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 호주 과학계를 이끄는 한인동포 과학자] 제4부: NSW대 커비연구소 권지수 박사(수학적 전염병 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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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한국어 프로그램 새해특집 호주 한인과학자 대담 NSW대 Kirby 연구소 권지수 박사 Source: SBS

빅데이터 분석과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통제 및 예방 연구에 기여하고 있는 권지수 박사는 특히 호주정부와 연계해 C형 간염 퇴치 모델링을 구축했고 이는 세계 각지의 보건당국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Key Points
  • 과거와 현재에 주어진 데이터의 복잡한 인과관계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최적의 접점 찾아내
  • 호주정부와 연계한 교도소 내 코로나 방역 전략 성과, C형 간염 퇴치 모델링 세계적 관심 주목
  • C형 간염 감염자 특히 호주 여성 이민자들의 제대로 된 케어와 치료에 대한 인식 제고에 주력
  • 순수 수학자로 출발해서 수학적 전염병 모델링 통해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보람차고 뜻깊어
노벨상 과학 부문 수상자들이 자신의 핵심 연구를 처음 시작한 평균 연령이 37.9세로 나타났다. 호주는 와이파이 WiFi 기술이 개발된 곳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13명 배출된 과학·IT 강국이다. SBS 한국어 프로그램은 2024 새해 특집 대담 시리즈로 호주 과학의 미래를 비출 차세대 호주 한인 동포 과학자 6인을 만나본다.

유화정 PD (이하 진행자): 현대과학에서 수학은 더 이상 추상적인 도구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학, 공학, 의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미래를 비출 차세대 한인동포 과학자 대담. 오늘은 그 네 번째 시간으로 빅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을 통해 감염병 통제 및 예방 연구에 기여하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대 커비 연구소의 권지수 박사님을 만나봅니다. 안녕하세요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권지수 박사 (이하 권지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정통 수학자를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라 여러 궁금증이 벌써부터 이는데요. 먼저 호주에서 어떤 공부를 하셨고 또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 볼게요.

권지수: 네 안녕하세요. 저는 권지수 혹은 에이미 권(Amy Kwon)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1999년 가족 이민을 왔고요. UNSW에서 Advanced Science와 Honours를 하면서 Applied Mathematics를 전공했습니다. 그다음에는 UCLA에 교환 학생으로 다녀온 후에 UNSW Medicine faculty에서 전염병 전파에 대한 수학적으로 모델링을 하는 PhD를 수료했고요. 현재는 UNSW Kirby Institute에서 Lecturer로 있습니다.

진행자: 커비(Kirby) 연구소, 감염병 연구 및 예방 관리에 특화된 세계적인 연구소로 알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는 곳인가요?

권지수: 네 저희 연구소는 세계적인 전염병 연구기관이고요. 감염성 질환 및 건강 관련에 대한 예방 진단 및 치료 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에서 나온 리서치 결과들은 호주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점으로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인간의 건강과 복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는 것에 가장 큰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목숨을 살리는 것 맞습니다.

권지수: 현재 저희 연구소에는 13개 연구팀이 있는데요. 각 연구팀이 감염성 질환의 다양한 측면에 연구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HIV 및 기타 감염 질환의 전파 및 예방 연구를 하고 있고요. 인간 면역 시스템이 어떻게 감염병에 반응하는지 어떤 치료 방법이 효과적인지 등등을 알아내기 위해서 lab work도 진행하고 있고요. 또한 감염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지 등을 저처럼 수학적 접근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 등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Epidemics. Dr. Amy Kwon
2023 Epidemics conference, Dr. Jisoo Amy Kwon
진행자: 규모가 상당하네요. 13개 연구팀 중 그러면 권지수 박사님이 중점적으로 하고 계시는 연구는 어떤 분야인가요?

권지수: 네 제 주요 연구는 HIV 혹은 에이즈나 C형 간염과 같은 전염병이 어떻게 퍼지는지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해서 호주 정부 기관의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 2016년도에 WHO세계보건기구에서 C형 간염을 2030년까지 없애는 타깃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진행자: 아 그래요.

권지수: 네 그에 맞춰서 호주 정부가 얼마나 많은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고 그 사람들을 찾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해야 하는지 등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 쪽 수학 모델링을도 했는데요. 코로나가 교도소 같이 폐쇄된 환경에서 어떤 식으로 퍼지는지를 모델링했고 가장 최적의 방역 전략에 대해서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결과는 모든 주와 캐나다 등지에서 현재까지 사용되었고 그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진행자: 일반적으로 모델링 하면 우리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나 또 금융상품의 가격 예측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의학 과학에서 모델링이란 어떤 것이고 모델링이 왜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중요한가요?

권지수: 네 제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주요 연구 분야는 수학적인 감염 모델링인데요. 대부분 많이들 생소해하세요. 하지만 이런 수학적 모델링은 지금도 상당히 많은 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제가 했던 최근 코로나 관련 연구가 그 좋은 예시인데요. 팬데믹 당시 전 세계 정부 기관들이 한정적인 예산을 가지고 최대한 확산을 막고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기를 원했습니다. PCR 검사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할지, 락다운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내야 할지, 병원들의 환자를 받아들일 병상과 의료진이 충분할지, 수입을 잃은 사람들이나 사업체에 얼마나 지원을 해야 하는지 등등 수없이 많은 요소들을 동시에 검토해야만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죠.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했으니까요. 그 많은 요소들을 한꺼번에 고려했어야 했군요?

권지수: 네 맞아요. 이런 각각의 항목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결정들이 모여 큰 결과가 되는 이런 결정들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복잡한 의사결정에 수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과거와 현재에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잡한 인과관계를 수학적으로 모델링을 하게 되면 모든 문제들은 하나의 수학이라는 평면 위에 그려지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그 수많은 요소들 위에 가장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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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한국어 프로그램 과학자 대담 권지수 박사
진행자: 그 순간은 마치 유레카(Eureka)를 외칠 것 같은데요?

권지수: 네 맞습니다. (웃음)

진행자: 모델링 과정을 쉽게 예를 들어본다면 어떤 방식인가요?

권지수: 네 한 가지 쉬운 예로 제가 주로 하는 cost-effectiveness analysis 한국말로는 비용 효과 분석이라고 하는데요. 간단하게 말해서 정부에서 투자하는 1 달러당 얼마만큼의 수익이 생기나를 보는 모델링입니다. 쉽게 예를 들면 만약에 PCR 검사소를 하나 더 설치한다고 봤을 때 확진자들의 수가 늘어나서 자가 격리되는 인원들이 늘어나겠죠? 그렇다면 자가 격리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서 그로 인해 경제 활동이 또 줄게 되니까 결국에는 경제에는 마이너스가 될겁니다.

진행자: 마이너스가 되죠.

권지수: 네 맞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을 막음으로써 롱텀으로 봤을 때는 치료 비용을 감소화하고 코로나로 인해 죽는 사망자를 또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렇다고 PCR 검사소를 무작정 늘리는 건 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산은 항상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학이 아니라면 이런 결정들을 내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진행자: 수학적 모델링의 중요성을 팬데믹을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강조해 주셨는데요. 모델링을 통한 분석 결과가 정부 정책이나 공공보건 대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권지수: 네 제가 주로 하는 바이러스 전파 모델링은 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C형 간염에 걸려 있으며,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는지 등을 예측해, 호주가 WHO가 세운 HCV elimination targets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1년에 몇 명의 사람들을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발표했고요. 이러한 사람들을 치료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치료를 받는 것에 끝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C형 간염을 인식하지 못해서 간암이 돼서야 치료를 받고 결국에는 죽게 되는 그런 안타까운 현실도 발표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인식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권지수: 네 저희 모델링의 주된 메시지는 C형 간염 환자들이 빨리 진단을 받아서 치료를 받을 있게 해야 하고 이로 인해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을 줄여서 호주 내에 C형 간염으로 인한 사상자를 없게 만드는 것인데요. 이 모든 연구 결과들은 정부가 target을 세우는 데 중요한 evidence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네요.

권지수: 또 이 결과는 단순히 국가뿐만 아니라 states level 의 공공 보건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특히 NSW Hepatitis Strategy:2014-2020리포트에서는 저희의 연구 결과를 응용하고 있고요. 저 또한 NSW주에서 몇 명의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는지 디테일한 정책 보고서의 주요 저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물들은 international journal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고요. 근래 몇 년 동안 저널의 상위 10% 다운로드 논문 중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계속된 논문 결과 발표로 현재 저는 세계 각지의 보건당국으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 여러 정부 자금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Dr. Amy Kwon
HCV & HBV cascades working group meeting 2023, Dr Jisoo Amy Kwon
진행자: 정부 정책의 기조가 되고 있네요.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고요. 앞서 이전 언급하신 교도소 내의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 프로그램 역시 바이러스 전파 모델링의 성공적인 결과물인 거죠? 당시 상황을 좀 설명을 들어볼까요?

권지수: 네 당시 2020년에 코로나 확산 조짐이 보인 이후 호주 NSW 정부에서 어떻게 하면 교도소 안에서의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알고 싶어 했는데요. 이때는 백신이 나오기 전이라서 거리두기, 자가격리 교도소 내 인원 줄이기, 출입 통제하기 등등 비약물적 또는 약물을 기반하지 않는 방역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플랜을 해야 할지에 대해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부와 긴밀하게 같이 연구함으로써 빠르게 방역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이는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 교도소에서 방역 프로그램을 최적으로 설계하는 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로 인해서 호주 교도소에서는 2021년 중순까지는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아 그랬어요.

권지수: 네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교도소 안에 코로나 확산이 매우 높았던 걸 비교하면 정말 대단한 성과였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델타나 오미크론같이 확산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이런 비약물적인 방역 프로그램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백신이 호주에 들어오고 나서 이제 백신의 효능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나서 저희가 백신에 대한 모델링도 했는데요. 재미있게도 백신만으로는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없는 연구 결과가 나왔죠. 왜냐하면 이는 교도소는 워낙 폐쇄된 공간이고 안에 있는 재소자들도 서로 간에 close contact을 줄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바깥에서는 그처럼 강조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교도소 내에서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다고 봐야죠.

권지수: 네 맞습니다. 이후 그래서 높은 백신 점유가 이미 있던 비약물적 방역 계획을 같이 도입한다면 이렇게 오미크론같이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정부가 교도소에 일하는 staff들은 100% 백신 접종을 맞도록 했고요. 안에 있는 재소자들도 최대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진행자: 모델링 연구를 통해 얻은 의학적 정보도 상당하실 것 같아요. 일반인들도 알아두면 좋을 감염병 예방에 대한 조언이나 팁이 있을까요?

권지수: 네 일단 C형 간염이나 다른 전염병의 경우에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전 되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A형 간염이나 B형 간염은 백신이나 예방 접종이 가능하지만, C형 간염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안타깝게도 아직 없습니다.

진행자: 아, 아직 없어요?

권지수: 네 또한 C형 간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간암으로 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C형 간염 같은 경우에는 전파 방법이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 비감염자의 체내 혈류로 들어갔을 때 옮겨지는데요. 아주 작은 양의 혈액으로도 바이러스는 전파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멸균이 되어 있지 않은 주사기를 사용했을 경우, 또 멸균되지 않은 기구로 문신을 했을 경우, 또 성관계 시 제대로 된 보호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등으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특히 요즘 젊은 층에서 성형 문신이나 타투(tatoo) 많이 하시는데 이 점 유념하셔야겠네요.

권지수: 네 맞습니다. 이제 C형 간염에 걸렸을 경우에 가장 큰 고민은 누군가에게 감염 상태를 밝히는 것일 텐데요. 밝힌 후 받게 되는 사회적 차별 등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C형 간염에 걸린 여성 이민자들이 제대로 된 케어와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것인데요. 특히 호주에 계신 한국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C 형 간염에 노출이 되어 있는지 제대로 된 케어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분들이 언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장벽은 없었는지 쉽게 의사를 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 조사가 더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이런 연구 활동은 사회적으로 약자에 놓인 이민자 여성들에게 평등한 케어를 받을 기회를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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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WWBA grant winner (UNSW), Dr Jisoo Amy Kwon
진행자: 아주 중요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C형 간염이 아직까지 백신이 없어 예방이 불가능하다면 치료 방법은 잘 개발이 돼 있나요?

권지수: 네 다행히 2016년부터 호주에 DAA 혹은 Direct Acting Antiviral 이라는 C형 간염 치료에 아주 효과적인 약이 새로 들어왔는데요. 이 새로운 약은 90~95%의 높은 완치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전에 70% 정도에 그쳤던 완치율과 높은 부작용에 비해서 아주 많은 발전인데요. 이 새로운 약은 치료 기간도 훨씬 간단하고 짧습니다. 알약으로 복용하면 되는데요. 꼭 스페셜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일반 GP에게도 처방받을 수 있고요. 또한 더 나아가서는 2016년부터 정부에서 치료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C형 간염 감염자들에게 해당하는데요. 이렇게 높은 완치율의 치료제가 나온 만큼 만약 본인이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다면 자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정부에서 모든 C형 간염 감염자들에게 치료 비용 전액을 부담한다는 것, 잘 알겠습니다. 어떤가요, 다른 생명과학 연구에 비해 획기적인 발견이나 경험은 적지 않을까 싶은데요. 빅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에는 어떤 도전과 성취가 있을까요?

권지수: 네 요즘에는 데이터 분석이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AI 등은 데이터로 트레이닝을 시켜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런 data analysis도 요즘 시대에 아주 중요한 수학적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비슷한 일을 저는 항상 하고 있는데요. 수십 년에 걸친 전염병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속에서 수학적인 뜻을 찾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데이터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는데요.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분석해서 미래의 전염병이 어떻게 퍼지며, 그 크기와 규모가 얼마일지,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막을 수 있는지 등을 제안해 줌으로써 많은 생명을 살리는 아주 보람차고 뜻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진행자: 최근에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Fields Medal)상’ 한국인 최초 수상자가 나왔죠. 허준이 박사. 이로 인해 한국에서 수학 열풍이 불었다고 해요. 우리 권지수 박사님은 왜 수학자가 되셨어요? (웃음)
Dr. Amy Kwon
SBS 한국어프로그램 인터뷰 중 권지수 박사 (인터뷰 진행: 유화정 프로듀서)
권지수: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이 제일 좋았고요. 제일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나중에 크면 수학 교수가 되어야겠다고 항상 생각했는데요. 그 생각은 호주에 와서도 또 대학교 가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그런데 과를 고를 때 저희 아버지가 "수학을 좋아하지만 수학과를 가면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으니까 바이오메드 엔지니어링(Biomedical Engineering)을 해보면 어떻겠니?" 라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 당시에는 바이오메드 엔지니어링이 엄청 인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것도 재밌겠다 생각해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짜 수학이 제일 재미있었나 봐요. (웃음) 항상 수학 과목만 파고들더라고요. 그래서 2학년부터는 그냥 수학과로 전향했고요. 그중에서도 Applied Mathematics (응용 수학)에 큰 흥미를 느껴서 이렇게 리서치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무언가를 증명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수학적 전염병 모델링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권지수 박사
제가 수학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학이 세상을 이해하고 무언가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또한 우리 주변에는 항상 수학과 과학이 존재하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과목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진행자: 권지수 박사님의 수학 지론입니다. (웃음) 최근 출산 휴가로 연구에 공백이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쉼없이 이어지는 연구에서 이런 공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나요?

권지수: 일단 제가 출산 휴가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저희 연구원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휴가를 가기 전에 제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교수님들이 저에게 "출산의 휴가는 미안한 일이 아니고 축하할 일이다. 너무 기쁜 일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라고 말씀해 주셔서 저에게는 너무 큰 힘이 되었습니다.
Dr . Amy Kwon Kirby team
Modeling team at the Kirby Institute (Surveillance and Evaluation Research Program)
진행자: 네 굉장한 배려네요. 우리 권지수 박사님이 평소 신임이 두터우셨다는 증거 아닐까 싶은데요?

권지수: 네 감사합니다. 또 호주에서는 grant application이나 promotion 때 Career disruption 혹은 업무 중단이 된 기간과 이유에 대해서 명시하게 되어 있는데요. 이는 육아휴직이나 불가피한 이유로 잠시 일을 쉬게 된 동안에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이고요. 예를 들어 제가 1년을 쉬었지만 그 1년간의 연구 실적이 없는 것을 문제 삼지 않고, 그 앞뒤 기간을 토대로 계속 연구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봐주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들이 제가 육아휴직을 다녀온 이후로도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큰 기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수학이 좋아 수학자의 길을 고집한 순수 수학자에서 현재는 의과학 분야의 연구자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 오고 계신데요. 앞으로 미래의 수학 과학자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권지수: 일단 우리 꿈나무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그 과를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뭔지 잘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수학을 너무 좋아했지만 바이오메드 엔지니어링을 선택했다가 다시 수학과를 간 것처럼 본인이 좋아하는 게 있다면 결국엔 그 길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수학을 좋아한다면 순수 수학 또 저처럼 응용 수학 또 통계학 등이 있는데요. 똑같은 수학이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수학이 어떤 것인지를 학부 과정을 통해서 느끼고 잘 결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수학 과학자를 꿈꾼다면 이렇게 순수 수학만 있지 않고 정말 많은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진행자: 앞으로도 좋아하시는 수학 안에서 모델링을 통해 이 사회의 핵심 도구가 돼주리라 기대합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권지수: 감사합니다.

진행자: 호주의 미래를 비출 차세대 한인 동포 과학자 대담 오늘은 그 네 번째 시간으로 뉴사우스웨일스 대 커비 연구소(Kirby Institute)의 권지수 박사님과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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