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주 내 한국어 학습자 수 역대 최고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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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을 들고 수업 중인 캠시 공립 초등학교 이중 언어반 정정수 교사 Source: SBS / Leah Hyein Na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한국어로 옮겨가고 있는데, 호주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어 이중 언어반을 운영하며 지난 14년간 한국어를 가르쳐 온 캠시 공립 초등학교 학생들과 K-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다니엔 고글리 씨를 만나본다.


Key Points
  • 호주 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이중 언어반을 운영 중인 캠시 공립 초등학교, 지난 10년간 한국어 수업 등록 학생 10배 늘어…
  • 시드니 한국 문화원의 성인 한국어 강좌, 기초반은 자정에 등록 시작하자마자 10분만에 마감
  • 전문가들, 학생에서부터 성인까지 한국어 학습자 증가는K-팝과 K-드라마에 대한 영향
시드니의 남 서쪽에 위치한 캠시 공립 초등학교.

한 교실에서 학생들이 음력설을 준비하며 파란 용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코디언 식으로 접힌 용의 머리와 꼬리를 양 쪽 끝에서 잡아 당기며 학생들은 힘의 이동에 대해 배웁니다.

이 수업이 특별한 것은 아이들의 만들기 실력 만은 아닌데요.

수업의 모든 것이 한국어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캠시 공립 초등학교의 이중 언어 교사 정정수 씨입니다.

정정수 교사는 2014년이 한국에서는 청룡의 해인만큼 아이들과 이에 대한 문화적인 경험을 하고자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청룡을 잡고 선생님의 말에 따라 ‘밀어요.’, ‘당겨요.’, ‘움직여요’를 익숙한 한글로 받아 씁니다.
올해로 14년째 한국어 이중언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캠시 공립 초등학교.

이곳에서는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하루에 1시간씩 역사, 지리, 과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과목을 한국어로 배웁니다.

캠시 공립 초등학교는 2010년 NSW 주 정부가 아시아 언어를 육성하기 위해 시작한 이중 언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한국어 이중 언어 수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캠시 공립 초등학교는 한국어를 Rouse Hill 공립 초등학교는 중국 Mandarin을 Scotts Head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인도네시아어를 Murry Farm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일본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캠시 공립 초등학교 벌린다 쿡 교장의 설명입니다.

“당시 한 한국계 직원이 이런 기회를 라디오에서 들었어요. 그때는 캠시에 한국계 주민들이 많았거든요. 그때 직원들이 이중 언어 학교에 한국어로 지원했고, 그것이 성공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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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시 공립 초등학교 벌린다 쿡 교장 Source: SBS / Jennifer Scherer
1990년대부터 한인 인구가 유입된 캠시.

2011년 호주 인구 조사 센서스에 따르면 해외에서 출생한 캠시 주민 중 한국 출생자는 두 번째로 많아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캠시는 시드니의 서울로 불렸고 골목마다 한국 식품점과 식당 등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많은 한인 인구와 상권은 현재의 한인 타운이 형성된 이스트우드와 리드컴, 웨스트라이드 쪽으로 이동했고 캠시는 한인 타운에서 밀려났습니다.

실제로 가장 최근 실시된 호주 인구 조사 센서스에서 캠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출생한 해외 출생지는 20%를 넘는 중국(20.4%)에 이어, 네팔이 9.2%, 말레이시아 4.3%, 베트남 3.6%, 필리핀 2.9%로 한국은 상위 5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비록 캠시가 더 이상 한인 타운이 아닐지라도 캠시 공립 초등학교는 지역 내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고려해 한국어 수업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벌린다 쿡 교장은 현재 캠시 공립 초등학교 학생 중 집에서 영어 외의 다른 언어를 쓰는 학생들의 비율은 97%라며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캠시는 언어 학교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요 언어는 한국어이고요. 학생들은 한국어를 사랑하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멀리에서도 찾아옵니다. 심지어 한국계 아이들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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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시 공립 초등학교 Source: SBS / Leah Hyein Na
30명으로 시작했던 한국어 이중언어 수업.

이제 300명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학생 600여 명 중 절반이 이 수업에 참여하는 셈입니다.

한국어 이중 언어 수업을 받는 대 부분의 학생들은 한국계가 아닙니다.

그런 만큼 학생들은 한국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수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은 한국어 인사로 가득찹니다.

“머리, 어깨, 배꼽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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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보도국이 캠시 공립 초등학교 1학년 반을 촬영 중 Source: SBS / Jennifer Scherer
공립 학교 일반 담임을 맡아오던 정정수 교사는 6년 전 캠시 공립 초등학교로 옮겨 이중 언어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정수 교사는 한국어 수업도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항상 평가하고 있고, 그 결과는 영어로 진행되는 일반 수업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학생들은 얼마나 한국어를 이해하고 있을까요?

1학년 학생 헨리입니다.

“’안녕하세요?’는 hello 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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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시 공립 초등학교 1학년 헨리 Source: SBS / Gerard Phelan
6학년쯤 되면 아이들의 한국어 이해 능력은 크게 늘어, 영어로 된 부가 설명 없이 교사의 한국어 지침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얼마나 유창하게 한국어를 말할 수 있느냐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짧은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고, 매우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구사하는 학생들도 생깁니다.

학생들은 이중 언어 환경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1학년 학생 헨리입니다.

“태어날 때는 보통 하나의 언어밖에 모르는데 학교에서 다른 언어를 배우면 어디를 가나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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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시 공립 초등학교 1학년 조슈아 Source: SBS / Gerard Phelan
또 다른 1학년 조슈아입니다.

“저는 한국 사람이에요. 친구와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1학년 학생 알렉시스입니다.

“전 어떻게 말하는지와 미술에 대해 배우는 게 좋아요. 말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언어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잖아요. 한국어는 약간 어렵고 약간 쉽기도 하고, 중간 정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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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시 공립 초등학교 1학년 알렉시스 Source: SBS / Gerard Phelan
정정수 교사는 특히 다문화국인 호주에서 한국어 뿐 아니라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정수 교사입니다.

“호주는 다문화가 있기 때문에 여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어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중 언어처럼 이게 생활화가 돼가지고 이 소리가 계속 들리고 행동을 이렇게 하는구나 과학을 배우는데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면서 다방면에 이해력이 생긴다면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좀 더 문화를 포괄적이게 이해를 하고 서로 소통하는 하는 것에 있어서 좀 더 소통할 때 이해만 하는 게 아니라 원활하게 더 진행을 아이들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기회도 많아질 것 같아서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주어졌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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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시 공립 초등학교 정정수 이중 언어 교사 Source: SBS / Jennifer Scherer
인지 발달을 위한 한국어 이중 언어 교육을 시행하는 곳은 호주에서 캠시 공립 초등학교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곳은 호주 전역에 위치합니다.

시드니 한국 교육원에 따르면 현재 호주 내 68개 학교에서 9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이는 지난 10년간 1000여 명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 학습자 수는 학생들뿐 아니라, 성인들 사이에서도 크게 늘었습니다.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한국어 강좌를 제공하는 시드니 한국 문화원 세종학당의 경우 현재 2024년 1학기 기준 총 430명이 등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1년 처음 한국어 강좌를 개설했을 때 80명에 비해 무려 5배나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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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국 문화원 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좌 Source: Supplied / Korean Cultural Centre
시드니 한국 문화원 측은 한국어 강좌에 대한 인기는 실로 놀라울 정도라고 하는데요.

한국어 프로그램 담당자 태초애 실무관입니다.

“저희 문화원 세종학당 초급반 같은 경우에는 수강 신청이 자정 정각에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10분 정도면 모두 마감이 됩니다.”

총 16개 강좌 모두 각각 30명의 웨이팅 리스트만을 받고 있는데 이 역시도 거의 전 수업이 꽉찬 상태입니다.

한국 문화원 측은 현재 수업 공간과 교사들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수업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인 한국어 강좌를 등록하는 이들의 60%는 3-40대, 나머지 각각 20%는 20대와 50대 이상이 차지한다고 태초애 실무관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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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한국 문화원 한국어 프로그램 담당자 태초애 실무관 Source: Supplied / Joanne Tae
시드니 한국 문화원에서 9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경민 교사.

나경민 교사는 보통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은 동기에 따라 3가지 분류로 나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부류는 한국인 아내나 남편 등 한국인 가족이 있어서이고, 두 번째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 때문에 그리고 세 번째는 한국의 여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3번째 그룹의 비율이 지난 3년간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런 분들은 한 반에 대략 약 7-80%를 차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나경민 교사입니다.

“그중에서도 전에는 한국 노래나 어떤 가수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려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노래뿐만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 아니면 영화 음식 이렇게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서 굉장히 큰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선생님 저는 자막 없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공부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학습자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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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한국 문화원 세종 학당 나경민 교사 Source: Supplied / Kyung Min Na
시드니 노던 비치 지역에 사는 60세 여성 Diane Godley 씨도 3번째 그룹에 속합니다.

고들리씨는 한국 드라마에 심취해 2년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고들리 씨입니다.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학교도 마치고 각자 운전면허증도 있고 갑자기 제 시간이 좀 생기는 그런 삶의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K-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한글이 귀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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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다이앤 고들리 씨 Source: Supplied / Diane Godley
25년 이상 미디어 업계에서 일해온 고들리 씨는 K-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사랑의 불시착’을 제일 좋아하는 K-드라마로 뽑은 고들리 씨는 K-드라마를 보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고들리 씨입니다.

“미국에 대한 것을 시청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아요. 왜냐면 미국 드라마에서는 절대로 사람들이 앉아서 먹고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모든 것이 먹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음식들을 보는 것이 좋아요. 이건 뭔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른 세계에 대한 일종의 폭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어 학습자가 크게 증가세를 보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과 영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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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음악에 맞춰 탈춤을 추는 캠시 공립 초등학교 학생들 Source: SBS / Leah Hyein Na
캠시 공립 초등학교의 정정수 교사 또한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정수 교사입니다.

“그게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관심이 있어 주시면 그게 교실 안에서 너무 티 나게 보이기 때문에 이런 지금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잘 알려져서 굉장히 감동하고 있어요.”

한국어 교육 전문가인 멜버른 대학교의 선임 강사 니콜라 프라스키니(Nicola Frschini) 박사는 한류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한국어 학습자 증가의 유일한 동력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프라스키니 박사입니다.

“20년, 30년 전에 비해서 이제 한국의 국제 위상도 상당히 많이 높아졌고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많이 좋아져서 이게 외부에서 외부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관한 인식도 상당히 좋아졌다고 할 수가 있고요. 이것도 확실히 그 많은 요인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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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대학교의 선임 강사 니콜라 프라스키니 박사 Source: SBS / Ben Partridge
고들리 씨는 매일 집에서 K-드라마를 틀어 놓습니다.

뭔가 아는 한국어 단어나, 문장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주변에 한국어를 쓰는 지인들이 없어, 고들리 씨는 반려견에게 한국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고들리 씨의 반려견은 ‘앉아’,’하지마’등 간단한 한국어를 알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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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릴리와 한국을 방문한 다이앤 고들리 씨 Source: Supplied / Diane Godley
고들리 씨는 한국인이 말하는 간단한 한국어를 조금 더 알아듣고 K-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되길 바랍니다.

다시 고들리 씨입니다.

“작년 초에 한국에 있었어요. 올 후반에도 다시 갈 계획이고요. 지난번에는 사람들이 제가 말하는 단어도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최소한 발음을 정확하게 고치고 사람들이 제 말에 대답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더 많은 한국 음악을 따라 부르고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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