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치아 요정'이 두고 가는 '젖니 값'도 물가 따라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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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치아 요정(부모)'이 아이들의 젖니를 가져가고 대신 놓아두는 '젖니 값'은 평균 5달러로 나타났다. Credit: The Royal Australian Mint

미국의 물가 상승 속 '치아 요정'의 '젖니 값'도 급등해 작년 대비 평균 미화 6.23 달러로 16% 인상했다. 호주 부모들은 평균 호주화 5 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ey Points
  • 미국, 물가 상승 속 치아 요정이 지불하는 '젖니 값' 16% 급등
  • 'S&P 500 지수'와 유사한 궤적 그려 경제와 매우 밀접 관계 확인
  • 미국은 평균 미화6.23달러…호주 부모들은 평균 5 (호주) 달러
  • 건강한 새 이를 기원하는 세계 각국의 치아 요정 풍습에는…
영미 문화권에는 어린이가 젖니를 뽑으면 잠잘 때 베개 아래 놓고 자도록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러면 한밤중에 치아요정이 와서 이를 가져가고 그 대가로 반짝이는 동전이나 달콤한 사탕을 놓고 간다는 설화에 기반합니다.

최근 치솟는 물가 상승 속 '치아 요정'의 '젖니 값'도 폭등했다는 외신이 전해졌는데요.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한국전래동요에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라는 가사가 있죠. 헌 이는 젖니(유치)고, 새 이는 영구치고요.

유화정 PD: 요즘처럼 치과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 젖니는 주로 집에서 하얀 무명실로 묶어 부모님이 빼주시곤 했죠. 빠진 젖니를 지붕 위로 던지면 까치가 물어가서 새 이를 선물한다고 믿어 두 눈 꼭 감고 예쁜 이를 달라고 손 모아 기도했던 기억들이 있으실 겁니다.

지금은 아이가 있는 가정은 대부분 도시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 이를 빼서 던질 만한 지붕이 없다 보니 까치의 선물도 기대할 수 없게 됐는데요. 요즘엔 젖니 보관함(Tooth Box)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아이들 입장에선 굳건하게 자리하던 이가 갑자기 흔들리고 빠지는 경험은 분명 두려움인데, 치아가 빠지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에 주목한 연구들이 있다고요?

유화정 PD: 젖니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빠져서 틈이 생기고, 그 틈새가 새로 나는 영구치로 채워지는 통과의례는 아마도 아이들이 의식할 수 있는 최초의 생물학적 변화일 텐데요.

페어런츠 플러스 (Parents Plus Charity)의 설립자이자 더블린대학교(UCD) 심리학과 교수인 존 섀리 박사는 "아이의 관점에서 치아를 잃는 것은 실제로 외상성 사건이 될 수 있다"며, 흔들리는 치아의 불편함을 겪은 뒤 이를 완전히 잃는 것은 그 자체로 공포스러운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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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 should introduce a Medicare-style universal insurance scheme for primary dental care" AAP Credit: Grattan Institute
진행자: 영미 권 문화에는 '치아 요정 (Tooth Fairy)' 전통이 내려오고 있죠. 아이들이 잠든 사이 치아 요정이 빠진 젖니를 가져가는 대신 a few bucks 즉 작은 용돈을 두고 간다고 믿고 있죠?

유화정 PD: Tooth Fairy 전통은 영미 권 문화로 굳혀지기 이전 유럽으로부터 전해진 오랜 풍습입니다. 1920년 시카고트리뷴을 통해 미국에 소개되면서 널리 대중화됐습니다.

아이들이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고 자면 다음 날 아침 그 이는 사라지고 치아 요정이 놓고 간 동전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영어권 문화의 영향이 큰 호주의 아이들도 Tooth Fairy를 기다립니다.

치아 요정은 원하는 장난감을 선물하는 산타 클로스, 그리고 초콜릿을 마음껏 먹게 해주는 이스터 버니와 함께 아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3대 우상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진행자: 가지고 싶은 것 많아지는 아이들에게는 산타만큼 기다려지는 요정이겠는데요. 얼마 전 소셜 뉴스 웹사이트에는 영국의 한 부모가 아이가 치아 요정에게 쓴 편지를 공개해 화제가 됐었다고요?

유화정 PD: 애디(Addy)라는 소녀가 플라스틱 백에 자신의 젖니와 함께 치아 요정에게 원하는 걸 편지로 써서 동봉한 것인데요. 그 내용이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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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s 'demanding' letter to the tooth fairy.
"치아 요정님(Dear, Mom & Dad), 이번에 놓고 가는 돈은 불이 넘기를 바라요. 지난번보다 적게 놓고 간다면 난 아주 화가 날 줄 아세요!"라고 쓴겁니다.

진행자: 아주 당찬 친군데요. 치아 요정이 엄마 아빠라는 걸 알고 필요한 25불을 콕 집어 요구한 거 아닙니까?

유화정 PD: 그렇죠. 이 깜찍하고도 맹랑한 협박 편지를 본 소녀의 부모가 이 내용을 웹사이트에 올린 겁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들도 흥미로웠는데요.

"치아 요정이 새 이 대신 상담을 요청할 것 같다." "맞는 말이지. 언제까지 동전만 놓고 갈 것인가!" "인플레이션을 한번 감안해 보라."와 같은 반응들이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실제로 치아 요정이 놓고 가는 '젖니 값'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급등했다는 조사 보고서가 미국에서 나왔죠?

유화정 PD: 미국의 치과보험사 '델타 덴탈'(Delta Dental)이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Original Poll)에서 올해 '치아요정'들이 어린이들의 '젖니'를 수거해갈 때 지불한 금액이 개당 평균 6.23 미 달러(약 8천300원)로 작년보다 16%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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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요정의 '젖니 값'이 'S&P 500 지수'와 유사한 궤적을 그려 미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나타낸다. Credit: Delta Dental website
델타덴탈은 '6~12세 연령대의 자녀를 둔 미국인 부모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여 얻은 값'이라며 '응답자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치아 요정이 두고 가는 반짝이는 동전 몇 닢, 사탕 등은 이제 설화가 됐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애초 1920년대 미국에서 Tooth Fairy전통이 대중화되던 무렵10센트 혹은 25센트짜리 동전으로 지불되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 없는데요.

델타 덴탈이 처음 설문조사를 실시한 1998년 당시에는 평균 1달러 30센트로 커졌고, 25년 새 다시 5배가량 오른 겁니다.

진행자: 젖니가 위아래 합쳐서 앞니, 아랫니, 송곳니, 어금니까지 상당수 아닙니까. 이가 하나  빠질 때마다 치아 요정(부모)들은 고민되겠는데요? 이번에는 얼마를 지불해야 할지.

유화정 PD: 아기가 태어났을 때 처음에는 치아가 없는 상태로 태어나죠. 그러다 이제 생후 6-7개월이 되면서 아래 앞니부터 나기 시작해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까지 위아래 총 스무 개의 젖니를 갖게 되는데요.

보통 두세 살 터울의 어린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에서는 젖니 값도 만만치 않게 나갈 것 같아요. 물론 모두 자녀의 용돈이 되지만요.

그리고 아이들이다 보니 학교 반 친구들과 서로 자랑도 할 수 있겠는데요. "누구는 10불, 누구는 5불, 그런데 왜 난 2불인 거야…" 이런 불 필요한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면 학부형들 간에 금액의 형평성 고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치아 요정의 '젖니 값'이 특히 작년에 비해 올해 16% 인상된 데는 현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요?  

유화정 PD: 미국의 대형 치과 보험사 '델타 덴탈'은 최근 미국 부모의 약 80%가 자녀의 젖니 발치를 축하하기 위해 현금을 놓는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 치아요정의 '젖니 값'이 'S&P 500 지수'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면서 "미국 경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불어닥친 조류 독감으로 달걀 가격이 금값으로 폭등하고, 난방비가 인상되는 등 모든 물가가 줄줄이 오르면서 치아 요정들이 이를 뺀 어린이들에게 지불하는 '젖니 값'도 껑충 뛰어 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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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Girl Loosing her baby teeth. Little girl with milk temporary tooth. Happy child holding her fallen tooth in hand. Dental medicine or temporary teeth health care concept Credit: Mykola Pokhodzhay/Getty Images/iStockphoto
진행자: 호주 치아 요정이 지불하는 '젖니 값'은 평균 어느 정도인지 이에 대한 자료도 나와 있나요?

유화정 PD: 미국의 '델타 덴탈'과 같은 연례 설문 조사는 없지만 2018년 실시된 'Bluey Markets' 조사에 따르면 호주 치아 요정, 즉 호주 부모들이 자녀에게 '젖니 값'으로 지불하는 금액은 평균 5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호주 왕립 조폐국 (The Royal Australian Mint)'은 호주 전역의 어린이들에게 아이들이 치아를 잃는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2달러짜리 기념 동전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기념 동전은 대나무 칫솔, 반짝이 요정 펜, 치아 차트 그리고 치아 요정의 특별한 메시지와 함께 'Tooth Fairy'박스에 들어 있는데요. 2달러 치아 요정 기념 동전이 들어있는 이 박스는 25 호주 달러로 Mint(조폐국)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젖니가 빠지면 예쁘고 건강한 새 이가 빨리 나길 기원하는 풍습, 다른 나라에서는 각기 어떤 치아 요정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끝으로 살펴보죠.

유화정 PD: 영미 권에 치아 요정이 있다면 프랑스,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그리고 그리스의 경우 빠진 이를 상자에 담아 침대 옆 탁자에 두면, 요정이 아닌 생쥐가 와서 가져가고 대신 작은 선물을 두고 간다고 믿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윗니가 빠지면 지붕에 던지고 아랫니가 빠지면 땅에 묻는데, 유독 아프리카 카메룬의 풍습은 우리 민족과 흡사합니다.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라고 외치면서 빠진 이를 지붕 위로 던집니다.

남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에서는 빠진 이에 금을 씌워서 귀고리를 만들어 아이 귀에 달아준다고 합니다.

끝으로 터키에서는 부모님이 아이가 자라 대학교를 마치기를 바라면 빠진 이를 대학교 정원에 묻고, 의사가 되길 바라면 병원 정원에 묻고, 축구선수가 되는 게 부모님의 소원이라면 축구장에 묻는다고 합니다.

진행자: 최근 물가 상승 속 '치아 요정'의 '젖니 값'도 급등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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