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중국서 유행하는 펫 웨딩...반려견 결혼식에 15만 원짜리 맞춤 웨딩 케이크
- 비혼 증가와 저출산 원인…비혼문화 확산 속 반려동물에 쏟는 애정 커져
- 중국 반려동물 시장 53조 육박…40세 미만 8명 중 1명 꼴로 반려동물 양육
- 한국은 '펫 장례'…반려동물 양육가구 52%가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우선 생각
'평생 간식과 장난감을 공유할 것을 맹세합니다' 무슨 서약서일까요?
한껏 꾸며진 야외 결혼식장에서 행복한 결혼 서약을 하는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반려견입니다.
결혼과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는 중국에서 최근 반려동물 결혼식이 유행하고 있다는데요. 15만 원짜리 호화 웨딩케이크가 등장하는 등 그 규모도 상당합니다.
중국에서 불고 있는 '펫 웨딩(pet wedding)' 열풍 자세히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반려동물이 결혼하는 새로운 사회 문화가 등장했습니다. 중국에서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 형태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반려동물 간 결혼식 ‘펫 웨딩’ 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빨간 풍선으로 만든 길 위에 꽃다발을 문 채 턱시도를 입고 있는 개가 보이고, 이어 길 끝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다른 개에게 달려가 꽃다발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인간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 서약을 합니다.
지난 4일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골든리트리버 본드와 브리의 야외 결혼식 장면입니다. 견주인 라이 링과 그의 여자친구 지지 첸은 각자의 반려견의 백년가약을 맺어주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결혼식을 구상하고 세심하게 준비했습니다.
반려동물의 결혼식 준비도 사람의 결혼식 준비와 다르지 않은데요.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했고 웨딩 북클릿을 직접 디자인했는가 하면 본드와 브리를 닮은 장식이 있는 800위안(약 15만 원) 짜리 맞춤형 케이크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나혜인 PD: 연인 사이인 견주 두 사람이 각각 키우던 반려견을 짝 지워주는 결혼식이었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골든레트리버 브리를 키우는 라이 링은 "사람들도 결혼식을 올리는데 개들이 못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링 씨는 자기 암컷 반려견 브리를 식장으로 안내한 후 브리의 남편 본드를 향해 항상 간식을 챙겨주고 놀아주겠다는 서약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반려견들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결혼식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Group pet dog weddings are held at Purple Jade Villa in Beijing, China. Photo by Visual China Group via Getty Images Credit: VCG/Visual China Group via Getty Ima
유화정 PD: 상하이 소재 반려동물 전문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양타오 씨는 이미 몇 달 후에 열릴 예정인 반려견 결혼용 케이크 주문도 들어왔다며 2022년 반려동물 베이커리를 시작한 이후 비슷한 주문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향후 반려견 결혼식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이색 동물 결혼식은 중국에 앞서 필리핀에서 이미 전례가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매년 10월 4일은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동물 보호의 의미를 되새기는 '세계 동물의 날'입니다. 이날을 맞아 필리핀에선 현지 동물 애호가들과 반려 가족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주 특별한 연례행사가 개최됩니다.
세계 동물의 날을 기념해 동물 애호가들과 반려동물 수백 마리가 한자리에 모여 합동결혼식을 여는 것인데요. 깜찍한 드레스와 면사포 장식부터 귀여운 나비넥타이에 턱시도로 저마다 멋을 낸 견공들이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짝을 지어 레드카펫을 걸어갑니다.
필리핀의 국교인 천주교식 동물 세례식도 열리는데 사제는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에게 성수를 뿌려주며 축복합니다. 행사의 취지는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동물 보호의 의미를 기억하자는 데 있습니다.
나혜인 PD: 바야흐로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하는 댕댕이와 냥냥이 '댕냥'의 시대입니다. 반려동물 산업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관련된 신조어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과 시장을 뜻하는 펫(pet)과 경제(economy)가 합쳐진 말로 펫코노미가 있죠?
유화정 PD: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귀하게 여기면서 럭셔리상품과 서비스 시장도 등장, 번창하고 있습니다. 펫셔리는 펫(pet)에 럭셔리(luxury)가 붙었습니다. 반려동물을 아끼는 마음에 고급 상품, 편집숍, 카페, 호텔, 레스토랑, 수제간식 등을 구매하거나 방문합니다.
펫부심(pet+자부심)은 반려동물에 대한 진한 애정표현과 자랑을 뜻하는데, 애견인과 애묘인이 모이는 누리소통망(SNS) 인스타그램이 대표 소통채널로 이곳에서 사진 및, 동영상을 공개하고 서로 좋아요와 댓글로 관계를 맺습니다.
반려견이 많아지면서 사고도 늘고 있어 여기에 맞춰 펫러닝(pet+learning)도 호황입니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pet+sitter)도 등장했고요. 펫파라치도 있습니다. 펫파라치(pet+paparazzi)는 목줄이 없는 반려견이나 배설물을 방치하는 반려견 소유주 등을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사람(파파라치)입니다.
나혜인 PD: 펫 웨딩이라는 신조어는 사실 한국에서 먼저 시작되지 않았나요? 'Happy Ceremony with Pets'이라 해서 펫 웨딩이 2020년 웨딩 트렌드로 선정된 바 있었는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반려동물을 앞세운 결혼식으로 신랑신부 보다 앞서 걸으며 꽃을 뿌리는 화동을 반려동물이 대신하는 ‘펫 웨딩’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았습니다.
가족만큼 소중한 반려견이 있다면 부케와 함께 목줄을 손에 잡고 입장하는 것을 고려해 보길.. 꽃단장을 마치고 하객 앞에 선 귀여운 존재는 그 자체로 결혼식의 확실한 분위기 메이커가 돼줄 것이 분명하다는 홍보 문구가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요.
버진로드를 걷는 신부 앞에 꽃장식을 한 펫 화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결혼식에는 결혼반지를 입에 물고 전하는 링 도그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스몰웨딩이 유행하면서 틀에 박힌 결혼식을 벗어나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자유로운 형식으로 의미 있는 예식을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나혜인 PD: 펫 화동 또는 반지를 전달하는 링 도그에서 이제는 펫 웨딩의 주인공이 됐는데, 이유는 견주들의 과시욕이 빚어낸 현상 아닐까요? 중국에서 반려동물의 선호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비혼 증가와 저출산, 인구 고령화를 겪으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반려동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인들이 반려동물에게 지출한 돈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2793억 위안, 미화 380억 달러, 우리 돈약 53조 원에 달합니다.
A caretaker takes care of a 14-year-old female dog which can't walk well at a home for ageing pets (AAP)
나혜인 PD: 반려동물 결혼식은 반려동물 보유 인구수 증가와 맞물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네요.
유화정 PD: 반려동물 보유 인구 증가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을 안 하는 문화가 확산하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을 보입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의 초혼 등록은 197만 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17만 8000건 줄었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추락하는 경제, 만연한 청년 실업, 커지는 남녀평등 인식, 우선순위의 변화 속에서 중국의 결혼 건수가 급감했다며 지난해 중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초혼 건수는 지난 9년간 거의 56% 줄어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나혜인 PD: 중국 내 비혼 문화 확산 속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면서 이를 과시하려는 행태가 펫 웨딩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군요. 한국의 반려동물 가구 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펫 웨딩이 주목을 받고 있나요?
유화정 PD: 먼저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입니다.
2020년 말의 536만 가구와 비교해 2.8% 증가한 수치로 대한민국 인구 5175만여 명 중 1262만여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간의 펫 웨딩은 한국 내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고요. 반면 반려동물 장례식은 이미 이별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혜인 PD: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가 있군요? 반려동물을 떠날 보낼 때의 슬픔은 가족과의 이별만큼이나 힘들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유화정 PD: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전체 반려가구 약 5분의 1(19%)이 노령견을 기르는데,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이들을 가족 구성원과 같이 확실한 장례를 치러주겠다는 수요자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52%가 노령견을 기를 때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로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꼽았는데요. 한국 내에는 2024년 7월 8일 기준으로 75곳의 동물장묘업체가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 노령 반려동물 수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장례 수요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나혜인 PD: 결혼과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중국 내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반려동물 결혼식 이른바 '펫 웨딩'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최근 소식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