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아이 낳으면 장려금 1억 원'…한국 저출산, 기업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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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산율 역대 세계 최저 기록

한국의 출산율이 역대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구촌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저출산 정책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 속에 한국의 기업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양상이다.


Key Points
  • 한국 출산율 0.6명대 추락…'역대·세계 최저' 셀프 경신
  • 세계 주요 외신들 한국 저출산 1면 특집으로 집중 조명
  • 육아·사교육비 부담과 일·가정 양립의 힘든 환경이 원인
  • 저출산 해결 기업도 발 벗고 나서…출산 장려금 1억 지급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사를 통틀어 유례없는 역대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구촌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뉴욕타임스, BBC, 로이터, 사우스모닝차이나 등 세계 주요국 언론들은 한국 저출산 문제를 일제히 1면 특집으로 다뤄 집중 조명했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까지 떨어지고 4분기 출산율은 그보다도 낮은 0.65명을 기록했습니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면서 한국의 대기업들이 출산 장려를 위한 파격적인 현금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양상입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최근 한국이 우울한 세계 신기록을 냈죠. 한국의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지구촌 화제의 중심에 섰는데, 먼저 한국 통계청의 발표 내용을 알아보죠.

유화정 PD: 지난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0.78명) 대비 0.06명 감소했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그해 0.9명, 지난해 0.7명으로 출산율이 낮아진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4분기 기준으론 0.65명에 불과했는데요. 이처럼 출산율이 0.6명대를 기록한 것은 세계사를 통틀어 유례가 없는 수준입니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만 9200명(-7.7%)이 줄었습니다. 2012년까지도 48만 명에 달했던 신생아 수가 10년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했습니다. 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인구학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한국 상황에 전쟁 난 우크라와 비슷한 상황이라니 최악의 성적표가 아닌가 싶네요. 세계 주요 각국의 언론들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이례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보도하면서 관심을 나타냈는데, 어떤 부분들이 집중 조명됐는지 짚어주시죠.

유화정 PD: 영국 BBC방송은 '한국 여성은 왜 아이를 안 낳을까'라는 궁금증에 서울 특파원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BBC는 감당하기 힘든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의 독특한 점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사교육 열기가 한국을 아이를 키우기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만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인구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지출한 국가이지만 4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로이터는 또 "한국은 여성이 임신하려면 결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면서 그러나 "혼인 건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Childbirth
The image is for representation only. Source: AAP
진행자: 뉴욕타임스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경우 한국이 '국가 소멸' 위기론까지 번지는 상황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올리지 않았습니까?

유화정 PD: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매체는 미국 워싱턴 주립대 보건지표 평가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지금 같은 출산율 하락 속도라면 오는 2100년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절반인 2680만 명이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 (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국의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속도는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소멸시킨 흑사병보다 심각 사태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또 "한국 사례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저출산 문제가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찾아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우리(미국)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경고"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세계사에도 유례없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한국의 저출산율, 그 근본 원인은 무엇으로 꼽아지고 있나요? 앞서 로이터 통신은 혼인 건수의 감소를 요인으로 지적했는데요.

유화정 PD: 물론 출산의 첫 단계는 결혼이 되겠는데요. 결혼 건수만으로는 지난해 소폭으로 반등했습니다. 2022년 19만 1690건에서 지난해 19만 3673건으로 1983건(1%)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이를 출산율 회복의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지만, 최근 들어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예단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욱이 지난해 혼인 건수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룬 예비부부들이 작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결혼식을 올린 영향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혼인 건수는 11월과 12월에 각각 4.4%, 11.6% 감소하며 하반기 들어 감소폭이 커졌습니다.
진행자: 사교육 열기가 한국을 아이를 키우기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라고 꼬집은 BBC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한국의 저출산을 부추겼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고요?

유화정 PD:  BBC는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 성장하는 동안 여성들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보내면서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라며 주요 문제로 여성들의 경력 단절과 자녀 양육에 드는 재정적 부담 등을 꼽았습니다.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약 3분의 2 수준이며 한국이 OECD 국가 중 성별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클로디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발언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한국의 저출산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며,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죠?

유화정 PD: 클로디 골딘 교수는 "20세기 후반 한국만큼 빠른 경제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와 젊은 남성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가족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직장의 문제로 직장들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의 기업 문화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클로디 골딘 교수는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의 핵심 동인'을 밝혀낸 공로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저출산 사태 해결을 위해 기업이 적극 발 벗고 나섰다는 보도도 전해졌는데요. 한국의 한 기업은 놀랍게도 아이 한 명 당 출산장려금을 1억원을 지원해오고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올해 초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부영그룹이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 한 명당 출산장려금 1억 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은 빠르게 화제가 됐는데요.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직원 66명이 총 70억 원을 받았습니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다양한 장려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기업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수준의 현금성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것인데요.

포스코의 경우에도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 300만 원(둘째 이상 500만 원)과 난임치료 휴가 및 시술비 지원 등 현금성 지원에 더해 육아기(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년 이하) 재택근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금호석유화학그룹, HD현대, 롯데그룹, 유한양행 등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출산 지원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en out of 12 portacots in Australia failed to meet mandatory safety standards.
최근 한국 정부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정부가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줄 경우 자녀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Source: Getty / Getty Images
진행자: 정부도 아닌,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출산 장려에 나선 이유는 앞서 언급된 노벨경제학 수상자 클로디 골딘 교수의 '직장 내 성 차별 인식 변화'와도 연결이 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유화정 PD: '일과 삶의 균형'이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생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여성이 출산 및 육아로 인해 커리어 단절 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794만 3000명 중 경력 단절 여성은 134만 9000명에 달했습니다. 이중 육아를 경력 단절 사유로 꼽은 사람이 42%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결혼(26%), 임신·출산(23%) 순이었습니다.

진행자: 경력 단절 사유의 결정적 요인은 육아인데, 요즘에는 남성 육아 휴직자도 많이 늘지 않았나요?

유화정 PD: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가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 10명 중 3명꼴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육아휴직자 전체에서의 비중은 남성이 27.1%로 여성(72.9%) 보다 훨씬 낮습니다.

대체로 여성이 주 양육자로 인식되다 보니, 남성의 경우 본인이 원하더라도 직장에서 육아휴직이나 재택근무 등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국의 경우 회사가 개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기업 문화가 가족친화적으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Цэцэрлэгт
Credit: Naomi Shi/Pexels
진행자: 그러나 전반적인 사회 및 기업 분위기 변화 필요성과는 별개로 기업 주도의 현금성 출산 장려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또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기업이 이윤을 내고 성과 경영을 제대로 해내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이 현금성 지원을 남발한다면 이벤트성,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매출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기업, 즉 대다수 기업의 경우 현금성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도 있을 수 있고요.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출산 장려와 관련한 사내 복지제도는 아이를 낳지 않는 직원들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그렇겠네요. 누구는 1억의 혜택이 주어지고… 또 점점 비혼을 선택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최근 신한라이프 조사에서 미혼 남녀의 40.4%가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했는데, 25~29세의 경우 여성의 비혼 의지가 남성의 2.4배 수준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혼 관계인 동거 부부와 비혼 출산에 대한 제도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로선 법적 부부가 아니면 출산휴가, 돌봄 휴직, 난임 혜택 등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끝으로, 2022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차출퇴근·재택·시간제 근무 등 유연근로제 확산'(20.9%)과 '남성과 여성의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13.7%) 등이 꼽혔습니다

진행자: 세계사에 유례없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팽배한데, 기업의 현금성 지원을 기대하기보다는 정부 주도의 책임 있는 정책이 강구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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