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음력설 특집대담 "갑진년 새해 기원 '복주머니'에 가득 담아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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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 정초 한 해의 기원을 담아 나누는 복주머니 (Bokjumeoni: Korea lucky pouches) 전태림 작품 Credit: SBS Korean

새해 정초 복주머니를 통해 전해지는 우리 민족 고유의 기원과 나눔의 풍습을 살피고 복주머니 체험을 통해 호주 한인 2세 3세 및 현지인들 사이에서 높아지는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조명한다.


Key Points
  • 주머니 없는 한복의 특징 상 생긴 여러 주머니 중 하나로 새해 정초에 한 해의 복을 담아 기원
  • 이불·한복 짓고 난 조각 천 이용한 업사이클링 웍과 솔기 보이지 않는 전통 바느질 기법 부각
  • 한복의 세계적인 관심 고조와 함께 전통 복주머니의 미와 의미 알려지며 K-아이템으로 각광
  • 주시드니문화원 호주 한인 2·3세대 및 현지인 대상 복주머니 워크숍 통해 음력설 문화 전파
유화정 PD(이하 진행자):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릴 적 즐겨 부르던 설 동요만큼이나 설레고 풍성한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음력설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스튜디오에는 주 시드니한국문화원의 김지희 문화원장님, 그리고 조각보 아티스트 전태림 작가님, 두 분 자리해 주셨는데요. 복주머니에 복을 듬뿍 담아 오셨습니다. 그 복 저희 청취자 여러분께 나눠주실 거죠?

다같이: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웃음)

진행자: 네 복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기분 좋은 새해 인삽니다. 덕분에 스튜디오 분위기도 화기애애 해졌는데요. (웃음) 문화원장님, 이어서 한인동포 사회에 새해 덕담도 한 말씀 나눠주시면 좋겠는데요.

김지희 문화원장(이하 김지희): 네 청취자 여러분, 그리고 한인 동포 여러분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입니다. 비상과 희망을 상징하는 용의 해를 맞아서 힘차게 날아올라 원하시는 일들을 모두 성취하시는 희망찬 한 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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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에 담긴 새해 복 전하는 전태림 조각보 아티스트(왼쪽), 김지희 주시드니 문화원장(오른쪽)
진행자: 덕담 한 말씀에 갑진년 새해가 더욱 값진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복을 빈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해 왔어요. 특히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새해 정초에는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복을 빌어 주고 나누는데 '복'이라는 글자 하나에는 어떤 의미들이 담겨 있을까요?

김지희 원장: 네 복은 삶에서 누리는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이라고 합니다. 이번 대담을 위해서 저도 복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복을 비는 가운데 태어나서 복을 빌면서 살다가 다시 복을 비는 마음속에서 죽어갔다."는 문구를 봤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다들 공감할 수 있고 또 복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구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이런 복을 비는 마음은 한국인의 작명 문화 속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복동이, 만복이, 복순이 같은 친숙한 이름들 그리고 복바위, 복고개 같은 자연물들의 이름에서 우리는 그런 작명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복을 빈다'라는 표현은 이러한 복을 상대방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진행자: 앞서 말씀해 주신 문구 '한국인은 복을 비는 가운데 태어나서 복을 빌며 살다가 복을 비는 마음속에서 죽어갔다' 예전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 늘 가족들을 위해 가족의 안녕을 위해 빌었지 않습니까?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새해가 되면 집안에 복을 불러온다 해서 또 집집마다 복조리를 걸어두기도 했었어요. 요즘엔 이 조리 자체를 찾아보기가 힘들죠?

김지희: 네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인데요. 정월 초하루에 만들어 파는 조리는 특별히 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복조리'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조리로 쌀을 이는 것처럼 조리로 그 해의 행복을 일어서 받는다는 믿음에서 생긴 풍속으로 보입니다. 조리장수는 첫 달 그믐날 밤부터 정월 초하루 아침까지 복조리를 사라고 외치면서 밤새도록 골목을 돌아다녔는데요. 각 가정에서는 밤부터 이른 아침에 이르기까지 일 년 동안 필요한 복조리를 샀습니다.

진행자: 일 년 동안 필요한 복조리를 새해 정초에 사는군요? 그믐밤부터

김지희: 복조리를 한 데 묶어서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귀퉁이에 걸어뒀다가 쓰면 일 년 동안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민간 신앙도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정월 초하룻날 이른 새벽에 새 복조리를 걸고 조상님께 차례 올리고 또 곱게 설빔 때때옷 차려입고 어른들께 세배드렸죠. 우리 전태림 작가님은 설날 어떤 추억이 있으세요?

전태림: 복조리 얘기를 들으니 정말로 잊혀졌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죽세공품 복조리 요즘엔 참 보기 드물잖아요. 그때는 엄마가 여러 개 사셔서 이 집 저 집 선물하고 또 저희 집에는 붉은색 고추 노리개를 달아서 주방에 걸어 두셨어요. 또 한복에 맞춰 또 색동으로 이어서 만든 둥근 색동 복주머니도 생각이 나요. 세뱃돈은 종이돈인데 주머니는 작으니까 접고 접어서 억지로 넣었어요. 그러다가 옆구리가 터졌었는데 얼마나 아깝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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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orean 프로그램 2024 음력설 대담 전태림 조각보 아티스트 (왼쪽)와 김지희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장
진행자: (웃음) 세뱃돈을 두둑이 받으신 거 아니에요? 저 어릴 때는 6.25 한국전쟁 직후라서 복구시기였기 때문에 모두가 어려웠어요. 그래도 설 · 추석 우리 명절만큼은 풍성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설이면 집집마다 똑같은 전을 부치고 또 추석에도 똑같은 송편을 빚어도 이웃집과 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과 전을 나눠먹던 그런 시절이었는데요.

설의 제 추억은 이웃 어른들께 세배드리러 가면 돈 못 받았습니다. (웃음) 세뱃돈 대신 약과 하나 눈깔사탕 몇 개 손에 쥐어주시던 그런 기억이 있는데요. (웃음)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문화원장님, 빙그레 웃으시는데 떠올려지는 기억이 있으신가 봐요?

김지희: 저는 설 하면 설날 아침마다 떡국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제일 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요리를 참 잘하시는데 그중에서도 설날에 먹었던 떡국이 제일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침 먹는 거를 참 싫어하는데 설날 아침 떡국만큼은 기꺼이 일찍 일어나서 맛있게 한 그릇 비웠던 기억이 납니다.

진행자: 그때는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 더 먹는 걸로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김지희: 네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린아이들은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서 두세 그릇 먹기도 했고요. 오히려 이제 나이가 들면서는 떡국을 안 먹고 나이를 안 먹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그렇다고 나이가 안 먹어지는 건 아니고요. (웃음)

김지희: 네 그리고 제가 한국에서 근무를 할 때도 새해 첫날 근무일에는 다 같이 이제 떡국을 먹으러 가곤 했는데요. 그러고 나면 왠지 새해를 건강하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한인 동포 여러분 2024년 새해 비상과 희망을 상징하는 용의 해를 맞아서 힘차게 날아올라 원하시는 일들을 모두 성취하시는 희망찬 한 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김지희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장
진행자: 네 그렇군요. 전태림 작가님은 색동 복주머니 말씀을 주셨는데, 과거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정월 초하루에 볶은 콩을 한 알씩 붉은 색지에 감싸 주머니에 넣어서 종친들에게 새해 선물로 보냈다고 해요. 이것이 복주머니의 유래라고 제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요. 실제는 한복에 주머니가 없어서 대신 복주머니가 사용됐다면서요?

전태림: 네. 우리 한복의 역사와 함께해 온 주머니는 문자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문헌이 삼국유사예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그 이전부터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남녀노소에 따라 또 신분 용도 직업에 따라 수십 종 이상의 주머니가 있었음을 알 수 있어요. 양반은 주로 실크 원단인 본견으로 평민은 광목이라 부르는 면이나 모시 삼베로 만든 주머니를 사용했어요.

또 길함을 나타내는 홀수로 주름을 잡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신분이 높을수록 주름이 많아져요. 박물관에 가면 주름이 15개인 영친왕의 향 주머니가 남아 있는데 실제로 보면 실용품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LNY 2024 전태림 작가
복주머니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조각보 아티스트 전태림 작가
진행자: 그렇겠어요. 그런데 신분에 따라 홀수로 주름 개수가 높다는 거 이제 처음 알게 됩니다. 15개 주름이 잡혀진 영친왕의 향주머니 언제 가서 봐야겠습니다. 주름이 많으면 주머니 모양도 풍성해지겠네요?

전태림: 그럼요. 좀 크고 풍성하고 화려하고. 그리고 비단천 위에 수·복·귀· 부등 길상을 의미하는 한자 수나 꽃수가 놓아진 것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주머니의 색은 일반적으로 빨간색이 가장 많고 옥색과 청색으로 안감을 넣어서 복을 기원했습니다.

옷색과 마찬가지로 주머니 색에도 왕의 색인 노란색을 금했으나 혼례식에 한해 신랑이 노랑 주머니를 찰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노랑 주머니에는 자주색 매듭끈을 꿰어 아들 아홉과 딸 하나를 두라는 의미로 팥 홉 알과 씨 박힌 목화 한 송이를 넣어 주어서 이것을 깊게 간직했다고 하죠.

진행자: 지금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고 하는 세상인데요. 당시에는 남아선호가 이렇게 지배적인 문화적 관습이었지만 팥 한 알이라고 하셨나요?

전태림: 팥이 아들이고 목화가 딸을 의미하는 거죠.

진행자: 아, 팥 아홉 알과 목화 한 송이, 이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복을 빌어온 우리 조상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네요. 그런데 주머니가 신분 용도 등에 따라 수십 종이 됐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름들도 각기 다르겠네요?

전태림: 네 돈이나 장신구 등을 넣었던 두루주머니 이것이 가장 흔한 것이죠. 이거는 향낭이라고도 부르고요. 이건 둥근 형태예요. 지금 이것은 한복에 아직도 패용하고 있고요. 선물용으로도 또 많이 쓰여요. 또 각이 지고 아래가 마름모꼴인 귀주머니는 선비 주머니라고도 하는데 이건 양반 주머니라고도 해서 양반 남성들이 주로 사용했던 거예요.

또 오방색 아시죠? 오방색(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으로 복을 기원한 오방낭, 왕실 여자들의 진주낭, 붓을 넣는 필낭, 약을 넣었던 약낭 수전낭, 담배낭, 또 어부들이 주로 사용했던 관동 주머니, 이것은 강릉주머니라고도 부르고요. 자라 모양의 자라줌치라고 하는 아주 독특한 모양의 주머니도 있어요. 이것들은 모두 목적에 따라서 주머니의 형태 크기 그리고 입구의 생김새가 달라서 쓰임에 따라서 아주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조상들의 지혜를 넣었던 것이죠.

진행자: 그러니까 낭이 주머니이고 그 용도 목적에 따라 또 양반 여자들이 사용하는 것 이렇게 다 이름이 각기 다르군요.

전태림: 네 오늘 다양하고 아름다운 주머니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몇 가지 만들어서 가져왔는데 청취자께 보여드리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진행자: 네 청취자들께는 인터뷰 후 영상으로 예쁘게 소개를 드릴 예정이에요. 전태림 작가님께서 만드시는 과정도 꼼꼼하게 보여드리고요. 저희 KoreanSBS 페이스북을 통해 시청하실 수 있겠습니다.
작가님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색상과 패턴과 재질에 정말 좋은 패브릭 천들이 넘쳐나지만 그 옛날에는 어떻게 색색을 맞춰 각기 다른 모양의 주머니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전태림: 네 옛 어르신들은요. 한복이나 이불 등을 만들고 남은 작은 조각들을 소중하게 모아두었다가 색깔과 재질, 또 쓸모에 따라서 조합하고 맞춰서 주머니뿐만 아니라 노리개, 베개, 바늘방석, 골무 등 아주 작은 소품들을 우리들만의 바느질 방법인 감침질과 쌈솔로 바느질하여서, 길상을 상징하는 수도 넣기도 하고, 매듭을 또 장식하기도 해서 고급스러움을 더해서 그래서 알뜰살뜰하게 실생활에 쓰였어요.

업사이클링이라고 요즘에 새로 나온 단어가 있죠? 이것은 글로벌 워밍 이슈에 부합되는 업사이클링 웍(upcycling work)의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 조각보라는 단어는 구글링을 해도 서양 퀼트와 구분되어지는 독특한 방식이에요. 이렇게 조각을 활용한 아름답고 유용한 주머니 문화도 널리 알려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복 이불 자투리 천을 모아서 네 저도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때 할머니께서 반짇고리에 천을 늘 모아두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우리 조상들은 일찌감치 업사이클링의 혜안이 있었네요.

최근 한류와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아이템 한글을 비롯해 의·식·주인 한복 한식 한옥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요. 문화원장님, 최근엔 한복과 함께 어우러지는 복주머니가 K-아이템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요?

김지희: 한국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복이 굉장히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또 외국인들도 한국을 찾으면 한국 한복 체험을 꼭 하고 싶어 하는 정도로 수요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한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인데요. 복주머니는 간편하게 한복의 분위기를 낼 수 있고요. 또 귀여운 모양과 실용성 때문에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 복주머니는 새해 복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한국 음력설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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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한국어프로그램 음력설 특집 대담 중인 김지희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장
진행자: 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도 복주머니 강습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김지희: 네 그렇습니다. 저희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도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서 신년 맞이 행사라든지 또 현지 주요 문화예술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한국 관련 행사를 진행할 때 복주머니 만들기 워크숍을 여러 번 진행을 했습니다. 복주머니의 긍정적인 의미 그리고 아름다운 모양 때문에 우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 현지인뿐만 아니라 호주에서 나고 자라는 우리 한인 2세 3세들에게 우리 문화 전통 체험은 즐겁고 또한 그 의미가 정말 클 것 같은데요. 복주머니 만들기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나요? 전태림 작가님

전태림: 네 작년 Korean Literature week 행사에서 색동 복주머니 만들기 이벤트를 했었어요. 이불이나 한복을 만들고 남은 원단으로 색동을 만들어서 어린아이들의 주머니로 패용했었다라고 설명을 해주고요. 또 색상마다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또 주름의 개수도 설명해 주고 또 여자 아이들이나 남자아이들이나 모두 다 코인이나 작은 자기의 쓸모 있는 물건들을 넣어서 달았다고 설명해 주면 주머니 대신에 복주머니가 쓰였다는 점에 모두 다 흥미를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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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의 조화와 솔기가 보이지 않는 전통 바느질 기법 및 전통 매듭으로 완성된 색동 복주머니. 전태림 작품
또 가장 중요한 게 이 바느질 방법인데요. 우리 한복처럼 주머니나 버선은 원단을 겉끼리 대고 원하는 형태로 바느질하고 뒤집고 창구멍을 막는 방식이라서요. 시접이 모두 안으로 들어가요. 이게 제가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렵지만 예전에 어르신들이 신던 버선을 생각하면 아마 상상이 갈 거예요. 솔기가 감춰져서 깔끔할 뿐만 아니라 쉽게 튿어지지 않고요. 이건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인데 한복도 이렇게 만들어서 옷을 입어도 몸에 배거나 튿어지지 않게 만든 방법이죠.

진행자: 네 몸에 배기지 않고  솔기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으니까요. 이것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우리 전태림 작가님께서 실제 만드는 모양 보여주실 거니까요.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바느질 방식을 이렇게 복주머니로 소개할 수 있고 더불어 복을 담는 주머니라는 의미를 강조할 수 있으니 정말 일석이조인데요. 또 다기주머니라는 것도 있던데요?

전태림: 네 다기주머니는 모양이 꽃봉오리를 닮았어요. 그래서 꽃봉오리보라고도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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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복주머니를 형태를 응용한 다기주머니 전태림 작품
예전에 스님들이 다기를 담아서 운반을 하거나 또 절에서 사용했던 주머니예요. 그런데 이것은 제가 워크샵을 해보면요. 여성분들은 이것을 화장품 파우치로도 쓰고 도시락보로도 쓰고 또 주얼리를 넣어두겠다고도 많이 말씀하세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아주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최근에 한인 2세 3세들은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 문화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바느질해서 만든 복주머니를 조롱조롱 이렇게 가방에 달 때 보면 너무나 뿌듯해요.

진행자: 직접 손으로 만들었으니 또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전태림: 또 칼라도 한국의 칼라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말씀 주신 그 다기주머니도 복주머니를 좀 패턴을 좀 바꿔서 만드는 것 아닌가요? 복주머니를 응용해서

전태림: 네 그렇죠. 복주머니 중에 하나라고도할 수 있죠. 왜냐하면 이 다기 주머니 자체가 동그랗게 모여지고 모든 걸 감싸는 모양이니까.

진행자: 아 그러네요. 설날 세뱃돈을 담던 그 추억의 복주머니에서 요즘엔 결혼이나 입학 졸업 등 특별한 날을 축하하고 행운을 빌어주는 선물로도 많이 활용되는 것 같아요. 복주머니 모양의 케이크도 나왔더라고요.

전태림: 복을 상징하는 모양이 수놓아지고 화려하게 만들어지다 보니까 꼭 새해가 아니어도 선물에 적합하고요. 특히 외국인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복주머니 형태의 신소재를 사용한 또 다른 느낌의 모던 디자인의 가방이나 파우치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는 작아진 옷이나 유행이 지난 옷들 들 이런 것들을 복주머니 형태의 런치 박스 파우치나 장바구니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두세 번만 손이나 미싱으로 스티치해도 멋스럽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요. 또 선물용으로는 와인 주머니와 티슈 케이스 등 간단하게 보자기로 묶어 선물하기 좋은 것을 추천드릴게요. 저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표현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정보는 인터넷에 얼마든지 나와 있으니 찾아보시고 주머니 만들어서 여러모로 활용하시길 추천합니다.

진행자: 복주머니 만들기 저도 늘 관심 많은데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속담처럼 저도 실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에는 복주머니가 한국 특산품 매장이나 인사동에서 외국인들에게 Korea lucky bag 또는 lucky pouch로 소개됐다고 해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 고유어 그대로 '복주머니(Bockjumeoni)' 이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복주머니라는 이 작은 아이템 하나로 한국의 문화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되지 않을까요? 문화원장님?

김지희: 네 그렇습니다. 이런 우리 고유어를 사용하는 것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복주머니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이나 기타 한국에만 있는 다양한 것들을 영어로 설명해야 될 때 과거에는 이걸 짧게 설명하는 방식, 아니면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한 비슷한 다른 물건 앞에 Korea나 Korean을 붙이는 방식으로 명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문화가 최근에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되면서 우리 고유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앞으로도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 문화의 인기가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많은 호주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서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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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orean 2024 음력설 복주머니 대담 (진행: 유화정 프로듀서)
진행자: 호주에서 복주머니 열풍이 일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방송이 나가면 (웃음)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음력설을 맞아 이 특별한 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복주머니(Bokjumeoni)'를 주제로 현대의 흐름 속에 이어지는 우리 전통의 미와 지혜로움에 대해 대담 나눠봤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신 김지희 문화원장님, 조각보 아티스트 전태림 작가님 오늘 어떠셨어요?  

전태림 김지희: 네 즐거웠습니다. (웃음)

진행자: 두 분 즐겁고 의미 있는 말씀 많이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한 해 되세요!

김지희·전태림: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행자: 2024 음력설 특집으로 보내드린 복주머니 대담 지금까지 진행에 유화정이었습니다.
2024년 갑진년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 음력설을 SBS 한국어 프로그램과 맞이하세요.

이번 음력설을 알차게 보내시려면 한국어로 제작된 음력설 특집 팟캐스트와 기사들이 모여있는 ‘’을 방문하세요. 음력설을 함께 맞이하는 다양한 문화의 지역사회 소식을 영어로 만나시려면 ‘’을 방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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