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3 호주한국영화제 개막작 ‘올빼미’ 안태진 감독, 17년 만의 데뷔작 성공 “아직도 가상 현실 같아…”

Night owl.jpg

올빼미 포스터와 안태진 감독 Source: SBS / The poster(supplied), and the photo of An Tae-jin(SBS Korean program)

2023 호주한국영화제 개막작인 올빼미는 낮에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빛이 없는 밤에는 조금은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맹인 침술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궁중 미스터리 작이다.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2023 호주한국영화제 개막작 ‘올빼미’
  • 안태진 연출, 류준열, 유해진 주연
  • 조선 시대 인조와 소현 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을 가미한 팩션
  • 안태진 감독, 영화 ‘왕의 남자’ 조연출 후 17년 만에 ‘올빼미’로 감독 데뷔 “아직도 가상 현실 같아…”
진행자: 2023호주한국영화제가 지난 24일 시드니에서 개막했습니다. 호주에서 단 한 번도 개봉한 적이 없는 13편의 최신 한국 영화들이 호주 관객들에게 선보여졌는데요.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올빼미입니다. 영화는 낮에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빛이 없는 밤에는 조금은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맹인 침술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궁중 미스터리 작인데요. 조선 시대 인조와 소현 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을 가미한 팩션입니다. 특히 류준열, 유해진 두 배우의 연기가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죠.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 호주한국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호주를 찾았는데요. 나혜인 프로듀서가 만났습니다.

나혜인 PD: 2023호주한국영화제 개막작 올빼미 안태진 감독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안태진 감독: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먼저, 개막작으로 올빼미가 선정된 것 축하드립니다. 이번 2023호주한국영화제 영화제에 초청된 소감부터 여쭙겠습니다.

안태진 감독: 네. 저 해외에서 올빼미를 상영하고 그 반응을 보는 게 처음이라서 많이 떨리기도 하고 또 기대도 많이 됩니다.
나혜인 PD: 영화 올빼미, 낮에는 잘 보이지 않고, 밤에는 조금은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맹인 침술사를 중심으로 한 궁중 미스터리입니다. 야맹증은 아마 많이 들으셨겠지만, 주맹증은 좀 생소하셨을 겁니다. 감독님께서 직접 각본까지 쓰셨는데요.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는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안태진 감독: 네. 제가 그 주맹증이라는 소재를 제안받았습니다. 그 제안받기 전까지는 저도 주맹증이라는 거를 전혀 몰랐고요. 그 소재를 제안받고 즉시 든 생각이 그런 어떤 사건을 목격하고 그런데 주맹증에 걸린 사람이 어떤 사건을 목격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볼 수 있다는 거를 모른다는 설정이 재미있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나혜인 PD: 영화를 보면서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빛이 바뀌어가면서 한순간도 좀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감각적인 연출을 하셨는데요. 연출을 하실 때 어떤 부분에 가장 공을 들이셨습니까?

안태진 감독: 일단 올빼미는 주인공 경수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의 시선을 관객들이 잘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고요. 그래서 무엇을 보고 경수가 보지 못하고 어떤 식으로 보는지를 관객들에게 잘 쉽게 납득시키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좀 시각장애인의 입장에 대해서 좀 생각을 많이 하셨겠어요, 감독님께서?

안태진 감독: 네. 그리고 인터뷰를 많이 했습니다. 실제 주행증을 가지신 분들 그럼요.

나혜인 PD: 그분들도 경수랑 좀 비슷한가요? 직접 만나보셨을 때?

안태진 감독: 많이 도움이 됐고요. 특히 또 주인공 경수 역을 맡은 류준열 배우가 또 실제로 같이 만나서 식사도 하고 그러면서 많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57b821d1be07482295af1413d8d7629a.jpg
영화 '올빼미' 스틸컷 Source: Supplied / KOFFIA
나혜인 PD: 그렇군요. 올빼미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류준열 그리고 유해진 이 두 배우의 연기입니다. 정말 들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감탄이 절로 나는 연기였습니다. 촬영하시면서 두 배우들에게 특별히 주문하신 부분이 있으신지요?

안태진 감독: 사실 특별히 주문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두 분 다 너무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준비 같은 것들이 철저하셔서 사실 저는 뭐 거의 그냥 테이크를 골라 쓰는 입장이었고요. 거의 모든 테이크들이 좋았고요. 오히려 그 그냥 영화 전체적인 방향에 관한 의논들을 두 분하고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특히 유해진 배우의 경우에는 올빼미에서 웃음기를 뺀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는데요. 유해진 배우에게 처음 이 역을 제안하셨을 때 어떤 반응이셨는지 궁금한데요.

안태진 감독: 네. 첫마디가 왜 나한테 왕 역할을 제안했느냐고 물어보셨고요. 그래서 유해진만 할 수 있는 왕 인조의 모습이 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끄덕하시다…

나혜인 PD: 그런 인조의 모습이 나왔죠. 정말?

안태진 감독: 감사합니다. 그러길 바랐는데…
5cc9a72862d84bb893be5e3bbbf1b4b6.jpg
올빼미 스틸컷 Source: Supplied / KOFFIA
나혜인 PD: 그럼요. 촬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하나 나눠주시죠.

안태진 감독: 아무래도 촬영 첫날이 제일 기억에 남고요. 제일 정신없었고요. 그 와중에 또 촬영 첫날 아침까지도 그 주인공 경수에게 수염을 붙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못 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촬영을 바로 시작을 못하고 그날 아침에도 이렇게 계속 붙였다 뛰었다 하면서 계속 보면서 그러다 결국 점심때쯤 촬영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수염을 빼게 되신… 아니 수염을 붙이게 되신 이유가 있으셨나요? 막판에?

안태진 감독: 일단 그것이 더 현실적이었고요. 어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류준열 배우의 이미지를 많이 바꾸는 작업이라 모험적이긴 했으나 그것이 더 현실적이고 결국은 잘 어울리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이제 안태진 감독님의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안태진 감독님께서는 영화인의 희망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영화 ‘왕의 남자’ 조연출을 하신 뒤 무려 17년 만에 올빼미로 데뷔하셨고, 결국 올해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화부문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회가 굉장히 새로우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안태진 감독: 더 이상 희망은 안 됐으면 좋겠고요. 데뷔는 빨리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어떠셨어요? 새롭게 영화 촬영하셨을 때?

안태진 감독: 일단 잘 믿기지가 않았고요. 이렇게 별로 현실처럼 안 느껴졌고요. 사실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가상현실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나혜인 PD: 그러셨군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도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살면서 일어나는 것을 빈번하게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께서 17년 동안 영화를 포기하지 않으셨던 데에는 어떤 동력이 있으셨던가요?

안태진 감독: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고요. 그건 순전히 그리고 운이 좋았습니다.

나혜인 PD: 근데 가족분들도 17년이면 좀 지치실 만하거든요.

안태진 감독: 네. 좀 가족들이 좀 특이하신 분들인 것 같아요.

나혜인 PD: 끝까지 믿고?

안태진 감독: 저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혜인 PD: 가족분들이 많이 좋아하셨겠어요 영화가 나왔을 때?

안태진 감독: 네. 그럼요. 좋아합니다.

나혜인 PD: 포기하지 않으신 결과 올빼미 성적이 아주 좋습니다. 호주한국영화제의 개막작으로도 선정됐지만 한국영화침체기였던 지난해 개봉해 무려 관객 수 332만 명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흥행을 처음부터 좀 예상을 하셨나요?

안태진 감독: 음. 아니요. 흥행이 워낙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요. 흥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죠. 누구나 그렇듯 너무 어려운 시기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그 결과를 보고 그러면 좀 놀라셨어요?

안태진 감독: 좀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이게 별로 현실처럼 안 느껴져서요.
IMG_4140.jpg
호주 공영 SBS 한국어 프로그램의 나혜인 프로듀서와 인터뷰 중인 안태진 감독 Source: SBS / Korean program
나혜인 PD: 그러시군요.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한데요. 어떤 작품 준비 중이신지요?

안태진 감독: 지금은 AI를 소재로 한 액션 스릴러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AI 면 미래인가요 현재인가요?

안태진 감독: 미래인데 먼 미래가 아니라 뭐 한 3년 5년 이내에 벌어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미래 이야기..

나혜인 PD: 굉장히 이제 배경이 바뀌어서 새로운 영화를 보게 되겠네요.

안태진 감독: 그렇죠 조선시대와 현재.

나혜인 PD: 알겠습니다. 호주한국영화제 시드니를 시작으로 캔버라, 멜버른, 브리즈번까지 이어집니다. 호주 전역에서 올빼미 기대하고 계신 호주 관객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태진 감독: 네. 이게 한국 역사를 다룬 사극이라 아무래도 장벽이 있을 걸로 예상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테니까요. 하지만 올빼미는 뭐랄까 전 세계 공통의 문법이죠. 스릴러라는 장르 영화 문법도 충실히 따르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보시면 아마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혜인 PD: 혹시 외국 관객들이 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세요? 영화 가운데?

안태진 감독: 시대 배경 같은 것들인데요. 예를 들면 중국 이 거대한 나라였고 한국은 거기에 비해 대단히 적은 나라 작은 나라였고 그리고 중국이 명과 청으로 갈라져서 싸우다가 그것이 거의 결판난 상태에서 이제 영화가 시작한다는 정도 알고 계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2023 호주 한국영화제 개막작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님,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태진 감독: 네. 감사합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