의 풍부한 감정 전달로 듣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공감을 자아내게 합니다.
진행자: 엘비스의 보컬에 대해 미국 경제성장과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고요?
유화정 PD: 엘비스의 목소리는 그의 독보적인 존재와 함께 미국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상징한다는 것이 분석의 핵심인데요. 워낙 가진 소리가 좋은 데다 도무지 흉내가 불가능한 그만의 바이브레이션이 더해져 풍요로운 맛을 전해주는 그의 목소리는 2차 대전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함으로써 자유진영 최강국이 된 미국의 국력신장 그래프와 닮았다'는 겁니다.
엘비스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탁월한 가성과 함께 특이하게도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바이브레이션을 지니고 있어 그 풍성한 음성은 마치 풍요로운 맛을 갖춘 특급 와인처럼 두드러진 독창성으로 무장한 엘비스만의 레벨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Elvis on the stage (AAP) Source: AAP
유화정 PD: 엘비스는 노래 부르면서 가만히 있지 않았죠. 허리 놀림이 하도 요란해 골반이란 뜻의 ‘펠비스(pelvis)’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요. 그가 무명에서 전국적 스타로 치솟은 1956년에 TV 프로 '에드 설리번 쇼' 에 출연했을 당시 시청자의 반감이 두려워 카메라가 그의 허리 아래를 비추지 않은 사건은 전설적 에피소드로 남아 있습니다.
진행자: 매년 1월이면 전 세계 엘비스 팬들이 호주로 집결하는데, 그 이유가 호주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엘비스 리바이벌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라고요?
유화정 PD: 시드니에서 350km쯤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 중서부에 위치한 소도시 파크스는 엘비스의 생일인 1월 8일을 전후로 호주와 전 세계에서 모여든 2만 5천여 엘비스(Elvis Aaron Presley) 팬들로 북적입니다.
이 지역 전체 인구가 1만 명을 조금 넘는 것을 감안하면, 축제가 펼쳐지는 5일 동안 이곳의 인구는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인데요. 마을 이름을 따 Parkes Elvis Festival로 명명된 이 축제는 지역 최대 연례행사이자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축제입니다. 또한 엘비스 팬들에게는 엘비스와의 특별한 연결과 추억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축제가 되고 있습니다.
'파크스 엘비스 페스티벌'은 매년 둘째 주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일을 전후해 닷새 동안 성대히 펼쳐지는데, 올해로 31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진행자: 로큰롤 제왕의 삶과 음악을 기리는 리바이벌 축제가 엘비스가 태어나고 활동한 미국이 아닌 호주, 그것도 작은 시골 마을에서 3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니 놀라운데요. '파크스 엘비스 축제'는 어떻게 시작이 됐나요?
유화정 PD: 엘비스 프레슬리는 생전 파크스는 물론이요, 호주를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파크스 마을에서 엘비스 축제가 시작된 건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혈 팬인 밥과 앤(Bob Steel, Anne Steel) 부부가 1981년 엘비스 프레슬리의 대저택인 '그레이스랜드'에서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열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부부는 레스토랑 안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들을 걸어 놓고 늘 좋아하는 엘비스의 노래를 틀었습니다.
유화정 PD: 레스토랑 ‘그레이스랜드’는 곧 그 지역 엘비스 팬들의 아지트가 됐습니다. 하루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왕팬인 단골손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테마의 생일파티를 열었는데 그 인기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수많은 손님들이 노래에 맞춰 엘비스처럼 다리와 엉덩이를 흔들며 로큰롤 파티를 즐겼는데요.
이를 계기로 밥과 앤은 지역 사회 전체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이후 마을 사람들과 축제를 계획해 1993년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일인 1월 8일의 가장 가까운 주말에 첫 ‘파크스 엘비스 페스티벌’을 열게 됐습니다. 이 날 약 200명의 팬들이 모여 엘비스 프레슬리의 영화 감상, 콘서트, 코스플레이를 즐기며 대성공을 이뤘습니다.
이후 파크스 마을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엘비스 페스티벌은 해를 거듭하며 입소문으로 퍼져 나갔고, 축제의 규모도 점점 커져 이제는 지역 주말 축제에서 5일 동안 치르는 대형 축제로 거듭났습니다.
유화정 PD: 엘비스 프레슬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파크스 지역에 엘비스 동상이 제막되고 연 2만 5천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형 엘비스 리바이벌 축제가 열리게 된 데는 지역주민들의 헌신적이 노력이 뒷받침 됐습니다.
축제가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고객 중심의 행사 기획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면서, 미디어와 사회에서의 인지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고 싶어 지면서 지금의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이 즐겨 방문하는 세계 유명 축제의 하나가 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큰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1993년 축제의 주춧돌이 된 레스토랑 ‘그레이스랜드'는 호텔 그레이스랜드로 발전했습니다.
진행자: 엘비스의 생일 1월 8일을 전후해 매년 닷새간 열리는 ‘Parkes Elvis Festival’ 2024년 올해의 일정은 10일부터 14일까지로 공고됐는데, 축제 기간 중에는 주로 어떤 행사들이 펼쳐지나요? 일단 엘비스 코스프레가 떠올려지는데요.
유화정 PD: ‘Parkes Elvis Festival’은 파크스 마을의 쿡 파크(Cooke Park)의 메인 무대를 중심으로 이벤트 기간 내내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집니다. 말씀하신 대로 수백여 명의 짝퉁 엘비스가 나타나 지역을 축제의 도가니로 만듭니다.
엘비스 및 1950년대 의상을 갖춘 이들이 함께 하는 거리 퍼레이드, 엘비스 관련 전시회, 유명 가수의 특별 무대, 엘비스 시대의 자동차들을 모아 놓은 전시회, 여기에 엘비스의 아내 프리실라 (Priscilla Beaulieu)를 닮은 여성 선발대회가 곁들여지고요. 엘비스와 가장 닮은 사람을 선발하는 엘비스 컴페티션(Elvis Competition)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합니다.
특히 엘비스 컴피티션 우승자는 엘비스가 성장한 미국 멤피스에서 ‘Elvis Week’에 개최되는 ‘Ultimate Elvis Tribute Artist Contest’에 출전하게 되는데요. 즉 외모나 음악 퍼퍼먼스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엘비스 프레슬리 다운 아티스트를 가려내는 최종 결선에 진출합니다.
진행자: 이 행사를 위해 매년 시드니 센트럴 역에서 출발하는 ‘엘비스 익스프레스’ 특별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장식이 화려한 나팔바지부터 잔뜩 힘을 준 머리까지 엘비스 프레슬리로 분장한 사람들이 시드니 센트럴 기차역으로 하나 둘 모여듭니다. 매년 1월 둘째 주 센트럴 기차역에서 벌어지는 광경인데요. 시드니 센트럴 역에서 '엘비스 익스프레스' 특급열차를 타고 ‘엘비스 페스티벌’이 열리는 파크스로 향하는 수 백명의 엘비스 프레슬리의 광팬들입니다.
세월이 흘러 팬들 대부분이 배 나온 중년과 백발의 노년에 이르렀지만 젊은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 이들의 열정 만은 엘비스와 함께 아직 청춘입니다. 시드니 센트럴 역을 출발해 파크스 도착까지 6시간 동안 열차 안에선 즉석 공연이 펼쳐지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진행자: 1993년 엘비스 프레슬리 열혈 팬에 의해 마을 축제에서 시작한 호주의 ‘파크스 엘비스 페스티벌(Parkes Elvis Festival)’이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기까지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