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대한항공, 최근 난기류 현상으로 15일부터 장거리 노선의 기내 간식 서비스 개편
- 기내식, 주류, 음료 등 승객에게 제공되던 모든 기내 서비스도 착륙 40분 전에 마감
- 일반석 컵라면 제공 중단…고밀도 좌석, 여러 개 동시 전달…화상 입을 가능성 높아
- 대신 기존의 샌드위치에 콘독(핫도그)· 피자 등으로 대체…비즈니스석은 그대로 유지
앞으로 대한항공 항공기 일반석에서는 컵라면을 먹을 수 없게 됐습니다.
대한항공은 15일부로 장거리 노선 기내 간식 서비스를 개편하며 장거리 노선에서 제공했던 일반석 라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최근 난기류가 발생이 잦아지면서 기내 컵라면 국물로 인한 화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대한항공이 인천 발 장거리 노선 기내 간식 서비스를 개편한다고 밝혔는데, 아쉽게도 라면 서비스가 중단이 된다면서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그동안 장거리 노선의 일반석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컵라면 기내식 제공을 15일부로 중단한다"라며 아울러 장거리 노선 기내 간식 서비스를 개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간식으로 샌드위치만 제공 됐지만 콘덕(핫도그), 피자, 핫포켓(빵 속에 다양한 재료를 넣은 음식) 등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또한 대한항공은 이에 앞서 지난달 (7월) 1일부터 중·장거리 모든 노선에서 기내 서비스 종료 시점을 기존보다 20분 앞당겨 착륙 40분 전으로 조정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노선에서는 기내식, 주류, 음료 등 승객에게 제공되던 모든 서비스가 착륙 40분 전에 마감됩니다.
나혜인 PD: 저희가 앞서 컬처 시간을 통해 기내식의 100년 변천사를 다뤄본 바 있는데요. '하늘 위의 만찬'이 특별하고 맛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더구나 라면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 아닙니까! 어떤 분들은 비행기에서 라면 먹는 맛에 비행기 탄다고도 하던데, 아쉬워할 고객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유화정 PD: 네 기내식은 항공 여행에서만 가질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죠.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대한항공의 라면 서비스는 이코노미석의 경우 승객이 원할 때 추가로 제공되는 간식이었습니다. 라면은 옆에서 한 명이 주문하면 특유의 냄새 바이러스가 퍼져서 다른 승객들도 먹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컵라면 서비스는 승객이 요청하면 승무원이 컵라면에 물을 부어서 자리로 가져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나혜인 PD: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되 라면 수프는 따로 제공됐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각자 기호에 맞게 국물 맛을 조절할 수 있게끔 제공된 센스 있는 서비스로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여러 개의 컵라면을 한꺼번에 옮기는 과정에서 뜨거운 물 때문에 승객과 승무원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최근 난기류 증가에 따라 라면 서비스의 경우 뜨거운 물로 인한 화상 사고가빈번하게 발생했고, 특히 일반석의 경우승객들이 밀집되어 있어 화상의 위험이 한층 컸다고 밝혔습니다.
나혜인 PD: 기내 사고는 곧 항공사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죠. 결국 서비스를 종료한 것으로 이해되는데요. 그런데 비즈니스석은 라면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한다고요?
유화정 PD: 네, 대한항공이 기내 안전을 이유로 라면 서비스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라면 서비스 중단은 일반석에 한해서 이고, 비즈니스석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는 비즈니스석의 경우 좌석 간 간격과 통로가 상대적으로 넓어 안전사고 위험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고 발생 건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하는 특성상 컵라면으로 인한 화상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코노미석의 경우 승객의 밀도도 높고 테이블도 작아서 내용물을 쏟게 되면 옆자리의 다른 승객에게 화상을 입힐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최근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난기류 현상을 보면 그 고충을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일반석 고객들의 항의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는데요?
유화정 PD: 일등석과 비즈니스(프레스티지)석 탑승객에 대해서는 해당 서비스를 지속할 방침이어서 형평성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대한항공이 원가절감과 함께 객실 승무원들이 귀찮아하던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위험하니까 대번에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건 전형적인 '군대식 발상'이라며 "여행 컨텐츠 측면에서 보면 비행기 안에서의 즐거움을 줬다 빼앗는 셈"이라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일등석이나 프레스티지석에는 난기류가 피해 간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는 것 같아 빈정 상한다"고 했습니다.
나혜인 PD: 비즈니스석 가격이 일반석의 보통 2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단순히 컵라면을 놓고 차별을 논하는 것은 좀 맞지 않아 보이기도 하네요.
유화정 PD: 비즈니스석은 라면 외 샴페인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기본 식사 역시 일반 기내식과 아예 다르게 지급되고 있습니다. 통상 일반석과 달리 비즈니스석은 좌석 및 음식을 놓고 먹을 테이블도 넓어 컵라면이 아닌 그릇에 담긴 라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객실 승무원이 직접 봉지 라면을 끓여 대접에 담아내어 주는 방식입니다.
또한 용기 아래에 트레이를 받쳐주고 디너 냅킨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런 점에서 난기류 상황에서도 바로 화상을 입지 않게 할 일종의 안전 장치가 있다는 점도 고려 됐을 것이고요. 아울러 이용 승객도 극소수라 안전 서비스 제공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이번 대한항공의 컵라면 서비스 종료 조치 뉴스를 접하고 나서야 비행기에서 원래 그런 서비스가 있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유화정 PD: 대한항공은 1992년부터 기내에서 컵라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원래 일반석 컵라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운항거리 및 시간에 따라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노선을 나누는데 컵라면 서비스는 미주, 유럽, 대양주, 중동 등 장거리 노선에서만 원하는 승객에 한해 끼니 사이 ‘간식’ 개념으로 지급해 왔습니다.
한편, 대한항공보다 상대적으로 항공권이 저렴한 진에어 등 LCC들은 유료로 컵라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많은데요.이런 걸 보면 컵라면 제공과 관련해선 항공권 가격에 따른 등급이 아닌 그냥 항공사의 정책 차이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이번 컵라면 서비스 중단과 관련해 일각에선 비용절감 차원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내용은 신빙성이 있나요?
유화정 PD: 그 부분은 사실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대한항공은 라면 폐지에 따른 이코노미석 고객 만족도 변화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진행했고 반발도 충분히 예상했지만 고심 끝에 이 정책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복수의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이코노미석 승객들에게 제공할 신규 기내 간식으로 콘덕(핫도그)·피자·핫포켓 등 콜드밀로 이들의 단가는 컵라면보다 약 2배 높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볼 문제는 아니다"고 전했는데요. 컵라면 서비스는 모든 승객이 아닌 원하는 승객만 제공하던 선택적 서비스였고, 그마저도 준비한 물량이 금방 소진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비용과는 무관한 문제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항공 난기류 발생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과 승무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난기류 현상은 기상 관측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하죠?
유화정 PD: 항공 난기류는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주거나 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난기류 중 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수시로 발생하는 불안정한 공기의 흐름의 총칭으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대서양의 한 지점에서 심각한 수준의 난기류가 1979년에는 연간 17.7시간 지속됐지만 2020년에는 27.4시간으로 55%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4년의 한 연구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제트기류가 강해지면서 북반구에서 난기류 관련 사고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조종사들은 매년 약 65,000건의 중간 난기류와 5,500건의 심한 난기류 사고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국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적사가 전 세계에서 만난 난기류는 총 62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73건) 대비 79.8% 증가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동안 대한항공 장거리 비행 시 제공되던 컵라면 서비스가 난기류로 항공기 사고가 잇따른 데 따른 승객과 승무원의 부상 방지 등 비행 안전을 위한 예방 조치를 이유로 8월 15일부로 중단된다는 소식, 컬처 IN을 통해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