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 압박감∙정치적 불안정 속 호주의 사회적 결속력 약화

Sydney downtown, blurred intersection people and traffic

Sydney downtown, blurred intersection people and traffic in a sunny day at dusk Credit: LeoPatrizi/Getty Images

호주의 다문화주의, 정부 신뢰도, 지역사회의 삶에 대한 평가를 해온 스캘론 재단의 2023 연례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압박감으로 사회적 결속력이 상당부분 약화된 것으로 진단됐다.


Key Points
  • 호주는 기회의 땅: 63%...10년 전 대비 16% 하락
  • 호주 사회에 대한 소속감: 48%...역대 최저치
  • "빈부격차 심화하고 있다": 84%
  • 다문화주의와 이민정책 공감도, 압도적
호주의 정치적 경제적 압박감으로 국민들의 사회적 결속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년째 호주의 다문화주의, 정부 신뢰도, 지역사회의 삶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온 스캘론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사태와 고물가 등의 문제로 호주사회의 화합이 약화되고 있다.

스캘론 재단의 연례 '사회적 결속력 보고서'는 경제적 압박감과 사회적 불균형이 호주사회의 결속력 약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진단했다.

제임스 오도널 교수는 "사회적 결속력은 다양한 사회적 요소를 반영한다"면서 "지역사회의 소속감, 타인과 정부에 대한 신뢰감, 더나아가 재정적 안정감이나 삶의 행복감,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도, 다른 배경 사람들에 대한 수용력과 직결된다"고 설명하면서 "안타깝게도 여러 면에서 호주의 사회적 결속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재정적 압박감과 경제적 불균등, 정부에 대한 신뢰 약화 등이 그 핵심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2023년 연례보고서는 7500명의 조사 대상자를 상대로 90가지 항목의 질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작성된 보고서에서는 호주의 사회적 결속력이 여러 면에서 상승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2020년 조사 대상자의 52%가 호주사회에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으나 올해에는 48%로 떨어졌는데, 이는 역대 최저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호주식 삶의 방식과 문화에 큰 긍지를 지닌 경우도 37%로 하락했다.

반면 호주의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경우는 무려 84%로 치솟았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호주연방소수민족협의회의 칼로 칼리 위원장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재정적 압박감과 더불어 국론분열을 가열시킨 국내외의 정치적 현안 등이 호주의 사회적 결속력을 약화시켰다"고 나름 진단했다.

칼로 칼리 위원장은 "사회적 결속력은 호주가 지속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온 분야로 호주사회의 다문화 정책 및 프로젝트는 모두 사회적 결속력 증진에 주안점을 둔 것이지만 이에 대한 반응이 때때로 부침을 거듭하곤 하지만 현재의 경우 원주민헌법기구 보이스 국민투표의 정치적 사안에서 시작해 고물가에 저임금 속에 고금리로 인한 중저소득층 가구의 가계 압박 가중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분명 사회적 결속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주인들의 다수는 문화적 다양성에는 매우 진취적 입장을 보였다. 89%의 응답자는 다문화주의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86%는 호주 경제를 위해 이민자가 필요하다는 긍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또한 80%의 응답자는 이웃들과의 소속감을 드러냈고 64%는 이웃들을 지역사회 공동체로 인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점은 지역사회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 사례가 유대인과 무슬림 교민사회였다.

10월 7일 가자에서 촉발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반 무슬림, 반 유대인 사건 신고접수는 급증했다.

호주명예훼손예방위원회의 드비어 아브라모비치 회장은 이번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촉발된 이후 반 유대인 정서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

드비어 아브라모비치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마치 벼랑끝에 내몰린 느낌인데,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왔던 관계에서 갑자기 등을 돌리고 서로 적대시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해졌다"면서 "특히 유대인 자녀들이 학교에서 살인마로 공격을 받고 길거리에서 느닷없이 욕설공격을 받기도 하고 유대인 소유의 사업체들이 불매 캠페인에 직면하는 등의 매우 볼썽사나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호주이슬람협의회연맹의 카말레이 다부지 회장은 무슬림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카말레이 다부지 회장은 "이슬람 혐오주의적 공격은 다반사이고 최근들어 거의 10배 가량의 증가세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시드니 중심부에 위치한 우리 사무실에 연일 혐오적 전화가 급증했지만 우리는 지역사회의 우려를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문화주의와 이민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지난 10년 동안 변함없이 높게 나타났지만, 차별이나 편견에 따른 문제는 올해 보고서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응답자의 18%가 자신의 피부색이나 소수민족 혹은 종교적 배경으로 인해 최근 12개월 사이에 차별행위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보고서 대비 2%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한편 가장 부정적 반응이 높아진 분야는 역시 재정적 문제와 직결됐다.

현재의 재정적 상태에 만족해 하는 경우는 지난해 대비 3% 포인트 떨어진 61%를 기록했다.

또한 끼니를 때때로 거른다는 경우는 12%, 의약품비나 보건비용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반응도 22%를 보였다.

호주국립대학(ANU)의 제임스 오도널 교수는 눈여겨 봐야 할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오도널 교수는 "무엇보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빈민층 가구를 도와야 하고 모든 중저소득층 가구의 가계예산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대부분은 소속감이 낮아지고 호주사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면서 "이들의 경우 호주의 다양성과 상호 다른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결국 재정적 압박감 문제가 사회적 결속력 약화의 근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런 점에서 호주가 기회의 땅이라는 통념도 10년전 대비 16% 포인트나 떨어진 6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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