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 프로듀서 (이하 진행자): 2024년 음력설을 맞아 한국의 전통 음악과 문화를 되새겨 보는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가 초청하고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이 함께 해 호주를 방문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신대철 명예 교수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이주은 소리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서수복 단원과 함께 한국의 전통 음악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세분 오늘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신대철, 이주은, 서수복: 안녕하세요
진행자: 먼저 호주에 오신 걸 환영하고요. 한 분씩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와 본인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신대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교수로 봉직하다가 정년 퇴임하고 현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명예 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는 신대철이라고 합니다.
이주은: 안녕하세요. 저는 판소리를 하는 사람이고요. 한국의 가장 오래된 음악기관인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에서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주은이라고 합니다.
서수복: 안녕하세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에서 타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서수복입니다. 반갑습니다.
진행자: 호주에 사는 한인 동포 여러분들도 아마 피부로 느끼고 계실 겁니다. 한국 문화와 한국 음악을 사랑하는 호주인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데요. 케이팝과 케이 드라마, 또 케이 무비의 영향일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건 한국의 최신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나 전통 음악에 관심을 갖는 호주인들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런 시기에 ‘국악의 이해’라는 워크샵을 호주에서 갖게 된 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 국악의 매력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신대철 교수님께 먼저 여쭤볼까요? 전 세계 다양한 음악들과 비교되는 한국 전통 음악만의 매력 어떤 걸 들 수 있을까요?
신대철: 먼저 동북아의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음악을 비교할 때 중국과 일본에는 2박과 4박 계통의 음악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3박 계통의 음악이 굉장히 많습니다. 세계 음악학자들에게 “왜 한국에만 그렇게 3박 계통의 음악이 많은지?” 의문을 던져주기도 하는데요. 한국 음악은 음악이 연주될 때 아주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요. 장구나 북 같은 타악기로서 아름다운 음악적인 점을 만듭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곡선과 아름다운 타악기의 점이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한국 음악은 아름다운 곡선과 아름다운 타악기의 점이 잘 어울리는 음악한국학중앙연구원의 신대철 명예 교수
이야기하려면 굉장히 많습니다만 하나만 더 붙인다면 서양 음악이 화성학적으로 수직적인 음악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는 소리를 중심으로 수평적으로 만들어가면서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곡선과 음악적인 점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아주 특이한 음악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방금 신대철 교수님이 국악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이주은 소리꾼의 생각도 궁금하네요. 내용도 모르는 판소리를 5시간 이상 감상했다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도 많은데요, 이주은 소리꾼은 판소리가 가진 특별한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이주은: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우리 소리는 관중과 함께 하는 거예요. 제가 소리를 하면 언어를 몰라도 슬픈 대목인가 싶으면 사람들이 함께 저처럼 똑같이 팔자 눈썹을 하고 있고요. 또 제가 막 흥겨워하면 같이 막 입을 벌리고 쳐다보며 박수를 곧 칠 것처럼 하고 저에게 다가올 것처럼 한단 말이에요.
조금 전 공연에서도 보셨지만 아리랑도 보세요. 그 짧은 선율이 계속 반복되니까 여러분들이 때창을 하시잖아요. 그리고 제가 일어나세요 하니까 모두 일어나서 같이 춤도 추고 바로 그것이 우리 한국 음악의 매력입니다. 판소리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전 너무 좋아요. 우리 소리를 열심히 해서 각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우리 동포분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네, 국악의 매력, 그리고 판소리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 봤고요, 이번에는 한국의 전통 타악기죠, 장구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수복 선생님,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장구 연주를 듣고 있으면 심장이 뛰고 너무나 역동적이라 신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이 많은데요, 한국 전통 타악기, 특히 장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수복: 조금 전 신대철 교수님께서 먼저 말씀을 하셨지만 전통 음악에는 3박자 계통의 장단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장단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사실 사물놀이의 역할이 아주 컸거든요. 사물놀이 같은 경우에 가장 중심이 되는 리더 역할은 꽹과리가 하지만 그 속에 장단들의 어떤 기교화, 그런 것들은 장구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통 음악에는 특정 몇 곡을 빼고는, 판소리나 이런 몇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음악에 장구가 다 들어갑니다.
예전에 궁중에서 했던 음악도 장구가 들어가야 되고요. 그리고 민간에서 했던 음악들도 거의 장구가 리드를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전통 음악의 장단과 리듬적인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장구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2박자 계열이 많은 대중음악이나 클래식 계통보다 3박자 같은 경우에는 2박자보다 조금 더 능청거리는 흥이 있거든요. 처음에 익히기는 사실 조금 어렵습니다. 2박자보다는요.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고 나면 전통 음악이 가지고 있는 흥겨움이 훨씬 더 전달이 잘 되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박자 같은 경우 2박자보다 조금 더 능청거리는 흥이 있습니다… 조금만 익숙해지고 나면 전통 음악이 가지고 있는 흥겨움이 훨씬 더 전달이 잘됩니다.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서수복 단원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여기에서 한국 전통 음악을 좀 정리를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한국 전통음악은 그 기원에 따라 궁중음악, 선비음악, 민속음악,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신대철 교수님께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릴까요?
신대철: 한국 음악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데는 학자들의 의견이 많이 다릅니다. 일반 국악계론에 나와 있는 분류 방법이 오늘 제가 나눈 방법과 다릅니다. 그래서 국악계론 책을 열심히 읽은 분들은 오늘 하는 이야기는 시험으로 보면 빵점 되겠네 할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제가 왜 그렇게 나누냐하면 우리 음악이 궁중에서 크게 연주됐고, 즐겨졌고요, 그리고 조선의 학자들은 책만 읽은 줄 아는데 중인 이상의 많은 배운 분들이 음악을 굉장히 즐겼습니다. 거문고를 특히 즐겼고, 때로는 노래를 즐겼고요. 때로는 자기네들끼리 악회를 만들어서 연주하고 노래하고 품평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음악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죠. 그래서 궁중음악과 학자들의 음악, 선비 음악으로 나눠봤고요. 다음에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궁중 밖에서, 혹은 선비 사회 밖에서 보통 사람들이 생활 음악으로 즐겼던 많은 음악들이 있죠. 그래서 이렇게 나누어 보는 것이 한국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간혹 제가 궁중음악, 선비 음악, 민속음악으로 이야기를 하면, 저 양반은 신분을 계층적으로 나누려고 하는 거 아니냐하고 잘못 이해를 하는 분이 계세요. 그런 것은 전혀 아니고 출발과 즐겼던 향류 계층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과거를 되돌아본다면 그렇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민속 음악에서 출발했지만 산조나 판소리 같은 음악은 이제 사실 민속 음악이라고 부르기는 좀 뭐해요. 이건 예술 음악이죠. 고도의 예술 음악, 그래서 혹시나 여러분이 관심이 있다면, 그렇게 한국 음악을 바라본다면 또 다른 이해의 방법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전통음악이 어떻게 호주를 비롯한 전 세계에 퍼지게 할까 역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요. 제가 10여 년 전에 아리랑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조직했고 아마 세계 최초의 아리랑에 관한 국제학술대회였을 겁니다. 제가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신문 등에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국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그런 국제학술대회라든지 혹은 국제적인 논문과 잡지에 한국 음악에 관한 것을 많이 기고해서 많은 외국 학자들이 읽어준다면 학문적으로, 이론적으로 국악의 좋은 확장 방법이 될 것이고요.
두 번째로 한국문화원이라든지 서울에 있는 국립국악원이라든지 혹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들이 조금 더 전통문화와 전통 음악에 신경을 써주셔서 국립국악원 내에 좋은 연주단원들을 이렇게 해외 곳곳에 파견해서 좋은 음악회를 해설과 같이 한다면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나 동포들이 한국 음악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고, 그 도움은 결국 한국 음악의 세계적인 확장에 조그마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진행자: 이번에 세 분이 이곳을 방문해 주셨기 때문에 호주인들 그리고 호주 한인 동포 여러분들이 국악에 대해서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이주은 소리꾼의 이야기도 좀 듣고 싶은데요. 러시아 피아니스트와 음반을 내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판소리와 피아노의 조화라는 게 굉장히 좀 이색적이면서도, 판소리와 타 음악 장르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이주은: 벌써 10년 전 작업물이네요. 정말 오래됐네요. 사실 그 음원을 낼 때 그때 녹음하고 바로 낸 게 아니에요. 녹음은 또 그 10년 전에 한 거예요. 여기에서 처음 밝히게 됩니다. 1991년도에 대학을 들어갔는데 그때 전자음악을 하는 학생이 주변에 있었어요. 그분을 통해서 전자 피아노와 제 소리를 함께 연주한 경험이 있었어요.
판소리는 타악기와 함께 하잖아요, 옆에 계시는 서수복 선생님도 그렇지만 북장단에 맞춰서 제가 떨고 뻗고 꺾는 기교를 낸단 말이에요. 그런데 다른 악기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해보면 제 음악이 죽더란 말이죠. 그래서 가능하면 여러 악기를 쓰지 않고 기타 한 가지라든지 오케스트레이션이 되는 악기들 있잖아요. 곰곰이 어떤 게 더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일하는 10년 사이에 계속 시도를 하면서 녹음을 하게 됐어요.
그때 분위기는 전통이 아니면 “쟤는 제대로 깊이 있는 음악을 하지도 못하면서 왜 딴짓을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던 때라 제가 그걸 묵혀놓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2014년도에 제가 국립국악원에서 전문가로 소리를 하면서 이제 이런 시도를 해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전통적인 것을 먼저 내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끼워 넣어서 낸 건데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됐습니다.
이런 시도가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만 저는 우리의 전통적인 것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새로운 확장도 가능하고, 그렇게 해야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것을 진심으로 경험했습니다.
요즘 퓨전음악, 퓨전 음악, 정말 우후죽순격으로 나타나지만 글쎄요. 많은 것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무리들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그것을 위해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꾸준한 음악 생활을 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먼저 확고하게 우리의 것이 기반이 돼야 또 다른 융합, 확장도 가능하다는 말씀 같네요.
이주은: 융합이 잘못되면 삼류가 되어 버립니다. 일류와 일류가 만나도 이류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의 음악 자체를 존중하면서 그 가치를 넘어서면 안 돼요. 서로 확장하고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융합이 잘못되면 삼류가 되어 버립니다. 일류와 일류가 만나도 이류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의 음악 자체를 존중하면서 그 가치를 넘어서면 안되요.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이주은 소리꾼
진행자: 네, 판소리와 피아노의 조화, 그리고 판소리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이주은 소리꾼의 생각을 들어봤고요. 그렇다면 장구는 어떨까요? 한국 전통 타악기에 대한 관심이 해외에서도 굉장히 커진 걸 느끼는데요
서수복: 전통 타악기 같은 경우에는 1978년도에 만들어진 사물놀이가 거의 30년 전부터 꾸준히 해외 활동을 제일 많이 하고 있어요. 일본, 미국, 독일, 유럽 등에 많이 보급됐죠.
많은 일반 단체에서부터 프로 연주 단체, 사물놀이를 창시하신 김덕수 선생님, 이광수 선생님 이런 분들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해외에서 정말 많은 공연을 하시고 강습과 교육을 해 오셨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악기 중에, 전통 음악 중에 제일 많은 알림과 보급이 이뤄진 분야가 전통 음악 분야에서 타악기, 그중에 사물놀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판소리도 그렇고 장구도 그렇고 세계인이 그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사랑하게 됐다는 것 정말 반가운 소식 같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전통 음악이 지닌 그 특유의 아름다움 때문일 텐데요, 마지막으로 신대철 교수님께서 호주 한인 동포들에게 한말씀 해 주시죠.
신대철: 많은 사람들이 음악은 사람의 가슴을 울려주기에 가장 좋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청소년 시절에 수업 시간에 배운 음악은 대부분 서양 음악이었어요. 서양 음악이 저의 가슴을 울려줬죠. 하지만 제가 국악을 접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국악이 제 가슴을 울려주는 정도가 훨씬 더 크더라구요.
우리 동포 여러분들도 밖에서 이렇게 생활하시다 보면 여러 가지 문화적인 다름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 조국의 전통문화를 생각하시고, 특별히 사람의 가슴을 울려주는 아주 강하게 울려주는 우리 전통 음악을 생각하시면서, 어렵겠지만 음반도 찾아보고 요즘 유튜브도 보시면서 거기에 젖어들다보면 음악 사랑하는 정신과 함께 민족정신도 계속 유지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일하시면서도 그런 마음으로 조국 문화를 사랑하시고 또 음악을 사랑하신다면 아주 좋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힘내세요.
진행자: 네, 지금까지 한국 전통 음악의 매력과 국악의 확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함께해 주신 신대철 교수, 이주은 소리꾼, 서수복 단원 감사합니다.
2024년 갑진년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 음력설을 SBS 한국어 프로그램과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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