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경 PD: 한국에서 일하던 전문 분야의 직업을 호주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 많은 이민자들의 희망일 겁니다. 오늘은 한국의 사법고시 출신으로 호주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조옥아 변호사를 만나봅니다.
우선 현재 하시고 있는 일을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옥아 변호사: 안녕하세요, 저는 H & H Lawyers에서 한국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조옥아 변호사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저희 법인에서 호주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나 정부기관 또는 한국으로 진출하려는 호주 기업들을 상대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고요, 이 외에도 한국과 관련된 법률문제가 있으신 클라이언트분들께 다양한 법률자문을 드리고 있습니다.
홍태경 PD: 사법고시 출신의 한국 변호사가 호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데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호주로 이주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나요?
조옥아 변호사: 제가 호주로 처음 오게 된건 2019년도였는데요, 그때는 남편이 회사에서 호주로 발령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호주로 오기 전까지는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호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는데요. 일단 한국에서 나름 직장에서 잘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왠지 호주로 오면 모든걸 새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망설여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호주로 오기로 결정했을 때가 법조 생활 10년차 정도 되었어서 ‘호주로 이주’라는 변화를 통해서 제 커리어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서도 나름의 한단계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당시 4살 정도 된 딸과 함께 호주로 오게 되었습니다.
홍태경 PD: 호주로 이주를 결정하시면서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것처럼 전문적인 커리어 단절이 고민이 되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호주에서도 변호사로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요?
조옥아 변호사: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호주로 오는 결정에 가장 크게 걸렸던 부분이 제 커리어였습니다. 여행으로도 한번 와보지 않았던 호주라는 곳에서 어떻게 한국변호사의 자격을 이어갈 수 있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요. 그래서 한국에서 일하고 계시는 호주 변호사님들을 통해서 호주에서의 취업 가능성 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바로 호주로 취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우선 호주 학교에서 법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취업 기회를 찾아 보기로 하였고, 다행히도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취업의 우물을 파고 다녔더니 저희 법인과 인연이 닿아 한국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홍태경 PD: 호주에서 변호사로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나 요건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조옥아 변호사: 일단 저는 호주변호사가 아닌 한국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변호사 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별도로 어떠한 자격이나 요건을 갖출 필요는 없었습니다. 다만 호주에서는 외국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의 한국 변호사 자격을 NSW주의 Law Society에 등록을 해서 NSW주 내에서 공식적으로 한국변호사로서 법률자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형식적인 등록 사항 외에도 제가 실질적으로 호주에서 변호사로서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언어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는데요. 한국에서 호주로 오기로 결정한 즈음부터 영어로 된 법률 서적도 많이 봤고 영어회화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도 영어스터디 모임을 통해서 꾸준히 영어 공부는 계속하고 있구요.
제가 맥쿼리대학교에서 석사 공부를 했는데 그때도 영어로 된 법률용어라든지 법해석이라든지 그런 부분에 친숙해지기 위해서 리서치도 많이 하고 주변에 많이 묻기도 하고 그러면서 많이 공부했 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현재 호주에서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호주에서 한국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 있었나요?
조옥아 변호사: 제가 호주에서 한국변호사로서 일을 하면서 업무적으로 좀 힘들었던 부분이 아무래도 제가 호주변호사가 아닌 한국변호사, 즉 외국변호사로 업무를 하다보니 어떤 법률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법률자문을 제공한다고 해도 대체로 호주법을 기초로 하는 질문이 많았고, 한국법은 그에 대한 비교법적인 분석으로 자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호주에서 한국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한국법 관련한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고 또 이에 대하여 기사들도 많이 기고하면서 저희 법인에도 한국 관련 업무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는데요. 최근들어 한국과 관련한 법률문제를 가지고 있는 호주 기업들이나 개인 클라이언트들의 문의도 많아지고 있어 보다 주도적으로 한국법에 대한 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파견근로자의 근로자성에 대해서 상당히 엄격한 법리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호주기업이 한국변호사인 저를 찾아와서 한국의 노동법에 대한 질의를 한다든가, 또는 클라이언트께서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셔야 하는 경우 같이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든가 하는 등의 정말 한국법과 관련한 다양한 질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호주에서도 한국법에 대한 자문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 아무래도 호주에 계신 클라이언트분들의 니즈에 맞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홍태경 PD: 호주의 법률 시스템과 한국의 법률 시스템 간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을 하시면서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조옥아 변호사: 예전에도 관련해서 신문기사를 한번 쓴 적이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은 호주와 한국은 법률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호주는 영미법계를 따르고 있는 판례법 국가이고, 한국은 독일법제를 따르고 있는 성문법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호주는 판례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반면, 한국은 법조문이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제가 한국에서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면서 자문을 할 때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관련된 법률을 찾아보고 해당 조문을 분석하는 것이었는데요. 호주에서는 해당 사안과 유사한 판례가 있는지, 판례 분석이 우선시 되는 점이 상당히 새로웠습니다. 물론 호주에도 법조문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법조문 체계와는 상당히 달라서 관련 법조항을 찾는 것도 처음에는 상당히 생소하고 어려웠습니다.
또한 한국은 민사와 형사가 변호사를 통해서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민사 문제를 형사적인 이슈로 비화시키는 경우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사기나 횡령, 배임으로 인해서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고 형사적으로는 해당 범죄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호주에서는 금전적인 이슈는 일반적으로 민사적인 분쟁에 그치는 것도 양국의 법률시스템의 큰 차이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호주와 한국에서 변호사로서의 직업적인 부분도 분명히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호주의 변호사, 한국의 변호사… 어떤 다른점이 가장 크게 느껴지시나요?
조옥아 변호사: 우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이 한국과 호주는 매우 다르다보니 변호사로서 업무를 트레이닝해나가는 방법도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은 예전에는 사법시험, 현재는 변호사시험을 통해서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반면, 호주는 학부나 JD 과정을 이수하면 별도의 시험 없이 변호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렇게 변호사 자격 취득 과정이 달라서인지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해당 시험을 합격한 후에 변호사로서 일을 처음 시작하는데, 호주는 법학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때부터 변호사 업무를 조금 더 일찍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호주와 한국의 변호사 양성제도는 둘다 장단점이 있어서 어떠한 제도가 더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도 호주처럼 조금 더 일찍부터 실전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성문법, 즉 법조문을 기초로 하는 법체계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법률을 해석하는 전문가라는 측면이 보다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사안이라도 관련 법률을 해석해서 결론을 도출해내는 능력이 중요시되어 보다 다양한 사안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게 되는 반면, 호주는 변호사가 학생때부터 패럴리걸이나 인턴 등의 경험을 통해, 그리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는 관련 업무를 오랜 기간 트레이닝 해온 해당 전문분야에 대하여 보다 깊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질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홍태경 PD: 한국에서 호주로의 이민을 희망하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후배들이나 법학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조옥아 변호사: 로스쿨이 생기면서 한국에서도 변호사 숫자가 급증해서 한국 법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제 한국 변호사들도 더이상 한국에 매여 있지 말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 변호사들이 정말 리걸마인드도 뛰어나고 실력도 출중한데 영어라는 장애물에 발목이 잡혀서 그 뜻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는 말과 논리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 변호사처럼 ‘언어’가 중요한 직업도 없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훌륭하고 실력이 출중한 변호사라도 본인의 주장을 그 나라의 언어로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없으면 어떤 클라이언트도 그 변호사를 신뢰할 수 없을 것 입니다. 따라서 만약 내가 호주에서 일하고 싶으면 당연히 영어에 대한 문제가 있으면 안될 것으로 생각되고요. 다만 이런한 언어적인 부분도 당연히 본인의 업무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뒷받침될 때 의미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본인이 한국 변호사라면 한국에서 몇 년 변호사로서 업무를 경험해본 다음에 해당 경험을 살려서 호주나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변호사가 한국 법무 업무에 대한 실전 경험없이 한국변호사로서 해외로 진출한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 될 수 있으니까요.
홍태경 PD: 호주에서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이어가면서 한국과 호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역할이 추가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변호사로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으신가요?
조옥아 변호사: 처음에 제가 호주에 왔을 때는 사실 당장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서 한국과 호주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 이런 포부는 없었는데요. 하지만 몇년동안 호주에서 한국 변호사로서 업무를 해보니 호주와 한국 간에 변호사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 정부에서 새로운 규제나 정책을 도입하는 경우 호주에 진출하였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업무부터 호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에 대해 투자하고자 하시는 분들에 대한 구조 설정 등까지 변호사로서의 전형적인 법무 업무 외에도 한국과 호주간 수많은 교류에서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한국에서 호주에 뭘 해볼까? 아니면 반대로 호주에서 한국에 뭘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 때 누군가가 제 이름을를 떠올릴 수 있고 저를 찾아주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