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Back: 21세기 문익점 가능할까?…호주 '생물보안' 톺아보기

A Senior Woman Checking In Her Luggage At The Airport

A senior caucasian woman in her late 60s with eyeglasses and a face mask checking in her luggage and handing over her passport at an airport check-in counter. Credit: AzmanJaka/Getty Images

SBS 한국어프로그램은 '에코백(Eco Back), 다시 보는 환경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호주와 한국의 환경 문제를 자세히 짚어보려한다. 이번 방송에선 호주의 '생물보안'에 대해 살펴본다.


Key Points
  • 호주 생물보안, 경제·환경·사회적 가치 보호하기 위한 활동
  • 가장 우려되는 외래침입종 '붉은불개미'…브리즈번, 퀸즐랜드서 방역 작업 시행 중
  • 외래침입종, 생태계 파괴·경제적 피해 야기…인수감염공통병 전파까지
  • 호주, 생물보안 집중…무역구조·독특한 생태계 보호 이유
  • 생물보안에 대한 대중 이해 필요…침입종,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생활하시는 우리 한인 동포 여러분. 고국을 다녀오실 때마다 늘 호주에 어떤 물건은 가져갈 수 있고, 어떤 물건은 가져갈 수 없어 헷갈리고 불편하셨을겁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물건은 가져갈 수 있고, 어떤 물건은 가져갈 수 없는 것일까요? 오늘은 그 이유와 연관된 호주의 '생물보안'과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려합니다.

목화씨를 한국에 들여왔다는 문익점. 지금 호주에서 문익점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는 Biosecurity라고 일컬어지는 호주의 강력한 생물보안 시스템 때문입니다. 작은 씨앗부터, 음식, 큰 동물까지 호주에 들어오기 위해선 엄격한 생물보안 시스템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그렇다면 생물보안은 대체 무엇이고, 왜 중요한 것일까요?
앤드류 로빈슨(Andrew Robinson) 멜버른대학교 교수 Credit: SBS Korean
앤드류 로빈슨(Andrew Robinson) 멜버른대학교 교수 Credit: SBS Korean
SBS한국어프로그램은 멜버른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의 교수이자, 호주 생물보안 리스크 분석센터의 대표인 앤드류 로빈슨(Andrew Robinson) 박사와 호주의 생물보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생물보안(Biosecurity)이란?

우선 바이오시큐리티, 생물보안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로빈슨 교수에 따르면, 생물보안은 이해관계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고 합니다.

그는 "저는 생물보안을 한 국가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수행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생물보안에는 다른 측면도 있다"며 "예를 들어, 저희 그룹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않지만, 인간의 건강을 보호하는 생물 보안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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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orean

17/06/202409:25
호주에 유입된 외래침입종

최근 호주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외래침입종 중 하나는 붉은불개미입니다.

전세계에서 침입 능력이 가장 강하고, 피해 범위도 큰 것으로 알려진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외래침입종에 속하는 해충입니다. 붉은불개미는 외래침입종 중 피해 유발 규모가 5번째로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붉은불개미에게 물리게 될 경우, 심한 자극 뿐만 아니라 통증, 피부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은 물론 과민성 쇼크까지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호주 퀸즐랜드에선 이미 붉은불개미가 확산되고 있어 다양한 방역 작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Fire ants and larvae.
After invading Queensland cane crops, fire ants have now been found south of Byron Bay in NSW. Source: AAP, AP / Kenneth G. Ross
로빈슨 교수는 "붉은 불개미는 현재 호주 브리즈번과 퀸즐랜드 남동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박멸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전에도 붉은 불개미의 침입을 성공적으로 박멸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너무 일찍 시도를 중단한 탓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고국인 한국에서도 최근 붉은불개미 수천마리가 발견돼 관계기관이 조사에 나서는 등 조기 방역 작업에 나섰습니다.

외래침입종, 왜 문제일까?

붉은불개미와 같은 외래침입종은 단순히 생태계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공개한 '외래침입종과 그 통제에 대한 평가보고서(IPBES Invasive Alien Species Assessment)'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외래종은 3만7000종 이상 존재합니다. 또 매년 약 200종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Source: IPBES invasive alien species assessment
Source: IPBES invasive alien species assessment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년간 외래침입종에 의해 발생한 경제적 비용은 약 4200억달러 이상입니다. 외래침입종에 의한 경제적 비용은 1970년대 이후 10년마다 4배 이상 확대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래침입종은 인수공통감염병을 전파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질병은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

호주가 생물보안에 집중하는 이유?

호주는 위협적인 외래침입종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특히 생물보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호주가 생물보안에 집중하는데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로빈슨 교수는 생물보안이 호주 정부에게 '고수익 투자'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제가 속한 그룹에서 약 5년 전에 시작한 연구에 따르면 호주의 생물보안 시스템의 가치는 50년 기준으로 3140억달러로 추정됐고, 생물보안 투자 수익률은 30대 1 정도였다"고 밝혔습니다.

생물보안(Biosecurity)은 호주 정부에게 매우 좋은 투자처
앤드류 로빈슨 멜버른대학교 교수

로빈슨 교수는 호주의 무역 구조와 호주만의 독특한 생태계 역시 호주가 생물보안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호주는 소고기, 밀과 같이 생물보안 시스템으로 보호되는 상품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호주는 매우 귀중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 호주의 동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독특하다"며 "생물보안은 이러한 동식물을 침입종으로부터 보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외래침입종을 막기 위한 호주 정부의 노력

호주에서는 외래침입종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생물 보안에 관한 모든 법이 만들어졌다"며 "그 이전에는 1908년에 제정된 검역법이 생물 보안에 대한 권한을 가진 법이었고, 검역법이 제정된 이후 10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외래침입종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전 차단이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꼽힌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전 차단은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침입을 막을 수 없는 경우라면, 조기 박멸이 가장 중요하다고 로빈슨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외래침입종을 조기에 발견하게 된다면, 개체수가 확산되기 전이기 때문에 쉽게 근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호주 정부는 무역을 통한 화물이 호주에 도착하기 전 필요한 세가지 생물보안 장벽을 조성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국경에서의 감시와 국경에서의 개입에 대한 기준이 설립돼 있다"며 "해충이 발견됐을 때 수행되는 활동과 책임, 예를 들어 누가 무엇을 처리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설립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연방 차원에서 생물 보안과 관련된 정책과 주 차원에서 생물 보안과 관련된 정책이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생물보안, 정부 책임·과제 넘어서 대중 참여 필요

로빈슨 교수는 생물보안을 위해선 대중들이 생물보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반 대중도 생물보안을 위한 행동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생물보안은 우리의 수출 시장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호한다
앤드류 로빈슨 멜버른대학교 교수

그는 "우리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우리의 삶의 방식과 가정에서의 안락함을 보호한다. 국민 건강도 보호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제는 정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생물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면서, 생물보안이 보호하는 것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일반 대중이 나서야한다"며 "우리는 국민으로서 정부가 생물 보안를 수행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계속 지켜보면서 새로운 침입종이 있는지 확인하고 정부에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특정 종류의 모기나 특정 종류의 악취 나는 벌레를 조기에 발견해 박멸할 수 있다면 수백만 달러, 아니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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