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영화 초선을 연출한 전후석 감독이 호주를 방문했습니다. 재미교포 변호사 출신인 전후석 감독은 년 미국 연방 선거에 출마한 한인 후보들을 영상에 담아내며 이민자 한인사회의 현주소를 그려냈습니다.
23일 시드니에서 영화 ‘초선’ 상영회와 간담회가 열렸는데요. 주시드니총영사관에서 시드니 상영회를 마치고 호주 한인사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대담 시간 마련했습니다. 영화 초선의 전후석 감독님과 시드니 라이드 시의 한정태 부시장 오늘 함께해 주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전후석 감독, 한정태 부시장(이하 전후석, 한정태):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진행자: 먼저 소개부터 좀 부탁을 드릴까요?
전후석: 뉴욕에 살고 있고요. 재미 한인 2세, 1.5세 되는 조셉 전, 전후석이라고 하고요. 저는 헤로니모라는 다큐멘터리로 일을 시작해서 지금은 ‘초선’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미국 여러 대학과 해외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정태: 저는 약사 출신 고등학교 교사 그리고 라이드의 현재 부시장으로 있는 한정태라고 합니다.
진행자: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방금 전후석 감독님 얘기하셨지만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시던 중에 2015년 휴가 여행에서 쿠바 한인 사회를 만나게 됐고 거기서 다큐멘터리 감독의 길을 걷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2019년 헤로니모를 통해 쿠바의 한인 사회를 조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로 선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 2020년 미국 하원 의원 선거에 도전한 한인 후보 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먼저 미국 연방 선거 출마자들의 이야기인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을 처음 구상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한데요.
전후석: 저는 북미 평화 협상이 결렬되는 과정을 보면서 미국 정치계에 한인들이 더 진출했었다면 한반도 평화 혹은 분단 체제가 끝나는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가설, 어떤 상상에 의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했습니다.
3월 23일 주시드니총영사관에서 영화 ‘초선’ 상영회와 간담회가 열렸다. Credit: SBS Korean
한정태: 처음에 전후석 감독님이 뉴질랜드 쪽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꼭 호주에도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감독님께서 하신 인터뷰나 이런 것을 봤을 때 저랑 정말 생각도 비슷하고, 정말 저희 호주사회에 지금 제가 말로 전하고 싶은 어떤 여러 가지 말들이 있는데 이것을 다큐멘터리에 담아주셨어요. 이것들은 정말 우리 동포 사회에도 필요하고요. 또 저는 미국 이민 동포들을 저희 이민 선배들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희보다 역사가 좀 더 길기 때문에 그들이 연방 선거나 이런 데서 어떤 발자취를 걸었는지에 대해서 같이 연구해보고, 그것을 통해서 저희 호주 동포사회가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될지를 고민하고, 동포들이 함께 모여서 생각하고 의논하고 싶었기에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진행자: 네, 호주 한인사회의 정치 참여 이야기는 뒤에 계속 이어가고요. 그럼 먼저 전후석 감독과 영화 얘기를 조금 나누겠습니다. 첫 장면에 눈에 띄는 문구가 있습니다. “1992년 LA 폭동은 미국 근대사의 가장 난폭한 시민 폭동으로 꼽힌다.” 이 문장 그리고 이 일을 영화 제일 앞쪽에 배치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전후석: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제 영화에 나오는 재미 한인 정치인들, 그러니까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시작하는 어떤 계기가 다들 있었을 텐데 공통된 계기가 LA 폭동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코리안 어메리칸 아이덴티티가 탄생하는 순간, 혹은 한인 정치력이 탄생하는 순간이 안타깝지만 그리고 비극적이지만 LA 폭동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이경원 기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이중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던 제가 재미 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걸 제가 직접 촬영을 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 스스로 “경종을 다시 올리면서 재미 한인 정체성을 생각해 보자”라는 어떤 개인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고요.
진행자: 그렇군요. 여러 명의 한인 출마자들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데이비드 김에 대한 스토리가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데이비드 김을 통해서 특별히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의 전후석 감독 Credit: SBS Korean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이유는 데이비드가 상징하는 여러 아픔들, 세대 간, 이념 간, 종교 간, 인종 간 대립의 중간에서 그것을 인바디하는, 그 사람을 통해서 모든 것이 발현되기 때문에 어떤 상징성을 좇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리고 유일하게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기도 해요. 사실 우리가 언론에서 이긴 사람들만 조명이 되잖아요. 그리고 진 사람들의 어떤 백그라운드 스토리는 조명이 안 되지만 그것을 하면서 이긴 것만큼 소중한 값진 게 분명히 이 사람의 여정 속에 있었다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진행자: 영화에는 5명의 한인 후보가 나오는데 이력도 다채로와요. 이민 1세대도 있고 2세대도 있고 공화당도 있고 민주당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전후석: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왜냐면 우리가 어떻게 보면 어떤 한인이라는 공통된 분모 그 민족적 정체성을 통해서 우리가 화합하고 연대해야 될 것 같고, 그러는 것이 바람직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사회를 또 갈라놓는 것이 또 이념 정치적 스펙트럼 의 차이로 인해서 우리가 갈라섬을 맛보잖아요.
사실 남북이 가장 좋은 얘기겠죠. 70년간 다른 체제와 이념으로 갈라져 있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이 두 가지 사건을 저는 하이라이트 하고 싶었던 것이 LA폭동이 하나였고 또 아시안 혐오 범죄, 팬데믹 이후에 사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건 아시안이기 때문에 또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다양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혐오와 차별을 맞서기 위해서 색깔과 어떤 이념이 달라도 우리가 그래도 연대해야 되지 않냐라는 어떤 공통분모를 그래도 하이라이트 하고 싶었습니다.
진행자: 한정태 부시장은 오늘 영화 보면서 소감이 있다면요?
한정태: 이렇게 좋은 다큐멘터리를 동포들하고 모여가지고 같이 본다는 것에서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고요. 이 스토리를 보면서 저도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통역을 시키던 그런 생각도 나고, 또 그런 갈등들 1세대와 2세대들의 갈등들, 이런 것들도 보면서 정말 멀게 느껴졌던 재미동포들과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이 영화가 여러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정말 다양한 고민을 해볼 수가 있었고 좋은 필름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한정태 의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보도록 할게요. 정치의 길을 걷고 계신데, 오늘 특히 젊은 한인 2세 청년들이 굉장히 많이 온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오늘 느낀 것도 많을 것 같은데요. 한정태 의원이 처음 정치에 발을 내딛을 때 한인 혹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정치쪽에 진입하기 힘든 부분은 없으셨나요? 개인적인 경험을 나눠주신다면 정치인을 꿈꾸는 한인 차세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한정태: 사실 그런 쪽에 큰 장벽은 못 느꼈는데요. 제가 지금 어렵게 느끼고 있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있습니다. 각 정당마다 한인 당원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당원들이 후보를 결정하고 그 후보가 선거에 나가는 건데 한인 후보가 나온다해도 이를 지지해 줄 수 있는 한인 당원이 없는거죠. 어떤 정당이든 한인 어르신이나 청년 등 당원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 동포사회는 호주 시민권이 있어도 한국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호주 정치에도 꼭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곳 당원이 있었다면 조금 더 쉽게 해 나갈 수 있고요. 앞으로 미래 차세대들도 우리 동포사회의 당원들이 계시다면 뒤에서 병풍같이 밀어줄 수도 있고 후보를 뽑을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호주 정치계에 발을 내딛고 싶어하는 청년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으신가요?
시드니 라이드 시 한정태 부시장 Credit: SBS Korean
그렇기 때문에 그런 타이밍들이 왔을 때 어떤 지역이든 한인 동포분들이 저희 자녀들이나 아니면 차세대들이 누군가가 준비는 돼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되고, 그럴 때에 나타나서 저희 한인 동포의 목소리도 대변해 주면서, 또 지역사회의 목소리도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정치인들이 앞으로 10년 20년 안에 많이들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들 지금 당장의 꿈이 정치인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한쪽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전후석 감독님, 전 세계를 다니고 계신데요. 뉴질랜드도 그렇고 호주 안에서도 멜버른 등 많은 곳을 가셨는데요. 아마 청년들도 많이 만나셨을 것 같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럴 떄마다 청년들 혹은 정치에 발 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시는지 궁금하네요.
전후석: 저도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감히 조언을 드릴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모든 기회를 통해서 그 교포 사회가 직면한, 당면한 사회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이슈가 그 한인사회를 단합하고 연대하게 하는지? 그들이 스스로 정의하는 본인들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배우는 계기로 계속 삼고 있어요.
정치는 글쎄요... 다섯 분의 한인 정치인들을 따라다닌 경험으로서 이야기한다면, 각자의 모티베이션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사실 당선이 되고 실제 정치인이 되면 그 커뮤니티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상징적 위치에 설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방금 한정태 부시장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준비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고, 또 왜 정치를 하나? 이런 진정성 있는 질문을 스스로한테 던지는 것이 중요하고, 또 무엇보다 그들을 정치인으로 키우는 조직된 한인 사회가 더 필요하고, 그것에 투자를 해야 된다는 그 필요성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 두분 감사합니다. 오늘은 미국 이민사와 정치사회의 변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의 전후석 감독과 시드니 라이드시의 한정태 부시장 함께 모시고 영화 ‘초선’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고요. 호주 한인사회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두 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