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쓸모 있는 발명…'테두리까지 하얀 식빵'

White Shokupan bread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발상 전환…일본,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 개발 Credit: The Imperial Hotel Co, Ltd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발상 전환으로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호주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쿨 시트 벤치'가 등장했다.


Key Points
  •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발상 전환…일본,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 개발
  • 저온에서 천천히 굽는 것이 비결…연간 폐기량 2.5톤 쓰레기 잡을 묘수
  • 호주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나무 벤치(Cool Seat) 등장
기후 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덜 쓰고 재활용해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추세가 급부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상대적으로 경각심을 일으키지 못하는 쓰레기가 있습니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인데요.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음식 생산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3억 톤이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한 호텔이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을 개발해 기존의 연간 폐기량 2.5톤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호주에서는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일명 쿨 시트(Cool Seats)로 불리는 벤치가 등장했습니다.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보통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식빵은 겉은 잘 구워진 갈색으로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요즘 표현으로 하면 ‘겉바속촉’이죠.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이 개발됐다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최근 일본 도쿄에 소재한 임페리얼 호텔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을 개발해 해외 토픽 뉴스에 올랐는데요.

임페리얼 호텔의 경우 식빵 테두리의 연간 폐기량은 2.5톤에 달했습니다. 호텔 측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고심 끝에 독자적인 식빵 개발에 나섰고, 약 6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신감각의 식빵을 상품화하기 이르렀습니다. 일명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은 빵 끝까지 식감이 촉촉하기에 테두리를 잘라낼 필요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진행자: 빵을 주식으로 하는 호주에서 어린 자녀들의 런치로 흔히 샌드위치를 만들 때 식빵 테두리를 잘라내는 경우가 많죠. 또 치아가 불편한 어른들의 경우도 폭신한 식감의 하얀 빵 쪽을 선호하다 보니 테두리는 대부분 버려지게 되죠.

유화정 PD: 일반 가정에서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테두리를 살짝 튀겨서 아이들 간식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하기는 좀 번거롭기도 하고, 하루 이틀만 모아도 상당량이 되니 결국 쓰레기로 버려지게 되는데요.

임페리얼 호텔 측에 따르면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식빵 테두리는 샌드위치 속 재료가 묻어 있는 데다 또한 유통기한이 짧아 활용법이 마땅치 않았다고 합니다. 호텔 측은 새로운 오븐을 도입해 2023년까지 관내에서 제공하는 모든 샌드위치 식빵을 신제품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Woman eating
Woman eating bread Source: Getty / Getty emages
진행자: 빵을 굽는데 테두리를 하얗게 하려면 어떤 공정이 필요한가요, 반죽에서부터 차이가 있나요?

유화정 PD: 새로운 식빵의 레시피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존 식빵보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굽는 것이 비결”이라는 것이 임페리얼 호텔 측의 설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식빵은 반죽한 후 200℃ 정도의 고온에서 굽는데, 그로 인해 갈색 테두리가 발생하죠. 하지만 저온에서 천천히 구우면 테두리까지 하얗고 탄력 있는 빵이 됩니다.

반면, 수분이 충분히 날아가지 않아 쉽게 상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호텔 측은 “굽는 시간과 온도, 효모 기능을 활성화하는 ph 값 등을 조정해 이러한 리스크를 줄였다”고 전했습니다. 식빵 제조에 드는 시간은 기존 6시간 30분 정도에서 신제품은 22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진행자: 거의 세배 이상 네 배 가까이 시간 소요가 필요하군요.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에 대해 소셜미디어 네티즌들 사이에선 쓸데없는 발명이라는 의견도 많았다면서요?

유화정 PD: 임페리얼 호텔의 식빵은 일본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 개발 소식은 SNS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요. 처음에는 쓸데없는 발명이라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점차 “한 해 폐기되는 빵 테두리 양을 생각하면 충분히 개발할 가치가 있다”는 긍정 반응이 가시화됐습니다.

이와 관련,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매체들도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빵 테두리를 활용하는 온갖 방법을 궁리한다”면서 “애초 버릴 필요가 없는 식빵을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훌륭하다”고 평가했습니다.
White Shokupan bread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 개발로 임페리얼은 매년 2.5톤에 달하는 빵 쓰레기를 줄이게 됐다. Credit: The Imperial Hotel Co, Ltd
진행자: 아무튼 테두리까지 부드러운 하얀 식빵을 만들어 보자는 작은 발상 전환이 2.5톤에 달하는 빵 쓰레기를 줄이게 됐으니 환경 지킴 시대에 쓸모 있는 발명이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테두리까지 부드러운 식빵은 일본에 앞서 한국에서 먼저 개발되지 않았나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2010년 한국의 제빵 업계 샤니가 개발한 ‘우리 쌀 토스트’가 있습니다. 국산 쌀가루가 함유돼 ‘우리 쌀 토스트’라고 이름 붙여졌는데요.

‘우리 쌀 토스트’는 130℃의 오븐에서 50분 동안 굽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렇게 구워진 식빵은 테두리까지 하얀색을 띠게 됩니다. 저온 장시간 베이킹 (Low Temperature Long Hours, LTLH) 공법으로 밥 짓기의 뜸 들이기처럼 장시간 은은한 불에 오랫동안 구운 식빵이라 쫄깃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쌀 토스트’는 2010년 당시 한국 베이커리 시장에서 첫 시도된 고급 제품으로 샤니의 기술력과 노하우에 웰빙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더해 출시된 프리미엄 제품이었습니다.

진행자: 같은 공정으로 한국이 12년 앞서 제품을 출시했지만 개발 동기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군요. 기후 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플라스틱과의 전쟁, 웨이스트 원칙이 급부상했지만 상대적으로 크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부분이 바로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가 싶은데요.

유화정 PD: 음식물 쓰레기는 코로나 19로 인해 배달 음식 소비가 급속히 늘면서 오히려 배출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남겨서 버려지는 음식물과 생산 유통 가공 조리 과정 등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로 구성되기 때문에 개인이 조리한 음식을 다 먹는다고 하더라도 음식물 쓰레기는 발생할 수 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 밀키트 수요 급증으로 이들 제품의 원료 가공과 생산 과정에서도 식품 폐기물 발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More food waste than other states
호주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중 70%는 식용 가능한 것들이다. Source: SBS
진행자: 대략적으로 매년 얼마나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지 이에 대한 조사 보고가 있다고요?

유화정 PD: 유엔 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al Programme UNEP) 지수에 의하면 매해 전 세계적으로 13억 톤의 식량이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음식 생산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합니다. 특히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의 절반이 각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8~10%가 이러한 소비되지 못하는 음식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매년 13억 톤의 음식이 버려지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전 세계 인구 8분의 1이 영양실조라는 보고도 나왔죠.

유화정 PD: 유엔(UN)은 7월 식량안보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계 인구의 거의 8%에 해당하는 8억 2800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억 5000만 명의 5살 미만 어린이가 만성적 영양결핍 상황에 처해있고, 4500만 명의 5살 미만 어린이들의 경우 심각한 영양실조로 사망 위험률은 12배에 달합니다.

유엔은 코로나19 대유행 뒤 기아 인구가 1억 5000만 명이나 늘었음을 경각시키며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해 굶주림 위기가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21세기에 굶주림으로 생사를 오간다는 것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COVID 19로 인한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증가하는 가운데 음식물쓰레기를 줄여야 할 필요성은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는데요. 호주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2021 센서스에서 추산된 호주 인구가 약 2600만 명인데 반해 호주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75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인구 1인당 1년에 312kg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매년 호주에서 버려지는 76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 중 70%가 사실상 식용 가능한 음식물입니다.
진행자: 최근 호주 곳곳에서 독특한 벤치가 눈길을 끄는데 놀랍게도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벤치라고요?

유화정 PD: 평소에는 앉아서 쉬는 공간인 나무 벤치인데요. 좌석을 들어 올리면 그 안에 퇴비가 가득한 통이 들어있습니다.

지렁이 등 벌레에게 음식물 쓰레기와 커피 찌꺼기를 먹이고 물과 퇴비를 약간 추가한 뒤 유기성 및 종이 폐기물를 섞은 것으로 3~5주가 지나면 음식물 쓰레기가 퇴비로 완벽하게 변신하는데, 지면 위아래로 100% 환기돼 악취가 나지 않고, 만들어진 퇴비는 누구나 공짜로 가질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꿈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거리를 시원하게 하는 냉각 효과가 있어 일명 쿨 시트(Cool Seats)'로 불립니다.

진행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발상 전환으로 고안된 일본의 테두리 없는 하얀 식빵, 그리고 호주의 쿨 시트 등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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