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동굴에 버려진 치토스…습기와 염분이 곰팡이 번식을 촉진해 미생물과 곤충 생태계에 악영향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 가진 호주의 쿼카(quokka) 심각한 멸종위기 보호종
- 쿼카(quokka)를 만지고 먹이 준 호주 인플루언서의 무분별한 행동에 비난 폭주, 벌금 300불
- '흔적 남기지 않기' 운동의 중요성…개인의 작은 실천이 생태·환경 보존에 큰 차이를 만든다
가속화되는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는 지구 생태계 곳곳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환경 보존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되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의 한 동굴 국립공원에서 치토스 과자 봉지 하나가 동굴 생태계를 위협했다는 경고가 CNN 등 주요 외신에 보도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또한 호주의 한 유명 인플루언서는 심각한 멸종위기 보호종인 호주 야생동물 ‘쿼카 (quokka)’를 만지고 먹이를 주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로인해 벌금 300불이 부과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불거진 이 두 사례를 통해 지구의 생태계와 환경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심도 있게 짚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치토스(Cheetos) 과자 한 봉지가 동굴 생태계를 위협했다'는 최근 외신 보도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죠. 타이틀이 대중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좀 부풀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드는데요. 먼저 보도 내용을 살펴볼까요?
유화정 PD: 동굴에 떨어진 과자 한 봉지가 동굴 생태계를 뒤흔들었다는 말이 얼핏 과장된 표현처럼 들릴 수 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미 CNN은 지난 9일 미국 뉴멕시코주 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 관리원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치토스 봉지 사진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국립공원 관리원은 동굴 내부에서 내용물이 남은 치토스 과자 봉지를 발견했습니다.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고 물만 마실 수 있는 미국 동굴 국립공원에서 치토스 봉지가 발견된 것인데요.
A full bag of Cheetos snacks left in the cave
A package of Cheetos crunchy chips/ Winneconne Credit: homank76 - stock.adobe.com
나혜인 PD: 치토스 과자, 봉지를 뜯자마자 순삭, 남는 건 손가락에 남은 오렌지 가루뿐인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최애 스낵의 하나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한국에선 1990년대 "언젠간 꼭 먹고 말 거야"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했죠. 치토스는 미국 브랜드 과자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남아도는 치즈가루 재고 때문에 탄생한 스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튀긴 옥수수 스낵에 치즈 가루를 묻힌 형태로 아이에서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맛과 종류의 제품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스낵입니다.
나혜인 PD: 몇 년 전에도 치토스가 해외 토픽으로 크게 화제가 된 걸로 기억하는데요. 치토스 한 조각이 경매에 올라 고가에 낙찰된 바 있었죠?
유화정 PD: 치토스(Cheetos) 과자가 경매에 오른 사례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치토스 과자가 아닌, 모양이 독특하거나 특별한 형태를 띠는 치토스가 경매에 올랐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사례로 2017년, 치토스 과자 중 하나가 고양이 모양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베이(eBay) 경매에 올라 약 100,000달러(약 1억 원)에 낙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과자가 영화 캐릭터나 고릴라와 같은 동물 모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경매에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다시 동굴에서 발견된 치토스 봉지로 돌아가보죠. 치토스 봉 주인은 우발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러나 동굴 관리 측은 이러한 사소한 행동이 동굴 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거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과자 봉지가 쏟아져 있는 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동굴에서는 생태계 전체를 바꿀 수 있음을 엄중히 지적한 겁니다. 공원은 동굴 안에서 물 이외의 음식을 취식할 경우 동굴 안으로 다른 생물이 유입될 수 있는 점을 들어 물 이외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치토스 과자가 어떻게 동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가요?
유화정 PD: 치토스 봉지를 발견했을 때 이미 동굴의 습도 때문에 부드러워진 과자 부스러기는 미생물 생명체와 곰팡이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형성했습니다. 동굴 관리자는 동굴 표면에서 이물질과 곰팡이를 제거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렸다고 보고 했습니다.
Carlsbad caverns 내부
나혜인 PD: 작은 실수가 자연의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칼즈배드 동굴(Carlsbad Caverns)은 그 아름다운 석회암 형성물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하고, 또한 다양한 박쥐 종들의 서식지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도 하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칼즈배드 동굴은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명소로 미국의 자연유산 중 하나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동굴의 형성 과정은 약 2억 5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석회암이 빗물과 섞여 용해되면서 현재의 동굴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119개 이상의 동굴로 이루어진 칼즈배드 동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이번 치토스 봉지로 화제에 오른 '빅 룸(Big Room)'입니다. 빅 룸은 미국에서 가장 큰 석회암 동굴 중 하나로, 축구장 14개 크기의 넓이를 자랑합니다.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칼즈배드 동굴은 다양한 박쥐 종들이 서식하는 중요한 서식지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여름철에는 수십만 마리의 멕시코 자유꼬리박쥐가 동굴을 찾는데, 특히 박쥐들이 군무를 이루며 동굴을 나가는 광경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나혜인 PD: 이번 치토스 사례를 계기로 자연 보존에 대한 인식을 더욱 고취시켰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생태계 보존이라는 비슷한 맥락에서 호주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멸종위기 동물법을 어긴 영상을 소셜 미디어 상에 게재해 비난을 받은 사례도 있었죠?
유화정 PD: 호주의 인기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등에 다수 출연한 호주 남성 인플루언서 알 파킨스가 호주 멸종위기 야생동물 쿼카(Quokka)에게 먹이를 주고 만지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Il quokka sembra sorridere sempre e per questo è stato soprannominato "l'animale più felice al mondo". Source: iStockphoto / Hideaki Edo/Getty Images
인플루언서 알 파킨스의 무분별한 행동에 네티즌들은 거센 비난을 목소리를 냈고, 알 파킨스는 한 라디오쇼에 출연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파킨스는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으로 서부호주주정부로부터 300달러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나혜인 PD: 호주의 야생동물하면 캥거루, 코알라, 웜벳 등을 꼽죠. 호주에 살면서도 쿼카(quokka)는 이름조차 생소한데요. 어떤 동물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죠.
유화정 PD: 쿼카는 항상 웃는 듯한 표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캥거루과에 속하는 소형 포유류로 동그란 귀에 짧은 꼬리, 털은 캥거루와 비슷한 회색빛을 띤 갈색입니다.
야행성 동물로 낮에는 숲 속 덤불이나 나무아래서 휴식을 취하고요. 초식성으로 주로 풀, 잎, 새싹 등을 먹습니다. 몸무게 약 2.5~5 킬로그램, 몸길이는 약 40~54 센티미터 정도입니다. 암컷은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새끼 쿼카는 약 6개월 동안 어미의 주머니에서 자랍니다.
나혜인 PD: 캥거루, 코알라와 흡사한 부분이 많네요. 어미 주머니에서 자란다는 점도 그렇고요. 코알라도 엉덩이 쪽에 어미 주머니를 갖고 있죠?
유화정 PD: 네 여러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쿼카의 경우 코알라보다는 좀 작습니다. 또 하루에 평균 20~22시간을 잠만 자는 코알라와 달리 쿼카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답게 귀여운 외모와 친근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쿼카를 만나면 행복감을 느끼고 특히 쿼카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인기입니다.
그러나 쿼카는 인간의 접촉에 매우 민감해 사람의 손에 있는 세균이나 화학물질이 쿼카에게 해로울 수 있고, 또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쿼카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것은 금지사항이고요. 규칙을 어길 경우 300달러 벌금을 물게 됩니다.
나혜인 PD: 호주의 아이콘 코알라는 두 차례의 대형 산불로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이제는 코알라 역시 손으로 만지는 건 불법이죠?
유화정 PD: 호주에서 코알라를 만지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특히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스, 그리고 ACT에서 코알라 접촉은 불법입니다.
2019년과 2020년 두 해나 호주를 덮친 '검은 여름' 산불로 코알라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대거 소멸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호주 연방 정부는 산불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코알라를 2022년 멸종위기종으로 공식 지정하고 보호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나혜인 PD: 오늘은 동굴에 무심코 버린 치토스 과자 봉지와 호주의 멸종위기 동물 쿼카에 대한 무분별한 접촉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는데요. 끝으로 생태계와 환경 보호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요?
유화정 PD: 환경 전문가들의 말을 빌면 생태계는 자연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포식자와 먹이의 균형, 식물과 곤충의 상호작용 등은 생태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생태계가 붕괴되면 이러한 균형이 깨져 기후 변화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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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IN: '맥파이'만이 아냐...호주 봄, '부처새'로부터 안전하려면
SBS Korean
05/10/202411:55
또한 자연 생태계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원천이 됩니다. 다양한 생물 종과 그들의 서식 환경은 의학, 생명과학, 환경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생태계 보존을 통해 이러한 연구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줄 책임이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 즉 방문지에서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노력부터 실천해야겠습니다.
나혜인 PD: 쓰레기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지에는 방문했다는 표시로 이름들을 새기곤 하시죠. 이런 행동들도 자제가 필요합니다. 컬처 IN, 오늘은 지구 환경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