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Hay fever는 19세기 영국에서 유래…한 때 유럽 상류층의 질병으로 인식
- 꽃가루, 먼지, 동물 털 등 공기 중의 알레르겐 의해 발생하는 비염
- 눈 가려움, 재채기, 콧물 등이 주요 증상으로 발열이 없어 감기와 구분
- 해이 피버 환자들의 뇌우 천식 등 아스마 발병 위험 두 배 이상 높아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를 전합니다. 건강 IN은 건강 insight, 한자어 사람 '인(人)'을 써서 '건강한 사람'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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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인 PD: 일상생활 속의 건강한 습관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관련 정보를 공유합니다. 건강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유화정 PD: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봄은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계절은 아닙니다. 야외 활동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콧물, 재채기, 눈 가려움 등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봄 햇살아래 만개한 꽃과 살랑이는 봄바람을 즐기는 야외 활동 시즌이지만 매년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도지는 '봄철 알레르기' 해이 피버(hay fever)로 생활에 불편을 겪는 분들이 있습니다.
해이 피버는 호주인 5명 중 1명 꼴로 겪을 만큼 호주에서는 흔한 알레르기 질환인데요. 퀸즐랜드 공과 대학 알러지 연구단체의 자넷 데이비스 교수에 따르면 해이 피버 증상은 호주 내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아,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나요?
유화정 PD: 시드니와 캔버라, 태즈매니아, 멜버른, 애들레이드 그리고 퍼스 같은 지역들은 주로 봄철인 10월에서 12월 초에 꽃가루 농도가 최고조에 이르는데, 이때는 짧지만 매우 강한 꽃가루 시즌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꽃가루에 예민한 사람들이 특히 더 힘들어하는 시기죠.
반면, 퀸즐랜드는 여름과 가을 내내 꽃가루 시즌이 지속되기 때문에 해이 피버 증상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한국에서도 봄 철에 꽃가루 알레르기가 기승을 부리지만, 해이 피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죠. 호주에 와서 처음 해이 피버를 경험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를 호주 토착 질병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유화정 PD: 해이 피버는 사실 꽃가루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먼지, 곰팡이, 동물의 털 등 여러 공기 중 알레르겐에 의해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입니다.
해이 피버라는 표현은 주로 영국과 호주에서 흔히 사용되며, 의학적으로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라는 용어가 더 정확하고, 이 용어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Source: AAP
유화정 PD: 맞습니다. 하지만 감기와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해이 피버는 열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눈 가려움, 눈물, 콧물, 목의 가려움증은 전형적인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지만, 기침, 피로, 근육통, 발열이 동반된다면 이는 대부분 감기나 독감의 신호입니다.
또 감기는 보통 5~7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지만, 해이 피버는 그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심각하게 앓지는 않더라도, 계속 흐르는 눈물과 콧물, 끊임없는 재채기 때문에 매우 성가신 알레르기 질환입니다.
나혜인 PD: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만저만 민폐가 아닐 수 없죠. 그런데 의아한 점은 ,열도 나지 않는데 왜 'Hay fever'로 부를까요? 또 해이 피버가 한 때 유럽 상류층의 질병으로 여겨졌다면서요?
유화정 PD: Hay fever라는 이름은 '건초'를 의미하는 'hay'와 '열'을 뜻하는 'fever'의 결합으로, 19세기 영국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당시 농부들이 여름과 가을 수확철에 건초를 다룰 때 재채기와 콧물 같은 알레르기 증상을 겪었던 것이 이름의 기원이라고 전해집니다.
발열이 나타나지 않는데도 'fever'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사회적 배경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 해이 피버가 상류층의 질병으로 여겨진 데는 여러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설명되고 있는데요. 당시 상류층은 넓은 정원과 시골 저택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환경에서 꽃가루 같은 알레르겐에 더 자주 노출되었기 때문에 상류층이 주로 겪는 병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농촌의 노동자들이 같은 환경에서 일했지만, 상류층은 의사에게 자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진단을 더 자주 받았고, 그 결과 해이 피버가 상류층의 질병으로 알려진겁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당시 노동계층은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알레르기 증상을 진단받을 기회가 적었던 거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당시 상류층은 해이 피버를 치료하기 위해 해안가나 산으로 여행을 가는 등 기후를 바꾸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매우 고급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 방법이었기 때문에 주로 부유한 계층만이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9세기 의학계에서는 해이 피버가 공장 노동자보다는 주로 교육을 받은 상류층에게 더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는 당시 해이 피버를 일종의 '문명화된 질병' 또는 '상류층의 신경 과민'으로 보려는 경향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에서 해이 피버는 면역계의 과민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종종 스트레스와 같은 신경적 요소가 알레르기 증상을 일시적으로 악화 시킬 수 있지만, 그 원인은 면역계의 반응에 있습니다.
나혜인 PD: 해이 피버가 상류층의 질병으로 인식됐다는 역사적 배경이 흥미롭습니다. 한편, 해이 피버는 '아스마(Asthma)'로 불리는 '천식'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죠?
유화정 PD: 해이 피버와 마찬가지로 천식 역시 알레르기 반응과 관련이 있습니다. 간단히 구별하자면 해이 피버는 주로 코와 눈의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천식은 기도와 폐를 중심으로 호흡에 영향을 줍니다. 천식의 증상으로는 기침, 가슴 답답함, 그리고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즉 천명음이 나타납니다.
멜버른 대학과 로열 멜버른 병원의 천식 및 알러지 전문의 조 더글라스 교수는 "해이피버에 걸리면 천식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이는 해이 피버 증상인 잔기침으로 인해 천식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천식은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운동, 차가운 공기, 감염, 스트레스 등 다양한 자극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호주가 평균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꽃가루가 과잉 생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뇌우 천식도 주의해야 한다고 하죠. 수년 전 빅토리아주 일대에서 발생한 치명적 '뇌우 천식(thunderstorm asthma)'으로 열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이 병원에 입원하는 초례의 사태 전례가 있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2016년 11월 21일 멜버른을 강타한 뇌우로 인해 발생한 초유의 의료사태였는데요. 당시 높은 꽃가루 오염도(pollen levels)에 강한 바람과 고온 다습한 날씨, 여기에 한랭 전선이 더해져 누구도 예기치 못한 심각한 뇌우 천식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뇌우 천식은 공기 중 높은 꽃가루 농도가 강풍을 동반한 특정 형태의 뇌우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하는데, 특히 천식이나 해이 피버가 있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천식 발작과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Parts of Victoria have been alerted to the potentially deadly risk of asthma triggered by coming thunderstorms. Source: Flickr
유화정 PD: 네 보통은 비가 꽃가루를 씻어내려 공기 중 오염도를 낮추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뇌우 천식의 경우에는 조금 다릅니다. 뇌우가 발생할 때 강풍이 불면서 지표면에 있던 꽃가루들이 공기 중으로 휩쓸리게 됩니다. 특히 큰 꽃가루 입자들은 뇌우의 강한 바람과 습도 변화로 인해 작은 입자로 쪼개지는데, 이 작은 입자들이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천식 발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즉, 뇌우 자체가 꽃가루 입자들을 더 작고 위험한 형태로 변화시켜 호흡기에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날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뇌우 천식이 오히려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죠. 멜버른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건조한 날씨에 1입방미터(㎥)당 평균 910개였던 꽃가루 미세 입자가 뇌우가 나타난 뒤에는 1㎥당 5만 4000개로 60배나 증가했습니다.
나혜인 PD: 호주 봄철의 성가신 손님인 해이 피버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마지막으로 짚어보죠.약물 치료 외에 어떤 대처법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꽃가루는 기온이 높고 맑은 날 더 많이퍼지는데, 강한 바람보다는 특히초속 약2m의 약한 바람이 불 때 공중으로 높이 떠올라 더 멀리 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호주는 봄철(9월~11월)에 꽃가루 수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외출시에는 꽃가루 수치를 미리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꽃가루 농도가 높은날에는 집 안에서 창문을 닫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나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이나 피부, 눈 등을 가리고 꽃가루가 달라붙기 쉬운 니트나 털옷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깥 활동 후에는 손과 얼굴, 눈 등을 물로 씻고, 비염 등이 있는 사람은 외출 후 식염수나 옅은 소금물로 코 속을 깨끗이 씻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또 호주에서 흔한 유칼립투스 오일을 증기로 흡입하면 코막힘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꽃가루가 많은 날에는 빨래를 밖에 널어 말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주의 사항입니다.
나혜인 PD: 듣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시간 건강 IN, 오늘은 호주 봄철 해이 피버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