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테일러 스위프트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서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 재개
- 멜버른 1회 공연에 9만 6000 운집…15년 전 호주 공연 때 관객은 900명
- 멜버른 대, 세계 최초 스타 학술대회 '스위프트포지엄(Swiftposium)' 개최
- 스위프트의 영향력, 대중음악 · 경제 · 정치 이어 스포츠까지도 파급 효과
세계적인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 투어 '디 에라스(The Eras Tour)' 호주 투어 열흘간의 일정이 지난 주말 시드니 콘서트를 끝으로 성대히 마무리됐습니다.
앞서 ·17일 열린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콘서트에서는 연 이틀 10만에 육박하는 관객 앞에서 공연하며 자신의 1회 공연 최다 관객수 기록을 경신해 화제를 낳았습니다.
특히 이번 '디 에라스' 호주 투어에 앞서서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탐구하는 세계 최초 스타 학술대회 '스위프트포지엄(Swiftposium)'이 멜버른 대 주최로 개최돼 세계의 이목이 멜버른으로 집중되기도 했는데요.
세계 최초 스타 학술대회는 어떻게 열리게 됐고, 어떤 모습이었는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테일러 스위프트는 분열된 세계에 남은 유일한 단일 문화이다' 2023년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기사 내용인데, '세계에 남은 유일한 단일 문화(mono culture)'이 기사 한 줄에서도 스위프트의 세계적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화정 PD: 네 인종·계층·민족·취향 등을 떠나 많은 사람이 스위프트를 좋아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는데요. 1927년부터 시작한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연예인이 본업을 인정받아 선정된 것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처음입니다.
스위프트는 2017년 타임 '올해의 인물'에 공동 선정된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침묵을 깬 사람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진행자: 신드롬이라는 말 그대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학자들도 연구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스위프트 신드롬은 이제 '팬덤'을 넘어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 연구에 박사학위를 수여하는가 하면 관련 강의가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2024년도 가을 학기부터 하버드 대학교에서도 테일러 스위프트를 다루는 강의가 개설될 예정인데요. 2023년 11월 30일, 하버드 대학교 영문과 교수인 스테파니 버트가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녀의 세계'라는 새로운 수업을 가르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출신의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치는 파급효과는 영역이나 장르를 훌쩍 넘어서는데, 먼저 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떤 음악적 성취를 이루었나부터 살펴보죠.
유화정 PD: 올해로 34세인 스위프트는 2006년 데뷔한 이래 17년 차가 된 2024년 현재까지 꾸준히 최정상의 위치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억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 보유하고 있는 스위프트는 1집부터 10집에 이르기까지 단 한 개의 앨범도 실패한 적이 없을 정도인데요. 1~3집에서는 컨트리를 하는 미국의 국민 여동생 느낌으로 사랑받았다면 4집부터는 팝으로 전향해 월드와이드로 주목받기 시작해 5집 '1989'로 세계적 팝스타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20살의 나이로 최연소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 수상 기록을 보유한 스위프는 2024년 새해 들어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치고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가장 오래 1위에 머무른 솔로 가수로 등극했습니다.
진행자: 스위프트는 최근 2월 4일 열린 제6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앨범 'Midnights'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 상을 거머쥐기도 했죠?
유화정 PD: 이번이 역대 최다인 4번째 수상이고요. '팝의 전설' 프랭크 시나트라, 폴 사이먼, 스티비 원더의 세 차례 수상을 뛰어넘어 새로운 팝 역사를 썼습니다. 여기에 더해 '베스트 팝 보컬 앨범'도 수상했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영예를 누린 셈인데요.
잘 알려져 있듯 그래미 어워즈는 상업적 성공보다 음악적 성취에 더 무게를 두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입니다.
Taylor Swift accepts the award for album of the year for "Midnights" during the 66th annual Grammy Awards in Los Angeles. Source: AP / Chris Pizzello
유화정 PD: 방탄소년단(BTS)에게 '아미(ARMY)'가 있다면, 스위프트에게는 팬덤 '스위프티(Swifties)'가 있습니다. 트위터에는 공식 팬클럽 계정인 테일러 네이션 (Taylor Nation)이 있고요.
전체 팬덤 중 여성 팬과 백인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인데요. 라이브 동영상만 봐도 어두운 공연장에서 빛나는 많은 불빛들은 대부분 여성 팬의 것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중산층 백인 소녀의 스테레오타입 중 하나로 거론되는 요소 중 하나가 Swiftie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여성 팬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은 것일 뿐 남성 팬들이 절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드렸듯이 컨트리 뮤직을 했던 데뷔 초반기에는 미국의 국민 여동생 느낌으로 많은 남성 팬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Taylor Swift performs at the Monumental stadium during her Eras Tour concert in Buenos Aires, Argentina, Thursday, Nov. 9, 2023. (AP Photo/Natacha Pisarenko) Source: AAP, AP / Natacha Pisarenko
유화정 PD: 각각 한국과 미국의 인기 싱어송라이터인 두 뮤지션은 한음 멜로디를 즐겨 쓰기로 유명한데요. 이는 두 사람이 추구하는 음악의 스토리텔링에 적합합니다. 한음 멜로디로 노래하면 가사를 읊는다는 느낌이 들고, 듣는 이로 하여금 가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하죠.
이 둘에게 한음 멜로디가 잘 어울리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친근한 이미지입니다. 두 사람 모두 데뷔시절부터 '친근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예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친필 노트와 선물을 증정하는가 하면 아이유 역시 팬카페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는 모습을 보이고 평소 친근한 말투로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등이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대중음악에서 출발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기와 영향력은 앞서 언급됐듯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특히 미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수익률로 '스위프트 노믹스'라는 신조어가 탄생되기도 했다고요?
유화정 PD: 테일러의 팬덤 스위프티는 공연이 열리는 곳마다 찾아가고 이를 위한 호텔 숙박과 굿즈 구매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데, 이에 테일러의 이름에 이코노믹스를 합친 '테일러노믹스' 혹은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돕니다.
이번 스위프트의 호주 멜버른 공연에서는 이틀 연속 9만 6000여 명의 팬들로 멜버른 크리켓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는데,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밖에서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이에 영국 가디언지는 티켓이 없는 팬들이 경기장 밖에 모여 함께 듣고 함께 노래하는 '테일러-게이팅(Taylor-gating)' 관행이 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멜버른의 역대급 대규모 공연에서도 3시간 동안 볼거리가 넘쳐났다는 평이 쏟아졌을 만큼 테일러 스위프트는 월드 투어를 통해 살아있는 레전드 팝스타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테일러 스위프트를 둘러싼 최근 화제는 차트 순위와 앨범 판매량, 투어 수익인데, 이는 열성 팬의 압도적 화력과 충성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분석합니다.
Taylor Swift performed to more than 600,000 fans in seven sold-out shows during the Australian leg of her Eras tour. Source: AAP / DEAN LEWINS/AAPIMAGE
유화정 PD: 맞습니다. Swiftposium은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Swift의 인기와 팬덤, 대중문화, 문학, 경제, 음악 산업 등 다양한 문제를 놓고 자유롭게 비판적 대화에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학술 콘퍼런스 형식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의 6개 대학 학자들이 공동으로 조직했습니다.
멜버른대(University of Melbourne) 주최로 열린 이번 Swiftposium에서는 심도 깊은 학술 프레젠테이션과 토론이 이뤄졌는데, 특히 사회 및 문화적 영향의 교차점에 걸쳐 Swift의 영향력을 탐구하는 논문을 통해 단일 아티스트가 현대 생활의 다양한 측면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강조됐습니다.
아울러 학술 콘퍼런스에 대한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RMIT 대학이 주최하는 'Fanposium'이라는 독특한 이벤트도 펼쳐졌습니다.
Scarlett's wish to meet Taylor Swift came true after her step-mum shared her story on social media. Source: Getty / Don Arnold/TAS24
유화정 PD: 2020년 최초로 스위프트에 관한 대학 강의를 진행한 인물이자 이번 행사의 기조 연설자로 나선 브리트니 스패노스 롤링스톤지 기자는 "스위프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신과 같은 슈퍼스타가 됐다. 스위프트에 대한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슈퍼스타의 영향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진 알 수 없다."라고 피력했습니다.
또 스위프트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지닌 조지아 캐롤 박사는 "현재로선 스위프트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라며, "스위프트가 한층 더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놀라울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 덕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싱가포르 출신 학자 에이미-소피아 림은 자신도 스위프트의 열렬한 팬이지만 스위프트의 "미국 중심적인, 백인 페미니즘에 실망할 때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멜버른 대학교가 주최한 이번 학술회의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학 7곳의 후원을 받아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RMIT)에서 운영했는데, 호주 정치인들과 연관된 발표도 눈길을 끌었다고요?
유화정 PD: 호주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스위프트를 이용해 친근하게 보이고자 하는지 설명하는 학자도 있었는데요. 역사학자 매들린 팬틀랜드는 스위프트의 상징적인 가사를 인용한 연설이 30차례가 넘는다는 점을 발견했고, 심지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재무장관은 한 연설에서 스위프트의 가사를 20번이나 뻔뻔히 인용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팬틀랜드는 이 중에서도 호주 정치계가 가장 뜨거웠던, 총리 교체 시기에 이러한 가사가 인용됐다는 사실이 가장 흥미롭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스위프트포지엄에 참여한 엠마 왓맨 박사는 "우리 중 일부가 팬인 건 맞지만, 이번 행사는 학계에서 스위프트 같은 인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세계적인 영향력을 파급시키고 있는 이 시대의 '문화 아이콘' 테일러 스위프트의 호주공연과 세계 최초 개최된 스타 학술대회 '스위프트포지엄(Swiftposium)' 소식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