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봉준호 감독 “영화는 멈춘 적 없다” 한국어로 칸 영화제 개막선언

74th Cannes Film Festival kicks off with S. Korean director of "Parasite" Bong Joon-ho declaring its opening

74th Cannes Film Festival kicks off with S. Korean director of "Parasite" Bong Joon-ho declaring its opening Source: AAP

세계 최대 영화 축제인 프랑스 칸영화제가 팬데믹 이후 2년 만인 지난 6일 봉준호 감독의 한국어 개막선언과 함께 제 74회 영화제의 막을 올렸다.


'기생충' 신드롬의 시작점이 된 칸 국제영화제가 코로나를 뚫고2년 2개월 만에 개막했습니다. 지난 2019년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이 제74회 칸 영화제 개막식에 깜짝 등장해 한국어로 개막선언을 했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의 1순위 목표는 단연 코로나19 완벽 방어입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Highlights

  • 세계 최대 영화 축제 제74회 칸 영화제 6일 개막
  • 델타 변이 확산 우려 속 코로나 뚫고2년 만에 재개
  • 봉준호 감독 한국어로 개막선언, 대회 잇는 연결고리
  • 배우 송강호 심사위원 위촉, 이병헌은 폐막식 시상자로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코로나 팬데믹 봉쇄 이후 2년여 만에 칸 영화제가 재개돼 세계 영화인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번 칸 영화제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프랑스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행사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유화정 PD: 네. 칸 국제영화제가 현지시간으로 7월 6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됐습니다. 2년여 만에 열린 제74회 칸 영화제는 오는 17일까지 12일간 열립니다.

프랑스는 칸 영화제 개최를 앞둔 지난달 9일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차등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경을 열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콘서트 축제 등에 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는 프랑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까지 마치고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데 따른 결정입니다.

진행자: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해 3월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세 번에 걸쳐 전국 단위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진 바 있죠.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유화정 PD: 올해 칸영화제의 1순위 목표는 코로나19 완벽 방어입니다. 칸 영화제 측은 이에 따라 방문객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완료 인증 QR코드, 코로나19 감염 항체 증명서 제시 등 철저한 방역 수칙을 따르고 있고, 행사장 안에서는 24시간 내내 환기 시설을 가동하고, 정기적으로 방역 살균 조치를 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집행위원회는 행사장 근처에 검사소도 마련했습니다. 주최 측 발급 출입증을 들고 검사소에 가면 국적과 관계없이 무료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고 6시간 뒤 결과가 나오는데, 검사소는 폐막식 당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 사이 운영합니다.

진행자: 바야흐로 프랑스인들이 바캉스를 즐기는 여름 시즌인데, 여름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어 더더욱 우려가 됩니다.

유화정 PD: 시민들의 셀프 방역 즉 자율적인 책임과 방역이 우선되어야 할 텐데요. 행사장 내·외부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열화상 카메라도 통과해야 하며 무엇보다 반가운 악수, 기쁨의 포옹 등 '신체적 접촉' 또한 일절 불허입니다. 티켓 예약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으로만 창구를 열었고, 공식 프리미어 외 행사들은 대폭 축소됐습니다.

 또한 각국의 영화 배급사 또는 영화제 관계자들이 신작 영화를 관람하고 개봉작 또는 상영작을 선택하는 필름마켓은 '칸 인 더 시티' 프로젝트로 변환해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5대 도시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74th Cannes Film Festival
74th Cannes Film Festival Source: AAP


진행자: 5월 하면 칸을 떠올릴 만큼 칸 영화제는 통상 5월에 열려 왔고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 국제 영화제인데요.  과거 전쟁, 경제 불황 등을 이유로 칸 영화제를 취소한 적이 있지만 일정을 연기해가며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유화정 PD: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칸 영화제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46년 1회 개최를 시작한 이래 현재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명실공히 세계인의 영화 축제입니다.

칸영화제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일부 초청작 리스트만 공개한 채 오프라인 행사를 온전히 열지 못했습니다.  '2020 칸 국제영화제 공식 선정작' 56편의 리스트를 공개하는 걸로 시상식을 대신해야 했는데요. 당시 연상호 감독의 '반도'와 임상수 감독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정부의 방역 규제로 일정이 두 달가량 미뤄진 것인데요. 개막 시기를 예년의 5월에서 7월로 2개월 늦췄을 뿐, 상영 작품 수나 게스트 초청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 이전 상황과 큰 차이 없이 행사가 열립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영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한국어로 개막 선언을 하는 깜짝 해프닝을 벌여 ‘기생충’ 이후 세계가 또 한 번 봉 감독을 주목했죠?

유화정 PD: 지난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2년 전 상을 받을 때처럼 영화 '기생충'의 배경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무대로 등장해 영화제 개막 선언을 했습니다.
Pedro Almodovar, from left, Jodie Foster, Bong Joon Ho and jury president Spike Lee
Pedro Almodovar, from left, Jodie Foster, Bong Joon Ho and jury president Spike Lee Source: Invision
봉준호 감독은 배우 조디 포스터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그리고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을 한데 불러 모아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네 개의 언어로 칸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개막식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개막선언에 앞서 여러분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까 영화제가 한번 끊어졌었다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는다며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었을지라도 시네마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수백 년 동안 이 지구 상에서 영화는, 시네마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갈채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120년 넘는 영화의 역사를 말하며, 비록 칸 영화제는 한 차례 쉬었지만 영화는 끊긴 적이 없었다고, 전 세계 영화인들을 격려한 것이군요.

유화정 PD: 봉 감독은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코로나로 끊어진 영화제의 '연결고리'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합니다.프레모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개막식에 와서 영화제 오프닝을 선언해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왜 제가?’라고 질문했는데, 프레모 위원장은 “작년에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서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에 한 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짐을 연결해달라”고 했다면서 ‘기생충’이 영화제가 끊어지기 전 마지막 영화였기 때문에 제가 역할을 맡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칸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이 직접 나서 섭외한 봉 감독의 참석 소식을 개막 당일까지 비밀에 부쳤다가 이날 깜짝 공개했고, 봉 감독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죠?

유화정 PD: 칸영화제는 이달 초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등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소개하며 "세계 영화계의 주요 인물이자 칸 영화제의 절친한 친구로서 영화제 역사에 기록을 남긴 깜짝 손님이 관객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실제 7일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개막 선언에 봉준호 감독이 등장할 줄은 누구도 예측 못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칸 영화제는 모든 영화인이 가고 싶어 하는 영화제이기에 그만큼 콧대도 높고 얼마간 폐쇄적이고, 고도로 귀족적인 영화제인데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좀 더 개방적인, 달라진 이미지를 과시하고 깜짝 뉴스를 만들어내는데 봉준호 감독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었던 것 같다"고 피력했습니다.

봉 감독은 지난 4월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에도 영상을 통해 깜짝 등장해 한국어로 감독상 후보들을 소개하고 수상자로 '노매드 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을 호명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 칸에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2년 만에 나란히 개막식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는데요. 송강호 배우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이 됐죠?

Song Kang Ho Selected For Jury
Song Kang Ho Selected For Jury Source: AP


유화정 PD: 한국 영화인이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은 1994년 신상옥 감독, 2009년 이창동 감독, 2014년 배우 전도연, 2017년 박찬욱 감독에 이어 다섯 번째이자 한국 남자 배우로는 최초인데요. 송강호 씨는 칸 영화제 최초 흑인 심사위원장을 맡은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8명과 함께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영화 24편을 심사하게 됩니다.

앞서 송강호 배우의 출연작이 칸영화제에 진출했을 때마다 수상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19년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2007년 상대역인 여배우 전도연 씨가 여우주연상을,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2009년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송강호 씨는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배우로서도 레드카펫을 밟습니다.

진행자: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9년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적인 '기생충' 신드롬이 돌풍처럼 일어났죠. 이에 많은 한국 영화인들이 올해 제2의 '기생충' 혹은 제2의 봉준호 감독이 탄생할지 초청작 발표에 자못 기대가 컸는데요. 어떤 상황인가요?

유화정 PD: 많은 기대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올해 칸 영화제에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수상과 관련이 없는 비경쟁 부문에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됐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섹션인 칸스 프리미어(Canne´s premire) 섹션에 홍상수 감독의 신작인 '당신의 얼굴 앞에서'가 초청됐습니다. 홍 감독은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처음 칸 영화제에 초청된이후 이번 영화 '당신의 얼굴 앞에서'까지 무려 11번이나 초청됐습니다. 한국 영화감독으로는 최다 기록입니다.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비경쟁(Out Of Competition) 섹션에 초청됐습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항공 재난 영화입니다. 극 중 주연을 맡은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 배우가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에 섭니다.

한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윤대원 씨의 졸업작품 '매미'가 학생 영화상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받아 눈길을 끕니다.

진행자: 영화 '비상선언'에 송강호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이병헌 배우가 제74회 칸 영화제 폐막식 시상자로 무대에 설 예정인데, 한국 배우 최초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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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PD: 네. 2017년 열린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찬욱 감독이 폐막식 무대에서 각본상 시상자로 나선 바 있지만, 한국 배우가 칸 영화제 시상자로 나서는 건 이병헌 배우가 최초입니다.  

17일 열리는 폐막식에는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 24편을 대상으로 총 9개 부문에서 시상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올해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는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 숀 펜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플래그 데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등을 비롯 이란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웅',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 등이 있습니다.

진행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제 개막 선언을 하고 송강호 배우가 심사를, 그리고 이병헌 배우가 폐막식 시상자로 나서면, 칸의 문을 열고 닫고 완전 한국 영화인 주도하에 영화제가 진행되는 느낌인데요?

유화정 PD: 기생충'이 지난 2019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관왕에 등극하면서 한국 영화의 역사를 넘어 세계 영화 역사에 새겨질 기록을 달성했고, 올해에는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하며 영광을 이어갔습니다.

‘기생충’ ‘미나리’ 돌풍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 증폭만큼 한국 영화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인과 한국 문화 콘텐츠의 잠재력을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네. 컬처 IN, 우여곡절 끝에 2년 2개월 만에 개막된 제74회 칸 영화제 소식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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