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피디: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의견들을 비교, 분석해 보는 ‘이슈 스펙트럼’ 시간입니다.
호주 정부가 올해 말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14세에서 16세 사이의 연령 제한이 고려되고 있지만, 연령 확인 기술의 시범 시행이 완료된 후에 구체적인 연령이 결정될 예정입니다. 오늘 이슈 스팩트럼 시간을 통해 해당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 살펴보는 시간 마련합니다. 조은아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조은아 피디: 안녕하세요.
나혜인 피디: 이번 발표는 알바니지 정부가 소셜 미디어에서 아이들이 노출되는 유해 콘텐츠에 대한 학부모와 학계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나온 건데요, 우선 이 같은 법안을 추진하는 데는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부터 간단히 살펴 보죠.
조은아 피디: 네,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 결과에서 나왔습니다. 하루 3시간 이상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과 불안 증상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두 배 높다고 합니다. 또, 호주에서 16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 중 31%가 이미지 기반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이 외에도 소셜 미디어가 학생들의 독서 습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정치권에서는 소셜 미디어 사용 연령 제한을 대체로 지지하는 모양새입니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이 같은 계획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조은아 피디: 네, 맞습니다. 피터 더튼 연방 야당 당수는 지난 6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첫 100일 안에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 총리도16세 미만 아동의 소셜 미디어 접근 금지를 개인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미셸 로우랜드 연방 통신부 장관은 유해한 온라인 환경과 중독성 있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우려를 정부는 깊이 이해하고 있고, 부모들은 실질적인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며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고요, 타냐 플리버섹 노동당 중진 의원은 소년들이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포르노를 보면서 여성과 소녀들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가 청소년들의 뇌에 깊이 새겨져 실제 생활에서 구현될 수 있다며 해당 법안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주정부들 역시 관련 법안에 대체로 지지한다는 입장이죠?
조은아 피디: 네, 특히 피터 말리나우스카스 남호주 주총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관련 법안을 추진해 왔는데요, 남호주 주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의 핵심은 14세 미만 아동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테크 기업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그는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데, 특히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콘텐츠가 청소년들의 성교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자신타 앨런 빅토리아 주총리 역시 14세 미만 어린이들이 소셜 미디어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 14세와 15세 청소년에게는 더 엄격한 부모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런데 특이하게도 호주 온라인안전국(eSafety)의 줄리 인먼 그란트 국장은 지난 6월 소셜 미디어 사용에 대한 의회 조사에 출석해, 이 금지 조치가 청소년에게 필요한 중요한 서비스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어요.
조은아 피디: 네, 맞습니다. 호주 정부가 설립한 독립 규제 기관 수장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되는데요, 그는 연령 제한이 도입되면, 일부 아이들이 비밀리에 소셜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적절한 보호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접근할 위험이 있고, 따라서 규제가 약한 비주류 서비스 사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부 비평가들은 특히 컴퓨터 관련 기술에 빠삭한 청소년들은 우회 접속을 가능케 하는 가상사설망, 즉 VPN을 사용해 금지를 피해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의 디지털 문해력 연구원인 조앤 올랜도 박사는 "아이들은 VPN을 통해 법이 없는 다른 나라로 쉽게 우회 접근할 수 있어 이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규제 없이 접근 연령을 높일 경우, 아이들이 성인 계정을 만들어 사용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일맥 상통하네요. 이 경우 온라인에서 피해를 입더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 걱정입니다.
조은아 피디: 네, 정확한 지적입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이 기술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건데요. 여기에는 청년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광고 목적으로 판매하는 행위 금지, 추천 알고리즘 제한, 그리고 가장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의 자동 설정을 제공하도록 기술 기업들을 강제하는 것 등이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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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인 피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무모하다”, “근시안적 발상이다”라는 등 강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해 이 부분을 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싶습니다.
조은아 피디: 네, 퀸즐랜드 공과대학교의 다니엘 아거스 디지털 미디어 연구 센터 소장은 호주 정부의 결정을 "무모하다"라며, "증거에 기반한 정책에 대한 완전한 무시"라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아거스 소장은 정부 계획에 두 가지 주요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첫째는 의미 있고 건강한 디지털 세계에 대한 청소년들의 참여를 배제시킨다는 겁니다. 이 경우 중요한 사회적인 연결 수단을 박탈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질이 낮은 온라인 공간으로 아이들을 몰아 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온라인안전국의 줄리 인먼 그란트 국장의 견해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네요,
조은아 피디: 네, UNSW 심리학과의 수잔 슈바이처 부교수도 비슷한 지적을 했는데요, 소셜 미디어 금지가 소수 집단에 속하거나 신경다양성을 가진 청소년들처럼 온라인에서 또래들과의 연결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는 매우 취약한 그룹에게는 그 기회를 빼앗는 것이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RMIT 대학교 정보 과학 교수 리사 기븐 역시 “오히려 청소년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교육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정부 계획에 두 번째로 지적된 결함은 뭔가요?
조은아 피디: 네, 둘째는 이 같은 금지 조치가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플랫폼상의 양질의 콘텐츠에 필요한 개혁을 하지 않도록 면제해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즉, 근시안적 발상으로 해악적 콘텐츠의 차단과 같은 본질적 문제 개선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나혜인 피디: 연령 제한이 온라인상의 위험과 피해의 근본 원인과는 무관하다는 의미로 보이네요.
조은아 피디: 네, 일부 학자들은 기술 기업들이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해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안합니다. 호주 가톨릭 대학교 교육 연구소의 로라 스콜레스 부교수는 "제한 연령을 넘은 후엔 어떻게 할 거냐”고 반문했는데요, 젊은 성인들조차 소셜 미디어 유해 콘텐츠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호주 심리학자 협회’도 정부의 계획은 "실제 문제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것"이라며,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공간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렇군요. 교육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은아 피디: 교육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호주 가톨릭 대학교 교육 연구소에 재직 중인 디지털 문해력 전문가 로라 스콜레스 부교수는 소셜 미디어 금지가 답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스콜레스 부교수는 실효성이 없다고 딱잘라 말했는데요, 그 이유는 아이들에게 지금과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갖출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소셜 미디어 게시물들을 비판적으로 읽고 평가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그는 청소년들은 온라인상의 상호작용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소셜 미디어 사용의 부정적인 결과를 완화할 수 있는 건강한 소비 능력과 고급 문해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소셜미디어의 특징인 개별 사용자의 가치 및 선택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또 알고리즘의 영향을 고려한 새로운 미디어 교육 원칙이 절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나혜인 피디: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금지보다는, 지금과 또 앞으로 계속 함께 가야 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준비를 시켜야 한다는 거네요. 이와는 달리 '호주 정부 초등학교 교장 협회(AGPPA)’는 소셜 미디어 금지가 학교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이슈들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어요.
조은아 피디: 네, 그렇습니다. 패트 머피 협회 회장은 학생들이 감정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셜 미디어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면서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괴롭힘 혹은 따돌림과 반사회적 행동이 만연해 학생들의 웰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혜인 피디: 소셜 미디어 사용 연령 제한과 관련해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사뭇 다른데요, 전문가들의 해법은 좀 제시가 됐습니까?
조은아 피디: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소셜 미디어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의 디지털 문해력 연구원인 조앤 올랜도 박사는 "소셜 미디어를 단순히 금지하는 접근법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성교육이 변화를 겪었듯이, 청소년들이 소셜 미디어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호주 정부가 설립한 비영리 청소년 정신 건강 재단, 헤드스페이스(Headspace)의 제이슨 트레소완 CEO는 아동의 소셜 미디어 접근 금지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일차원적 접근법"이라며,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는 이점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기술과 소셜 미디어의 사용을 매우 긍정적이고 힘을 실어주는 도구로 여기고 있는데, 그들에게서 그 도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됩니다.
나혜인 피디: 네, 알겠습니다. 호주 정부는 연령 제한 기술을 시범 도입한 후 각 주 및 테러토리 수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올해 말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이점을 고려하면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정말 효과있는 해법의 도출 필요성을 더 절감하게 된 시간이 아닌가 싶은데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의 청소년 보호 문제는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고심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계속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