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에서도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기생충'은 호주 동부 표준시로 6월 16일 호주 시드니 스테이트 씨어터에서 에서 열린 제66회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시드니 필름 프라이즈와 6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시드니 영화제에서 한국인 감독의 작품이 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존 메이너드 심사 위원장은 “부드럽고 잔인하면서도 아름답고, 가혹하며 재미있고 비극적이다.” '기생충'은 충격적일 정도로 장르적 관습을 무시한다"면서 "계급 탐구의 명작"이라고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2019시드니 최종 경쟁부문에 오른 총 12 작품에는 칸에서 황금종려 막판까지 경쟁을 벌인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Pain and Glory’도 이름을 올려 또 한번의 각축전이 예상되기도 했는데요, 알모도바르 감독은 2017년 봉준호 감독의 네플릭스 영화 ‘옥자’가 황금종려 후보에 올랐을 때, 당시 심사위원장으로서,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는 황금종려상에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 등으로 화두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은 지난 13일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 현장을 찾아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 대담을 가졌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대담에서 알모도바르 감독에 대해 이렇게 전했습니다.봉준호: 그것은 그분 인터뷰 통역 과정에서 약간 오해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넷플릭스 관련된 얘기요. 2017년 칸느 영화제 예서요. 저는 대학교에서 영화 공부할 때부터 그분 영화 너무 좋아했었고 여전히 팬입니다. 그분과 같이 영화 상영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고요. ‘패인 앤 글로리’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칸느에서 일정이 너무 바빠서 못 봤거든요. 굉장히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이고요. 본인의 자전적 얘기를 담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기대가 되더라고요.
SBS 한국어 프로그램 유화정 PD(좌)와 인터뷰를 하는 봉준호 감독(우) Source: SBS Korean
사회자: 이번에도 좋은 소식을 기대하시나요? 상금이 6만 불이나 돼서요
봉준호: 그건 몰랐는데요. 상금이 있었군요? 칸느는 상금은 없죠. 뭔가 잘됐으면 좋겠네요.
모르겠어요. 영화제 축제이다 보니까 경쟁부문을 만들어서 서로 점수 도매 기고, 경쟁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겠죠. 관객분들 입장에서는. 그렇지만 다들 아시겠지만 영화라는 것이 서로 경쟁하기 위해서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달리기 선수들처럼 트랙을 달리는 건 아니니까. 영화들 각자 각자가 가진 개성이나 재미를 다양하게 즐기면 되는 거겠죠.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은 정말 놀라운 축제이고, 특히 관객은 정말 특별하다며, 아름다운 도시와 아름다운 극장,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객들이 있는 이 곳에서 상을 받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해 시드니 영화팬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날 폐막식에 참석한 한인 동포 아티스트 ‘임다미’씨는 영화를 본 소감을 “너무나 웃긴 동시에 너무나 어두운 영화”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에서 ‘냄새’는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자들을 떠나서 서로의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의 존엄에 관한 것을 건드리는 면이 있고, 그 붕괴의 도화선이 냄새가 된다고 말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냄새는 중요한 모티브다. 가까운 사이라도 냄새를 말하기 쉽지 않다. 무례한 거다. 이 영화는 사적이고 내밀한 곳까지 카메라가 파고든다. 그래서 화면에서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전합니다.
봉준호: 냄새라는 것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별로 서로 간에 얘기하기 쉽지 않은 주제잖아요? 심지어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그 얘기를 한다는 것은 너무 적나라하고 때로는 무례하기도 한 것인데요. 말 그대로 이 영화 가인 간에 대한 예의, 부자와 가난한 자간의 서로 간의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루다 보니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위태롭게 붕괴하는 순간 같은 게 영화에 있는 데요. 이 영화에서 그 붕괴의 도화선 같은 것이 냄새예요. 냄새라는 모티브가 굉장히 밀접하게 쓰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고요. 서로 상반되는 것을 같이 묶어 서영화에서 다룬다고 말씀하셨는데 특히 나이번 영화에서 빈과 부라는 주제 때문인지 섞여 있음 자체가 굉장히 밀접해요.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의 아주 가까운 거리로 밀접하게 대조되는 두 세계가 엮여있거든요.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상황이 그렇죠. 가난한 사람이 부자 집안으로 들어가는 얘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사적인 거리, 다른 사람의 프라이빗한 삶을 가까이에서 옅보는듯한 그런 시점으로 구성돼있어요. 그래서 화면에서 냄새가 날 수밖에 없겠죠.
봉준호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직접 각본을 쓰고 콘티를 그립니다. 각본의 모든 장면을 그려 만화책처럼 만든 뒤 배우들에게 보여주고 "여기 서서 이렇게 움직이면 된다"는 식의 정보를 정확히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요. 모든 디테일을 신경 쓴다'는 뜻의 별명 '봉테일'이 붙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봉준호 감독 머릿속엔 완벽한 편집본이 이미 들어 있다. 찍고 편집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 편집본대로 찍는다. 집을 지으면서 '못 한 포대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못이 53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급이 다른 천재다." 배우 크리스 에번스가 봉준호와 '설국열차'를 찍고 나서 한 말입니다.
'기생충'은 기본 골격과 캐릭터 구축에만 5년 넘게 걸렸습니다.
글과 그림에 능한 집안의 분위기가 봉준호 특유의 연출 방식을 낳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박태원(1909~1986)작가이며, 아버지 봉상균(작고)은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스스로를 "너무 소심해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 할 것 같던 아이"였다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집에 틀어박혀 TV 영화를 밤새 보며 감독의 꿈을 꾸던 소년은 이제 명실공히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으로 거듭났습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으로 시작된 '기생충'의 '세계 정복'은 프랑스 극장 협회 아트하우스 시네마상, 국제 시네필 협회 감독상에 이어 2019시드니 필름 페스티벌의 대상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며 현재 진행형이 됐습니다.
기생충은 6월 21일 호주 주요 도시에서 특별 시사회를 갖는데 이어 27일 부터 캔버라, 시드니, 브리즈번, 멜번, 퍼스, 아들레이드에서 개봉됩니다.
[상단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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