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세계적 권위 콩쿠르 휩쓰는 'K-클래식'…''한국 현상'' 그 비결은

Pianist Lim Yun-chan accompanies the FWSO conducted by chair of the jury Marin Alsop during the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Pianist Lim Yun-chan accompanies the FWSO conducted by chair of the jury Marin Alsop during the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Source: AP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K-클래식' 신드롬을 만들고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 클래식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Highlights
  •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 반 클라이번 60년 역대 최연소 우승
  • 세계 권위 콩쿠르 휩쓰는 ‘K-클래식’ 돌풍 … ‘하나의 현상’으로
  • 한국의 도제식 음악 공교육의 성과 주목…한국예술종합학교
  • 금호문화재단 영재 발굴…한국 클래식의 세계 콩쿠르 등용문
한국 피아니스트가 국제무대에서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세계 3피아노 경연으로 꼽히는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만 18살의 임윤찬이 60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월드 스타 ‘조성진’이어 새로운 클래식 스타의 탄생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최근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하며 'K-클래식'높아진 위상을 재차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휩쓰는 'K-클래식'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현상’  컬처 IN에서 짚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한국 피아니스트가 세계를 사로잡았습니다. 조성진 이후 K-클래식의 새로운 거장의 탄생이 예고됐는데, 먼저 우승의 순간 자세히 전해주시죠.

유화정 PD: 피아노로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하며 시작된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시상식에서 맨 마지막으로 호명된 대회 우승자는 한국의 십대 피아니스트 임윤찬 이었습니다.

6명으로 골라진 최종 결선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C장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한 윤찬 군은 10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폭발적 에너지와 대담한 작품 해석으로 심사위원단과 청중들을 매료시켰고 일제히 기립한 청중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직접 협연을 지휘한 마린 알솝(66) 심사위원장이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는데요. 마린 알솝은 2019년 개봉된 영화 <지휘자>(The Conductor)의 실제 주인공입니다.

Pianist Lim Yun-chan performs during one of the final rounds of the 16th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Pianist Lim Yun-chan performs during one of the final rounds of the 16th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Source: AP


진행자: 앞선 준결선에서도 극도의 테크닉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 12전곡을 65분에 걸쳐 쉬지 않고 연주해 청중을 놀라게 했어요.

유화정 PD: 준결선 무대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에튀드 12곡 전곡을 완벽하게 연주했을 때 이미 관중석에서 "당장 금메달을 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유튜브로 중계 당시 채팅창은 '천재', '괴물', '인간의 연주가 아니다'로 도배가 되었는데요. 과거 천재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하며 또 하나의 천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목격했다며 전 세계 애호가들이 찬사를 보냈습니다.

특히,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두고 ‘기념비적 명연’이라는 전문가들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윤찬 군은 대회 우승에 앞서 전 세계 클래식 팬 3만 명이 참여한 인기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해 청중상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한 경연자에게 주는 최고 연주상 비벌리스미스테일러 어워드까지 차지해 대회 3관왕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Lim Yun-chan becomes the youngest winner of Van Cliburn Int'l Piano Competition
Lim Yun-chan becomes the youngest winner of Van Cliburn Int'l Piano Competition Source: AP


진행자: 임윤찬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미화 10달러(한화 약 1억 2900원)음반 녹음 및 3년간 세계 전역의 매니지먼트 관리와 월드 연주 투어의 기회를 갖게 된다고요.

유화정 PD: 거장들을 배출해오며 올해로 16번째를 맞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쇼팽 콩쿠르처럼 피아노 부문에 한정되며 4년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 옛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리는 대회로, 재단이 입상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뒤지지 않는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국제콩쿠르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반대급부로 크게 부상된 점도 간과할 수 없겠는데요. 명실공히 북미를 대표하는 국제 콩쿠르로 참가 자격은 만 18세에서 30세 이하 신예 피아니스트에게만 자격이 주어집니다.

진행자: 4지난 대회 우승자도 한국 피아니스트였죠? 이번 우승은 지난 2017선우예권에 이어 한국인 연주자가 2연패를 차지한 거라 의미가 남다른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지난 2017년에 열린 제15회 대회에서 당시 28세의 선우예권이 한국 피아니스트로 첫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이에 앞서 2009년 손열음, 2005년 미국의 한국계 피아니스트 양희원(미국명 조이스 양)이 각각 2위에 올랐습니다.  

올해 대회는 사실상 코로나 대유행 여파로 대회가 한 해 미뤄진 것인데요. 올해 만 18세가 된 임윤찬이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것부터 극적이었습니다.

임윤찬 우승자는 수상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부드럽게 말을 했고, 머리카락이 거의 눈까지 떨어졌지만, 대답하기 전에 곰곰이 생각하는 등 나이를 초월한 성숙함을 보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는데요.

또한 윤찬 군을 열 두 살 때부터 지도해온 한국종합예술학교 손민수 교수의 말은 인용해 “연주하려고 태어난 피아니스트”라고 한마디로 요약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Source: yonhap
진행자: 이른바 ‘한국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 음악 콩쿠르를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휩쓸고 있는데요. 영화나 대중음악뿐 아니라 클래식에서도 우리 젊은 연주자들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K-클래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한국인 음악가들의 독보적인 활약은 세계 무대에서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우승 불과 2주 전에는 세계 3대 클래식 음악경연대회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첼리스트 최하영(24)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이름을 딴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양인모(29)가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습니다.

우승자 배출을 넘어 준결선, 결선 진출자의 숫자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 참가자를 압도하는데요.

이번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선 결선 진출자 6명에 임윤찬을 비롯해 한국인 4명이 포함됐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4명이 한국인 연주자였습니다.

진행자: 한국은 국제 콩쿠르에서 유독 강한가? 콩쿠르 낭보가 전해질 때마다 자주 접하는 질문인데요. 클래식 음악계에선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의 약진의 중요한 배경으로 ‘한국식 음악교육 시스템’을 꼽는다고요?

유화정 PD: 1980년대 유럽, 미국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특출 난 선배 음악가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힘을 쏟으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같은 도제식 공교육 시스템이 형성됐습니다. 임윤찬을 비롯해 최근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양인모, 최하영, 박재홍 등이 이곳 출신입니다.

공교육뿐만 아니라 민간의 ‘영재 발굴’ 시스템 역시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실력을 닦을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는데요. 금호문화재단의 영재 발굴 시스템은 세계 클래식 음악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연주자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활약하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은 아닙니다. 1974년 정명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친 이후 수십 년간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이 낭보를 전했는데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Cellist Choi Ha-young won the 2022 Queen Elisabeth Competition
Cellist Choi Ha-young won the 2022 Queen Elisabeth Competition Source: AP
진행자: 벨기에 엘리자베스 콩쿠르 현장 중계를 25년째 맡아온 티에리 로로 감독은 아예 주제로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기도 했다면서요?

유화정 PD: 티에리 로로 감독은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에 “한국 연주자들이 산사태처럼 몰려오는 건 세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로 감독은 한국 음악계의 저력을 뒷받침하는 주요 요소로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체계적인 영재 교육 시스템, 부모들의 헌신적 지원 등을 꼽았는데요.

“철저하게 개인 역량에 맡기는 유럽과는 달리, 한국은 음악을 전공하는 아이의 성공을 위해 온 가족이 매달리는 ‘패밀리 프로젝트’에 가깝다”면서 “가족들의 희생이야말로 유럽에선 찾기 어려운 한국적 풍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사회 특유의 높은 교육 수준과 입시 경쟁을 바탕으로 수많은 콩쿠르를 통한 경쟁을 일찌감치 경험하면서 강인한 정신력도 길러지리라 봅니다.

유화정 PD: 임윤찬은 결선을 앞두고 미국 하숙집에서도 하루 12시간씩 엄청난 연습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평론가는“한국의 유교주의 문화의 영향으로 스승과 부모의 교육을 잘 따른다는 점도 콩쿠르에서 강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가진 현지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위대하신 선생님이 계신다. 제 선생님이 내게 가장 많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스승 밑에 좋은 제자가 있고 좋은 제자 위에 좋은 스승이 있다고 하죠. 이번 청출어람은 스승과 제자의 교감이 이뤄낸 정직한 결과라고 봅니다.

진행자: 세계인 모두가 클래식 계의 새로운 거장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특히 한국 음악계의 저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계를 휩쓰는 'K-클래식'비결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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