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PD: 오늘은 10월 9일 한글날입니다. 한글의 우수성과 그 의의를 되새기는 한글날을 맞아 호주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한글학교에 대해서 알아볼까 하는데요. 저희가 올 음력설에도 특집 방송을 통해 K-Pop과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되며 현재 호주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한글 학교에 등록하는 학생들의 수도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오늘 홍태경 프로듀서와 그 이야기 나눠봅니다. 안녕하세요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네. 홍 피디님 오늘이 한글 날입니다. 한국에서 한글날은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라는 한글의 중요성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들로서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한글은 1446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리는 날입니다. 한글날의 의미는 한글의 우수성과 그 창제 의의를 되새기는 데 있습니다. 한글은 창제된 당시에는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또 한글날은 한때 공휴일로 지정되었다가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2013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복원되면서 지금까지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Hunminjeongeum. Document describing an entirely new and native script for the Korean language. The script was created so that the common people illiterate in hanja could accurately and easily read and write the Korean language. It was announced in Volume 102 of the Annals of King Sejong, and its formal supposed publication date, October 9, 1446, is now Hangul Day in South Korea. (Photo by: Universal History Archive/Universal Images Group via Getty Images) Credit: Universal History Archive/Universal History Archive/Univer
홍태경 PD: 우선 한글 과학성의 핵심은 그 논리성과 실용성에 있습니다. 한글을 칭송하는 해외의 언어학자들이 강조하는 부분도 바로 논리적이고 배우기 쉽다는 부분인데요, 네덜란드 라이덴학의 언어학자 포스 교수는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파벳을 발명했다. 한글은 간단하면서도 논리적이며, 게다가 고도의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한글의 과학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 한글의 실용성은 그 뿌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백성들로 하여금 생각을 표현하고 말을 손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 언어인 만큼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 떠 만든 글자입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모양이 입 모양이나 발음 모양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쉽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우리 한글이 얼마나 훌륭한 언어인지 한글날을 맞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고 각 나라의 한국어학당이나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여러차례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이 곳 호주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지도 꽤 됐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호주에서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한국어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은 아무래도 한국어 교육을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학교, 한국문화원, 주말 한글학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설 튜터링 시스템도 온라인으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고요.
NSW주에는 한글학교 협의회에 소속된 약 320명의 선생님을 포함해 주말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NSW 전역에서 약 2,560명이 넘습니다.
이 중 매 학기마다 입학 대기 인원이 수십 명에 달한다는 시드니 워터루 지역에 있는 기쁨있는 한글학교는 언어를 처음 배우는 연령대에 새로운 언어를 접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하이스쿨과 성인반까지 한국어에 대한 인기가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NSW 한글학교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성용 교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NSW 한글학교 협의회 회장이자 기쁨있는 한글학교 교장인 조성용 목사
홍태경 PD: 이 한글학교의 경우에는 학생이 중간에 이사를 가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지 않으면 등록이 힘들 정도로 대기하는 인원이 많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 한글학교가 위치한 워터루 지역은 시티와 근접한 지역적 특성 상 한국출신 이민자 가정보다는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다문화 가정의 자녀뿐만 아니라 이민 가정에서도 자녀에게 한국어를 배우게 하려는 학부모들의 이중언어 교육관은 사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어떤가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영어 교육만큼이나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조성용 교장은 말하는데요,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조성용 교장: 네 제가 이민 온 지 27년 됐는데 한 20년 전에 부모님들 만나면 ‘영어부터 시켜야 돼’ 이렇게 말씀들 하셨는데 10년 전쯤부터는 ‘영어도 중요하고 한국어도 중요해’ 이런 얘기들 많이 하셨었거든요. 요즘에 와서는 부모님들이 ‘한국어 꼭 시켜야 된다’ 그러고 또 외국인들도 한국어 배우고 싶어하고 그런 어떤 추세가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 같고 그런 게 아마 국가의 위상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류 열풍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문화적 DNA를 갖추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조성용 교장
나혜인 PD: 다문화가정이 많은 한글학교의 특성상 자녀에게 부모가 모국어인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홍태경 PD: 일본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의 다문화 가족인 김찬우 씨 가족의 경우, 아무래도 아이들이 엄마의 모국어인 일본어에 더 익숙하다 보니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됐다는데요, 김찬우 씨 얘기 들어보시죠.
김찬우 씨와 아들 민구
나혜인 PD: 일본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자녀가 호주에서 자라면 아이는 어떤 언어를 모국어로 받아들이게 될까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으실 것 같아요.
홍태경 PD: 아이들이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까지 세 개 언어를 익히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계속해서 김찬우 씨의 말입니다.
김찬우 학부모: 좀 벅차고 어떻게 보면 아이들도 좀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근데 또 제 욕심으로 보면 한국에 할아버지도 있고 그런 면에 있어서 대화도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우리 모국인데 모국이 그만큼 이 세계에서 어느정도 높은 위상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어학이 중요하니까 한국어를 잘하게 되면 또 본인이 이제 사회에 나가서 이 역량을 좀 많이 펼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또 다른 다문화 가정인 김소영 씨 가족은 호주인 남편과 두 딸이 함께 한글학교에 주말마다 함께 하고 있는데요, 아이의 한글학교 교육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얘기 들어보시죠.
김소영 씨 가족
김소영 학부모: 저희 같은 경우는 이제 다른 다문화 가정도 마찬가지시겠지만 아이들이 한국분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물론 너무 중요하지만 이 아이들이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대하고 그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서로 상호간 대화를 하는지 자체를 그런 거를 되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걸 제가 가르쳐줄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자연스럽게 환경에 노출되면서 한국분들이 서로 돕고 이런 커뮤니티의 느낌을 너무 주고 싶어서 그리고 이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하면 진짜 너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욕심 못 내더라도 정말 강한 아이덴티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지금 자라나고 있고 그게 제가 한글학교를 오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나혜인 PD: 일단 어릴 때는 언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화를 접하고 언어에 친숙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계속해서 김소영 씨의 얘기 들어보시죠.
김소영 학부모: 저는 너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적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본인들이 굉장히 한국인인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리고 집에서 가끔 국가도 부르고 제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본인이 한국인임을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저는 되게 기쁘고 그리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사귀고 저희가 문화도 그렇고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것...
나혜인 PD: 다문화 가정의 경우에는 시댁 어른들의 경우 또는 반대로 장인장모와 같은 어르신들이 한국어 교육에 대해 얼마나 지지를 보내주시는 지도 궁금한데요?
김소영 학부모: 너무 응원해 주세요. 제가 더 많이 (한국어를) 써주기를 항상 이야기를 하시고 제가 집에서 영어로 계속 얘기하면 좀 가끔 리마인드 해 주세요. 아이들이랑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지 꼭 물어봐 주시고 가족들도 정말 서포트를 많이 해주시고 최근에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졌다는 게 느껴지는 게 저희가 좀 가족이 많거든요. 그래서 조카들이 한식도 궁금해하고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도 좀 많이 보고 저희 조카들도 예전보다 훨씬 더 한국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갖고 질문을 많이 해요. '한국에서는 뭐를 먹어요? 언제 한번 한식을 먹게 해주세요' 그런 식의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홍태경 PD: 하지만 아이가 한국에 있는 조부모나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을만큼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한다는 게 부모들의 공통된 바람이었습니다.
김소영 학부모: 제 목표는 가장 소박한 목표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대화를 좀 자연스럽게 잘 할 수 있는 그런 수준만 되면 저는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조금 엄마로서의 욕심을 부리자면 이 아이들이 이제 한국어로 글을 읽고 한국어로 사고하고 그런 정도 수준이 되면 아이들한테 살면서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그런 자산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혜인 PD: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물론 반드시 다문화 가정 자녀들만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지는 않습니다. 양쪽 부모 모두 한국에서 온 이민가정의 경우에도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가정 내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글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민 20년 차인 한혜정 씨는 세 딸을 둔 엄마인데요, 남편과 함께 가정 내에서 아이들과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반드시 한글학교를 다녀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혜정 학부모: 집에서 할 수 있는 한국어가 있고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한국어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도 엄마 아빠가 다 집에서 한국말을 쓰지만 학교에에 가서 한국말로 또 다른 것들을 배우잖아요. 그리고 저희 아이 같은 경우도 집에서 일반 한국말을 쓰지만 학교에서는 활자로 되어 있는 교재를 가지고 쓰는 경우도 있고 또 읽기나 듣기, 쓰기, 작문같은 것도 같이 배우니까 한글학교를 보내는 거죠.
학부모 한혜정 씨
한혜정 학부모: 미국이랑 비교를 했을 때 호주는 이민 기간이 짧아요. 그런데 저는 어떤 경로였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부모 세대와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의 언어의 단절에서 오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보기도 했고. 그리고 남편도 한국 사람이고 저희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가 영어를 쓴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 가서 저희가 호주 사람이에요라고 말을 못하는 것처럼 저희는 근원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말은 기본이고 배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나혜인 PD: 언어의 근본적인 목적은 소통이기 때문에 자녀와의 소통을 중요한 부모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녀에게 모국어 교육을 중요시하는 거죠.
홍태경 PD: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문화를 나누고 소통한다는 의미에서 단지 이중 언어를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두 가지 문화를 배우는 진짜 멀티컬쳐라는 조성용 교장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요, 사회에 진출해서도 다양성을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모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혜정 씨도 같은 의미에서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의미를 전했습니다.
한혜정 학부모: 오직 한국말을 배운다는 것보다는 저희가 한국에서 자랐을 때 경험했던 문화라든지 한글학교를 다님으로써 저희 아이가 여기에서 겪을 수 없는 예를 들면 최근에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그런 놀이들 있잖아요. 그건 저희가 집에서 해본 적은 없어요. 근데 한글학교에서는 학예회 날이나 운동회 날에 줄다리기나 여러 가지 한국에서 제가 어렸을 때 겪었던 그런 게임 같은 것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 같아요.
나혜인 PD: 한글날을 맞아 한국어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드니 워터루의 '기쁨있는 한글학교'를 탐방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