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한강 노벨문학상 이후 K 문학, 세계적 러브콜 잇따라 억대 선인세 봇물
- 웹소설 작가 송유나의 첫 종이책 장편소설 '기억서점' 콜린스와 억대 계약
- 장르 불문, 에세이도…윤이나의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도 억대 선인세
- 웹소설 작가 송유나의 첫 종이책 장편소설 '기억서점' 콜린스와 억대 계약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작품에 대한 외국 출판사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대형 출판그룹은 작품의 완성도와 가능성을 보고 한국 신예작가에게 선뜻 1억 원 가까운 선인세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영미권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한 판권 문의가 3~4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K 문학의 성장 배경을 살펴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인사)
나혜인 PD: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쓴 한국 문학의 기념비적 쾌거,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것이 지난 달 10일이었습니다. 실제 시상식은 발표일로부터 두 달 후에 열리게 되는데요. 그런데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의 이름이 한국어로 불릴 예정이라고요. 먼저 이에 대한 내용부터 짚어보죠.
유화정 PD: 노벨상은 잘 아시다시피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설립된 상으로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총 6개 부문에서 시상됩니다. 시상식은 매년 12월 10일,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에 맞춰 개최됩니다. 현지시간으로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국인 작가 최초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될 소설가 한강이 우리말 소개를 받으며 무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5분가량 진행되는 물리·화학·경제·생리의학상 등의 각 부문 시상 연설은 영어로 이뤄질 때도 많지만, 스웨덴어 전문가가 종신 위원을 맡는 한림원의 문학상 시상 연설은 통상 스웨덴어로 진행돼 왔는데요. 다만 연설의 마지막 문장만큼은 수상자의 모국어로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따라서 그간의 관례 대로라면 한강을 무대로 부르는 마지막 문장은 한국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예를 들면 "영예의 수상자를 모십니다. 한강 님, 축하드립니다" 이런 식의 소개가 되는 건가요?
유화정 PD: 2022년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선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를 맞이하며 "친애하는(Chere) 아니 에르노, 국왕 폐하로부터 노벨 문학상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아울러 스웨덴 한림원의 따뜻한 축하를 전합니다"라고 프랑스어로 소개가 됐고요. 2019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를 무대로 올리면서는 "친애하는(Lieber) 페터 한트케"로 시작하는 같은 내용의 독일어 문장으로 호명했습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한강의 작품을 스웨덴어로 번역한 박옥경 번역가가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에서 마지막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outh Korean author Han Kang Source: AFP, Getty / JUNG YEON-JE/AFP/Getty Images
유화정 PD: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시상식에서는 연설을 하지 않고 6개월 내에 별도의 강연을 통해 수락연설을 해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2016년 대중음악의 가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인물인 싱어 송 라이터 '밥 딜런'은 당시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신 에세이 형식의 수상 연설을 보낸 바 있습니다. 역대 수상자들은 이 강연문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수상 소감뿐 아니라 문학과 삶에 대한 통찰을 전해왔습니다. 강연문은 두고두고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주목받으며 이후 서적으로 출간되기도 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읽히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올해 노벨 문학상 시상식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인 만큼 한강 작가의 수상 연설이 그 어느 해 보다 크게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어떻게 예정대로 진행되나요?
유화정 PD: 네 스웨덴 한림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강은 12월 10일 시상식에 앞서 12월 7일 한국어로 강연합니다.한강 작가의 강연은 영어와 스웨덴어 번역이 제공되는데요. 강연의 스웨덴어 번역은 앞서 언급된, 한강의 작품을 스웨덴어로 번역한, 박옥경 번역가와 남편 안데르스 칼손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한국학 교수가 공동으로 맡을 예정입니다.
나혜인 PD: K 문학이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면서 한국문학에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바야흐로 세계무대에서 한국 문학 르네상스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희망도 나오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계에 새 지평선을 연, 한국 근대문학 120년 역사의 가장 큰 쾌거입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을 세계 무대에 우뚝 세우고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K팝 K드라마 등 K 콘텐츠가 이미 글로벌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순수 문학 역시 비로소 국제적 안정과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세계적인 평가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문학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작가들은 해외 유명 문학상 수상자 또는 후보에 이름을 올려왔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가운데 많이 판매된 10개 작품. 사진 = 한국문학번역원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영국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권위 있는 문학상입니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한 부커상은 작가의 국적과 상관없이 영국에서 출간된 영문 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해왔는데요. 특히 2005년부터는 비영어권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부문이 신설돼 영국 외 작가의 작품들도 부커상을 수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이전에는 맨부커상으로 불리지 않았나요? 맨부커와 부커 상은 다른 상인가요?
유화정 PD: 같은 상입니다. 부커상은 초기, 출판과 독서 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부커사 주관으로 운영되어 왔는데요. 그러다 2002년부터는 맨그룹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명칭이 맨부커상(The Man Booker Prize)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때부터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상금도 기존의 2만1000파운드에서 5만 파운드(한화 약 8,800만 원)으로 상향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맨 그룹이 2019년 초 후원을 중단하고 후원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선 단체 '크랭크스타트'로 바뀌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부커상(The Booker Prize)'으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아마 많은 청취자와 독자분들께서 기억하실 겁니다. 이번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2016년 한국인 최초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하며 이미 세계에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바 있습니다. 당시 저희 한국어 프로그램에서도 이에 대해 자세히 다뤘었는데요. 그리고 2년 뒤인 2018년 한강 작가의 '흰(The White book)'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나혜인 PD: 이제 좀 명확해지네요. 2019년부터는 후원사가 맨 그룹에서 크랭크스타로 바뀌면서 상의 명칭이 맨부커에서 원래의 부커상으로 돌아간 것이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하신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는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는 한국 작가로서는 한강에 이어 역대 두 번째가 됩니다.
2022년에는 이수지 작가가 한국인 최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는데요. 안데르센 상은 일명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문학은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2016년 이후로만 31건의 국제 문학상이 한국 작가들에게 수여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수상이 아닌, 한국문학의 꾸준한 성장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혜인 PD: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붐을 이루고 있죠. 해외 출판사와 1억 원이 넘는 선인세 계약을 맺는 국내 작가와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2010년 출간된 강지영 작가의 '심여사는 킬러'가 영국 대형 출판사인 노프 더블데이에 2억원대의 선인세를 받는 조건으로 판권이 팔렸고, 다른 영미권 및 유럽 등 15개국 출판사들과도 총 10억원대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작품은 정육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이 우연히 심부름센터를 찾았다가 냉혹한 킬러로 변신한다는 내용의 스릴러로 장르 소설로 분류됩니다.
송유정 작가의 2024년 작 '기억서점'도 최근 영국 하퍼콜린스 UK와 약 1억 원에 가까운 선인세로 판권 계약됐고, 이어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10개국에 판권이 팔렸습니다.
특히 '기억서점'은 주로 웹소설을 써온 송유정 작가가 처음으로 쓴 종이책 장편소설로 7년째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지원이 의문의 서점을 발견하고 시간여행을 가게 되는 내용의 힐링소설입니다.
나혜인 PD: 네 웹 작가가 처음으로 낸 종이책이 억대의 선인세를 받고 팔리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정말 드문 경우가 아닐까 싶네요.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K 문학 그 분야도 힐링소설, 장르소설, 순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로 퍼지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이희주 작가의 범죄소설 '성소년'은 미국의 하퍼콜린스와 영국의 팬 맥밀런에 각각 1억 원대라는 거액의 선인세를 받고 판권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미국과 영국에서 번역 출간됐고요.
수필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윤이나 작가의 라면 에세이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는 영국의 펭귄 랜덤하우스 트랜스 월드에 역시 억대의 선인세로 판권이 수출됐습니다.
한국문학 작품들의 인기는 미국과 유럽뿐이 아닌데요. 최근 일본어로 번역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약 29만 부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회사원이던 주인공이 번아웃을 겪은 뒤 작은 서점을 차려 사람들과 교류하며 위안을 얻는다는 황보름의 힐링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본어판은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나혜인 PD: 컬처인 오늘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세계가 주목하는 K 문학, 세계 대형 출판사의 러브콜과 억대 선인세 계약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문학의 위상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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