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정 PD: 오픈 AI의 챗GPT가 전세계 인공지능 붐을 촉발한지 2년 여가 지났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미국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AI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판을 바꾸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에 충격을 가져왔죠?
홍태경 PD: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1월 10일 공개한 오픈소스 버전 추론 모델 R1이 출시된지 얼마 안되어 1월 말 ChatGPT를 제치고 앱스토어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무료 앱으로 등극했습니다. 딥시크는 인기가 급증하면서 서버 접속에 로그인 장애가 발생하는 등 일시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딥시크는 일시적으로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는 등 등록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유화정 PD: 기존의 챗GPT를 제치고 최고 평가를 받으면서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한다는 것만으로도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파장을 불러왔는데요, 딥시크의 어떤 점이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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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hinese AI brings woe to stock exchanges
SBS News
27/01/202501:13
홍태경 PD: 딥시크(DeepSeek)가 주목을 받는 것은 경쟁사인 챗GPT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데이터를 덜 사용하지만 성능은 오히려 앞선다는 점에 있어서 ‘가성비’ 측면, 그리고 ‘오픈 소스’라는 점, 즉 소스 프로그램이 공개돼 누구든 자유롭게 수정하고 재배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AI에 필요한 투자 비용 측면에서 전환점이 될만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챗GPT 등의 인공지능 기술에는 미국의 대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제작한 고성능 고가 반도체인 H100이 쓰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해 중국에는 한 단계 낮은 성능의 H800 반도체만 수출하도록 규제를 가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의 딥시크가 H800만으로도 챗GPT와 비슷한 성능을 이끌어낸 겁니다.
또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출시되기 전 수많은 정보를 학습하는 훈련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여기에 많은 비용이 투입됩니다. 딥시크는 이 비용에 있어서도 챗GPT 의 1억 달러(USD)에 비해 2개월 만에 단 560만 달러(USD)를 들여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비용을 투입했다는 점이 인공지능 시장에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겁니다.
유화정 PD: 딥시크(DeepSeek)는 중국의 스타트업 기업이고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챗GPT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는데요, 딥시크는 어떻게 만들어진 기업인가요?
홍태경 PD: 딥시크는 중국 기업 기록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됐습니다. 2016년 대학 동창 2명과 함께 헤지펀드 회사 하이플라이어(High-Flyer)를 공동 창립해 운영해오던 량원펑은 자금을 끌어 모은 후 2023년 3월 AI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다 그해 말 첫 번째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 코더’를 출시했습니다. 그 이후 차례로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해오다 올해 초 딥시크 R1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유화정 PD: OpenAI의 챗GPT는 이에 앞서 2022년에 출시됐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2022년 후반에 OpenAI의 ChatGPT가 출시되면서 중국 테크 기업들 사이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자체 챗봇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하지만 검색 엔진 거대 기업인 바이두가 만든 최초의 중국 ChatGPT 대응 제품이 출시된 후, 미국과 중국 기업 간의 AI 역량 격차에 대한 중국 내 실망감이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저비용이자 챗GPT급 성능을 확보한 딥시크가 출시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반전을 가져왔습니다. 딥시크는 가장 최신 모델인 DeepSeek-V3와 DeepSeek-R1은 실리콘 밸리 임원과 미국 테크 회사 엔지니어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두 모델의 성능은 OpenAI와 메타(Meta)의 가장 진보된 모델과 동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화정 PD: 딥시크가 미 대기업들이 지출하는 비용보다 적은 비용으로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한 것은 중국 AI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ChatGPT에서 딥시크에 이르기까지 AI 모델은 학습을 위해 고성능 칩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딥시크는 칩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개발이 가능했을까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미국의 전 대통령 조 바이든의 미국 행정부는 2021년부터 이러한 칩이 중국으로 수출되어 중국 기업의 AI 모델을 학습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 금지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딥시크의 모회사인 하이플라이어는 2019년부터 AI 개발을 목적으로 엔디비아 칩을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앞서 량원평 대표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AI 칩 규제를 부과하기 전에 이미 엔비디아 칩 A100 GPU를 1만개 이상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딥시크 연구원들은 지난달 논문에서 DeepSeek-V3가 엔비디아의 H800 칩을 사용하여 훈련했으며, 비용은 600만 달러(950만 호주달러) 미만이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이 세부 사항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딥시크에 사용된 칩이 미국이 중국에게 수출 배제하려고 했던 최첨단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주장과 함께 비교적 적게 들어간 훈련 비용으로 미국의 대기업 제품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으로 인해 미국 테크 기업 임원들은 엔비디아 칩의 수출 통제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유화정 PD: 오픈소스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과언이 아니군요. 미국 입장에서는 큰 위협이 될 수 있겠네요.
홍태경 PD: 그럴 수 밖에 없겠죠. 중국 정부의 AI 개발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되어 왔습니다. 2025년까지 핵심 기술 자립화, 2030년까지 세계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설정하고 노력해 왔는데요, 이미 생성 AI 관련 출원된 특허는 지난 10년 간 중국에서만 3만 8200여 건으로 미국보다 6배 많은 규모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특허를 출원하고 있고, 출원건수도 매년 50%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중국 공업정부화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내 AI 기업은 4400개가 넘고 서비스되고 있는 생성형 AI 모델도 200개 이상입니다. 딥시크 충격파를 안겼던 지난달 말에는 중국의 대기업 알리바바가 새 AI모델 ‘Q1 2.5-맥스’를 출시하면서 오픈AI의 GPT-4o와 딥시크-V3, 메타의 라마-3.1 등을 거의 모든 영역에서 능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유화정 PD: 범국가적인 계획으로 움직이는 중국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질주를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입장일텐데요, 이에 따라 딥시크의 저렴한 모델 개발비가 과장이라는 폭로도 나오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약 560만 달러(USD)에 불과하다는 딥시크의 개발 비용이 실제로는 100배에 달하는 5억 달러(USD)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딥시크의 모회사 하이플라이어가 지속적으로 GPU 확보에 투자한 비용이 빠졌다는 것. 또 H800으로 모델을 훈련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물론이고 중국 수출이 금지된 H100 1만대 등 총 5만 장에 달하는 엔비디아 칩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머신 러닝 모델을 위한 훈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인 Scale AI의 알렉산드라 왕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딥시크에 5만 개의 엔비디아 H100 칩(현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고성능 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칩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는 중국 기업에 이러한 고성능 AI 칩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딥시크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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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딥시크’ AI 챗봇 출시에 전세계 긴장…호주 장관들 '사용 주의’ 촉구
SBS Korean
29/01/202501:32
유화정 PD: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는 딥시크도 한계점은 분명합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딥시크를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는 취약점이 지적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딥시크 사용 금지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텍사스 주가 딥시크 사용 금지령을 내린데 이어 미 해군은 보안 우려를 이유로 해군 장병들에 딥시크 이용 금지령을 내렸고 미국우주항공국(NASA)도 전체 직원에 메시지를 보내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를 우려하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대만과 이탈리아 정부도 각각 국가 안보를 우려하며 각 부처와 기관을 대상으로 딥시크 이용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유화정 PD: 중국이 인터넷 통제에 엄격한 점도 분명히 한계점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인터넷 통제와 검열은 사용자 중심 오픈 AI의 발전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딥시크에서 ‘1989년 천안문 학살 사건을 요약해달라’고 요청하면 “제한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현재 트래픽이 많아서 답변을 제공할 수 없다”는 등의 답변을 내놓습니다.
이렇게 중국 정부와 관련된 질문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면 정부의 자체 검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화정 PD: 네 잘 들었습니다. 친절한 경제, 오늘은 전 세계 AI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오픈 AI 딥시크 R1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