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한국식 네컷 사진 스튜디오 호주 포함 전 세계로 확산
- 전문가, 한국식 놀이문화의 연장선
- 틱톡 등 소셜 미디어와 협업으로 젊은 층 공략
졸업식을 마치고 네컷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인생네컷을 찾은 소녀들이 토끼 모자와 상어 액세서리를 만지며 웃음을 터트렸다.
친구들과 멜번 리틀 론스데일에 있는 인생네컷을 방문한 레이 공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액세서리를 선택해야 사진을 더 예쁘게 찍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께 이곳을 찾은 친구 한빙 조는 “매일 안경을 쓰지만 이곳에서는 웃긴 안경이나 이상한 안경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라며 “재미난 얼굴을 만들 때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이곳에는 재미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 오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인생네컷을 이제 호주에서도 만날 수 있다. 기발한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은 후 인쇄된 사진은 바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한빙 조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스타일을 선택해야 한다”라며 “한 명은 아주 웃기게, 다른 한 명은 아주 예쁘게, 또 한 명은 못생기게 나온 사진이 좋다. 다들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사진이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South Korea’s photobooth trend has landed in Australia Credit: SBS Korean
멜번과 시드니에 상륙한 한국 트랜드
1990년 대 한국 사회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스티커 사진은 2000년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점차 설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젊은이들이 아날로그 감성의 네컷 사진에 다시금 열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Z세대를 사진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뜻의 ‘Photopress’ 세대로 칭한다. 이는 Photo와 Express의 합성어다.
‘Photopress’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생네컷 사진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는 것.
한국의 강남과 홍대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인생네컷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필수 방문 코스였지만, 이제 호주와 멜버른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도 한국식 네컷 사진 스튜디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생네컷 운영사인 엘케이벤쳐스 한국 본사의 이호익 대표는 SBS한국어 프로그램에 2018년 1월 첫 직영점을 낸 후 최근에는 매달 약 230만 명, 연간 2,760만 명이 인생네컷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생네컷의 한국 내 가맹점 수는 430개, 해외 매장 수는 161개를 기록 중이다. 인생네컷이 진출해 있는 국가는 17개 국가로 호주 외에도 홍콩,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대만, 중국,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일본, 미국, 캐나다, 체코 등에 진출했다.
두 달 전 멜버른 리틀 론스데일과 차이나타운에 인생네컷을 연 김홍림 사장은 12월 18일에는 엘리자베스 스트리트에 또 하나의 스튜디오를 열 예정이다. 김홍림 사장은 최근 멜버른 인생네컷 두 곳에 방문하는 손님의 수가 하루 1000명에서 15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에서 포토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양현아 씨는 “반응이 매우 좋다. 정말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주된 고객이지만 가족과 커플들도 이곳을 찾아 추억을 만들고 있고 애완동물과 함께 와서 예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시드니 포토문 스튜디오 양현아 대표
멜버른 하마필름의 박효인 매니저는 “사람들이 와서 사진만 찍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신나는 분위기 속에 소품을 함께 고르고 사진을 커스터마이징하면서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From left to right: Hongrim Kim(Melbourne Life4cuts), Hyunah Yang(Sydney Photo Moon), Jenny Park (Melbourne Hama Film) Credit: SBS Korean
“추억 만들기”
시드니 포토문을 찾은 정은혜 씨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때문에 새로운 콘셉트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방문했다”며 “일주일에 한번은 꼭 이곳을 온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사진을 잘 안 찍지만 이곳에 오면 재밌는 모자도 써 볼 수 있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어서 재밌다. 연세가 많은 부모님도 평소에는 사진 찍는 걸 쑥스러워하시지만 이곳에 오시면 굉장히 즐거워하신다. 부모님과 추억을 남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정은혜 (시드니)
멜버른 인생네컷을 방문한 한빙 조는 “친구들과 함께 졸업식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서 시내에 왔다”라며 “우리 중 1명이 졸업식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오늘을 마음속에 간직하기 위해서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곳에서 아주 재미있는 사진들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Photo wall at the Hama Film in Melbourne Credit: SBS Korean
모나쉬 대학교 언론정보학과의 한길수 교수는 “근로자에 친화적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욜로(YOLO)가 중요한 삶의 모토가 되고 있다”라며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은 일과를 마친 후 삶의 모든 순간을 재미난 이벤트로 꾸며가길 바라고 있다. 사업체들도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따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길수 교수는 이어서 “요즘 젊은 세대는 개인주의와 자율성을 매우 중시한다”라며 “사진의 배경이나 소품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구성하고, 적은 돈을 들여서 추억을 남기다 보면 즐거울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기억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두 사람이 만나서 자신이 원하는, 기억에 남을만한 우스꽝스러운 연출을 한다. 이것은 자신을 위해서 특히나 즐거운 과정이 될 수 있다. 인간은 기억의 존재다. 적은 비용으로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기억으로 남길 수 있기에 이같은 사진 스튜디오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모나쉬 대학교 한길수 교수
실제로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국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인생네컷 사진 스튜디오를 보며 자연스럽게 한국식 놀이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김홍림 사장은 인생네컷의 장점을 설명하며 “한국 연예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큰 강점으로 들 수 있다”며 “세븐틴, 화사, BTS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들의 프레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길수 교수는 K-팝, K-드라마등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한국의 새로운 놀이문화인 네컷 사진에 열광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From left to right: Ho-ik Lee (CEO of LK Ventures), Gil-Soo Han, Professor at Monash University Credit: Supplied
아날로그 감성에 디지털을 더하다
멜버른 인생네컷을 찾은 한빙 조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기 때문에 물론 스마트폰 사진에 매우 익숙하지만 인쇄된 사진이 더 좋고 신선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라며 “인쇄된 사진을 가지고 있으면 핸드폰으로 찍은 디지털 사진보다 기억이 더 오래갈 것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을 더 신선하게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스튜디오를 찾은 트랭 판 역시 “바로 인쇄가 되는 게 좋다”라며 “포켓에 넣어서 사진을 보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모나쉬 대학교의 한길수 교수는 “젊은 세대는 핸드폰 카메라에 익숙할 만큼 테크놀로지에 익숙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흥미롭다면 쉽게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매우 능숙하다”라며 “사람들은 현재의 세련된 모습들이 과거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게 되면 흥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음악 레코드판이 재 유행하는 것처럼 복고풍에 대한 열망을 갖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정은혜 씨는 “부모님 세대의 90년대 감성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이런 시도가 새롭게 느껴지고 호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반갑다”라며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주변에 많고 어른들 취미로 따지자면 LP판을 모으는 것과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Grace Jung was keen to take some fun photos at the Photo Moon in Sydney Credit: SBS Korean
김홍림 사장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팔로우하고, 친구들과 왔을 때 재미있는 틱톡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면 가장 많은 팔로우를 받은 사람에게 한국 왕복 비행기 티켓을 주는 행사를 기획 중”이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한류 문화를 전파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케이벤처스 이호익 대표는 “인생네컷이 아날로그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색다른 경험을 전달해 줬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 등과 협업해 새로운 프레임 및 콘텐츠를 제공하며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으로 인식시켰다”고 말했다.
엘케이벤쳐스는 인생네컷에 이어 셀프 숏폼 스튜디오인 포토 스튜디오 브랜드 ‘포토드링크’를 오픈하고 최근 틱톡과 MOU를 체결했다.
이호익 대표는 “영상과 사진 촬영이 동시에 가능한 부스로 음악에 맞는 조명이 라이브 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라며 “포토드링크 부스에서는 틱톡에서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를 모아 ‘틱톡 댄스 챌린지’라는 메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멜버른에서 만난 트랭 판은 오늘 찍은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한빙 조는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 올릴 예정이다.
함께 스튜디오를 찾은 한빙 조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라며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한 기분이 들 것이고 영상에도 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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