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문화 예술계에서 러시아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습니다.
‘친 푸틴’ 성향의 세계적인 명성의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68)가 미국 카네기홀에서 퇴출당했고, 게르기예프와 함께 크름반도 합병을 옹호했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츠예프도 카네기홀 공연에서 배제됐습니다.
출연이 취소된 러시아 연주자의 대타로 하루 만에 긴급 투입된 피아니스트 조성진(28)의 빈 필하모닉 협연 무대에 외신들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컬처 IN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Highlights
- 조성진, ‘친 푸틴’ 러시아 연주자 대신 하루 만에 긴급 투입
- 빈필과 75분 리허설 후 라흐마니노프 협연…카네기홀 열광
- 우크라이나 침공 불똥 튄 ‘러’ 예술계…국제무대 입지 잃어
- 영국, 볼쇼이 전격 취소… 칸·유로비전 등도 ‘러시아’ 보이콧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 최정상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의 카네기 홀 협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청중들의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고요.
유화정 PD: 현지 시각 25일 조성진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카네기홀을 가득 채우며 빈 필과의 협연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뜨거운 환호를 받았습니다.
조성진의 협연 무대에 뉴욕타임스 등 해외 매체들과 클래식 업계는 일제히 호평을 쏟아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전문가의 연주란 이런 것”이라며 ‘기적 같은 솜씨’라고 극찬했습니다.
조성진에게 이번 무대는 빈 필하모닉과의 첫 협연이자 카네기 홀에서의 독주 아닌 협연 무대는 이번이 처음으로 여러모로 잊지 못할 무대가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카네기 홀 공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출연이 취소된 러시아 피아니스트 대신 긴급 대타로 투입된 무대였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친 푸틴’ 행보를 해온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미국 뉴욕 카네기홀 연주에 제동이 걸리면서 독일에 머물고 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긴급 대타’로 투입됐습니다.
사실 이번 무대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1998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오를 예정이었는데요.
그러나 친 푸틴 성향의 두 러시아 음악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카네기홀은 공연 하루 전날 이들의 무대를 전격 취소한 겁니다. 게르기예프의 공연을 앞두고 트위터에는 ‘#CancelGergiev’(게르기예프를 취소하라)가 삽시간에 퍼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카네기홀은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며 지휘자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음악감독인 캐나다 출신 야닉 네제-세갱으로 교체한다고 24일 밝혔는데요. 그러면서도 협연 피아니스트를 누구로 교체할지는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진행자: 카네기홀은 공연 당일에서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나서기로 했다고 공지문을 냈다면서요? 단 하루 만에 공연이 성사됐다는 게 정말 놀라운데,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상세히 보도했다고요?
조성진과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 카네기홀 빈필하모닉 협연 Source: AP
유화정 PD: 뉴욕타임스는 긴박했던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는데요. 이 신문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 머물던 조성진이 카네기홀과 빈필의 다급한 요청을 받은 때는 공연 하루 전인 2월 24일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그리고 7시간 뒤인 다음 날 아침에 뉴욕 행 비행기에 서둘러 몸을 실었습니다.
섭외가 워낙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리허설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요. 90분짜리 공연을 연습할 시간이 75분에 불과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조성진은 빈필과의 협연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카네기홀에서 독주가 아닌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진행자: 갑작스레 이뤄진 카네기홀 협연이 그에게는 ‘데뷔 무대’가 된 셈인데, 상황 설명을 듣고 보니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기적의 연주를 이뤄내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는데, 더구나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했다면서요?
유화정 PD: 하루 전 연락을 받은 조성진으로서는 3년 만에 전 악장을 연주해야 했는데요. 조성진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2019년에 연주한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이 점이 바로 뉴욕타임스가 그의 암보 연주를 높이 산 까닭입니다.
까다롭기도 명성 자자한 뉴욕타임스의 음악 비평가 조슈아 배런은 “공연을 그저 해낸 데 그치지 않고, 악보 없이 연주하면서 비할 데 없는 섬세한 연주를 했다.”며 갑작스러운 공연이었지만 능숙했다는 평을 내렸습니다.
배런은 또한 “조성진의 소리는 감정과 기교를 쏟아붓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돋보였다”며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왼손의 반주, 오른손의 빛나고 명확한 멜로디”를 크게 호평했습니다.
진행자: 조성진은 2015년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세계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모차르트 곡 초연 헌정 공연으로 세계 무대에 다시 한번 이름을 널리 각인시킨 바 있죠. 그렇다 해도 하루 만에 이 엄청난 공연을 소화해 냈다는 건 정말 대단한 내공이 아닐까 싶은데요.
유화정 PD: 이번 연주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머물던 조성진이 긴급히 나서 준 데 대해 카네기홀과 빈필이 깊은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또,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역시 갑자기 만났지만 열정적이고 단호한 연주를 선보였다고 평 했습니다.
리허설 시간을 75분밖에 쓰지 못한 채 무대에 올랐지만 조성진은 자신의 트위터에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필 공연 막판에 투입돼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과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며 빈 필과 첫 협연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카네기 홀에서 퇴출된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68)는 평소 푸틴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임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왔죠. AFP통신은 정치적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충성파라고 전했는데요.유화정 PD: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라는 별칭이 붙은 게르기예프는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러시아어로 황제)로 군림해 왔습니다. 푸틴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친구로 푸틴의 지대한 서포트를 받아왔는데요.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Source: AP
2013년 푸틴이 부활시킨 러시아 노동 영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게르기예프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했을 때 러시아 문화예술계 인사 19명과 함께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번 카네기 홀 연주에서 협연자로 내정됐다 배제된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도 이 서명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르기예프는 앞서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당시에도 공공연히 푸틴 지지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퇴출이라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린 카네기 홀에 이어 게르기예프에 대한 음악계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는 게르기예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라 스칼라는 그가 침묵한다면 협업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게르기예프는 그가 수석지휘자로 있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으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비판 입장을 밝힌다면 계속 지휘봉을 잡을 수 있다는 제의를 받았지만 푸틴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고수해 끝내 뮌헨 필하모닉에서 해고됐습니다.
게르기예프, 2013년 러시아 노동 영웅상 수상 Source: Reuters
진행자: 반면, 몇몇 러시아 출신 음악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목을 받았죠.
유화정 PD: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인 러시아 옴스크 태생의 키릴 페트렌코는 베를린 필을 대표해 이번 침공을 비판하는 성명을 지난 25일 발표했습니다.
체코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러시아 출신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냈고, 체코 필하모닉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입주한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걸었습니다.
또,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멜니코프는 미국의 한 공연에 앞서 “러시아 출신이라는 데 대해 죄책감을 갖게 한 이들에게 화가 난다”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미 언론은 전했습니다. 멜니코프는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와 슈만 국제 피아노콩쿠르 우승자로 한국에서도 몇 차례 공연한 바 있습니다.진행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포츠를 비롯 문화 예술 각계에서 러시아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는데요. 러시아를 대표하는 볼쇼이 발레단도 타격을 입었다고요?
The sails of the Opera House are illuminated with the colors of Ukraine's national flag in solidarity with the country's people and government currently being i Source: AAP Image/AP Photo/Mark Baker
유화정 PD: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는 오는 7월로 예정된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세계 문화예술계는 러시아를 강하게 규탄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로하고 동참하는 모습인데요.
호주의 대표 아이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우크라이나의 국기를 뜻하는 노란색과 파란색 조명을 켬으로써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명했습니다.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합(EBU)이 올해 행사에서 러시아의 참가를 제한했고, 칸 국제영화제도 오는 5월 열리는 영화제에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오늘 컬처 IN,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가져온 세계문화예술계의 러시아 보이콧 확산 움직임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