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The host 괴물’,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작으로 소시민의 힘을 보여 줌
- ‘Full time 풀타임’, 평범한 일상이 주는 답답함을 그린 프랑스 영화
- ’Woman at war 워먼 앳 워’, 미래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지 현재의 아이를 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
- ‘Last chance to save a life, 생명을 구할 마지막 기회’, 더 이상 항생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나혜인 PD: 매주 금요일에 만나는 시네챗입니다. SBS 온디맨드를 중심으로 다시 보면 좋을 영화들을 매주 추천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권미희 리포터가 함께합니다. 권미희 리포터 안녕하세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네, 오늘은 세상에 맞서 하루하루 끊임없이 투쟁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들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영웅’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 같은데요.
권미희 리포터: 네, 우리 일상에서 세상과 사회 시스템에 맞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들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너무 평범하여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러나 매 순간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현실판 영웅들에 관한 영화인데요, 그중 첫 번째 영화는 봉준호 감독님의 2006년 작품 <>입니다.
나혜인 PD: 네, 봉준호 감독님의 대표작 중 하나죠, 한강에서 괴물이 나타났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발상이었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괴생물체의 출현으로 아수라장이 된 한강, 그곳에서 매점을 꾸려 살아가던 강두네 가족은 강두의 딸 현서가 괴생물체에게 잡혀가자 그것에 맞서 사투를 시작합니다. 영화는 정부, 사회 시스템들을 괴생물체의 탄생 과정부터 그것으로 인한 아비규환이 된 세상을 엉뚱한 방향으로 통제, 관리하는 과정, 그리고 결국은 평범한 한 가족이 괴생물체를 처단한다는 결말로 직접적이고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동시에 ‘가족’이라는 테마와 소시민(개인)의 힘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화가 SF, 호러와 같은 장르물의 포맷을 전제로 사회적 이슈, 드라마를 신선하게 잘 엮어냈다는 점이 오늘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네, 평범하다 못해, 약간은 사람들에게 무시도 당하고 인정받지 못했던 강두와 그 가족이, 괴물과 맞설 때 그 어떤 히어로보다 강력했던 것 같습니다. <괴물>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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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202413:05
나혜인 PD: 이어서 두 번째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요?
나혜인 PD: 네, 한국판 영화 포스터에 보면 ‘인정사정없는 일상 스릴러’라는 로그 라인이 눈에 띕니다. 평범한 드라마처럼 보이는데 스릴러라니 내용 궁금한데요.
권미희 리포터: 네, 주인공 줄리는 파리 교외에 살며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매일 아이들의 등하교를 이웃집에 맡기고 파리 시내로 출퇴근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의 대대적인 대중교통 파업이 시작되고 가뜩이나 일분일초가 부족했던 줄리는 더욱 바쁘게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대중교통 시스템의 마비로 직장에도, 아이들 픽업에도 늘 지각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위기에 처합니다. 영화는 시계 알람 소리로 시작되는 줄리의 아침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그녀의 하루를 빠르고 긴박하게 쫓습니다. 우리가 예상할 만한 큰 사건이나 사고는 일어나지 않지만, 오히려 평범한 듯한 일상이 그녀의 목을 조르듯 느껴지게 만드는 카메라 무빙과 연기, 긴장감 넘치는 편집, 그리고 스릴러 풍의 음악은 평범해 보이는 영화 내용을 완전히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나혜인 PD: 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대중교통 파업이라는 위기 장치와 장르적 방식으로 색다르게 표현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운데요.
권미희 리포터: 네, 이 영화에서는 앞서 소개한 영화처럼 눈에 보이는 ‘괴물’도 ‘절대적 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사소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들이 쌓이고, 그것에 맞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싸워 이기는 모습, 그리고 그것이 주는 아슬아슬함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켄 로치 감독님의 영화들과도 유사한 면이 있고요, 한 인간이 끝까지 내몰리는 과정이 참 잔인하다 싶을 정도이지만 지나친 감정이나 개별적 상황에 대한 묘사보다는 그 과정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또 큰 매력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특별 여자 연기자상을 수상하였고, 국내에서는 23회 전주 국제영화제 폐막식으로 한국 관객들을 처음 만났었습니다.
나혜인 PD: 네, 두 아이와 본인의 삶을 지키기 위한 줄리의 투쟁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 영화 소개해 주시죠.
권미희 리포터: 네, 끝으로 한 여성의 실제 ‘투쟁’에 대한 영화인데요, 베네딕트 얼링슨(Benedikt Erlingsson)감독의 2018년 영화 <>입니다. 주인공 할라는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는 합창단 선생님입니다. 몇 해 전 신청해뒀던 입양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4살 난 아이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잊고 있던 ‘엄마’가 된다는 꿈에 가슴이 뜁니다. 기쁨도 잠시 할라는 큰 고민에 빠지는데요, 사실 그녀는 비밀리 활동하는 환경 운동가(eco-activist, eco-terrorist/sabotage)로 아이슬란드의 한 알루미늄 공장의 전기 공급을 중단시키는 등 확실하고 규모가 큰 활동으로 공장 측과 정부에 쫓기는 신세였습니다.
나혜인 PD: 네, 이번 영화는 앞서 이야기 나눈 영화들과는 달리 목표가 분명한 투쟁 중인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군요. 그런데 여기서도 엄마가 되고 가족을 만든다는 개인의 목표, 혹은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 참 흥미롭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여기서 그녀의 딜레마가 시작되는데요. 미래의 생명(다음 세대)과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그녀의 절대적 신념을 지키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위험한 행위는 중단하고 하루라도 빨리 우크라이나로 가서 지금 현재의 아이를 구하는 게 맞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의 연기와 압도적인 아이슬란드의 풍경, 위트 있는 편집, BGM 뮤지션의 직접적인 등장 등으로 신선하게 표현합니다.
나혜인 PD: 네, 지금까지 <괴물 The host>, <풀타임 Full time>, <Woman at war>까지 살펴봤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가시적인 상대나 보이지 않는 부조리함과 끊임없이 투쟁하고 지켜내는 사람들, 히어로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혜인 PD: 끝으로 SBS 온디맨드에서 한국어 자막으로 보실 수 있는 콘텐츠 소개합니다. 오늘 만나볼 작품은 Last Chance to Save a Life 즉 생명을 구할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권미희 리포터: 치명적인 항생제 내성 감염에 대한 위협을 들어보셨죠? 더 이상 항생제가 듣지 않아 기회가 없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현실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영웅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앤톤 페레그(Anton Peleg) 교수와 존 아레델(Jon Iredell) 교수가 이끄는 멜버른과 시드니의 뛰어난 젊은 과학자 팀은 박테리오파지 즉 파지의 힘을 활용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파지는 박테리아를 파괴하는 바이러스입니다. 더 이상 기존의 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수조 개의 파지를 주입하여 파지가 박테리아 적을 물리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과학자나 환자 모두 이 급진적인 접근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에미 상을 수상한 제네풀 프로덕션(Genepool Productions)팀이 제작했습니다.
나혜인 PD: 네. 씨네챗 오늘은 <괴물 The host>, <풀타임 Full time>, <Woman at war>, <Last chance to save a life, 생명을 구할 마지막 기회>와 함께 했는데요. 특별한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이번 주 시네챗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고생하셨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다음 주에도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들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