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주간 2부] 노숙자를 향한 호주한인청년들의 '따뜻한 손길'

The youth of Heartbeat Church serving the homeless community in Sydney

The youth of Heartbeat Church serving the homeless community in Sydney Source: SBS Korean Program

시드니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매주 일요일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Heartbeat Church 소속 호주 한인 2세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호주 노숙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18세 부터 20대 중반의 젊은 한인 청년들이 매주 일요일 저녁 한 곳에 모여 요리를 합니다.

양파를 잘게 자른 뒤,큰 후라이팬에 넣어 갈색빛이 날 때까지 볶고 통통한 소세지는 일일이 칼집을 넣어 삶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소세지를 하나씩 가위로 잘라 보온통에 넣고 온기가 세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닫습니다.

이로써 소세지를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 준비가 끝났습니다.

한 눈에 봐도 꽤 많은 이 음식.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한인 동포 2세 이화용, 제이콥 리 씨입니다.

[이화용(제이콥리) :센트럴 스테이션에 있는 노숙자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 중입니다. 매주 40-50명 정도가 나오시는데요. 지금 그 분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

요리 경험이 거의 없는10대, 20대 젊은 청년들인 만큼 사실 칼질을 하는 손길이 서툴긴 합니다.

하지만 부엌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고 힘든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정지민, 사라 정 씹니다.

[정지민(사라정): 재밌어요. 저희가 조금만 하면 노숙자 분들이 주일 저녁에 따뜻한 한 끼를 드실 수 있으니까요. 힘들진 않아요.]

이날 일요일 저녁으로 소세지 샌드위치를 먹은 노숙자 조셉 씨는 젊은이들이 노숙인들을 돕고 있다고 말합니다.

[조셉 마커스/ 노숙인: 한국 사람들이 준비한 음식이에요. 시드니의 노숙인들을 돕고 있죠. 아주 영양이 좋고 맛있어요. 그리고 이 음식이 우리에게 힘과 좋은 삶을 주죠]

이 한인 청년들이 속한 교회 Heartbeat Church 는 3년 전 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과 직장 초년생으로 구성된 약 10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은 약 10개의 팀으로 나뉘어 한 주 씩 저녁 급식을 담당합니다.

대략 2달의 한번 꼴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데,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배식을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몇몇 삶은 소세지는 터져있고, 볶은 양파는 약간 타기도 했습니다.

비록 파는 음식처럼 아름답고 정갈한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 안에 넣은 젊은 청년들의 정성 만큼은 그 어디서든 빠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교인이 호주에서 태어난 한인 2세대 또는 아시아계 이민자 자녀인 Heartbeat Church는 시드니 한인 사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노숙인 봉사 활동을 보고 나눔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Heartbeat Church의 조슈아 최, 최영진 목삽니다.

[조슈아 최(최영진) Heartbeat 교회 목사: 맨 처음에는 솔직히 저희도 어떠한 분위기일지 몰랐어요. 참 다양한 분들이 많이 와요. 마약에 중독된 분, 말도 안 통하는 분 냄새가 심하게 나는 분 상상하시다시피 그런 분들이 나오는데 하다보면 그런 조그만 관계들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럼 가다보면 이름 서로 불러 가면서 하고요.  항상 느끼는 것은 교회가 그 동안 어떤 모습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듣는데 노숙자 사역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제가 믿는 하나님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볼 때가 많이 있고요.  또 지나가면서 헌금 내 놓고 가는 분들도 있고 피자 놓고 가는 분들도 있고 그렇게 참 분위기가 좋습니다.]

조슈아 최 목사는 교회가 종교적인 확장에 집중하며 우리 사회에 많은 실망감을 줬던 것을 언급하면서, 자그맣게 음식을 나눠주는 활동이지만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더 참된 종교의 모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태어나 크게 부족함 없이 자란 한인 2세대들 .

그런만큼 낯선 길거리 노숙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팀 리더인 이종호, 앤디 리 씹니다.

[앤디 리(이종호)/ 팀 리더: 좀 섞인 반응인데요. 어떤 친구들은 처음부터 아주 신나하기도 하고요. 다른 친구들은 긴장을 하기도 해요. 왜냐면 한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몇 번 해 보면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그 누구와 그 무엇이라도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요]

노숙인들과의 관계가 깊어질 수록,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더욱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팀 리더인 이종호, 앤디 리 씹니다.

[앤디 리(이종호)/ 팀 리더: 좋은 기분이냐면 사실 그건 아니에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기분이 좋죠.  참여하는 친구들이 성장하는게 보이고, 돌봐드리는 분들과도 관계가 형성되니까요. 그건 좋아요. 보람이 있어요. 그 분들이 이야기를 하러 와 주시고, 고맙다고 하시면요. 감사하다고 많이 말씀하세요. 정말 저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세요]

오랜시간 꾸준히 이어온 노숙인들을 향한 시드니 이민 1세대들의 봉사 활동은 호주 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젊은 2세대들은 1세대들 처럼 노련하고 전문적인 풍성한 한끼 식사를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활한 의사 소통을 바탕으로 노숙인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조슈아 최(최영진) Heartbeat 교회 목사2: 2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바나나라고 그러잖아요. 바깥은 노란색 속은 흰색 그런 친구죠.  많은 친구들이 자기는 호주 사람이다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고요.  우리 안에는 한국인이 아닌  친구들이 꽤 많아요. 아시안 호주인…그런 친구들인데 장점은 노숙인들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거죠. 내가 한국인이고 당신은 불쌍한 호주인 이런 개념이 아니라 같은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고 좀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고 그런 2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갖혀 있는 보호 받아야 되는 그런 세대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나눠줄 수 있는 그런 모습을 제가 보고 있죠.]

Heartbeat Church 조슈아 최 목사는 한인 2세대들이 비교적 호주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자란 세대라고 말합니다.

그런 만큼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에 어떤 것들을 돌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젊은 세대들의 참여로 시드니 한인 사회의 노숙인 봉사는 더 큰 가능성을 가지게 됐습니다.

한국어가 편한 한인 1세대 뿐만 아니라 영어가 편한 호주에서 자란 한인 2,3세대 그리고 다른 이민자나 호주 지역민들도 마음만 있다면 길거리의 나눔에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겁니다.

한인 청년들은 무엇보다 노숙자들에게 먼저 다가가길 권합니다.

이종호, 앤디 리 씹니다.

[앤디 리(이종호)/ 팀 리더: 제가 말하고 싶은건 해 보시라는 거에요.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살이 찐다는 거에요. 관심이 있으시면 꼭 해 보세요. 꼭 그룹 활동을 하실 필요도 이렇게 50인분을 준비하실 필요도 없어요. 한 사람에게도 베푸실 수도 있고 작게 시작하실 수도 있어요.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 꼭 해 보세요]

나누는 사랑과 베푸는기쁨을 가득 공유하고 있는 시드니 한인 동포들. 세대를 넘어 호주 사회에 한인들의 따뜻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Youth of Heartbeat Church regularly serving homeless community The youth of Heartbeat Church regularly serving the homeless community in Sydneyin Sydney
The youth of Heartbeat Church regularly serving the homeless community in Sydney Source: SBS Korean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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